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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901 뮤지컬 엘리자벳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옥주현 전동석 최민철 윤영석 백형훈 루돌프 아역 김선준
공연장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진짜 완벽한 머글이던 초연부터 지하철 광고보고 희한하게 끌려서 보고 싶어했는데 초재연 때는 머글이라 가격 자비리스라고 패스했다가 이번에도 그냥 넘길 뻔 하다가 괜히 급 끌려서 카톡 30% 할인으로 멀리서 볼 거 노래 제일 잘한다는 사람들로 봐야지!!하고 옥동에 옛 아이돌 오빠들 팬질하던 수니심으로 괜히 싫어하는 이지훈과 주말을 제외하니 오늘 캐슷만 남아서 봤는데 결론적으로 재밌었다.

2층이 음향이 문제인지 내 귀가 안 좋은 건지 오늘 전반적으로 가사를 잘 못 알아듣겠는 부분이 꽤 있었는데, 떼창들이 특히 그래서 공연 보는 중간에 얘네 무슨 얘기하는 거야?라고 물음표를 한 번씩 띄우고 그랬다. 특히 넘버 제목이 밀크인 걸로 추정되는 넘버는 정말 못 알아듣겠고!!!
유명한 넘버들이 많은 뮤인 거 알지만 공연 전체로 유기적으로 들은 느낌은 의외로 튀는 노래가 없다? 그게 재미없고 나쁘다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잘 흘러가는 것 같아서 잔잔하게 듣다가 울컥도 했다가 웃기도 했다가 놀라기도 했다가 쭉 보고 나니 어 결론은 노래 좋고 재밌었어.로 느껴지게 연결이 잘 된 넘버 구성들 같았고, 음악 1도 모르는 막귀지만 극 배경 생각하고 클래식한 느낌 많을 거라고 지레 짐작한 것과 다르게 생각보다 락 스타일 곡들이 있었는데 그게 튀지 않고 양념처럼 잘 가미되어 있어서 좋았다.

시놉시스랑 캐스팅 잡는 거 때문에 몇 개 본 후기를 보고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고부전쟁편 같은 스토리 진행이었는데 나는 나만의 것 때 울컥해서 어 왜지?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2막 끝나고 나니까 어 재밌어... 또 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바로 들어서 지금 신기한 상태ㅎㅎ

배경은 황실이고 되게 초현실적인 죽음이 튀어나오는데도 남자 놓고 시어머니랑 아내가 대립, 여자 놓고 남자 둘이 대립, 그러면서 남편은 아내 짝사랑하는 것처럼 매달리고, 내 자식은 내가 키울거라는 것도 주요한 핑계로 자기 권한 끌어간 엄마가 아들 양육은 뒷전인데 또 아들은 아빠 싫어해서 엄마한테 매달리고, 총체적으로 인물들끼리 피곤하게 치정치정해서 되게 피곤한 인물들과 관계의 종합 선물세트같은 아침드라마같은 관계도와 시놉인데 보다보니 사람들끼리 지지고 볶는 거 지겹고 딱 질색이야!라고 아침드라마나 일일드라마 대부분 피하고, 재벌 권력 다툼 드라마도 안 좋아하는데 희한하게 다보고나니 피로도없이 깔끔하게 재밌었다.

되게 신기한 일인데 난 옥엘리가 맘에 들었던 것 같다. 그게 왜 신기하냐면 내가 원래 옥주현이라는 뮤지컬 배우 겸 가수인 연예인을 안 좋아하기 때문.
여자 보컬은 아주 허스키한 목소리거나 꾀꼬리과거나, 솜사탕과인 목소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오히려 성숙하면서 딴딴하게 잘 부르는 목소리는 별로라 핑클 때부터 노래 들으면서도 잘 부르는데 내 취향은 아님'3' 맨날 이 상태였어서 옥엘리는 애초에 안 끌리고, 조엘리는 노래가 많이 아프다고 하니 난 누굴 봐야하죠?하고 계속 고민하느라 표를 더 못 잡기도 했었는데 나보다 노래에 더 관대한 엘리 보고 온 머덕 친구가 조엘리 노래 아쉽다길래 에라 모르겠다하고 오늘 질렀는데 나쁘지 않았던 선택인 것 같다.

오늘 엘리자벳 자체를 처음 본 나는 오케 상태가 아주 별로였다는 걸 잘 몰랐는데 아주 어린 씨씨일 때 뭔가 약간 삐끗하는 듯해!라는 느낌이 든 걸 제외하면 옥엘리의 노래가 정말 좋았다. 표정 연기는 댄스가수 시절이랑, 솔로 활동 때 음악방송 때 보았던 표정을 기반으로 생각했던 것과 신기하리만치 거의 비슷한 느낌이라 뭐 딱히 좋지는 않았는데 몸 쓰는 게 시원시원하고 노래로 전해오는 감성도 좋고 실제 라이브로 전해듣는 음색은 내 개취를 떠나서 예쁘고 듣기도 좋고 좋았다.

그냥 오늘 느낀 바로는 씩씩하고 자유분방하게 살고 싶다는 낭만을 가진 어린 소녀가 왕자님(여기서는 황제지만ㅎㅎ)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딱히 원하던 삶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을 믿고, 답답할 게 뻔하지만 거절할 수도 있는 황후생활을 남편이 방패막이 되줄 거라고 믿고 시작했는데 남편은 알고보니 심각한 마마보이였고 행동거지부터 그 무엇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삶 속에서 히스테릭한 성미와 반항심이 폭발해서 자기 결정권을 엄마에게 위탁했던 남편의 의지처를 본인에게 이양 시킨 뒤 못 해본 거 누리겠다고 여행도 다니고 그랬는데 이상하게 계속 허무감이 사라지지 않고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는 것 같다는 감상을 떨칠 수 없어서 점점 더 궁 밖으로 돌고 돌다가 스스로의 위치와 존재 자체에서 떠나고 싶어서 몸부림 치게 된 느낌?

내가 말을 제대로 쓴 건지 모르겠는데, 여튼 나는 날 나만의 것으로 자유롭게 만들겠다고 대공비와 싸워서 황제가 자기 말을 듣게 하는 걸 성공시켰는데, 그래봤자 지금은 대공비보다 황제의 사랑을 받는 황후라는 위치를 가졌기에 조금 더 내가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게 늘어났을 뿐, 황제라는 존재가 자신을 사랑해서 마마보이에서 공처가가 되었을 뿐이라는 게 자기 자체로 인정받고 황후라는 직책을 벗어나서까지 혼자 서 있을 수는 없다는 걸, 어쨌든 황제와 매여있는 황후라는 족쇄는 결코 끊어낼 수 없다는 걸 하고 싶은 걸 할 수록 더 격렬하게 느껴서 진저리치는 그런 아이러니를 가진 인물같았다. 황제의 사랑이라는 토대가 없으면 위태로워지는 자유와 권리들도 치가 떨리니 아버지에게 자신에 대해 잘 얘기해달라고 찾아온 루돌프의 부탁을 들어주려면 그의 사랑을 받는 아내라는 위치를 이용해야한다는 게 진절머리나서 설마 큰 일이야 있겠어?하고 부탁 안 들어줬더니 정없이 돌본 적도 없었다지만 그래도 내 아이라서 사랑하기는 하던 애가 자살을 하고. 자식 잃은 슬픔에 내가 뭐 하나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면서 뭐하러 이렇게 사나 싶어서 인생무상 허무함까지 도달해서 그냥 자유롭고 싶어서, 슬픔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죽음을 수단으로 이용하고 싶은 상태가 아니라 진짜 죽어도 상관없어진, 생에 미련이 없어진 상태가 되어서 드디어 죽음이 그녀를 데려가게 된 것 같다라고 오늘 옥엘리에게서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걸까라는 확신은 잘 들지 않는데 그렇게 이것저것 진절머리나고 독이 바짝 올라서 아득바득 남편하고도 싸우고, 시어머니랑도 싸우고, 자살 충동하고까지 싸우는 인물이 남편과 시어머니 아무것도 없지만 그 울분(?)이 묘하게 공감이 가서 나름대로 이해해가고 느낄 수 있어서 얼굴 쓰는 법은 사실 별 느낌 없었는데 그냥 전해져오는 감정이나 보여주는 옥엘리의 엘리자벳이 이해가 되고 좋았다.

죽음과의 관계...를 써야될텐데 난 사실 자첫이기도 하고, 비교군도 없고.. 등등의 핑계를 떠나서 그냥 뭐든 처음에 볼 때는 단순하게 이해하는 편이라 관념 노선ㅠ 인간화 그런 거는 잘 모르겠고ㅠㅠㅠㅠㅠ 죽음의 화신인 토드 정도로 토드를 그냥 봤고, 그런 느낌으로는 죽을 고비에서 그 화신에 의해서 엘리가 죽음을 면하게 된 뒤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지켜보던 토드가 인간인 엘리자벳이 자신이 아닌 한 남자의 '아내'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를 맺게 되자 확 열이 받아서 그냥 지켜보고 맴돌기만 하던 엘리자벳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기를 원하게 되었고, 엘리자벳이 죽음을 원하게 될 순간들에 찾아오거나, 그렇게 그녀를 극한으로 몰아가서 스스로 자신을 선택하게 하려고 끊임없이 들이대는 느낌? 어디서 누가 토드가 들이댄다고 표현한 걸 본 것 같은데 그냥 정말 그 느낌. 나를 받아들여! 거지같은 생을 떠나서 나한테 오라니까?하고 어르고 달래기도 하고, 협박도 하고, 유혹도 하고 이것저것 하고 있고, 젊어서였든, 생에서 꿈꾸던 삶을 살아보고 싶은 거든 생에 대한 미련을 아주 놓지는 못했던 엘리는 그걸 거부하고 또 거부하다가 광활한 인생이라는 항해 속에서 그냥 떠다니는 돛단배 한 척, 정도로 스스로의 생에 대한 남다른 가치 평가를 놓아버릴 만큼 진짜 삶에 대한 미련 같은 거, 생명 속의 관계들도 하나도 미련없어진 생에 묶이지 않은 상태의 엘리자벳을 토드가 드디어 손에 넣게 되었다. 뭐 그렇게 느껴졌다.

토드 캐스팅 선택은 세븐은 가수 시절부터 목소리가 노취였고, 신성록은 역시 노래가 아쉽다길래 그럼 잘생겼고 노래 잘한다는 사람 볼래!!!하는 맘으로 보게 된건데 이목구비 엄청 또렷또렷하고 키도 훤칠해서 외모로는 존재감이 있는데 배우 개인에게서는 큰 존재감은 사실 못 느꼈다. 연기 못한다는 얘기를 되게 많이들 하길래 기대를 확 놓고 가서 상대적 만족감일수도 있지만 연기 자체는 막 못한다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잘한다고 느껴진 것도 아니지만ㅋㅋ 그런데 내가 노담 라센을 2013년인가 블퀘 3층 맨 뒤에서 봤는데 그때 보디는 그래도 오늘이 더 연기적으로 매우 존재감이 있었던 것 같고, 내 개취적으로 노래가 굉장히 좋아져서 이쪽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하고 잡게 된 캐스팅이었는데 '목소리 깨끗하다. 저음도 좋고 고음도 시원해. 우와 노래는 진짜 좋네.'하고 노래가 되게 맘에 들어서 결과적으로 얼빠 본능으로 잡았다가 목소리가 맘에 들어서 지금 되게 호인 상태!

이건 내가 굉장히 마니어하게 노담에서 그랭구와르 넘버들은 대성당의 시대를 포함해서 대부분을 안 좋아해서일지도 모르지만... 여튼 동토드는 노래가 매우 맘에 들었고 연기가 쏘쏘했고, 인물의 노선은 난 내맘대로 해석하기에는 뒤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생각보다 큰 판을 몰아가는 배후 조종자인데 진짜 그림자처럼 크게 존재감은 없는데 여튼 노래가 좋다...는 앞 뒤 안 맞는 정리로 대충 마무리ㅠㅠ

토드랑 엘리 쓰고나니까 기빨린다.. 힘들다 나머지 감상은 그냥 짧게 대충...
최케니는 능청스럽고 애드립도 재밌고 춤도 잘추고 오늘 목상태가 안 좋은 건지 원래 고음을 그렇게 끊었다가 올리는 타입인 건지 끼~~야!하고 올리는 듯한 고음쓰기 전 잠깐 쉬는 것빼면 노래도 좋고 좋았다. 루케니가 엄청 많이 나오던데 최케니랑 잘 맞아서 재밌었던 것 같다ㅋㅋ

별로 골라볼 생각도 안하고 맞이한 윤영석 요제프가 되게 많이 나오는데 난 연기도 노래도 좋았다! 엄마에서 아내로 의사결정권자를 이양하는 굉장히 현대 남성들에게서도 많이 보여지는 나약한 남자 인간상을 아주 잘 보여줘서 극에 몰입하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됨! 목소리는 좋은데 노래는 쫌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고... 근데 연기가 좋았고, 중후한 목소리로 징징거리고 매달리는 그 갭이 매력(?)적이었음,

백형훈 루돌프는 오늘 공연에 나온 사람 중 거의 유일하게 여러번 본 배우인데 연기는 늘어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목소리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연기는 그냥 그렇고 노래는 괜찮은데 그림자는 길어지고에서 동토드한테 저음을 깔아주는 게 아니라 소리가 먹혀서 좀 아쉬웠고ㅠㅠㅠㅠ 여신님이 보고계셔 때 동현동무가 아빠가 아니라 엄마한테 매달리는 거 다시 보는 느낌이었는데 그때보다 연기가 늘긴 했다면 쓰릴미 막공 가까웠을 때 어쭈 많이 좋아졌네하고 감탄했던 건 걍 보다보니 익숙해져서 평가가 더 후했던 게 있는 것 같다는 기대보다는 아쉬운? 그래도 원래도 좋아하는 목소리이고 혼자 부를 때는 별 이상한 기교없이 씩씩하게 소화하는 느낌이 무난해서 감상에 무해했다.

아이 루돌프는 성량이 그렇게 쩌렁쩌렁하다는 예담이가 궁금한데 오늘 본 선준이도 노래는 좋았다. 연기는 많이 애기!! 표정이 하나!!
하지만 진짜 어린 아역들에게는 뭔가 크게 많은 것을 바라는 편이 아니라 선준이도 무해했다.

굉장히 뻘한 생각인데 오늘 최고의 케미상은 동토드와 애기 루돌프에게 주고 싶게 그 둘이 같이 놀 때 제일 케미돋았던 듯?? 씨씨-요제프 씨씨-토드 씨씨-루돌프 씨씨-소피 요제프-소피 등등 엄청나게 많은 투샷이 있었는데 왜 케미란 걸 느낀 건 오로지 토드랑 애기 돌프였을까 오늘의 나는 참.. 여튼 그랬다.

원캐스팅 중에서는 대공비 정화 소피가 제일 좋았다. 캐릭터도 확실하고 존재감도 풍부하고 2층 쩌리석 앉은 시야라 망원경 안 들면 면봉만하신데 그래도 느낌 있으셨다.

뮤지컬에서 엄청 중요하고 사실 제일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 게 무대랑 연출인데(배우는 더블 트리플해도 무대랑 연출은 공연 내내 똑같으니 그건 전혀 고려도 안 하고 봤는데 무대과 연출이 꽤 맘에 들었다! 조명은 딱히 괜찮은 거 모르겠는데 무대 전환도 세트도 내눈에는 꽤 고퀄리티로 느껴졌고 스모그나 배경 활용이 1층이었다면 훨씬 자연스럽게 그림이 아니라 진짜 풍경처럼 느껴지겠네 싶게 잘 짜여져 있었다. 특히 황후는 빛나야 해 뒤에 이어진 난 나만의 것 때 궁전 정원으로 엘리가 뛰어나가는 듯한 장면이랑 요제프랑 엘리의 첫 데이트라고 해야하나 돛단배 씬, 2막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 무대랑 그냥 그 움직임들, 배경의 합 같은 게 정말 아름다웠다.
무대가 맘에 들면 보통 더 위에서 전체를 굽어보고 싶어하는 편인데 엘리는 1층 가까이에서 다시 그 무대들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예뻤다. 예뻤다ㅠㅠ 좋았어ㅠㅠ

어... 근데 사실 그래서 큰일이... 싼 자리에서 자첫자막 하려고 봤던 거였는데 나 뭔가 치인 것 같.. 끝나고 홀린 듯이 목요일 1층 조동최를 잡...
굿바이 할인 20퍼 먹여도 비싼데 1층에서 한 번 보고 싶다ㅋㅋㅋㅋ
조엘리도 보고 싶고ㅋㅋㅋㅋ

1층 사블 5열 통로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위에서 보기에도 광할한데 아래에서 보면 블퀘 1층 더 광활할 것 같아서 겁난다..
목요일에도 재밌기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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