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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20113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by All's 2022. 12. 5.




캐스트 - 나하나 임선애 방진의 이주순 임강성 민채원 허채윤



(+) 트윗 감상


하나배우 목소리는 진짜 보물이야ㅠㅠㅠㅠ

지금 굉장히 맘에 드는 중인데 (시작하면서 하나퍼씨 노래 시작하자마자 자둘각 섬) 다 보고 난 다음에 꼭꼭 담아서 써야지하고 기다리는 중. 좋다ㅠ

누구도 자기를 지켜주지 않았는데 누군가를 지킬 꿈을 꾸고 약속을 하고 그걸 마음에 품고 사는 따뜻한 사람을 보며 어떻게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콘테스트 광고글을 위해 길리앗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순간을 비롯해서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줄 아는 퍼씨의 눈부신 능력이 얼어붙어있던 길리앗을 녹이고 그리고 그런 퍼씨로 인해 자신을 찾은 이를 통해 정작 자신의 상처는 아물리지 못 했던 퍼씨가 치유받아가는 순간이 너무 아름다웠다.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따뜻한 극이야.

매다리 좋아하셔서 좋아하실 것 같다는 얘기를 트친님이 해주셨는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음악적 색과 조명을 통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계절감, 그리고 한 사람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적 구성이 매다리적으로 좋다면(트친님의 예상 적중) 이게 극 자체의 서사나 감성이 또다른 애정극인 러브레터를 떠올리게 하는 게 있어서ㅠㅠ 뮤지컬 러브레터 좋아하셨던 분들도 너무너무 잘 맞으실 것 같다. 고통과 상처로 과거에 붙들려 있던 이들이 다시 현실에 발 붙이고 걸어나갈 힘을 얻게 되는 순간이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웠어ㅠ

영어를 잘 못 해서 루시의 뜻이 빛이라는 것처럼 퍼씨의 뜻도 그런 걸까 검색해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스핏 속 퍼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만큼 퍼시라는 인물에게 가득한 빛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퍼씨는 5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다 출소한 뒤 책 속 사진으로 본 길리앗 폭포의 빛을 찾아 그곳에 간 거지만 아무도 제대로 보지 않아서 숨겨져있던 길리앗의 반짝임을 길리앗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퍼씨로 인해 그곳이 다시 생기를 찾고 반짝이기 시작하고 모두 각자만의 잘못된 창살에 갇혀 살던 이들이 창살을 깨고 진짜 자신이 되어가서 퍼씨가 어떻게 빛이 아닐 수 있을까 생각할 수밖에ㅠ 퍼씨는 자신이 어디에도 머물 수 없는 들새라고 했지만 퍼씨는 그저 머물 둥지를 틀 곳을 조금 늦게 찾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ㅠ 그 곳을 찾는 길이 너무 험하고 외롭고 고통스럽기도 했겠지만 이제는 자신이 찾은 따뜻하고 다정한 둥지에서 그녀가 찾아준 온기로 또 퍼씨를 웃게 해줄 다정한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겠지. 검은 밤 창살 속 비치는 갈라진 달빛이 아니라 오롯이 창문 사이로 쏟아지는 달빛에도 웃던 하나퍼씨가, 홀로 서서 차가운 달빛 마저 따스히 여기던 이가 다정한 이들과 나란히 서 따스한 가을빛 속에 환히 웃는 순간이 너무 좋았다ㅠ

그리고 감히 말하건데(본사이나 다관람 안 해서 잘알은 아니라 조심스럽) 폭포를 만난 퍼씨가 노래하는 씬 넥투노 빛 생각나지 않나요ㅠㅠ 꿈꾸던 빛을 만나고 삶의 의미를 찾는 상황적인 면모도 면모지만 무대 세트 안에서 뿜어져나오는 빛을 보며 그 생각이 너무 났고 좋았다ㅠㅠ

그리고 스핏파이어 그릴 정말 좋았던 점이, 5년 복역을 했다는 배경과 초반에 마을 사람들 대할 때의 겁을 먹어서 더 방어적인 듯한 태도로  퍼씨가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는데 그 트라우마가 생긴 과거가 밝혀지는 동안의 묘사가 폭력적이지 않아서 정말 좋았다.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위로를 건네기 위해 만들어진 목적에 비해 트라우마 상황이 관객에게 밝혀지는 씬의 연출이 과하게 직설적이고 폭력적이라 오히려 관객이 그 자체로 괴로워지는 극들을 보면 안타깝거나 가끔은 불쾌하기도 한데 폭력적 묘사없이 그저 그 과거로 괴로워진 퍼씨의 마음만을 보니 고통 전시에 대한 불쾌감으로 가려지지 않고 퍼씨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비교해서 까내리겠다는 게 아니라, 스핏 보는 동안 서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주동 여성 인물들이 있고 그 중 한 명에게 질투를 느끼는 열등감 덩어리 남캐가 있다는 점에서 포미니츠 생각이 났는데 내가 포미니츠의 좋은 부분들이 매우 맘에 드는 것과 별개로 과거 제니가 당한 폭력에 대한 묘사와 연출, 그리고 뮈체와 뢰벤, 교도소장의 이야기적으로 과한 비중 등이 극의 몰입을 방해하거나 이야기에 군더더기로 작용했던 게 안타까워서 올해 다시 올 때 꼭 더 좋아져서 오길 바랐던 부분이 스핏파이어 그릴을 보는데 바로 여기에 있네 느낌표가 떠서 생각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인물의 상처를 그리는 방식과 수위가 낮아도 인물의 고통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또 너무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되는 이야기가 있다는 걸 포미니츠 제작진이 다시 돌아올 때 꼭 이뤄내면 좋겠다.

이런 게 참 좋은데 저런 게 너무 별론데 그래서 안 그런 길이 뭔데라고 하기에는 아는 게 없어서 그냥 욕만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답답했는데 스핏파이어 그릴이라는 작품이 바로 그 좋은 예시로 따뜻하게 반짝여서 너무 행복하다ㅠ 정말 멋진 작품이야ㅠㅠ

배우들이 너무 잘하고 좋았는데 이렇게 극이 충만하게 행복하면 오히려 배우별 얘기를 잘 못 쓰는 사람이라 답답해 죽겠는 마음이네ㅠㅠㅠㅠ

하나퍼씨, 선애한나, 진의셸비는 갓갓갓이에요ㅠ 세 친구들 너무 최고야ㅠㅠ 채원에피 얄미울 수 있는 인물의 얄미움과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부분을 너무 잘 살리시고 주순조 무해하게 설레고 은근 멋져서 좋다ㅋㅋ 강성케일럽 연기 좀 아쉽긴한데 막 너무 나쁘지 않고 채윤배우 눈빛이 참 좋더라ㅠㅠ

하나배우 도리안에서 샬롯 하실 때도 와우 목소리 우와 노래!하긴 했지만 성남 3층 너무 멀어서 연기적 능력까지 제대로 만난 건 뮤지컬 테레즈였고, 그 테레즈의 처음을 열 때의 모든 게 허물어져있지만 그럼에도 형형히 빛나는 눈빛에 바로 사로잡혔었는데 그 뒤 만난 인물들도 다 좋았어서 오늘도 좋겠지 난 하나퍼씨 좋겠지 생각했다만 아 또 극의 문을 여는 순간 심장이 털리게 하셨는데 스핏은 따쓰한 끝도 이루니 아픔에서 일어나 따스한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황홀하게 해내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는 게 특히 너무 좋았다ㅠ 좋아하는 배우의 결을 하나 더 볼 수 있는 행운을 잡은 날이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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