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김선영 조형균 유리아 차엘리야 김순택 양지원
호프 보고 왔다.
따뜻한 이야기였고 전체적으로 극호가 기본임. 알앤디극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따스한 이야기를 알앤디가 해내다니 의외롭고 기분 좋다.
이야기가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반환 소송을 모티프로 했다는데 내가 역알못이라 나는 이 극을 그냥 실화와 분리해서 봤는데 카프카 소설 중에 본 게 변신 뿐이라 삶과 인간성 회복에 대한 카프카의 고민과 극이 연결된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만 여튼 극 보는 내내는 분리해서 생각했고 실화 소재 뮤지컬을 그렇게 소비하지 못 했다ㅋㅋㅋ
구조 자체는 익숙하지만 언제나 거의 평타는 치는 액자식 구조! 천재 소설가 요제프의 미완성 소설 원고를 가지고 있는 에바 호프와 그 반환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도서관 사이의 소송 마지막 재판 날 호프가 원고를 손에 넣고 그걸 지키는 삶을 살며 거친 인생을 어릴 땝 터 현재로 흘러가며 따라가며 원고로 인해 삶이 망가진 건지, 망가진 삶을 유지하기 위해 원고에 집착하는 건지 등등을 이야기하는 구조였고 그렇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동안 원고지를 의인화한 케이라는 인물과 호프의 교감을 통해 한 사람의 다면적 자아를 보여주는 게 구조적으로 깔끔하고 재밌게도 느껴짐. 그런데 연출이 록키호러쇼도 했다 그러고 이지나 연출과 연이 있다던데..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극본가인 강남 작가가 서편제를 감동적으로 본 건지, 그도 아니면 그냥 우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내용이 극본 뮤지컬 서편제 레퍼런스로 한 거 같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들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었는데 서편제가 설명적이지 않은 공연이라 그런가 이 극이 재판 말미에 이르러 현재 호프와 원고지 케이 사이의 대립이 심화된 부분을 둘의 대화인 넘버로 거의 갈음하는 부분이 서편제에 비해서 너무 설명적으로 느껴져서 몰입해서 잘 보다가 레퍼런스 한 거면 이런 건 영향받은 작품에 비해 못 하다 같은 생각이 들어서 집중력이 좀 떨어졌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좋은 쪽으로 먼저 든 게 커서 서편제 따라했냐고 욕하려는 건 아니다ㅋㅋ 서편제 인물에서 동호의 고민을 겪는 송화의 순간을 만나는 기분이 느껴져서 좋은 의미로 처음에 서편제 생각을 한 거라. 원고에 집착하며 원고를 가져야 자신의 삶이 의미있다는 듯이 현재를 살지만 사실 원고를 증오하며 떠나고 싶어도 했던 호프의 모습에서 소리에 메이지 않고 소리 그 자체, 자기 그 자체가 되었던 송화의 모습과 방황하던 동호의 순간이 다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교차되는 모습을 느끼도록 원고를 통해 스스로의 사람에 형벌과 기대를 모두 주며 사는 호프의 인생의 무게가 눈물겨운 게 아름답게 인상 깊었다.
그런 줄거리적 고민을 자신이 했던 모든 선택들과 그로 인해 아팠던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스스로의 행복을 내던지고 시궁창 속에 자신을 묻고 있는 자아와 그럼에도 행복해지고 싶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의 가치를 아는 자아를 호프와 원고로 나누어 표현한 건 특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설정이었다. 원고에 집착해서 스스로를 불행 속에 던져놓고 내가 의미있으려면 원고가 있어야만 한다는 불행 속에 갇힌 인물이 바로 그 원고를 스스로가 의인화하여 호프를 다정히 아끼고 공감하고 이해하며 진짜 자신을 호프가 찾기를 바라는 존재로 형상화하여 표현한 게 한 사람 안에서 얼마나 수많은 내가 다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를 캐릭터 설정 그 자체로 형상화한 걸로 느껴졌고, 극의 형태 자체가 극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게 정말 좋았다.
난 그런 거 참 좋아한다 이야기와 캐릭터 구도 자체가 통하는 면이 있어서 크게 머리 굴리지 않아도 보다보면 그냥 아!하는 순간을 주는 거. 극 구성 자체가 호프가 사랑하고 집착하며 혐오하며 아끼는 모든 존재가 호프 그 자체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주는데 그런 구조가 이야기의 전개와 섞이면서 삶의 모든 부분이 한 사람의 생에서 한 가지 의미일 수 없다는 걸, 그저 확실한 건 나를 위한 선택, 나를 행복하게 하는 선택을 해야한다는 걸, 그 선택을 하는 시기는 늦거나 끝난 때가 없다는 걸 따뜻하게 단호하게 알려주는 극이라 너무나 좋았다.
앞에도 썼지만 카프카 유작 반환 소송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없어서 실제 역사가 어떤 식으로 녹아있고 혹시 좀 더 조심해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되지만, 극 호프 안의 이야기로서 스스로를 포함해서 자신이 한 선택으로 아팠던 모든 존재와 시간에 대한 죄책감에 자신을 벌하며 원고에 집착하며 생을 멈췄던 호프가 원고를 놓고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걸음을 걷는 걸음은 정말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또 앞에 쓴 대로 소송과 과거를 오가며 퍼즐을 맞춰가던 초중반에 비해 절정에서 결말부가 오히려 호프와 K의 대화로 거의 이루어지는 건 조금 설명적인 방식으로 느껴지긴 했는데, 한 사람의 내면 속 갈등을 이야기하는 극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형식적인 한계인 것 같고, 또 올 때는 설명적인 기분이 좀 덜 들게 직접적으로 넘버 가사를 가져가지 말고 조금만 더 가사가 비유적으로 바꾸면 해결될 수 있을까 좋아지길 고민하게 만들만큼 극이 좋았다.
그리고 극을 좋게 느끼게 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참 말을 하고 싶다. 잘한다고 멋지다고ㅠㅠㅠㅠ
덤덤함과 격정을 오가는 선영호프의 표현력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광끼와 헛헛함을 오가는 그 눈빛... 광기 속 헛헛함이 재판장을 나서는 마지막 걸음과 함께 담담한 미소 속 평온한 행복 그 어딘가를 비칠 때는 첫 소송을 위해 우산을 들고 걸어가던 젊은 에바 호프 그 자체가 되어 행복해지려고 하는 거야라던 목소리가 그 눈빛 속에서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현재 호프의 이야기 속 비중이 극 말미에 집중되어 있어서인지 전체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신의 삶을 관망할 때는 감정을 눌러놓는 연기를 하는 게 맞고 또 그렇게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깊은 고뇌의 무게를 짧은 대사 한 마디마다 묻어두는데 공연을 다 보고 나서 곱씹으면서 더 감탄하고 있다. 그 완급 조절 능력과 깊이있음에ㅠㅠㅠㅠ
차엘리야 과거 호프는.. 엘리야 배우 바람의 나라에서 처음 뵙고 늘 예쁘고 몸도 잘 쓰시고 목소리도 좋고 무난하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만 해왔었는데 서편제 이후에 간만에 뵙는데 너무 많이 늘어서 깜짝 놀랐다ㅠㅠ 어린 호프도 아주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의 굴곡을 겪어야 하는데 그 표현도 좋고 목소리와 눈빛 자체에 어떤 무게가 실리기 시작하신 것 같아서 감탄 또 감탄을... 협착증은 완전히 완쾌되신 거면 좋겠고ㅠ 건강하게 열일해주시길 기원합니다ㅜ 차언니와 지나치게 비슷한 목소리와 창법이 이미 자리를 확실히 잡다 못해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사람인 언니와 비교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서 나도 모르게 더 저평가하던 배우이기도 한데 오늘로 인해 언니와 떼어놓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좋은 충격 줄만큼 자기만의 뭔가가 생긴 느낌으로 좋았다.
조형균 케이는 처음 영범으로 만났던 연강홀에서 참 잘하는 종류의 역이신 것 같은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가 인간화되어 나타난 역을 보여주셨는데 참 오랜만에 뵙는데 여전히 노래도 연기도 참 좋더라. 원고로서 케이마다 노선이 꽤 다르고 반응도 다르다던데 헛헛하고 꼬장하고 버석한 선영호프를 감정이 풍부한 형균케이가 다정히 보듬고 단호히 혼도 내고 호프를 위해 애쓰는 모든 모습이 호프의 내면 속 또 하나의 자아이자 생각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살게 하고 싶은 희망의 간절함으로 다가와서 그게 너무 좋았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호프는 원고가 의인화된 존재가 사실은 호프의 내면 속 생각일 거잖아. 자신을 아끼는 자아가 타인의 형태로 보여지는게 구조적으로 아이러니한데 그 아이러니가 따뜻하고 배우가 그 따뜻함을 잘 표현하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와... 그리고 순택배우 간만에 뵙는데 어쩜 연기도 노래도 여전히 이리 잘하시는 지.. 마지막으로 뵌 게 레베카에서 벤으로 연기력이랑 노래 모두 낭비하고 계실 때였는데 지금 계속 간만에 혹은 안 간만에 뵙는 분들 잘하시고..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안에 순택배우 들어가고 특히 좋아서 또 쓴다. 참 꾸준히 잘하고 계시고 그래서 좋았다. 순택배우가 맡은 역 중 제일 주요 인물인 베르트... 모든 선택이 자기 위주이고 이기적이인, 자신이 했든 남이 제안했든 모든 사람들과의 약속을 안 지키고 자기 감정밖에 모르는 진짜 오만하고 나쁜 사람인데 스스로는 자신이 그렇다는 걸 몰라서 더 나쁜 놈이고 그래서 계속 본인은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요제프의 원고를 자기 맘대로 출판했다가, 안 없앴다가, 또 버리겠다고 하거나, 마리와의 약속도 안 지키거나 등등 이기적인 선택을 반복하는 잔혹함을 가졌는데 순택 베르트의 그 오만한 잔혹함 덕분에 이야기에서 비극이 제대로 살아 움직였다. 캐릭터 단호한 거 너무 좋더라ㅠ 판사같이 멀티로 다른 역할 때 유머 센스도 굿굿 이었다.
아 그리고 유리아 마리.... 말해 무엇해요. 호프의 사랑, 호프의 원망, 호프의 집착, 호프의 죄책감, 또 다른 호프이자 그저 마리인 마리.. 유리아의 마리 정말 너무 좋았다. 최근에 유리아 배우를 본 게 유리아 낭비적인 역의 절정인 매다리였어서 마리로 보니 마리도 유리아의 그릇에 비하면 조금 작은 역이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다ㅠㅠㅠㅠ 베르트에 대한 사랑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걸 찾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딸보다도, 자신의 목숨보다도 아끼고 지키던 원고를 포기하라는 베르트의 말이 그가 그녀 자신을 포기하는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저 희망이 있던 과거의 흔적인 원고에 매몰된 가여운 사람 마리. 호프가 원고를 떠나고 자신의 삶을 택하는 마지막 걸음을 걷지 않았다면 호프는 마지막 유언마저 원고를 언급하는 또 다른 마리가 되어 세상을 살고 또 그 상태로 죽었겠지. 그게 얼마나 큰 비극인지 원고에 사로잡혀 과거의 꿈 속에 사느라 현재의 시간 어느 한 순간도 행복하지 못 했던 마리의 고단하고 잔혹한 삶을 짧은 서사에서도 깊이 있게 표현하는 유리아 마리의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눈빛은 최고였다. 그리고 좀 성량 좋은 건 알지만 과하다고 느낄 때도 가끔 있었는데 이번에는 넘버 부를 때 볼륨 조절도 딱이더라. 성량이 갑자기 너무 튀네 싶지 않은 자연스러운 넘버 소화하는 유리아는 무적이다ㅠㅠ
양지원 배우는 처음 봤는데 키에 비해 머리가 큰 건지 목이 짧은 건지 비율은 좀 아쉬운데 잘생겼고 노래도 잘하고 연기 크게 막 나쁜 건 아니라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ㅎㅎ 카델 참 나쁜 놈이던데 그렇게 나빠지는 과정은 이해가 되고, 그렇지만 그 인물을 긍정하지는 않게 딱 나쁘게 끊어내는 거 인물이 과하지 않더라.
오늘 공연은 모든 배우들이 힘을 줄 곳과 주지 않을 곳을 알고 극에 완전히 몰입되어 있어서 여운이 참 좋네.
연출은 처음 만나는 분인데 이지나 연출하고 연이 있다더니 호프로는 좋은 의미로 그 영향을 받아서 자기만의 느낌도 가진 극을 올린 거 아닐까 싶었다. 미니멀하게 인물을 살리면서 조명을 극적으로 쓰는 게 좋게 영향 받은 부분, 본인 만의 느낌으로 여겨지는 건 무대 조립과 해체로 이야기와 무대를 하나로 만드는 섬세함 같은 부분이 있었다. 원래 몸으로 조합하고 무대 많이 옮기고 싫어하는데 호프는 그게 극에서 튀지 않더라. 고민의 흔적이 결과로 보임.
호프 곡이 참 좋던데 그래서 작곡가 이름을 기억해두고 싶다ㅎㅎ 김효은 작곡가의 음악은 따뜻하면서 루즈하지 않았고 이야기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흐르듯이 그런데 절정에서는 드라마틱하게 끌고가는 게 아주 좋게 인상 깊었다.
간만에 연강홀 간 건데 공연 끝나고 20분도 안 지났는데 로비 마감 하겠다고 소리소리 지르며 재촉하는 연강홀의 손님 대접에 어이가 없어서 기분이 굉장히 상했음에도 극에 대한 감상이 좋을 만큼 맘에 차는 공연이었다.
오슷 나오면 좋겠다.
살래ㅠㅠㅠㅠ
(+) 트위터 단상
극본 쓰신 분이 뮤 서편제 레퍼런스로 한 거 같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들었다. 소리에 메이지 않고 소리 그 자체, 자기 그 자체가 되었던 송화의 모습과 방황하던 동호의 순간이 모여있는 듯하던 이야기였고, 그 형벌과 기대가 교차하는 인생의 무게가 눈물겨웠다.
자신이 했던 모든 선택들과 그로 인해 아팠던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스스로의 행복을 내던지고 시궁창 속에 자신을 묻고 있는 자아와 그럼에도 행복해지고 싶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의 가치를 아는 자아를 호프와 원고지로 나누어 표현한 건 따뜻하고 아름다운 선택이었다. 원고에 집착해서 스스로를 불행 속에 던져놓고 내가 의미있으려면 원고가 있어야만 한다는 불행 속에 갇힌 인물이 바로 그 원고를 스스로가 의인화하여 호프를 다정히 아끼고 공감하고 이해하며 진짜 자신을 호프가 찾기를 바라는 존재로 형상화하여 표현한 게 한 사람 안에서 얼마나 수많은 내가 다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를 캐릭터 설정 그 자체로 형상화한 걸로 느껴졌고, 극의 형태 자체가 극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게 정말 좋았다. 호프가 사랑하고 집착하며 혐오하며 아끼는 모든 존재가 호프 그 자체이기도 한 걸로 다가오고 삶의 모든 부분이 한 사람의 생에서 한 가지 의미일 수 없다는 걸, 그저 확실한 건 나를 위한 선택, 나를 행복하게 하는 선택을 해야하는 것이고 그 시기는 늦거나 끝난 때가 없다는 걸 따뜻하게 단호하게 알려주는 극이라 너무나 좋았다. 카프카 유작 반환 소송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없어서 실제 역사가 어떤 식으로 녹아있고 혹시 좀 더 조심해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되지만, 극 호프 안의 이야기로서 스스로를 포함해서 자신이 한 선택으로 아팠던 모든 존재와 시간에 대한 죄책감에 자신을 벌하며 원고에 집착하며 생을 멈췄던 호프가 원고를 놓고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걸음을 걷는 걸음은 정말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소송과 과거를 오가며 퍼즐을 맞춰가던 초중반에 비해 절정에서 결말부가 오히려 호프와 K의 대화로 거의 이루어지는 건 조금 설명적인 방식으로 느껴지긴 했는데, 한 사람의 내면 속 갈등을 이야기하는 극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형식적인 한계인 것 같고, 또 올 때 조금만 더 가사가 비유적이 되면 해결될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덤덤함과 격정을 오가는 선영호프의 표현력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시고... 광끼와 헛헛함을 오가는 그 눈빛... 광기 속 헛헛함이 마지막 걸음과 함께 담담한 미소 속 평온한 행복 그 어딘가를 비출 때 첫 소송을 위해 걷던 젊은 에바 호프 그 자체가 되어 행복해지려고 하는 거야라던 목소리가 그 눈빛 속에서 울려퍼진다. 생각보다 현재 호프의 이야기 속 비중이 극 말미에 집중되어 있어서인지 전체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신의 삶을 관망할 때는 감정을 눌러놓는 듯 하지만 깊은 고뇌의 무게를 짧은 대사 한 마디마다 묻어두는데 공연을 다 보고 나서 곱씹으면서 더 감탄하고 있다
차엘리야 과거 호프는.. 엘리야 배우 바람의 나라에서 처음 뵙고 늘 예쁘고 몸도 잘 쓰시고 목소리도 좋고 무난하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만 해왔었는데 서편제 이후에 간만에 뵙는데 이렇게 잘하셨던가 깜짝 놀랐다ㅠㅠ 어린 호프도 아주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의 굴곡을 겪어야 하는데 그 표현도 좋고 목소리와 눈빛 자체에 어떤 무게가 실리기 시작하신 것 같아서 감탄 또 감탄을... 협착증은 완전히 완쾌되신 거면 좋겠고ㅠ 건강하게 열일해주시길 기원합니다ㅜ 좋은 충격 주셔서 너무 좋았다.
형균케이는 처음 영범으로 만났던 연강홀에서 참 잘하는 종류의 역이신 것 같은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가 인간화되어 나타난 역을 보여주셨는데 참 오랜만에 뵙는데 여전히 노래도 연기도 참 좋다. 케이마다 노선이 꽤 다르고 반응도 다르다던데 헛헛하고 꼬장하고 버석한 선영호프를 감정이 풍부한 형균케이가 다정히 보듬고 단호히 혼도 내고 호프를 위해 애쓰는 모든 모습이 호프의 내면 속 또 하나의 자아이자 생각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살게 하고 싶은 희망의 간절함으로 다가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게 타인의 형태로 보여지는 아이러니가 따뜻해 좋았다
순택배우 간만에 뵙는데 어쩜 연기도 노래도 여전히 이리 잘하시는 지... 지금 계속 간만에 혹은 안 간만에 뵙는 분들 잘하시고..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너무 잘들하시는 걸 어쩌냐고 스스로에게 땡깡을ㅋㅋㅋㅋ 베르트 진짜 오만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나쁜 사람인데 스스로는 자신이 그렇다는 걸 모르는 진짜 나쁜 놈이고 그래서 계속 본인은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이기적인 선택을 반복하는 잔혹함을 가진 인물인데 베르트의 그 오만한 잔혹함 덕분에 이야기에서 비극이 제대로 살아 움직였다. 캐릭터 단호한 거 너무 좋았다ㅠ 멀티로 다른 역할 때 유머 센스도 굿굿
유리아 마리.... 말해 무엇해요. 호프의 사랑, 호프의 원망, 호프의 집착, 호프의 죄책감, 또다른 호프이자 그저 마리.. 마리.. 유리아 배우를 유리아 낭비적인 역인 매다리에서만 자꾸 뵙다가 마리로 보니 너무 좋았다ㅜ 베르트에 대한 사랑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걸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지키던 원고를 포기하라는 베르트의 말이 그가 그녀 자신을 포기하는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저 희망이 있던 과거의 흔적인 원고에 매몰된 가여운 사람 마리. 호프가 마지막 걸음을 걷지 않았다면 호프는 마지막 유언마저 원고를 언급하는 또다른 마리가 되어 세상을 살고 또 떠났겠지. 그게 얼마나 큰 비극인지 원고에 사로잡혀 과거의 꿈 속에 사느라 현재의 시간 어느 한 순간도 행복하지 못 했던 마리의 고단하고 잔혹한 사람을 짧은 서사에서도 깊이 있게 표현하는 유리아마리의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눈빛은 최고였다.
양지원 배우 처음 보는데 잘생겼고 노래도 잘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ㅎㅎ 양카델 참 나쁜 놈이던데 그렇게 나빠지는 과정은 이해가 되고, 그렇지만 그 인물을 긍정하지는 않게 딱 나쁘게 끊어내는 거 인물이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오늘 공연은 모든 배우들이 힘을 줄 곳과 주지 않을 곳을 알고 극에 완전히 몰입되어 있어서 여운이 참 좋다. 연출은 처음 만나는 분인데 검색 조금 해보니 이지나 연출하고 연이 있는 분 같은데 호프로는 좋은 의미로 그 영향을 받아서 자기만의 느낌도 가진 극을 올렸다고 생각한다. 미니멀하게 인물을 살리면서 조명을 극적으로 쓰는 게 좋게 영향받은 부분, 본인 만의 느낌으로 여겨지는 건 무대 조립과 해체로 이야기와 무대를 하나로 만드는 섬세함 같은 부분. 공연 보는 동안 어느 순간 서편제를 깊이 느낀 건 극본가와 연출 중 누구의 몫인지 모르겠지만 좋은 의미로 서편제 느낀 거니까 점점 더 발전해서 호프를 더 좋게 만들어 주길 바랄 뿐이다.
곡이 참 좋던데 김효은 작곡가 이름을 기억해두고 싶다ㅎㅎ 따뜻하면서 루즈하지 않은 음악이 이야기 와 캐릭터를 드라마틱하게 끌고가는 게 정말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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