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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10127 뮤지컬 히드클리프

by All's 2022. 11. 28.



캐스트 - 문경초 이지수 문성일 주다온 박병훈 최백나 김도완 이재현 신우석 배명숙 박지은 정다예 양병철




(+) 트윗 감상

1막까지는 평범하게 재미없고 못 만든 상태인데 2막은 좀 재밌어지려나. 원작 내용이 방대해서 1부로만 한다고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젊은 시절만 하는 건데도 1막은 너무 장면 분절이네. 캐시는 좀 섬세하게 다뤄야 제대로 만들어질 캐릭터인데 대사가 암시할 인물의 마음 깊이를 앞뒤 장면이 받쳐주지를 못 해서 캐시가 손해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 원작없이 캐시를 보면서 캐시가 히드클리프와 에드거, 특히 히드클리프에게 갖는 마음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겠다. 캐시가 가진 변덕스러운 면모가 가진 혼란이 뭔지는 알고 만들어진 장면들이랑 대사가 있는데 실제 결과가 구림.

아니 뭐 그렇다고 히드클리프가 잘 표현된 것도 아닌데... 캐시에 비하면 손해를 덜 볼 수 밖에 없는 존재라 이쪽은... 혜공보고 없던 기대가 생겼었는데 지금은 그 기대가 다시 바이바이. 2막은 좀 재밌으려나ㅠ

2막도 꾸준히 재미없었다고 합니다.... 캐릭터가 강한 인물들이라 잘 만들었으면 정말 재밌을 이야기인데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려는 단서가 될 대사와 장면이 있긴한데 연결이 안 된다. 캐시와 이사벨라 연령과 행동에 대한 디렉션도 2막에서도 우악스럽게 해놓으면 어쩌자는 건가 싶고.

2막 캐시 솔로 넘버가 굉장히 좋고 지수캐시가 너무 잘해서 잠시 좋긴 했는데... 네 그 부분만 좋았다고 합니다.

인터 때도 잠깐 그러더니 2막에 히드클리프 돌아온 때부터인가 그 앞인가 한참을 우측에서 폭죽 튀는 거 같은 소리 계속 탁탁 거리면서 꽤 크게 났는데 내일까지 고칠 수 있는 건가? 모르겠다아..

본진 보러 가는 목적 달성 기준으로는... 본진이 잘하고 잘생겼고 옷도 그만하면 예쁘고 본진이 잘하긴 하는데ㅋㅋㅋㅋ 에드거가 원래도 분량이 적은 인물이긴한데 음 딱 그 만큼에서 좀 더 살짝 적어서 자첫자막 해야겠다. 그래도 왈츠 추는(ㅠㅠ) 핫 간만에 봐서 뭉클했네ㅠ

뮤지컬도 감정선이 섬세하게 가려면 노래보다 대사로 처리해도 좋은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의 조절이 많이 아쉽고, 히드클리프에 의해서 조종당하는 놀이판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은 건지 앙상블들이 민중가요 같은 멜로디에 나오는 장면들이 두세곳 있는데 인형극의 음악 장르를 너무 잘못 골랐다.

혜공에서 엠비제트 쪽에서 클래식한 작품이라고 했는데 극 전체 음악 장르적인 통일성은 있어야지.. 전반적으로는 고전 배경 뮤에서 잘 느껴지는 클래시컬한 느낌인데 1막 마지막 히드클리프 솔로는 가요 같고, 2막 그 앙상블들 부분은 군가 혹은 민중 가요 느낌이라 이야기 장면 구성이 산만한데 음악이 끌어안고 다듬어주는 역할을 못 하고 얘도 왔다갔다하니 정말 집중이 힘들었다. 나는 그래도 원작 읽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저 인물들이 왜 저러고 저러는 마음 속에서 얼마나 풍랑이 이는 지 알기라도 하지, 아예 뮤로 처음 보시는 분들은 쟤들 왜 하나같이 저 난리이고 미쳤나할 것 같은데ㅠ

아니 히드클리프랑 캐시가 미친 사랑을 하기는 하고요... 걔들이 건강한 사랑의 감정을 가진 인간들이 아니긴한데 이게 진짜 지금 딱 보이는 것처럼 마냥 제정신 아닌 느낌하고는 다른데 말입니다ㅠㅠ하고.. 책이 재밌었어서 아쉽고 안타깝다.

무대 좌우에 오케가 앉아있고 원래 오케 피트 부분에 리프트 설치해서 무대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강가, 언덕 등을 표현하는 시도는 나쁘지 않은데 그거+회전무대 하느라 돈 많이 쓰느라 다른 세트나 의상에는 큰 돈 못 들였나 그런 생각을 했다ㅋㅋㅋ..ㅋㅋㅋ

고선웅 연출 오늘 히드클리프까지 이제야 겨우 3개 째 보는 건데 여성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뭐랄까.. 얄팍한 사람인 거 같아. 푸날, 광주에서도 그랬는데 그때는 여캐 비중이 적기라도 했지, 히드클리프는 캐시 비중이 높으니까 여성 인물들을 성별이 여자인 '사람'으로 이해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본인이 생각하는 여성'상'에 맞춰서 찍어낸 것 같은 인물을 만들어서 내놓는다. 근데 그게 얄팍해서 특히나 캐시는 원작에서 한 말과 행동을 비슷하게 써놓고 움직이게 하는데도 밀도가 너무 적어서 배우가 아무리 애를 써도 관객에게 캐시가 히드클리프가 '나'라서 그를 포기할 수 없음을 이해시키기 어렵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엄청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들 보면서(광주까지 합쳐서)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다. 히드클리프가 리버풀 항구의 첫 등장부터 캐시가 린튼 가에 머무르는 거에 즐거워 보이는 모습을 보는 사이 동안 꾸준히 그 애가 겪을 절망을 깔아서 그래도 어느 정도 히드클리프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했듯이 캐시에게도 대사를 떠나서 그 인물의 심리를 짐작할 수 있게 깔아줘야 캐시가 살아나기에 히드클리프와 캐시의 사랑이 오히려 더 살아날텐데 그냥 창작자 본인의 한계인 듯. 이 극이 다시 올라오려면 극본이나 연출 중 하나에는 여성인물 잘 살리는 사람이 들어가야 할 거야.

일단 캐시가 히드클리프가 떠나기 전에 걔보고 떠나서 성공하고 다시 돌아오라고 하는 장면부터 좀 빼라고요ㅋㅋ 내가 원작을 너무 후르륵 읽긴 해서 100퍼센트 확신은 없는데 소설에서 캐시는 그런 말 안 했다고ㅋㅋ 청혼받은 날 넬리에게 에드거를 사랑하지만 히드클리프를 사랑해서 그 청혼을 받아들인 거고 자기가 결혼해서 히드클리프를 당연히 데려갈 거라고 어떻게 그 애와 헤어지는 생각을 할 수 있냐고 할 때까지 캐시는 히드클리프와의 단절은 상상도 못 하는 인물인데 왜 자꾸 떠나래ㅋㅋ 그러다가 진짜 떠났다고 울고불고하면 이상하잖아ㅠㅠ 아니 왜 없는 대사를 넣어요

캐시가 안온한 삶을 포기하지 못한 건 맞는데 그래서 캐시는 자아가 분리된 듯 에드거, 이사벨라와 함께 있을 때의 자신과 히드클리프와 함께 있을 때의 자신을 각자 두고 혼란을 겪던 건데 지금 뮤지컬에서는 그 부분 묘사가 너무 짧고 기이하리만큼 단순해서 본진 역할 에드거도 이상해짐ㅋㅋ
 
다른 인물들 손해본 거에 비하면 손해가 없는 수준이기는 한데, 캐시는 린튼가와 교류하는 우아한 아가씨인 자신의 모습도 좋아했기에 그 상징인 에드거도 분명히 좋아했고, 그래서 에드거는 히드클리프를 경계하고 질투는 해도 캐시가 자신을 사랑함을 믿었는데 이미 캐시가 히드클리프를 사랑한다고 확신하고 자신에 대한 마음에 대한 확신은 안 그려놓으면 에드거가 캐시에게 청혼하고 히드클리프가 떠난 뒤 그녀와 행복했던 것도 다 뭉개지는데 그 와중에 내 여자가 아닌 여자를 안았네 부르면 이미 너 알고 있었잖아요가 되잖아요. 아니 근데 이걸 써봤자 에드거는 진짜 그거 하나 좀 이상한 거고 우리 캐시요 우리 캐시는 진짜 그 애는 히드클리프 떠나고 진짜 죽을 만큼 앓았다가 간신히 살아나서 에드거랑 결혼했던 건데 그게 그냥 나 아팠다고 말만 하고 끝나면 극으로만 보는 관객이 그게 진실인지 엄살인지 어떻게 알아요ㅋㅋ 이미 그랬던 사람이라 히드클리프와 에드거가 반목하고 히드클리프에게 축객령이 내려지고 그가 찾아올 수 없다는 상황이 다시 발생하니까 자신을 놓아버리는 건데 우리 캐시 진짜... 2막 솔로 넘버 하나 정도만 좀 깊이 있고 나머지 하.. 다시 올리려면 누구든 여성 인물 잘 살릴 사람 제발 투입하세요 제발..

전지적 핫본진 시점으로 폭풍의 언덕 소설 보면서 에드거가 이사벨라가 히드클리프와 도망친 걸 알고 이사벨라가 가문을 버렸다면 나도 그 애를 찾지 않겠다고 매몰차게 군 부분 좋아해서 그 부분 살았으면 했는데 그게 없다는 게 계속 아쉽다. 이야기 속에서 에드거 역시 싸한 구석이 있는 인간임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낸 부분이었어서 아까운 마음. 다른 사람들은 그게 자신의 친동생임에도 냉정해질 수 있으면서 캐시에게만큼은 그녀가 자신만을 원하지 않는데도 어찌하지 못 할 만큼, 에드거도 캐시에게 미친 사람인 게 좋았는데ㅠ 에휴 캐시랑 히드도 완전히 구현 못 했는데 너무 욕심이 많다.

이제 슬슬 후기 검색해보다가 엔딩 천 얘기 격공되어서 알티ㅋㅋㅋㅋ 아 진짜 1억짜리 웃는 남자 천이 돈값을 매우 했었다는 생각을 허접하게 펄럭이는 내내 했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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