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랭보 역 - 김리현
베를렌느 역 - 안재영
들라에 역 - 박영빈
=================================================
[시놉시스]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나이,
랭보가 남긴 마지막 시를 찾아서-
1891년, 임종 직전의 랭보로부터
아프리카에 마지막 시를 두고 왔다는 말을 들은 들라에는
베를렌느에게 랭보의 시를 찾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1871년, 시인이 되기 위해 파리에 도착한 랭보는
권태로운 파리의 시인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느낀다.
자괴감에 빠진 채 오랜 시간 시를 쓰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베를렌느는
랭보의 시를 본 순간 송두리째 마음을 뺏기고
다시 시를 쓰기 위해 명예와 가족,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랭보와 함께 파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한편 홀로 고향에 남아있던 들라에는 삶의 목적을 찾지 못 해 방황하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극도의 불안을 느끼던 베를렌느는
결국 다툼 끝에 이성을 잃고 랭보에게 총을 쏘고 마는데...
=================================================
(+) SNS 감상
원래 내 취향은 굳이 아닌 이야기인데 요즘 삶을 버티어간다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 굳이굳이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또 완전히 새롭게 달려나갈 의욕이나 열망도, 삶을 완전히 포기하기에는 두려움이 너무 커서 괴로운 시기라 극이 내내 전하는 말들이 너무 와닿아서 먹먹하고 괴로우면서도 맘이 울렸다.
이 극이 이토록 보는 동안 와닿다가 결국 삶은 오롯이 행복만 할 수 없다고 그럼에도 버티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그 삶 자체가 시이고 아름다운 거라고 삶을 버텨가는 이들에게 버티자고 말하는 게 따스한데 내가 차마 온전히 그럴게라고 대답할 수 없어 먹먹하고 그렇기에 슬펐다. 이 공연에서 내가 지금 차마 힘을 얻어서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가겠다고는 못 하겠다. 그러기에는 지금 내 마음의 체력이 그럼 여력이 정말정말 없어서...
그렇지만 차마 세상 그 자체를 떨구고 나갈 용기도 그 안에서 생을 마감할 용기도 없지만 단 하나의 순수를 믿고 달려나가는 이를 바라보며 그 반짝임을 갈망하는 베를렌드를, 그런 그들을 보며 그런 갈망과 그로 인한 고통마저 부러운 들라에의 마음에 각자 내가 있어 나를 오래오래 바라볼 수 있어 공감으로 인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랭보 캐릭터 자체가 너무너무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야하는 게 처음에는 저렇게까지 길을 잡아줘야하나 싶었는데 보다보니 이건 베를렌느와 들라에의 눈에 비친 랭보니까 그들의 인생을 뒤흔드는 그의 모습이어야 하는 구나 싶어서 그런 것도 이해가 가더라. 그렇게 그들의 눈 속에 베를렌느에게는 악마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들라에에게는 오아시스 그 자체였던 랭보가 실은 그 스스로는 세상의 가혹함을 인정하기에는 오히려 아름다움을 너무나 절실히 믿기에 외로운, 그 외로움을 알아줄 이를 간절히 기원하기에 더욱더 외로운 이어서 가슴이 아팠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자신이 버티고 살아가고 세상을 그 자체로 그려내는 것 그 자체의 가치를 찾아낸, 치열한 고민 속에 자신과 세상과의 화해를 세상이 그 자체로 아름답지 않을 지라도 그걸 견디고 살아가는 이들의 진심이 아름답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루어낸 것이 따스하여 울컥했다.
극 내내 실제 배우들의 신장 차와 상관없이 베를렌느가 랭보보다 시선이 낮게 위치하게 항상 베를렌느의 회상 속에 있었지만, 랭보의 마지막 시 속에서 랭보의 온전한 목소리 속의 랭보와 폴은 그저 같은 눈높이를 가진 이라는 걸 초록 리프라이즈에서 보일 때 유난히 베를렌느와 랭보의 위치를 이용한 동선이 많아 그런 쓰임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음에도 일렁였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특별한 열망이 없는 평범한 자신을 고민하던 들라에가 동등하게 선 그들을 보며 무언가 나만의 특별함을 찾지 않아도 됨을 사랑하나 온전히 이해하는 건 아니라 여겼던 친구의 세계와 그의 세계를 그저 별개가 아닌 것임을 깨달은 것까지 다 좋았다.
랭보가 꿈꾸던 영원은 거기에 있겠지. 온 세상이 그 자체로 시니까.
난 역시 귀여운 계열의 연기를 하는 리현이를 좋아하는 게 맞아서 랭보라는 극의 랭보라는 캐릭터 자체가 김리현이라는 배우에게서 내가 평소 원하는 이미지가 아닌 건 맞는데 배우 특유의 절실함과 그 절실함이 어림을 자아내는 반짝임이 극 속 인물과 공명하는 순간을 느낄 수 있어서 매혹자적인 면모를 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리현배우를 처음 보기에 이 역이 좋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조합이었던 맆베를의 환청을 처음 알아차린 밤의 넘버 때 장면 중 둘이 나란히 앉아있는 순간에서 극 속 인물들의 나이와 지위를 떠나 같은 꿈을 꾸는 존재로서 같은 또래인 듯 마음과 웃음을 나누는 순간, 그 둘의 조합이 같이 무대에 선 히보를 본 적이 없음에도 순간 히보에서도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함께 어리게 웃음들이 아름다워 가슴이 순간 아프다고 느낄만큼 아팠다. 사랑이라기에는 갈망이고 열망이라기에는 애틋한 관계라 나는 너무 좋았어도 이 둘의 조합이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했다. 베를렌느가 자신의 온전하고 유일한 이해자라고 믿었는데, 그런 존재가 단 한명이라도 있으면 그래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베를렌느에게 자신이 순수한 시적 창작의 고통으로서가 아니라 정말 지옥이자 불행이기도 한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에 베를렌느를 몰아세우는 것 같으나 실은 자신이 갈갈이 찢기고 부서져가던 리현랭보의 비난받을 시, 착한 제자에서의 절망이 너무 아팠다. 어떻게 당신마저 나를 모를 수 있냐고 정말 날 이해했던 게 맞냐고 사실 누구보다 순수한 행복을 꿈꾸기에 거기에 닿기 위해 지옥에 떨어지자고 했던 게 역으로 다가와서 마음이.. 정말 너무 아팠어.
들라에로 만난 박영빈 배우는 처음 만난 배우었는데 노래를 잘하는데 내 취향으로 잘하셔서 좋더라. 여리게 노래할 때랑 강하게 노래할 때 좀 음색이 다른데 강하게 노래할 때 소리가 굉장히 내 취향이라 행복했네ㅎㅎ 랭보 넘버가 되게 맘에 들었는데 음색 다 취향이 조합이라니 기뻤다ㅎㅎ 그리고 랭보에 대한 그가 보이는 깨끗한 마음이 예뻤다. 온전히 그의 세계를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럼에도 그의 행복을 바라는, 섬세하고 예민한 친구의 외로움의 아름다움을 그저 느끼는 사람이라 예뻤다.
맆베를 생각보다 되게 좋았다. 자신이 이상향으로 삼는 기질에 자신이 속하지 않는다는 것에 오로지 꿈꾸는 이상만을 향해 달려가는 랭보의 기질과 그의 저돌성이 가져낸 야성석인 시를 갈망하지만 그게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그걸 억지로 자기 것으로 만들수도 없다는 것에 괴로워하느라 자신이 만든 세상의 아름다움을 오히려 모르고 파국을 향해 치달았지만 결국에는 그의 가치를 그대로 인정한 건 오히려 랭보였다는 걸로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이루는 과정을 보이는 동안 질투의 감정을 정말 다층적으로 연기해서 그게 너무 좋았다. 그런 질투를 알아.. 그게 나의 현실이야.
'공연 >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0322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낮공 (0) | 2025.04.11 |
---|---|
20250316 뮤지컬 베르테르 밤공 엄기준 이지혜 박재윤 류수화 김이담 (0) | 2025.03.17 |
20250228 뮤지컬 무명, 준희 (0) | 2025.03.03 |
20250223 뮤지컬 무명, 준희 녹화 중계 감상 (0) | 2025.03.03 |
20250220 뮤지컬 베르테르 (0) | 2025.02.23 |
250216 뮤지컬 고스트 베이커리 낮공 (0) | 2025.02.23 |
20250215 뮤지컬 무명, 준희 밤공 (0) | 2025.02.23 |
20250212 뮤지컬 베르테르 밤공 (0) | 2025.02.23 |
20250209 뮤지컬 베르테르 밤공 (0) | 2025.02.10 |
20250130 뮤지컬 베르테르 낮공 (0) | 2025.02.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