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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20218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밤공

by All's 2022. 12. 5.




캐스트 - 전동석 카이 해나 김지우 서현철 김대종 박이든 장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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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세상이 잔인했대도 빅터 너도 그랬으면 안 되는 거야라는 마지막 끈을 놓아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그게 많이 흔들린다. 그저 평범하게 남들처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살아가고 싶었을 뿐인데, 근데 그걸 소중한 사람들마저 허락하지 않아서 잔혹한 끝으로 밀려가버렸네

격투장에서 해나까뜨가 살고 싶다고 울부짖다가 자신의 몸을 차는 순간 사지가 꺾여 바닥에 버려진 채로도 까뜨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던 카괴의 눈에서 빛이 꺼졌고, 살아가야할 이유가 없어진 괴물이 창조주에게 전한 복수로 소중한 이들이 자신때문에 죽어가는 것의 반복에 이미 죽을 각오로 북극에 가 미련없이 총을 쏜 빅터가 자신이 한 일이 소중한 이가 자신때문에 죽는 걸 넘어 자신의 손에 죽어버린 것에 복수조차 사치인 존재가 되어 절망하는 것을 보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고 절규할 때 그건 네가 결국 너를 위한 선택만을 해서..라고 반문하려다 하지 못 했다.

카앙에게 동빅이 유일한 친구, 이루고 싶은 꿈의 소유자이자 그 자체인 특별한 존재였던 것과 달리 동빅에게 카앙이 그렇게까지 어마어마하게 특별한 존재는 아니었던 것으로 느껴져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결심을 하며 심지어 그 마음에 흔들림마저 없는 카앙의 굳건한 마음의 크기에 앙리가 죽고 자신의 가족들은 살인자의 친구의 가족이 되어 그래도 지켜질 것인가, 아니면 자수하여 가족들이 살인자의 가족이 되게 할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하다 사람의 목숨을 저울질하는 끔찍한 존재만은 되지 말고자 자수를 한 그의 마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앙리의 마음에 살아남아 실험을 하는 자로 운명지어지는 순간이 섬뜩했는데 그 운명의 끝이 그래서 결국 모든 걸 잃고 그리워할 자격마저 상실하게 되는 건 이건 너무 가혹한 거 아닐까 싶어져 버렸다.

카앙괴는 앙리로서는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자 지키고픈 신념에 목숨을 바쳤고, 괴물로서는 만들어진 뒤 처음으로 생긴 꿈의 장소에서 지키고 싶었으나 지키지 못한 이를 잃고 얻었던 절망에 대한 복수를 이뤘고, 그가 설혹 앙리를 온전히 찾은 상태였대도 자신이 생명창조의 올가미를 씌운 존재를 직접 더는 그 일을 할 수 없게 끝을 낸 것이기도 하기에 그가 괴물이든 앙리든 결국 눈을 감은 그 평온한 표정 속에서 저 존재는 가장 가여웠으나 편안하겠구나 싶었다. 까뜨린느에게 찾고 싶다 했던 평화를 얻은 것처럼 느껴졌다. 

단 하나의 미래 때도, 생명 창조 때도, 신 당신이 고귀하다고 하며 신만이 주관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바로 그 생명과 그 생명을 쥐락펴락하며 만들어내는 가혹한 운명의 사슬을 끊겠다며 눈을 치켜뜨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건방진 인간을 완벽하게 좌절시켜서 신에게 도전하지 못 하게 하리라는 마음으로 하는 거냐며, 그게 신의 뜻이라면 신이야말로 지독하고 가혹하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와 결혼하자는 약속의 손가락에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지 못 하고 그저 그 손을 잡으며 나와 함께 있으면 불행해진다며 겁을 내고, 울지 않을테니 혼자 두지 말라며 울며 돌아선 누이의 뒷모습을 보며 강해져서 돌아가겠다 다짐했을 한 사람은.. 당신의 자식이 아니었나요 신이여. 복수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난 괴물과의 재회에서 그 존재를 다시 품을 말을 바로 꺼내지 않고 왜 돌아왔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물은 것이 당신이 준 마지막 기회를 저버린 건가요. 그게 시험인 줄도 몰랐을 이가 시험을 통과하지 못 했으니 남은 건 단죄 뿐이라며 평생 그의 인생을 틀어준 소중한 이들이 자기때문에 죽는 고통을 겪고 또 겪으며 그들의 복수를 한 뒤 살아갈 이유가 없는 세상을 떠나려던 마지막 결심마저 무너지도록 그를 위해 목숨을 내던진 친구를 자기 손으로 죽인 자로 만들어 복수마저 허락받지 못 한 자가 되어 왜 내게만 이렇게 가혹한가 홀로남아 울부짖는 게 지독하게 안쓰러워서 차마 처음에 괴물을 책임지지 않은 것, 앙리를 끝까지 지키지 않은 것을 탓할 수가 없어져버렸다. 애초에 괴물을 죽이고 자신 역시 그 곳에서 죽기 위해 갔을 북극에서 자신이 죽인 것이 괴물인지 친구인지, 그래서 스스로가 무엇을 한 것인지도 알 수 없기에 자신마저 잃어버린 존재가 된 동빅이 기다려, 금방 갈게라며 그와 달리 평화를 찾은 친구인지 적인지 알 수 없어진 이의 몸뚱이를 끌어안고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말하는 것이 너무 슬펐다. 생명을 창조하고 죽은 이를 되살려 소중한 이들을 잃고 싶지 않았던 이가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 있게 한 이 이야기 속의 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렇게나 온전히 인물의 운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낸 오늘의 동빅이 너무 대단해서 본진이 너무 잘해서 뿌듯한데, 근데 그래서 만들어진 끝이 너무 가혹해서 맘이 정말 너무 슬프다.

극 자체가 희망을 안 줄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운영하는 컴퍼니의 운영 방식이 너무 아전인수격인 것에 그럼에도 배우를 보고 싶다는 이유로 가고 마는 스스로의 못남에 대한 환멸을 안고 공연장에 간 거라 집중을 제대로 못 할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집중 못 하기는 개뿔ㅠ 원하던 거 하나 그저 행복이었는데 그 행복을 위해 가야한다 믿었던 길이 잘못된 선택지였다는 이유로 내몰리고 떠밀리고 부서진 한 인간 빅터 프랑켄슈타인에 이렇게 몰입해 본 건 처음이라 동 진짜 잘했다 너무 대단하다 진짜 멋지다 그리고 그래서 오늘 너무 슬펐다 반복 중 연기가 좋았던 게 제일 좋지만, 오늘 자체자막하면서 총첫부터 달에 한 번씩 만나올 동안 진짜 꾸준히 노래도 너무 잘했고, 오늘도 진짜 잘했고 꾸준하게 멋지구나 새삼 뿌듯하고 좋았다. 마지막까지 힘냅시다 파이팅.

해나배우의 줄리아와 까뜨린느 늘 좋았다는 후기를 남겨왔지만 진짜 오늘도 너무 좋았네.   해나배우의 줄리아 내가 본 줄리아 중에 진짜 제일 나쁘고 제일 이기적인데 근데 그게 참 좋다. 오늘은 특히 동빅이 줄리아에 대한 성애적 사랑보다는 나를 아낀다는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줄리아에게 마음을 주는 거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느낌이 강했어서 빅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빅터를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는 왜, 그대없이는, 오늘 밤엔 등에서 빅터가 약해지는 틈을 놓치지 않고 빅터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느낌을 줘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와 반대로 까뜨린느는 너무 순박하고 인간적이라 간지럼을 태우던 괴물과 같이 웃음이 터져버린 뒤 해나까뜨가 카괴의 머리를 강아지 쓰다듬듯이 만져주며 웃을 만큼 다정하고 착해서 캐릭터 단짠단짠이 어마어마해ㅠ 진짜 정말 너무 잘해ㅠ

그동안은 카괴 십자가 문신 배덕하다는 감상을 느껴왔는데 오늘 난 괴물에서 엎드려서 어젯밤 꿈 속에서 누군가 날 안아주는 꾸는 꿈을 꾸었다고 할 때 유난히 십자가가 눈에 박히고, 그 뒤 일어나서 절규할 때 신이 선택한 빅터의 처형자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을 받았고 엄청 좋았다. 앙리일 때 나 대신 살아서 우리의 꿈을 이루라고 동빅을 선택의 여지없이 살아남는 길로 밀어붙일 때도 운명을 지우는 느낌이었는데 그때의 앙리는 빅터를 단죄하려는 신의 빙의였을까라는 생각마저 잠깐 다시 하게 한 새로운 감상이었네.

오늘같은 날은 배우 본체도 신나서 아 나 좀 잘한다 쩌는 듯 하면서 지금 신나서 꿀잠 중 아니실까 헛생각도 하며 대레전 곱씹는 중. 문득 다시 떠오르는 순간 하나하나가 다 좋네. 괴물의 격투장에서의 처참한 삶을 전해듣고 그래서 복수를 원하냐고 되물을 때 흔들렸던 눈빛 같은 거랄까

앙리를 되살린 게 아니니 실패한 실험의 결과로만 생각했는데 그래서 실험일지와 함께 사라진 그 존재를 찾아서 실패한 실험의 결과는 정리하고 다시 실험 시작해야한다는 생각만하면서 스스로가 만들어낸 존재가 보살핌이 필요한 생명이었다는 걸 자각한 때였는데, 그걸 이어가 속죄할 기회없이

휘몰아치는 복수의 칼날에 깨져간 게 비극적이라 그 찰나의 순간이 이어지지 못 한 게 새삼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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