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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903 뮤지컬 엘리자벳

by All's 2016. 3. 12.


캐스트 - 조정은 전동석 최민철 윤영석 이정화 백형훈 윤예담(루돌프 아역)
공연장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오늘 공연이 개인적으로 매우 맘에 들어서 (막귀라 다행이다. 남들은 현입이 된다는데 난 오케가 이상한 걸 잘 모르겠다!! 난 원미솔 지휘의 수준이 아니면 홍익인듯ㅋㅋ 지킬이랑 베어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ㅋㅋ) 지금 감정 그대로의 감상 날아가기 전에 남기고 싶어서 쓰기 시작은 했는데 너무 졸려서 글이 중구난방 제정신 아닐 수 있음을 미리 경고합니다...라고 어제 쓰다가 잠들어버려서 지금 다시 이어쓰는 중ㅋㅋ

1일날에 엘리 옥동으로 엘리 자첫할 때 '되게 막장 드라만데 재밌네!! 근데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하고 지른 건데 1일과 다르게 난 지금 매우 슬프고, 보면서 맘이 아팠고, 그래도 그게 공연이 좋았어서 그런 거라 공연 지른 나를 셀프쓰담하고 싶다고 합니다.

가격 대비를 외치며 할인 쿠폰 낭낭하게 먹여서 대극장은 3,4층에서 거의 보는데 역시 1층 앞열이 짱인 것 같다ㅠ

블퀘 2층 뒷줄은 3층이 뚜껑처럼 덮고 있어서인지 웅웅거리는 것처럼 들렸던 앙상블들 떼창 넘버들도 무슨 말인지 다 알겠고, 사블 통로에 앉은 나와 정반대 방향이나 무대 깊숙이 있을 때만 아니면 망원경 안 들어도 표정 보여서 팔도 안 아프고 무대랑 연기랑 한 번에 볼 수도 있고 중블 성애자였는데 좌우보다는 거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돈값 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공연보는 내내 했다.

(옥엘리를 까려는 거 진짜 절대 아니고) 옥보다 표정이며 감정 연기가 섬세한 조엘리였는데 거리가 가까우니 망원경 초점 맞춰가며 애쓰는 고생없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열심히 집중해서 볼 수 있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열심히 보는 얼굴이 참 예쁘고.. 조선녀 실물 처음 봤는데 선녀 소리 붙을만 하더라. 아이 이뻐.라고 내내 생각함. 엘리 플필 찍은 스튜디오는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물보다 예쁜 사진이 어쩜 한 장도 없지!! 여튼 조엘리 처음 보는데 왠지 처음보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했는데 되게 귀여워하는 주혜배우랑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ㅎㅎ 조엘리 이쁘고... 이쁘고... 이뻐서 참 좋았다ㅎㅎ

노래는 내가 기대를 버리고 갔다고는 하는데 진짜 너무 많이 버렸던 건지 아님 조엘리 어제 상태가 좋았던 건지 나는 나만의 것이나 내가 춤추고 싶을 때려나. 여튼 그럴 때 '호흡이 옥보다 짧기는 하네' 싶은 거랑 처음 어린 씨씨로 등장했을 때 파르르 파르르 했던 거 빼면 노래도 난 좋았다.ㅎㅎ 목소리가 보들보들 취향적으로 좋아서 더 괜찮게 느낀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성대적인 파워로 토드나 정신병원에서의 대치씬 때 아무래도 아쉬워질 부분을 연기적인 무드로 잡아가는 것도 개취로 괜찮아서 까방되기도 했다. 여전히 토드를 관념으로 대하고 객체로 대하는 건 잘 구분을 못하겠는데(나의 못난 이해력ㅠㅠ) 특히 토드를 대할 때 처음 어릴 때 줄타기하다가 떨어져서 죽으려는 순간 죽음을 알아차리고 잠시 매료된 듯 굴었던 것 빼면 내내 죽음에 대해서 정말 냉정하고 밀어내고 아주 싫어하고 휘말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같은 게 보여서 그런 토먹금(?) 적인 면이 특히 좋았음!

어제 공연보고 나서 트위터에 짧게 정리한 감상이 '날개가 꺾인 새가 그래도 살겠다고 발버둥치다가 또 다른 나의 죽음을 목도하고 결국 생의 의지를 버린 것 같다.'였는데 그런 감상을 느끼게 한 게 화요일에는 '쟤는 누구한테 의지해서 사랑받고 기대겠다고 징징거리는 게 딱 지 애비 판박인데 어디가 엄마를 닮았다는 거야?'싶던 루돌프와 엘리 사이의 접점을 그래도 두번 보는 거라고 찾게 된 점이 주요했던 것 같다. 어린 루돌프가 '엄마 어디 있어요' 때 자신을 죽이려는 듯 하다가 나중에 다시 오겠다는 죽음에게 마음만 먹으면 강해질 수 있지만 착하게 살고 싶다고 할 때, 주어진 상황과 삶이 맘에 들지 않아서 반항하려는 부분이랑 그런 처지 등이 '내 자유를 잃었다고 깡깡거리는 엄마의 면모를 가지고 있구나.'라고 연결 고리를 느꼈고, 그러면서 루돌프의 죽음과 엘리의 절망이 잊고 있던 모성애인가 싶었던 가정없이 연결되어서 극 자체에 느끼는 비극성이 커졌다. 그런 면에서 철저히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위주로 슬픈 조엘리에게 루돌프의 죽음에 왜 절망하는 지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황후는 빛나야 해' 말미에 황후의 말을 들어달라는 요제프에게 '당신마저 날 버린 건가요.'라고 절망하던 씨씨랑 자신을 외면하는 엘리를 두고 돌아서며 '어머니마저 결국 날...'이라고 말하는 루돌프가 순간 한 사람처럼 겹쳐지게 느껴지기도 했고...

나에게는 어제 본 조엘리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가엾다고는 느껴졌고, 그녀의 죽음까지도 내내 그랬어서 많이 슬펐다. 내가 하고싶은 대로 맘대로 살고 싶던 사람이 자유를 찾겠답시고 스스로를 놓아버린 뒤 평생 그게 너무 억울하고 답답했던 것 같아서 그 상황 자체가 안 되었다는 생각을 함. '나는 나만의 것' 전에 '황후는 빛나야 해' 뒤에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를 때 왜 나답게 살 수 없나 그 상황이 절망적이라 한탄하듯이 자유라는 말로 타고난 나를 지키고 싶어하던 사람이 결혼 생활이 이어져가면서 점점 절망하다가 자유를 찾겠다는 이유로 결혼식 때 씨씨에게 수근거리던 사람들이 하던 말. 예쁘지만 어리고 수수하고 뭘 모르던 자신을 버리고 '황후께서는 외모를 가꾸신다'부터 황후는 빛나야 해부터 대공비 소피가 말하던 가꾸고 위엄을 갖춘 그들이 말하던 '황후'에 가까운 사람으로 점점 바뀌다가 마침내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별드레스를 입고 나오는데..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뛰놀던 어린 엘리자벳은 온데간데 없이 진짜 황후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나는 나만의 것이라고 하는데 진짜 자기와 결국 다른 사람이 되어서 그 말을 하는 게 너무나 슬펐다. 너무 앞 뒤가 안 맞아서ㅠㅠ 진짜 자기가 아닌 상태로 자유를 찾겠다고 몸부림 쳐봤자 이미 스스로가 그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겠나 싶었다. 그 모순을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미 황후가 되어버린 거 자기 맘대로 관둘 수도 없는 거고. 결국 이 처지에서 벗어나자고 죽어버리자니 그래도 육신이 있고 삶을 이어가는 한 혹시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못해서 아등바등 미치고 싶을만큼 지금 삶이 싫어도 버티고 버텨가는 과정이 너무 애처로웠다. 이미 시작 지점이 잘못 되었는데 되돌아 갈 수 없고, 포기도 못하고 말라가는 게 가여웠다.

어차피 황후가 되어버린 이상 엘리자벳은 죽음이 주변을 조종하지 않았어도, 그 자리와 처지 자체가 맞지 않으니 결국 비슷한 비극에 처했겠지만, 그래도 그녀를 그렇게 더 코너에 몰고 결국 삶 속에서 자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현재의 비극적 상황을 가속화한 게 어제 본 극 속에서의 죽음의 역할이었던 것 같고, 그 와중에 자유와 자신의 목표를 부르짖다가 최후의 희망으로 여겼던 자신에게도 거부당하고 결국 자살한 루돌프를 보면서 결국 나의 끝도 죽음 밖에 없는 거구나.하고 삶에 대한, 생의 연장에 대한 모든 미련을 놓고 엘리자벳이 결국 죽음이라는 끝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서, 난 나의 것 리프라이즈부터 2막은 내내 좀 나한테는 절망적이고 슬펐다. 프롤로그 때 엘리의 초상화를 꽁꽁 싸매고 있는 그물들도 죽음이 쳐놓은 그물 속에서 발버둥치다가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황후로 산 엘리자벳은 그렇게 매여있다는 게 시각화된 것 같아 보이기도 했고ㅠㅠ

화요일보다 연기를 잘한 건지, 내가 단순히 가까이에서 보니 놓친 걸 본 건지 알수는 없다만 동토드 자체에 대한 설득력도 좀 더 느껴졌다. 어린 엘리의 숨을 거두어가려던 순간 그녀가 자신을 알아봐버려서 어라하고 자리를 피하려했다가, 스스로를 잊지 않겠다고 하는 그녀에게 낯선 호기심이 생겼고, 그래서 계속 주위를 맴돌았다가 스스로 한 말과 달리 사랑에 빠져서 다른 사람과의 미래에 '네!'라고 대답한 그녀가 다시 자신, 죽음에게 귀속되기를 바래서 끊임없이 그녀의 삶을 더 비극적으로 몰아갔던 죽음. (요제프 적 면모도 있지만) 어린 엘리자벳과 닮은 구석이 있는 황태자 루돌프는 처음 자신이 결혼식 날 하려던 것처럼 계획했던 대로 쉽게 몰아가서 죽음에 이르게 하니 엘리자벳 몰이 시뮬레이션도 성공했는데, 문제는 그 뒤에 죽고 싶다고 나 좀 데려가라고하는 엘리자벳이 그 파닥파닥 아등바등 마지막 남은 자신을 붙들고 용을 쓰던 그 사람이 아니었고. 그래서 지금은 아니라고 그녀를 외면하고 돌아왔는데, 그래도 껍데기만 남았을지라도 본인이 아끼고 사랑했던 그녀가 자신을 데려가라고하니 처음 분노하게 했던 요제프를 피하지 않고 그에게 엘리가 완전히 다른 각자의 길을 선언한 시점까지 기다린 뒤 빈 껍데기 그녀를 거두어간 느낌. 뭐 그래서 죽음이 가엾지는 않았는데 마지막에 눈물을 찍어낼 때 그 행동에 대한 이해는 되었다. 프롤로그랑 연결하면 '내가 했던 게 사랑인데 가지고 싶은 건 줄 알고 죽이려고 코너로 몰다가 내가 사랑했던 그 아이는 아예 소멸되어 버렸구나'하고 슬퍼하는 것도 연결이 되고.

그냥 이런 거 저런 거 다 연결해서 결론은 결국 본래 자신을 잃어버린 한 사람이, 결국 진짜 자신은 그렇게 포기한 채 그나마 가지고 있던 목숨까지 놓아버린 것 같아서 그 상황 자체가 비극적이라 너무 슬펐다. 조엘리가 보여준 드라마가 엘리자벳이 결국은 자기 하나 힘들다고 평생 히스테리 부린 인물 인 걸 떠나서 너가 사는 동안 슬펐겠다 싶으니 아팠고, 엘리자벳이라는 뮤지컬이 보여주는 이야기 자체에서 더 깊은 감정적 여운을 느낄 수 있어서 어제 공연이 참 좋았다.

인터미션 때 엘리 덕후인 듯한 주변 사람이 황제도 이제 정들었나봐. 괜찮은 것 같아!라고 하는 걸 보면 윤영석 요제프가 그닥 평이 좋은 요제프는 아닌 듯 한데 난 뭐 비교군이 없는 상황에서 난 어제의 요제프, 루돌프, 애기 루돌프 다 포함해서 어제의 인물들이 만들었던 드라마가 아주 맘에 들어서 다 좋다 싶은 뭐 그런 상황이다.ㅎㅎ 인물들끼리 서로 연결고리가 보이니 실제 퍼포먼스적인 완성도를 떠나서 캐릭터가 깊어보였기에 다 좋았음! 어제 캐릭터 자체가 좀 더 깊어 보이다보니 걍 감상에 무해한 존재로 느껴지던 루돌프 캐릭터 자체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노래도 좋고) 뮤도 하는 내 아이도루 ㅈ1오가 루돌프 하는 거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좀 곁가지로 들었다. 성량 깡패 스타일이 아니고 연기력 킹왕짱도 아니라 엘리 덕들은 싫어하려나 싶지만 난 개인적으로 보고 싶고 뭐 그렇다?ㅋㅋㅋㅋ 서편제 동호도 했고, 바람의 나라 호동이도 했으니 아버지랑 갈등하는 아들 역할 하나 더 해서 트리플 크라운을!! 이런 생각 ㅋㅋ

뭐 여튼 1일도 3일도 좋았기에 나중에 엘리 4연 올라오면 그때는 일치감치 티켓팅해서 중블 가운데 꿀자리에서 한번 쯤 더 보고 싶어졌다.
그때도 재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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