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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20303 뮤지컬 프리다

by All's 2022. 12. 6.




캐스트 - 최정원 전수미 정영아 황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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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정말 좋다.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시련이 많아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굴곡진 삶을 살아내 버텨온 사람이 자신의 삶을 쇼로 구성해 말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 자체가 뭉클한데 그 쇼의 끝이 쇼의 엔딩이 아니라 쇼의 진정한 시작인 부분이 정말 특히 감동적이었다.

내 몸이, 내 삶이, 내 인생이 어떤 형태로 바뀌고 흘러갈 지라도 그게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게 반짝이거나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저 일어나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이렇게 사는 게 사는 건가 싶은 떨쳐지지 않던 무의식에 던져주는 위로가 너무 좋았다.

프리다는 물론이고 레플리하, 데스티노, 메모리아 모두가 쇼의 크루로서 프리다의 인생 속 인물들을 오가는데 배우들의 반짝이는 역량으로 프리다의 회상과 쇼를 오가는 느낌이 재밌다. 개취로는 약간 지루한 부분도 있긴 한데 전체 이야기가 좋고 리허설에서 다시 쇼로 끝나는 구성 자체가 너무 좋아. 오늘의 쇼가 끝난 건가 생각하는 순간 끝이 아니고 진정한 쇼가 시작되는 바로 그 부분이 삶이 모두 끝난 건가 절망에 찼을 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살아내면 진짜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의미 그 자체가 된다.

연출이 좋은 부분이 정말 많았고 거울이자 캔버스를 상징하는 무대 세트도 맘에 들고 많은 부분이 좋았지만 디에고와의 결별과 부서져가는 육체 속에서 고통과 절망 속에서 놓아버리려던 자신을 끌어내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리고 또 그리는 프리다를 내리는 꽃잎 속에서 춤추는 것으로 표현한 부분이 정말 압도적으로 좋았다. 육신이 갇혀버리는 고통을 유년과 청소년과 성인이 될 때마다 겪어낸 한 사람이 자신이 그려내는 그림과 만들어내는 예술 속에서 그녀가 지키고 찾고자 하는 나를 놓지 않고 세계를 넓혀가는 걸 몸으로 그려내게 표현한다는 게 모순적인데 예술 속에서 그녀가 자유롭고 완전했다는 그 자체 같아서 그게 그냥 너무 좋다. 프리다가 움직이고 춤추는 동안 꽃잎이 뿌려지는 구역이 넓어지며 조명으로 그 구역들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이 말하는 세계의 확장이 갇혀있지만 갇혀있지 않은 존재를 그 자체로 보여줬고 압도적이었다. 정말 너무 좋았어.

넘버는 리프라이즈가 꽤 있는 편이긴한데 그게 지루한 종류가 아니고 이야기와 잘 맞물려서 리프라이즈 되어서 좋다. 뮤직비디오로 먼저 공개된 코르셋 넘버는 후련한 부분일까 했는데 극으로 만나니 눈물이 울컥났다. 교통사고, 남편의 불륜, 유산 등등 자극적으로 그리려면 끝장나게 자극적으로 그릴 수 있는 부분들을 포르노적으로 만들어내지 않아서 그게 또 정말 좋았다. 불편하지 않은 관극이란 건 정말 소중해ㅠㅠ

최정원 프리다는 뮤지컬의 신입니다. 아무도 반박 안 하실 거 알지만 반박 받지 않을 것이며..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라도 결국 살아내는 사람의 인생의 역사를 연기하는 뮤지컬의 역사를 본다는 건 특별하게 뭉클하다ㅠ 정원배우가 어느 시상식에서 계속 포기하지 않고 연기해서 다시 여우조연상을 타는 날이 있기를 바란다고 하시는 걸 보며 아니 왜요 주연상을 또 타셔도 될 분이 그런 말을 하세요라고 생각하면서도 세월이 흘러가며 맡게 될 역이 작아지더라도 계속 무대에 서겠다는 다짐 그 자체를 말하시는 게 참 멋지고 감동적이었는데 이 극 주연상으로 그때의 다짐 돌려받으시면 좋겠다ㅠ

정원프리다가 너무 좋았으니 애배인 소향프리다는 또 어떻게 다르고 좋을 지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공연 기간이 방심하다가 놓치지 쉬울 타이밍에 걸쳐있으니 자둘자막 각을 잘 잡아봐야지🙏

수미배우의 레플레하가 극의 유머를 다 잡고가야하는 역인데 능청스럽게 너무 잘하셔서 즐거웠다 시국이 이래놔서 호응 대신 박수를 유도하며 토크쇼와 뮤지컬의 경계에 선 극에서 관객의 흥을 이끌며 지루할 수도 있을 부분을 즐겁게 넘기게 만드셔야하는데 너무 잘하셨어.

정영아 데스티노와 황우림 메모리아는 전캐 캐스트에서 딱 못사인 두 분이었는데 자첫 인상이 매우 좋다. 노래와 연기 타고난 무드가 주는 배역과의 싱크로 모두 좋았어.

레플레하와 데스티노는 극 중 쇼 안에서 남자 역할을 연기하기에 트라이아웃 때와 달리 남배로 바꿔서 캐스팅할 수도 있었을텐데 4명의 캐릭터 다 여캐여서 자연스럽게 젠더 프리 연기하는 여배우를 보는 거 매우 긍정적이었고 그게 떼창이 많은 넘버 구성에서 여자 남자 섞으면 음악 편곡 복잡해져서 유지된 거라고 해도 결과가 올 여배극이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긍정하고 있다. 줬던 젠더 프리 뺏는 거보다 백배는 긍정적임ㅠ

오늘의 내 자리는 우측 객석 쪽 S석이었고 배우들이 눈 맞춤도 많이 해주고 해서 소외감은 딱히 없었는데 프리다 얼굴 보고 싶은데 등만 보이고 우측 세트 상단은 좀 잘려보여서 S석이 S석이구나 싶긴 했다. 다음 관극은 R석 가보고 싶음

중간에 밴드 소개하는 타이밍 밴드 소개 후에 악기별 소개가 안 이어져서ㅋㅋㅋ 너무 배우들 옷  갈아입으라고 있는 부분인 거 좀 티나긴 하는데ㅋㅋㅋㅋ 밴드 연주가 좋고 막 길지 않아서 그것도 나름대로 흥 난다. 락알못이지만 알못 귀에 밴드 퀄리티 좋아서 그것도 호.

캐스팅 보드에 이 거울 아트 의도도 알겠고 그 의도 매우 맘에 들지만 쫄보는 여기 얼굴 비치게 사진 못 찍겠어요ㅋㅋㅋㅋ




무대 세트 장치 중 별 조형물이 객석 위까지 이어져있는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흐려서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이 프리다가 힘들어도 살아가는 것처럼 역시 살아내고 있는 이들이라는 걸 은유하는 게 아닐까 과몰입 오타쿠다운 생각을 하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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