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이승주 정동화 유연수 정수영 이소희 한동규 빈혜경
공연장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멸종이 아닌 승주르네를 처음 봤는데 지금까지와는 꽤나 다른 느낌이었다. 진심의 자락을 보이는 송을 대할 때의 승주르네는 야비하고 차갑고 잔인했다.
멸종일때의 승주르네는 역시나 자신을 이용하는 송에게 끌려다니는 느낌이라 실재는 무시한 나쁜 남자임은 같아도 좀 가여운 느낌이 있었는데, 처음 목적과 달리 진심으로 르네에게 흔들리는 꽃송 앞에서 그녀가 자신을 두려워함을 안 뒤 잔인하게 눈빛을 빛내기 시작한 승주르네의 변모가 15주간 송을 찾으며 애타하고 조심스러워할 때와 감정의 색이 판이하게 달라 살벌했다. 어리숙하고 순수한 줄 알았던 사람이 사실은 그냥 겁쟁이었을 뿐이고 그 속에 아주 잔인하고 추악한 남자를 감추고 있었다.
얼핏 18일에 멍뭉꽃에서 동화송을 대하던 영민르네에 비해 다정해보일수도 있었지만, 그 다정함이 승리자의 도취적인 느낌이라 더 냉정하고 무심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르네와 달리 동화송은 처음에 이용 목적으로 그에게 접근해놓고 점점 그에게 흔들리고 마음을 뺏겨가는 게 느껴져 안쓰러웠다. 첫날 밤 르네에게 불을 꺼달라 한 뒤 눈물을 훔치는 송에게서 그에게 진짜 사랑이 아닌 스파이로서 본격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 느껴졌고, 그와 동시에 순수할 수 있었을 르네와의 관계가 진심이 없이 변질될 거라는 것도 아는 것 같았다.. 아마 성숙하고 세상을 아는 동화송은 다 무의식적으로라도 느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네와 지내면서 그는 그에게 마음을 다 주었고, 자기도 모르게 그를 붙잡기 위해 임신했다며 거짓말을 하고, 가능한한 흔들리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순순하게 대하던 친동무에게도 아이를 구해달라 강하게 맞섰다. 그렇지만 송이 애써 지키고 싶었던 행복은 결국 깨졌고, 르네가 자신을 거부할 걸 이미 알았던 건지 재판장에서도 계속 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누르던 송이 참 안타까웠다.
영민르네는 덜 자란 미성숙한 인물이고 자기밖에 몰라서 예상된 비극이었다면, 승주르네는 자존감이 바닥난 성인 남성이 한 사랑을 잔혹하게 버린 느낌이라 이렇게 안타까운 것 같다. 누구보다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하고, 중국에게 만행을 저지른 일본에 대한 분노도 남다른.. 스파이 행각을 할 지 언정 곧은 인물인 송이 잡아주지도 않을 사람에게 애처롭게 매달리는 건 동어반복일지라도 정말 너무 안타까웠다.
르네는 정말... 송의 마음을 확인한 뒤의 승주르네는 도취적이고 나르시즘에 젖어있었는데, 쭈굴쭈굴 구석에 박혀있는 것 밖에 못하고 자기 주장도 약하던 티미한 사람에서 어깨를 쫙 펴고 거들먹거리는 남자로 변모했다. 한 여인의 복종을 얻어낸 뒤 남자 행세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정말이지 남자답지 못한 인간이라는 게 우습지만, 그는 드디어 남자라는 신의 세계에 속함을 만끽하니 송과 지낼 때 그는 정말 행복했을 것 같아서 더 우습고. 마지막 자결씬에서 잔잔하고 덤덤하게 말을 잇는 모습은 슬픔보다는 회한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송 릴링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어떠한 회상도 감정도 남아있지 않고, 오로지 자신 환상과 남자가 깨진 것에 대한 회한만 존재했다. 그는 남자도 아닌 자신에게 수근거릴 세상에서 도망치기 위해 자결한 것 같았다.
자기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의 가치를 자기 안에서 찾지 못하는 참으로 못나고 나약한 르네였어. 이런 나약한 사람은 곧고 세계가 반듯한 송에게는 참으로 아까운 이인데.. 그런 남자에게 사랑을 바친 송의 진심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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