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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815 뮤지컬 사의 찬미 낮공

by All's 2016. 3. 10.



캐스팅 - 정문성(김우진) 안유진(윤심덕) 김종구(사내)
공연장 - 대명DCF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정문성우진, 자유롭고 곧은 안유진심덕, 뱀같이 서서히 그들을 삼켜가는 김종구사내의 합이 멋졌다. 실수로 밤공 대신 낮공을 예매했는데 나쁘지 않은 실수였다. 사의 찬미는 아무래도 스토리적인 구멍을 배우들의 해석으로 채워 넣어서 그런 지 캐스팅이 다르니 공연의 결이 꽤 달라졌는데, 저번에 본 정동화우진, 최수진심덕, 최재웅사내 조합은 기싸움이 느껴지는, '둘의 삶의 의지 vs 사내의 광기와 집착의 대립'같았다면, 오늘 본 조합은 강하고 곧은 안심덕이 무색하리만큼 사내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 인형 느낌이 더 강할만큼 사내에게 철저히 둘이 휘둘리는 느낌이라 새롭고 다른 재미가 있었다.

재웅사내는 자신이 꿈꿨던 것과 다른 결말로 그들이 죽음을 맞이한 것만으로도(이들은 심지어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계획한 완벽한 결말과는 다른 결말이라는 게 서글퍼 눈물을 흘릴 완벽주의자였지만, 종구사내는 그 방식은 달라질지라도 우진과 심덕이 죽음을 맞기만 한다면, 그리고 우진이 쓴 결말을 불태워 그들이 살아남는 이야기를 남겨놓지 않는 것으로 자신이 예정한 결말만 남길 수 있다면 목적을 이룬 것이기에 이에 충분히 만족하는 결과주의적인 인물이었다.

우진과 심덕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종구사내는 재웅사내보다 심덕과 우진을 귀애하는 듯 보이지만, 정말 그들이 전혀 없는 자리에서 눈을 뒤집는 디테일로 자신의 겉과 속이 그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다름을 강렬하게 보여줄만큼 계획이 완성되어가는 것, 혹은 완성되는 것에 대한 희열을 표현했고,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우진과 심덕의 죽음을 예상하고 역시 그런 속내를 보였기에, 오늘의 사의 찬미는 아무리 우진과 심덕이 생을 위해 뛰어내렸을지언정 그들이 결과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배를 떠나는 것만으로는 사내의 올가미를 벗어날 수 없을 망가지고 나약해진 사람들 같았달까.  문성우진은 처음 사내와의 만남에서도 약간의 엘리트적인 허무주의가 느껴질만큼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의 우진이었는데, 그런 우진이 사내에게 내면의 혁명의지를 충동질 당하고, 그에게 휘둘리기 시작하고, 그의 이야기를 쓰면서 점점 그의 이야기 속 비극성에 젖어 들고, 사내를 벗어나기 위해 그를 거부했지만 결국 사내가 보낸 글들에 매료되어 그것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며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긍심마저 차근차근 부서지며 신경쇠약에 빠져버리는 과정이 설득력 있고 흥미로웠다. 그래서 마지막에 심덕과 함께 탈 배를 준비하지 않고 그저 사내의 계획만 비틀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심덕과 배 밖으로 몸을 던지는 게 결국 사내에 의해 본래의 총명함이 고장 난 채 조종될 수 밖에 없는 인형 그 자체가 된 듯해 참 안타까웠다.

스피킹에서 문성배우의 존이 꽤 좋았는데 예민하고 섬세하면서 부서진 느낌이 같은 듯 다르고 오늘 노래도 정말 좋았어서 여보셔 때 공연으로 처음 보았을 때 대차게 안 맞았던 게 신기하고 의아할 만큼 오늘 문성배우의 우진은 연기도 노래도 다 아주 맘에 들고 매력적이었다.

심덕 그 자체라는 안유진 심덕은 본래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드디어 보았는데!! 사의 찬미 자첫 때 개인적으로 최수진심덕이 나쁘지 않아서 왜 다들 아쉬워할까 조금 궁금했는데, 오늘 안유진심덕을 보면서 유진심덕을 이미 본 사람들이 수진심덕에게서 연기력을 넘어서서 '캐릭터 해석적으로도 안 맞지 않았을까?'싶게 발랄하면서도 새침하고 여리던 수진심덕과는 꽤나 다른, 당돌하고 당당하고 배포가 큰 진짜 신여성스러운 심덕이어서 유진심덕은 거의 전과 다른 극을 보는 듯도 할만큼 흥미로웠다.

'야심있다.'라고 우진과 심덕이 춤을 출 때 사내가 심덕에게 하는 인물소개가 참으로 잘 묻어나는 심덕이었는데 그게 나쁜 야심, 혹은 욕심을 가진 사람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진짜 그릇이 남다른,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느낌? 조선이 아니라 유럽에서 태어났대도 그 시절이라면 유진심덕의 심덕은 더 자유롭고 새로운 세상이 필요했을 것 같은 당당한 여성이었다.

그래서 사내를 대하는 분위기도 새삼 달랐는데 수진심덕은 재웅사내를 두려워하고 조금은 경멸하는 듯도 보였던 것과 달리 유진심덕은 마음은 확실히 우진에게 있을지언정, 사내와 우진 사이를 줄다리기하는 듯한 위험한 무드를 강렬하게 풍겨서 그런 자기색 강하고 당돌했던 심덕이 결국 사내의 손바닥 안에서 결국 우진에게 총을 겨눌 결심을 하게 만들 만큼 간교했던 사내의 힘이 궁금해질 만큼 8년 전과 후의 관계의 전복의 극적인 힘을 더해주는 연기라 재밌었다.

이미 1921년 여름, 사내로 인해 우진의 처자식과 일본인 애인의 존재를 알고도 그와 함께 계속 공연을 하고 그에게 상처받고 그를 원망하게 할만큼 심덕이 우진을 사랑했다는 것과 사내가 그걸 너무나 잘 알고 그녀를 휘둘러 우진의 배신으로 더 상처 입게 만들어 나약하게 했다는 게 심덕의 비극인 것 같은데 사랑했던 만큼 더 크게 상처받았고, 그렇기에 우진을 죽이고 사내와 떠날 수도 있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는 게 한 뿌리의 깊은 감정이 어떻게 극단적으로 내달릴 수 있는 지 심덕의 행동 그 자체로 보여주는 느낌이라 좋았달까.

유진심덕이 확고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기에 아쉬운 부분도 살짝 있는데 그렇게 우진을 죽이고 다시 자신의 새 삶을 꾸릴 결심을 할 만큼 그를 애증하면서 결국 우진의 결말을 심덕이 따르게 한 건, 사내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저버릴 수 없는 우진에 대한 사랑이 그 이유일텐데 수진심덕보다 더 삶의 의지와 강인함이 컸던 유진심덕이 꽤나 많이 무모한 우진의 계획에 다른 고민없이 동참했다는 게 유진심덕이 주체적이고 강렬했고 똑똑했기에 극 자체의 스토리적 문제에서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 같다. 아무래도 사랑이 눈을 멀게 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해서(핏 엠나비) 그럴 수도 있지만, 사찬은 넘버가 참 좋은데 진짜 중요한 부분들에서 스토리 구멍이 조금씩은 엿보여서 그게 참 아쉽다

그래도 오늘 공연은 참 좋았다. 저번에 '꽃최웅 조합이 나쁘지 않았던 거 같아!'라고 보고 나서 생각했는데 오늘의 조합도 각자의 합이 참 좋았다. 노래할 때 화음도 참 좋고 세 배우의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해석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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