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후기

20250903 인디 뮤지컬 청새치

by All's 2025. 9. 12.

 

2025년 9월 3일 인디뮤지컬 청새치 캐스팅 보드
밀러/루소 역 - 김서연
그레고리오/에벌린 역 - 박슬기



캐스트
밀러/루소 역 - 김서연
그레고리오/에벌린 역 - 박슬기


=====================================================

[시놉시스]

전쟁소설을 집필한 작가 밀러는 연속된 출판 실패 이후,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쿠바의 바다로 향한다. 쿠바에 도착한 밀러는 까만 마다를
마주하고 다시 한 번 절망하게 되고, 스스로 바다에 들어가 삶을 끝내려 하지만
차오르는 두려움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때 쿠바의 어부 그레고리오가 밀러의 어깨를 잡아챈다. 누군가와 착각했다는
말로 웃어넘기려던 그는 바다 앞을 떠나지 못하는 밀러가 신경쓰여
그의 주위를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

이후 밀러는 그레고리오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어부이며
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레고리오를 속여 그의 배를 타고 나가 바다 한가운데에 도착하게 되는데...

=====================================================


(+) SNS 감상


서연이가 효녀예요... 이런 극을 해줘서 내가 볼 수 있게 해주고ㅠㅠ 고마워서 어쩌지ㅠㅠ

결국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안 사랑하겠어. 전쟁과 자연 속에서 소중한 이들을 잃고 누군가는 삶의 의욕을 잃어서, 또다른 누군가는 복수의 집념으로 나아간 바다에서 결국 그들이 찾아낸 내일이 같지 않음까지도 너무 좋았다. 과거가 현재를 구하고 그렇게 걸어가는 일. 아름다워ㅠ 여단이... 내 취향 아닌데 이어서 본 청새치는 너무 내 취향 재질이라 더 재밌게 본 감이 없잖아 있긴 한데 청새치만 보았어도 충분히 벅차고 울고 나왔으리라 싶다. 내가 너무 좋아하고 지금의 나에게 너무 필요한 이야기였어. 그냥 살아가자는 이야기.

슬기배우를 사실 섬에서 보았을 때는 목소리 예쁘고 노래 잘하시고 근데 크게 내 취향의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는데 너무 좋더라ㅠ 에벌린일 때의 맑게 반짝이는 눈빛이 너무 예뻐서 밀러가 그런 친구를 잃은 슬픔에 허덕이는 것도, 그레고리오 일 때 마냥 바다와 뱃일을 사랑하지는 않는 애증을 살짝 비칠 때도 너무 좋았어. 그레고리오가 밀러에 비해서 그늘의 유무도, 이유도 늦게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구조인데 중간중간 포석을 잘 깔아두시더라. 감히 바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이에게 분노하는 그 순간이 그저 바다가 소중하지 않음을 너무 잘 깔아주고 가셨다ㅠ

밀러가 에벌린과의 추억을 마지막 희망으로 간신히 바다에 도달했을 때, 그저 쿠바의 바다에 간 것만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던 게 아닌 게 너무 좋았다. 막상 본 바다에서 느꼈던 건 밤같은 어둠, 물고기의 그림자조차 보일까 싶은 어둠이었기에 오히려 더 스스로를 놓을 뻔 했지만 그레고리오와 청새치를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인 밤의 그 절박함, 그 시간과 그로 인해 온 몸을 다해 부딪히며 만난 바다의 생명력 속에서 에벌린이 밀러에게 정말 만나게 해주고 싶던 비밀을 찾은 줄도 몰랐으나 찾게 된 게 너무 아름다웠다. 소중한 이를 잃은 절망 속에 죽음을 맞이했던 이야기의 끝이 당장 세상을 바꾸거나 구할 수 없어도 괜찮다는 결말로 달라진 것도 너무 좋았다.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는 나약한 스스로가 싫어서 어떻게든 찾고 싶던 희망과 의미를 온몸을 던져 알게된 뒤 쓰게된 이야기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라는 게 고맙고 소중했어.

그런 이야기를.. 서연이의 밀러와 루소로 처음 만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나에게 좋은 거야. 죽음을 간절히 바랄 때의 바다와 에벌린의 이야기 속의 '그 바다'를 정말 만났을 때의 바다의 모습이 서연밀러에게 다 담겨있었어. 절박한 어둠과 가능성이 고요히 빛나는 새벽을 만났다.

서연 슬기 둘다 몸을 잘 써서 움직임으로 무대를 쫙 채워내는 게 너무 좋았어ㅠ 무대가 2단 정도의 낮은 층으로 이루어진 바닥과 높게 올라간 2면 단으로 이루어진 정말 단순한 곳이 바다였다가 해변이었다 배 위였다가 되는데 안무를 열심히 짠 걸 배우들이 잘 수행해서 안 비어보이고 몰입 잘 됨ㅎㅎ

이 극은 좋은 의미로 좀 더 길어져서 또 올라오게 되길 기원하게 된다. 90분~100분 정도? 현재의 1인 2역 2인극 구성 자체는 4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친구들에게 희망이자 미련이 되고 또 그렇게 서로를 살리게 되는 연결점에 좋아서 좋은데 밀러가 바다로 향하게 된 배경 같은 걸 좀 더 풀어서 전할 수 있게 되면 더 좋을 것 같아. 여단과 이어서 극을 올리느라 단촐할 수 밖에 없기도 한 세트 상황이 청새치의 탈출을 밀러 배우의 손으로 하게 하는 부분이 다시 만져보고 싶다는 대사 전에 일부러 풀어준 줄 알았다가 아닌가보네 싶었는데 그건 인디가 아니라 메인 그라운드 형으로 올려지면 자본의 힘으로 해결해낼 부분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더 그랬어. 무대 뒤에 스크린을 써서 그래픽으로 만들어내거나 뭐 그런 방식이나 아니면 정말 열고 닫는 세트를 만든다거나 등등 무엇으로든ㅇㅇ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