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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50405 뮤지컬 무명, 준희 낮공

by All's 2025. 5. 19.

 

 

 

캐스트
이준희 역 - 강병훈
최정우 역 - 박상준
이연희 역 -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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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상실의 시대, 1940년대 일제 강점기.
부모를 잃고 과자점에서 일하고 있는 '준희'는 저녁마다 번역 일을 하고 있다.
문학적 감수성과 언어적 능력을 가졌으나 꿈을 포기하고 어린 동생 '연희'를 위해
돈을 벌며 살아가는 '준희' 앞에, 자신의 시집 출판을 도와달라는 '정우'가 나타난다.
'정우는'는 조선어로 쓴 그의 시를 훼손되지 않게 지키고 싶다.
"잃어버렸으면 말해야지. 그래야 존재하지."

'정우'에게 이끌린 '준희'는 점차 시의 세계에 매료되고, 그와 함께 시를 쓰기 시작한다.
"네게도 목소리가 있을까. 깨지 않는 꿈이 있을까."

한편, '정우'의 시는 조선인 학생들과 '연희'의 마음에 위로와 힘을 주지만,
조선어학회 사건이 터져 학회 선생님들이 줄줄이 검거된다.
이에 대한 부당함과 조선어가 사라질 위기감을 느낀 정우는
조선어를 지키기 위해 학생 모임을 시작하려 하는데....
무엇도 지킬 수 없는 상실의 시대, 두 사람의 청춘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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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감상

 

 

 

안녕 나의 아름다운 계절아.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그것이 찰나일지라도, 혹여 사라질지라도, 그럼에도 말하고 기억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돌고 돌고 돌아서 그 찰나들이 영원이 되는 마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극을 사랑한 나의 찰나마저 행복했다. 행복했다.

은영연희가 너무 소중하고 예뻐서 바라보다가 시선이 병훈준희와 마주치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내 동생, 유일한 나의 삶의 이유인 동생을 바라보는 병훈준희의 눈이 너무 반짝이고 예뻐서 울컥하고, 그러다가 정우의 시와 그가 소개하여 자신의 언어로도 만나게 된 우리의 세상과 감각에 들썩이는 그 눈빛을 보면 또 그것에 울컥하고, 그렇게 정우의 시 속에 그만이 있는 게 아님을 말하며 외로웠던 정우에게 그의 세상을 우리의 세상으로 만들어준 준희에게 마음을 활짝 연 상준정우가 그렇게 자신의 시를 사랑해준 준희와 그들의 세상에 기뻐하고, 연희를 잃어 무너지고 그의 시와 대답으로 만난 세상에도 마음을 닫은 준희를 살리고 싶어 기자에게 연락이 왔다고 거짓을 말하고, 또 나중에는 자신에게 선동 당한 것이라고 거짓을 말하라고 할 정도로 친구를 위해 오히려 자신을 놓고, 준희는 결국 자신을 위해서도 오히려 그를 살린 진심들 연희와 정우의 마음과 함께한 진심을 알기에 몸은 죽어도 마음은 남는 끝을 택한 뒤 남긴 유서의 검열된 부분까지 채워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사랑하는 이들도, 세상도 잃었다 여긴 정우를 결국 그의 틈을 채우고 살리면서 다시 살아 진심을 잇는 것으로 모든 아름다운 진심의 존재가 바로 설 수 있게 다시 살리는.. 그 모든 진심의 구원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이 극이 취향이기에 이 극을 사랑해서 오늘의 공연까지 만날 수 있었던 내 찰나의 마주침까지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보니까 이 극이 각 인물이 같은 순간에 다른 시점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산만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드디어 깨달아서 아주 완벽한 극이 아님을 알았는데 극의 굵직한 메시지에 집중하고 싶다는 맘으로 머리를 긴장시키지 않고 그냥 무대 위 서로를, 그리고 순간 순간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연희와 정우와 준희의 눈빛과 마음들을 따라가면서 보는데 그 안에 가득 담긴 진실을 넘어서는 진심의 아름다움을 담뿍 느껴서 너무 행복했고 충만했어ㅠ

 준희가 연희를, 연희가 준희를, 준희가 정우를, 정우가 준희를.. 그리고 그들이 서로의 마음과 시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결국 그들의 마음을 다 살려내고 지켜내는 아름다움이 현실을 살아가면서 막막했던 내 맘도 살려냈다. 나는 이렇게 진심의 힘을 이야기하는 무대를 사랑하며 사는 것으로 구원받고 있는 '우리' 중 한 사람이라는 걸 극을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어. 이 극 자체가 내 취향이지만 병훈준희, 상준정우, 은영연희가 각각 참 취향이었는데 셋의 합도 너무 아름다워 오늘로 자막을 함이 행복했다. 고마워요 이 시절 나의 준희 정우 연희임이.

물론 다른 캐스트들도 다 잘하고 서로를 보는 눈 너무 예쁘니 이들만이 예쁘다는 거 절대 아님. 그냥 오늘 보는데 서로가 서로를 보는 눈에 가득 담긴 애정이 너무 예뻐서 극 안의 그들이 무대 위에서 반짝이며 서로를 아껴서 커튼콜에 셋이 끌어안는 모든 순간까지 다 따스함이 유난히 내게 좋았다ㅠ

병훈준희랑 상준정우는 재연이 와도 다시 할 수 있을텐데, 은영연희가 아름다운 계절에서 상준정우랑 춤 추는데 눈 높이라고 해야하나? 그게 전보다 차이가 덜 나는 게 눈에 확 다가와서 내년에 이 극이 돌아와도 연희들은 다시 하기에는 멋지게 훌쩍 커있을 수 있다 생각하니 울컥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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