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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70716 뮤지컬 시라노 낮공

by All's 2020. 6. 19.

 

캐스트 - 김동완 최현주 임병근 주종혁 홍우진 임기홍

 

메시지를 주고 싶다면 깊이를 더해야하고, 로맨스를 원했다면 절절해져야 할텐데 어느 쪽으로든 어설픈 극이었다. 오늘의 배우들은 앙상블 하나까지 맘에 들었고 넘버도 괜찮았지만 극본 단위로 맘에 안 드는건 해결될 수 없었다.

 

미리 쓰자면 난 이 극이 지금 굉장히 맘에 안 든다.
싫은 소리 보기 싫으시면 이 글 안 보셨으면.

배우들은 맘에 안 든 사람이 없는데 보는 동안과 보고 나서 짜증이 숨길 수 없을 만큼 나서 같이 본 지인한테 뭐라고 해야하나 고민하는 순간 핵노잼이라고 해주셔서 속이 훅 하고 뻥 뚫릴만큼 극에 대한 불호 숨길 수 없다.
잘난 부분 있는데 못난 부분도 있어서 여자한테 인기없는 거에 컴플렉스 있는 찌질한 허세남(=잘난 것도 없으면서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을 이입하는 수많은 세상의 모든 남자들도) 극혐하는데 내가 왜 그런 인간이 자기 합리화하면서 한 사람을 기만하면서 젠체하는 내용을 계속 보고 있어야하는 건지 특히 2막은 보는 내내 너무 역겨워서 짜증나서 미칠 것 같았다.
시라노 원작은 안 봤고 줄거리 보면서 상상한 인물이 가져야하는 캐릭터성이 있었는데 배우는 연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잘했다. 1막 시라노가 부르는 넘버들 중 처음 2개는 너무 아쉬워서 연기 자체는 좋은데 노래 연기 너무 아쉽네 싶었지만 연기며 캐릭터 구현이며 나쁘지 않았고 좀 적응되고 나니까 나머지 넘버들은 그냥 들을만한 정도? 근데 그만큼 연기며 인물 싱크가 맘에 든 건데 인물이 너무 극혐이잖아... 보는데 점점 짜증이 치솟아오르잖아..

잘나고 또 잘났음에도 어쩔 수 없는 외모 콤플렉스때문에 사랑 앞에서 나약해지는 부분이 있는 인물, 오늘 본 시라노 김동완이 아이돌 할 만큼 잘생겼고 노래도 곧잘하고 연기도 곧잘하지만 메인 보컬할 만큼의 노래는 아님, 피지컬이나 이미지때문에 연기 시작한지 그렇게 오래 되었지만 아무래도 주중 10시 시간대 드라마 말고 일일드라마나 주말 가족 시간대 드라마 남주나 그 외에는 남조급으로만 하며 살게 될 거임, 주변에 사람도 많고 바지런하게 열심히 살지만 예민하고 까칠한 구석도 있고 입 바른 소리 솔직하게 막해서 욕도 은근 먹는 편임... 등등해서 본래 인물 자체가 시라노랑 잘 맞는 부분이 있는데 사람이 자존감이 너무 높은지 그래서 이해를 잘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허세가 넘치고 록산이 아니라 록산을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콤플렉스인 코에 매몰된 인간이라 가지는 자기 비하를 방패처럼 휘두르는 후진 면을 뿜어내는 걸 너무 서슴지않고 했고.. 그 결과 1막은 몰라도 2막에서 시라노라는 인물 자체와 그 사람을 우쭈쭈하면서 록산을 미친 애로 만드는 전개가 이어질수록 치솟는 짜증을 어떻게 갈무리 할 수가 없어서 1막 끝나고 집에 안 간 거 후회했다. 와 진짜 절절하게 짜증났다.

아니 진짜 궁금한건데 시라노가 1막에 하는 사랑의 밀어들과 앞 넘버들에서 잘난 척 하면서 세상을 비웃는 듯이 하는 말들이 정말 있어보이고 아름답나? 나는 감동 엄청나게 잘하고 어지간한 로맨스는 다 우쭈쭈하는데 대사로 감동은 전혀 못 느끼겠고 그 대사들을 읊으면서 짓는 배우들의 표정이랑 감정에만 좀 동했다. 시라노 크리스티앙 록산 셋이 교차하는 발코니씬에서 시라노의 절절해야하는 고백 장면에서 그녀와 말하며 자신의 사랑이 아닌 것을 알지만 감격할 때의 표정과 행복해하는 록산을 느끼며 그 사랑스러움에 기뻐하는 크리스티앙의 멍청한 순진함 뭐 그런 감정 외에 대사들이 시적으로 아름답고 전혀 모르겠어서 시라노의 잘남에 대한 동조가 안 되니까 이렇게 그놈이 재수없기만 한 건가 싶기도 해서 궁금하다. 진짜 내눈에는 뭣도 없는 놈이 존심 세우면서 어그로나 끌고 다니는데 그걸 속시원하다고 남자새끼들이 우쭈쭈해주는 걸로나 보여서ㅋㅋㅋ 심지어 남자들 못생기고 키 작은 업계 존잘 빨아주는 현실이랑 겹쳐져서 더 불쾌했다. 아 진짜 가지가지 불쾌하다.

줄줄이 욕할 수 있는데 길게 욕해봤자 사족이고 간단히 말해서 극에서 얘 잘났다고 하는데 잘난 거 하나도 모르게 그리는 와중에 콤플렉스 덩어리라 사랑한다는 여자 속여먹고 속여먹고 계속 속여먹다가 죽기 직전에 그녀가 15년을 간직해 온 사랑을 박살내면서 그 와중에 마지막에 세상에 있는 척 없는 척 선생질까지 시전해서 극혐이었다.

이 정도로 비호감 넘치게 만드는 찌질한 인물의 하찮은 개죽음에 눈물을 흘리게 만들거면 그 사람이 그럼에도 가지고 있을 대의를 보여줘야하는데 라만차를 보지 않은 입장에서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왔던 두도시랑도 비교해볼때 초재연에 비해서 후지니 어쩌니 욕 더럽게 처먹은 3연 두도시의 시드니조차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희생이 없는 놈의 죽음에 흘려줄 눈물 난 없었다. 삼연의 시드니 세상을 위해 희생하며 부활하는 그리스도적인 대속은 아니어도 사랑하는 이와 그녀의 가족을 지키면서 평생 못난 놈이라고 생각한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아낌없는 희생을 해냈고, 난 그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늘 부족하고 못나고 지질하다 느끼던 자신까지 사랑하게 되는 누군가를 보면서 고결함과 감동을 느꼈었는데 뮤지컬 시라노의 시라노는 대체 뭔데?

이 사람의 사랑 자체에서 애틋함을 전혀 못 느낀 건 아니다. 설정 자체는 가련한 부분이 있다. 습자지같은 서사가 이어지는 중에 나에게 그 상황 자체가 록산에 대한 기만으로 느껴져서 불쾌하다고 해도 고백도 못한 사랑을 다른 이의 얼굴을 빌어 전달하고, 그녀가 다른 이의 아내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키고,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된 이후에 죽음과 인접한 전장에서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허락된 수단인 편지를 통해 목숨을 담보로 매일 사랑을 고백하는 거 얼마나 애틋해. 그러다가 그녀가 죽은 자신의 남편을 그리며 수녀원에 들어가자 매주 그녀를 15년 동안 찾아가며 그녀가 마음에 품은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사실 자신이 그 편지를 쓴 사람이었음을 밝히지 않는 거 가슴이 저릴 설정인데 마지막이 완벽하게 다 망친다ㅋㅋㅋㅋ

그렇게 오랜 세월을 숨기는 것으로 지킨 사랑이어도 죽기 전이 되면 밝히고 싶을 건 알겠는데 그럼 솔직하게 사랑했다고 나를 기억해달라고 하던가. 어디서 당신의 사랑은 크리스티앙이겠지만 나를 기억해서 눈물 조금만 나눠달라느니 어쩌느니 허세야. 평생 그녀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기만해놓고 마지막에 허세도 못 버리고 천지분간 안 하고 주변인들이 그렇게 목숨 지켜가며 살라는데 어그로 끌다가 개죽음 당하면서 세상에 삿대질하면서 죽고 난리야. 아니 그거는 좀더 후한 맘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죽기 직전에 섬망이 와서 아무 헛소리하는 걸 수도 있지만 죽기 전 순간 섬망으로 그딴 선생질하는 본능이라니 이해를 하려고 해도 극혐이다. 게다가 그 상황에서 시라노 보고 사랑을 두번이나 보낼 수 없다고 하는 록산은 또 쓸데없이 너무 불쌍하다 ㅋㅋㅋ 앞에 그 동안의 편지 내가 쓴 거야라는 거 흘리자 화도 안내고 바로 사랑해요!!라고 하는 배알도 없는 미친 사람으로 만든 뒤에 지한테 제대로 된 사랑 고백도 아니고 세상에 꼰대질하다가 쓰러지는 사람 마지막이나 지키게 해야하나? 시라노 인물 자체에 대한 불호와 함께 록산 취급이 더해져서 이 극에 대한 혐오감 나 진짜 너무 맥스다.  

시라노에 대해 욕할 거는 다 쓴 거 같은데 진짜 록산 취급 너무한 거 아닌가? 나한테 동의 안 하는 사람 한 트럭일 거 아는데 나는 재연 마타하리 포함해서 최근에 본 극들 중에서도 여캐 취급 이 극이 제일 싫다. 여기저기 흘러나온 이야기로 보건데 록산에게 민폐녀라느니 어장이라느니 소리들을 하나본데 개인적으로 민폐녀나 어장으로 보는 건 개소리라고 보지만 그렇다고 여캐 취급이 좋냐, 록산이 좋은 캐릭터냐, 이 역에 대한 존중이 있냐 등의 질문이 있다면 난 그저 아니요라는 답만 반복할거다.


사랑에 목숨을 걸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이용하는 용기와 머리와 15년이 넘도록 올곧게 죽은 이를 그리고 사는 순정이 있으면 뭐 하나. 빛 아래서 자신에게 고백을 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자신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이의 문체가 어떤 사람의 감성인지 알아채지도 못 하고, 심지어 15년을 품고 산 사람이 사실 다른 이었는데 그렇게 오랜 세월 자신을 기만한 이가 또한 사랑이지만 죽은 사랑에 대한 신의를 위해 애써 사랑임을 모른 척 했던 사람이라는 것에 분노 한 번 하지 않고 바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만드는 거 진짜 너무 혐오스러워서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에 뛰어들 만큼의 용기를 가진 사람이 평생 자기 사랑이 뭔지는 모르는 멍청이로 만드는 게, 심지어 여러번 그러고 그 와중에 고백의 순간이 죽기 직전이라 사랑을 두번 보내고 홀로 남게 하는 거 제정신인가?


사랑이라는 감정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수 많은 우연성을 극복하겠답시고 어설프게 스토리성을 짜넣겠다고 하는 것도 싫지만 이렇게 그냥 도구 중에 도구로 쓰면서 그녀에 대한 이 남자들의 사랑이 진실했니 어쩌니 하는 게 더 싫다.


그리고 록산에 대한 남자들의 호의적인 태도도 미인 앞에서 허세부리는 남자새끼들 허세덩어리같은 유치한 면모 말고 어떤 고귀함도 모르겠다. 록산의 손수건을 깃발로 쓰겠다고 하며 당신을 지키기 위해 어쩌구 하는 거 전쟁에 나선 군인들이 기사도를 발휘해서 아름다운 여인을 지킬 각오로 힘내는 걸로 어떤 감동을 의도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냥 록산을 트로피로 전락시킬 뿐이잖아. 배고프고 힘들었지만 예쁜 여자를 보니 그녀가 누구의 부인이든 말든 캬 좋구나하면서 힘내는 걸 보고 감동받으라고 하는 거라면 그건 내 감성 아니다.

여기에 좀 더해서 시라노는 세상에 대한 염세성과 성질머리를 쏟아내는 것과 달리 지나치게 악역들을 소거한 극이라 악역이어야하는 드기슈가 또다른 순정남에 개벤츠인 것 등도 내가 드기슈라는 인물이 역하지 않아서 보기에 불편하지 않은 것과 별개로 그냥 자기 취향 아닌 남자를 집안 사정 핑계로 애매하게 거절하지 않는 록산을 이기적으로 보이게 만드는데 기인할 뿐이라는 것도 짜증나고, 앞서 쓴 거긴한데 세상이 그렇게 더럽지 않기 때문에 시라노가 온 세상에 시비 걸고 다니는 게 그냥 허세덩어리로 내눈에는 보이는데 극 안에서는 맞는 말 하지만 성질 죽여야 좀 잘살텐데 가여운 시라노ㅠㅠ 답답한 시라노ㅠㅠ하면서 우쭈쭈하는 꼴에 빡치는데 기여하기도해서 역시 짜증난다. 록산이 크리스티앙하고 결혼한다고 하니까 크리스티앙 전장에 내보내서 죽인 다음에 재혼하려는 꿍꿍이를 가진 것처럼 연출을 했으면 끝까지 비겁하게 하던가. 자기 듣기 싫은 말 했다고 장정 100명을 보내서 시인을 죽이려고 했던 인간하고 갑자기 하하호호 웃는 꼴 보는 거 너무나 기분이 구렸고요. 크리스티앙 죽고 15년 뒤에 아직도 미혼이고 록산을 기다리는 듯한 뉘앙스로 그렇게 싫어하던 시라노 걱정도 하는 사람으로 만든 건 더더욱 기분 구리다. 제대로 된 악역은 극에 큰 도움이 된다. 드기슈의 개심이 록산에 의한 것도, 시라노에 의한 것도 아니라 그 사람이 착해지는 게 딱히 감동 포인트 될 것도 없는데 드기슈 마지막 수녀원 장면은 라그노 말 못 들어서 시라노 아픈 거 죽기 직전에나 알게 하는 거 말고 의미 하나도 없는데 다른 방법이나 강구해보라고 그래. 아 진짜 절절하게 짜증나는 극이다.

앞서 말했듯이 두도시는 봤고 라만차는 안 본 사람이라 두도시 부분만 생각하면 이 극 어디에서 두도시 생각난다는 줄은 알겠는데 무대 세트 쓰는 방식 비슷하고 바닥 디자인이랑 조명 비슷하고 사랑하는 여인이 딴 놈 좋아하고 마지막에 죽는다고 두도시랑 비교하는 거 불쾌한 극이라는 게 솔직한 감상이다.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짜증을 빼고 넘버, 배우, 의상, 무대 등등 생각하면 완성도나 뭐 그런 게 망작은 아니고 범작은 된다고 생각하고 시라노 역의 남배의 팬이라면 회전문 돌기에도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는데 나는 오늘 캐스팅의 배우들에게 팬심은 없고 호감만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배우들이 잘,열심히 하고 1막의 삐리빠라뽕같은 거는 순수하게 귀엽고 재밌다 싶기까지 했어도 2막 전체가 너무 거지같아서 어디 만행 풀려서 1막만 좀 노래 잘하는 시라노로 노래 한 번 더 들어보고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니면 다신 안 볼 거고 누구에게 추천도 안 할 거다.

이야기적으로 불쾌감을 소거시킬거면 시라노 잘난 척하면서 혐성 드러내며 허세 부리는 거 나중에라도 납득할 수 있게 그가 얼마나 가치있는 사람인지 납득을 시킬 수 있는 깊이를 주거나 아니면 진짜 절절한 로맨스로 바꾸거나 그 중에 하나할 거 아니면 나에게는 노답일 듯. 찌질한 남자들 자기 위안물 만들 거면 이야기 만드는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 끝판왕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정도로 가야 할 것이고 개연성 없는 로맨스 활극 가고 싶으면 같은 emk 몬테 크리스토 수준으로 철저히 재밌어지시길.

너무 욕만 했나... 호평이 자자하던 떼창은 좋았다. 근데 3층에서 봤는데 안무는 그닥이다. 조명이나 무대는 그래도 예쁜 편이니 노래랑 무대 전체 볼 마음으로 위로 올라가실 분들 안무로 좋을 생각은 버리시고 올라가시면 만족하실 듯.

그리고 배우 괜찮다는 건 제목에 쓴 모든 배우에 동일하다.
김동완은 인물 잘 잡았고 연기 괜찮아서 노래 못 하는 거 상쇄 되는데 엄기준만큼 노래 못 하지는 않는데 엄기준보다 연기 덜 깊은 만큼 노래 덜 나쁘니 궁금하신 분은 그거 각오하시길. 차라리 약한 성양 마이크 볼륨로 좀 키워주는 것도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 같은데 뭐 연출이 그럴 맘이 없으니 본공인 지금도 성량 약한 거 다 티나게 하는 것 같으니 여튼 노래는 포기하셔야만.
나머지 배우들은 다들 아쉬울 사람 없었다. 가장 걱정한 사람 홍우진인데 목 나았는 지 노래 괜찮았다. 캐스트 중에 연극 위주로 활동해서 노래 제일 약할 홍우진도 노래 크게 안 나쁘니 선호 배우 있으신 거 아닐 바에 딱히 가리실 분들은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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