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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10425 연극 관부연락선 낮공

by All's 2022. 11. 29.



캐스트 - 황승언 제이민 이한익



탐라에서 소소하게 사랑하시는 분들이 계시고 캐스팅 중에 제이민 배우를 좋아해서 궁금해서 보고 왔는데 후기 옮기는 거에 게으름 피웠더니 벌써 총막날이 왔네ㅠ 만듦새가 기깔나지 않아도 마음에 품는 극이 몇 개 있는데 관부연락선도 그 안에 넣어놓을래. 지금도 많이 눈물나게 했지만 좀 더 잘 다듬어서 재연도 올라오고 그랬으면 좋겠다.

밀항자인 홍석주와 투신자살을 했다가 그녀에게 구해진 윤심덕이 사람들을 피해 숨어있는 하룻밤의 이야기라 사건이 극적인 게 없어서 솔직히 좀 극 진행이 지루한 구석이 있기는 한데, 서로 대척점에 있던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진실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각자의 삶을 이해하고 그 대척점에 선 인생들 역시 사실은 그저 살아내기 위한 고단함을 버텨낸 것들임에 같다는 걸 알아가고 이해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 모두 제각각의 고통을 끌어안고 살았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라 보다보면 굉장히 뭉클해진다. 낡고 초라한 석주의 담요가 물에 뛰어들었던 심덕의 옷가지를 말리느라 그 옷을 벗겨두고 심덕에게 석주가 담요를 덮어준 그 순간부터 석주와 심덕의 옷가지가 극이 진행되면서 하나하나 섞이게 되는데, 그렇게 섞이던 서로의 옷가지들이 완전히 뒤바뀌고,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다가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서로의 삶과 선택에 대해 각자의 간곡함을 담아 이야기하며 각자 진짜 바라던 삶을 향해 이전의 삶을 죽이고 나아갈 결심을 말하고 이별하는데 그냥 삶을 다시 살아가고 싶은 방향대로 진짜 내 삶을 살아가고 싶은 그들의 그 마음도 너무 알겠고, 내가 석주와 심덕의 마음을 알듯이 심덕과 석주가 서로를 알아갔을 게 너무 뭉클해서 아 이래서 옷 아예 바꿔입겠지, 석주 수첩에 쓰는 건 편지겠지 등등 극을 보면서 줄거리 이렇게 가겠다 생각 다 해놓고도 그냥 눈물이 났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밀항해서 숨어있는 처지면서 투신하는 여인을 살리겠다고 석주가 물에 뛰어든 그 순간부터 울컥하는 시작이긴 했는데, 자신의 삶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혐오하던 그들이 석주가 심덕을 구해낸 뒤 심덕이 석주의 영혼의 결심을 끌어내는 걸로 이어지는 방향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첫 시작에 말했듯이 굉장히 재미있는 종류의 흐름은 아니긴한데 딱 작정하고 만들어낸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방향으로의 진행이 확고하고 생의 끝에서 만났고 단 하룻밤 만나고 헤어질 인연이라 그저 서로에게 거짓이나 말하던 사이가 또 그렇게나 진실되어 지는 것이 주는 설득력이 있었어. 그리고 사실 윤심덕 김우진 실화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어보는 거잖아. 윤심덕이 그렇게 김우진과 투신하여 죽고 끝난 게 아니라 잘 살아서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투신한 비운의 여인이 아니라 그냥 잘 살아가는 한 사람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희망을 보여준 거 자체가 일단 좋았다.

이 극은 그리고 윤심덕 역 배우를 좋아하면 80분 내내 절대 행복이 보장된다^^

 

'귀여운 제이민 너무 오래 못 봤어!보고 싶어'를 약 80%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간 건데 보이 역할 배우는 등장이 짧아서 거의 실질적 2인극인데 심덕 노래하고 춤추고 귀엽고 멋있고 슬프고 애틋하고 상냥하고 다 하는 역이라 그저 행복했고ㅠ 제이민 헤드윅으로 처음 만났을 때 느낌 좋고 노래 잘하는 뭉클한 이츠학이라고 생각해도 엄청 잘한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리지 보면서 연기를 저렇게 잘했었나 했는데 (썸로는 역시 비중이 너무 작아..) 할 게 많고 감정의 폭도 큰 심덕도 깊이있게 소화해내는 걸 보니 너무너무 좋더라. 석주역 승언배우 드라마에서 볼 때 좋은 인상 가진 분이었는데 봤던 드라마들과는 다른 느낌의 뚝뚝한 역을 소화해내는 걸 보는 게 또 특별한 감상을 주셨다ㅠ 굳이 비교하면 윤심덕 계열의 역을 하시는 걸 많이 봤는데 또 다른 느낌 역시 해내는 걸 보는 게 뿌듯했어. 매체 연기는 아주 잘하시는 분이지만 무대 연기적 대사는 살짝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데 석주가 뚝뚝한 캐릭터라 그거 자체가 잘 묻기도 했고 감정 표현이 그 와중에 섬세하고 캐릭터가 정갈해서 좋았음. 보이 배우는 나쁘지는 않고 귀여웠다. 너무 분량이 적어서 깽판 치기도 어렵지만 또 그럴 때도 깽판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무난했다.

극에서 제일 마음에 와서 박힌 부분으로 슬쩍 애매한 마무리.

워낙 제이민 배우가 사랑스러움도 녹여서 소화하기도 했고 애초에 웃음도 유발한 부분이 맞아서 나도 웃었지만,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고 서른이 되어버렸는데 삶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 죽고 싶었다고 겁내고 두려워하며 심덕이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심덕의 마음이 뭔지 너무 알 것 같아서 웃으면서도 너무 슬펐다. 그 부분이 의도하는 게 심덕이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이 시들어가는 시기가 온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건데, 아무리 지금 나아졌다고 해도 아름다움과 젊음이 시드는 것에 대해 여성이 자신의 가치가 떨어져간다고 느끼는 공포감을 흰머리라는 단어 하나로 확실하게 은유하는 곳이라 인상 깊었다. 내가 나름 탈코까지는 아니어도 너무 꾸밈이나 아름다움에 연연하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몸무게가 많이 쪘을 때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서 살을 뺐는데 살을 빼려고 한 목적에 외양이 좋아지길 바란 게 솔직히 컸는데 그런 식으로 여성이라면 외모에서 느껴지는 아름답지 못 한 기준의 상태, 혹은 노화의 흔적에 예민해지는 부분이 마음을 건드렸다. 일단 내가 더이상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아니라는 불안을 훅 느끼게 하는 지표로 엄청 적절해서 마음에 확 와서 박혔네. 당장 내가 20대 후반에 흰머리 많이 나기 시작했을 때 느낀 불안과 두려움을 떠올리게 했고ㅠ 관부연락선이 말하는 불안, 남자 관객들도 감동을 느낄 부분이 있겠지만, 특히 여성이라면 내 삶의 불안을 투영할 부분이 많아서 공연을 보는 동안 나의 공포와 슬픔도 석주와 심덕과 함께 이야기 되고, 이해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관부는 여튼 좋은 이야기이고, 석주 심덕 향아 모두 행복하길 바라고 재연 올라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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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좀 극 진행이 지루한 구석이 있기는 한데, 서로 대척점에 있던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진실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각자의 삶을 이해하고 그 대척점에 선 인생들 역시 사실은 그저 살아내기 위한 고단함을 버텨낸 것들임에 같다는 걸 알아가고 이해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 모두 제각각의 고통을 끌어안고 살았다는 걸 보여주는데 석주의 담요가 심덕을 덮어준 그 순간부터 하나하나 섞이던 서로의 옷가지들이 완전히 뒤바뀌고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서로의 삶과 선택에 대해 각자의 간곡함을 담아 이야기하다가 진짜 바라던 삶을 향해 이전의 삶을 죽이고 나아갈 결심을 말하고 이별하는데 그냥 삶을 다시 살아가고 싶은 방향대로 진짜 내 삶을 살아가고 싶은 그 마음도 너무 알겠고, 내가 석주와 심덕의 마음을 알듯이 심덕과 석주가 서로를 알아갔을 게 너무 뭉클해서 아 이래서 옷 아예 바꿔입겠지, 석주 수첩에 쓰는 건 편지겠지 생각 다 해놓고 그냥 눈물이 났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밀항해서 숨어있는 처지면서 투신하는 여인을 살리겠다고 석주가 물에 뛰어든 그 순간부터 울컥하는 시작이긴 했는데, 자신의 삶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혐오하던 그들이 석주가 심덕을 구해낸 뒤 심덕이 석주의 영혼의 결심을 끌어내는 걸로 이어지는 방향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첫 시작에 말했듯이 굉장히 재미있는 종류의 흐름은 아니긴한데 딱 작정하고 만들어낸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방향으로의 진행이 확고하고 생의 끝에서 만났고 단 하룻밤 만나고 헤어질 인연이라 그저 서로에게 거짓이나 말하던 사이가 또 그렇게나 진실되어 지는 것이 주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 윤심덕 김우진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어보는 거잖아요. 윤심덕이 그렇게 김우진과 투신하여 죽고 끝난 게 아니라 잘 살아서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투신한 비운의 여인이 아니라 그냥 잘 살아가는 한 사람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희망을 보여준 거 자체가 일단 좋았다

네 그리고 이 극은 윤심덕 역 배우를 좋아하면 80분 내내 절대 행복이 보장되어서요^^ 귀여운 제이민 너무 오래 못 봤어 보고 싶어라는 마음이 약 80%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간 건데 보이 등장이 짧아서 거의 실질적 2인극인데 심덕 노래하고 춤추고 귀엽고 멋있고 슬프고 애틋하고 상냥하고 다 하는 역이라 그저 행복했고요ㅠ 석주역 승언배우 드라마에서 볼 때 좋은 인상 가진 분이었는데 봤던 드라마들과는 다른 느낌의 뚝뚝한 역을 소화해내는 걸 보는 게 또 특별한 감상을 주셨다ㅠ 굳이 비교하면 윤심덕 계열의 역을 하시는 걸 많이 봤는데 또 다른 느낌 역시 해내는 걸 보는 게 뿌듯했어

만듦새가 기깔나지 않아도 마음에 품는 극이 몇 개 있는데 관부연락선도 그 안에 넣어놓으려고 합니다. 지금도 많이 눈물나게 했지만 좀 더 잘 다듬어서 재연도 올라오고 그랬으면 좋겠다.

중간에 나가야 한다는 불안때문에 관대 앉아있는 동안에도 제대로 완전 집중해서 듣지 못 했는데ㅠ 그래도 제이민심덕이 석주가 옷 갈아입는 동안 약병을 볼 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게 너무 좋았다. 약병을 잡았다가 돌리고 내려놓는 심덕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그렇잖아도 궁금했고, 혹시라도 다시 삶을 버릴 갈등을 하나 과한 크리에잇도 잠시 했었는데, 약병과 석주가 갑판 아래 꾸려놓은 짐들을 보면서 석주가 살아냈을 삶의 기억? 흔적 등을 생각하는 거라고, 할머니 집에 가서 보면 보이는 그런 흔적들처럼이라고 알려주셨는데 말하는 제이민심덕도 울컥 하셨지만 나도 울컥 해서...ㅠ 그 짧은 하룻밤 인연의 사람의 삶의 고단함과 치열함을 생각하는 심덕의 마음씀이 너무 너무.. 너무 그랬다ㅠㅠ

워낙 제이민 배우가 사랑스러움도 녹여서 소화하기도 했고 애초에 웃음도 유발한 부분이 맞아서 나도 웃었지만,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고 서른이 되어버렸는데 삶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 죽고 싶었다고 겁내고 두려워하는 심덕의 마음이 뭔지 너무 알 것 같아서 웃으면서도 너무 슬펐다.

그 부분이 의도하는 게 심덕이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이 시들어가는 시기가 온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건데, 아무리 지금 나아졌다고 해도 아름다움과 젊음이 시드는 것에 대해 여성이 자신의 가치가 떨어져간다고 느끼는 공포감을 흰머리라는 단어 하나로 확실하게 은유하는 곳이라 내가 나름 탈코까지는 아니어도 너무 꾸밈이나 아름다움에 연연하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살을 빼려고 한 목적에 외양이 좋아지길 바란 게 솔직히 컸고.. 일단 내가 더이상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아니라는 불안을 훅 느끼게 하는 부분이라 마음에 확 와서 박혔다.

당장 내가 20대 후반에 흰머리 많이 나기 시작했을 때 느낀 불안과 두려움을 떠올리게 했고ㅠ 관부연락선이 말하는 불안, 남자 관객들도 감동을 느낄 부분이 있겠지만, 특히 여성이라면 내 삶의 불안을 투영할 부분이 많아서 공연을 보는 동안 나의 공포와 슬픔도 석주와 심덕과 함께 이야기 되고, 이해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관부는 여튼 좋은 이야기이고, 석주 심덕 향아 모두 행복하길ㅠㅠ
(타래 잘못 달기+내용 잘라 먹어서 또 다시 달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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