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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70711 연극 킬미나우

by All's 2020. 6. 19.

 

캐스트 - 이석준 신성민 신은정  이진희 문성일

 

 

*트위터 단상

 

 

초연 때 핫우디 누구보다 빨리 보겠다는 사심에 첫공 갔다가 진짜 말도 안 되게 울고 나왔던 날 이후로 가장 많이 울어버렸다. 그때는 생각을 할 수도 없을 만큼 그 모든 상황들에 압도 당했었는데, 오늘은 모든 걸 알고 보는데도 상황 하나하나가 인물 한명한명이 다 어쩜 그렇게들 생생하게 아픈 지 보고있는데 그 모든 게 너무 먹먹하고, 가슴 아프고.. 결국 로비에 나와서 한야님하고 얘기하다가도 울컥해서 이걸 어쩌지 어쩌지하고 얘기하면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이제야 집에 가는 중이다. 분명히 작년에 내가 보았던 공연은 자첫 때 대충격 이후로 너무 거대한 슬픔 뒤에 오는 거여서 그렇지 힐 미 나우였는데 오늘의 킬 미 나우는 조이와 제이크의 욕조 위로 나리는 암전이 눈물이,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의 기다림이 너무 먹먹하고 먹먹했다. 나에게 킬 미 나우가 힐 미 나우였던 건 너무나 크고 거대한 시련이어서 그렇지, 조이와 제이크가 서로의 세계를 분리하면서 제이크는 진짜 자신이 되고, 조이는 그렇기 제이크를 보내며 성장을 이루며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의 서사로 이 극이 다가왔어서 인데 오늘의 킬 미 나우는, 인물들 모두가 하나하나 다 상처를 벗어날 길이 없어보이고, 특히나 성장의 가장 큰 키를 쥐고 있어야하는 조이가 정말 너무나 작고 아이같고, 그저 그 아이가 자신이 어떤 고통을 받게 될 지라도 제이크를 위해 그 고통을 감내할 맘을 먹은 아이처럼 다가와서 극을 보는 내내 너무나 가슴이 아팠고, 마지막으로 제이크의 손을 잡기 위해 애쓰는 조이의 등이 너무 한없이 작고 어려서 지금도 또 목이 메이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제이크의 꿈 속 조이의 졸업식에서처럼 제이크보다 뭐든 더 잘하고 잘해나갈 것이고 더 알아갈 사람이 그 아이를 평생 지켜주지 못할 지도 모르는데 먼저 가야할 지도 모르는 어버이로서 제이크의 염원이었을텐데, 오늘의 미니조이는 그러기에는 아직 커야할 시간이 더 남은 아이가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서 그저 슬픔을 누르며 필사적으로 괜찮은 척 하는 것 같았고, 제이크마저 그걸 알지만 도저히 고통을 참을 수 없어 그 아이에게 손을 뻗은 것 같아서 그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삶, 조이의 미래가 너무나 막막하고, 안쓰럽고, 그리고 두렵기까지 하다. 킬 미 나우 속 트와일라가 이야기하는 고치가 강제로 벗겨진 나비는 그동안 나에게 제이크였는데, 오늘의 그 나비는 나에게 미니조이였고, 제이크를 위해 강제로 자신의 번데기를 뜯어낸 조이의 여린 날개가 너무나 아프다. 미니조이 어쩌면 좋지 정말...ㅠㅠ

킬 미 나우 속 제이크와 조이의 마지막 선택은 그 방식이 충격적이어서 그렇지 어쨌든 거대한 사랑을 기반에 둔 선택이고,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의 아픔을 감내하고 이겨낼 만큼 어떤 성숙을 이루어냈다는, 누군가를 그렇게 절실히 사랑할 수 있을 만큼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겨왔는데.. 오늘은 성장보다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정이 주는 무게감의 고통이 너무나 크고도 또 컸다. 제이크도, 조이도, 트와일라와 라우디와 로빈 모두 괜찮지 못하지만 괜찮다는 말을 하고, 이야기의 끝에서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건 맞지만 그들이 자신을 지키고 서로를 지켜낼 힘과 현실이 오기 힘들다는 게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초연의 킬 미 나우가 자기 희생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랑의 위대함과 그를 통한 성장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고통 속의 희망을 이야기했다면, 오늘의, 재연의 킬 미 나우는 거기서 조금 더 뻗어나가서 그 고통의 무게를 더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것이 너무나 아프고 또 아팠지만, 그럼에도 차마 그들의 선택에 무조건적인 반기를 들 수 없다는 점에서 자칫 강요적이기도 했던 초연보다 잔인하지만 그렇기에 조금 더 설득력있고 더 고민하고 더 다양한 생각을 하며  극이 말하고자하는 이야기에 다가간 것 같아서  성숙해진 이야기를 만난 것 같아 가슴은 아프지만 그래도 기쁘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너무나 아프고 아픈 조이를 가져와준 미니 조이 참 고맙고, 한층 더 깊어진 석제이크, 핫라우디, 진희트와일라 너무 고맙고, 연기톤은 조금은 안 맞았지만 상처와 아픔이 가득한 오늘의 이야기에 맞게 날카롭지만 그럼에도 노력하는 인물을 들고와 준 은정로빈도 너무도 고마웠다. 오늘의 은정로빈 제이크의 병도, 그의 집도, 조이도, 그리고 화요일을 제외한 자신의 일상 모두 너무 버겁고 두렵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제이크와의 행복했고 고마웠던 시간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조이에게 어려운 걸음을 한 것이 느껴지는 사람이었어서 미니조이와 결이 비슷한 사람같아서 그게 참 좋았다. 진희 트와일라와 석제이크, 핫라우디.. 초연 때도 진짜진짜 좋아했는데.. 다들 어떻게 그렇게들 더 깊어지고.. 초연 때 힘을 너무 확 주는 건 조금은 교조적이기도 하다고 느껴졌던 부분들이 한층 섬세하고, 그렇기에 더 일상적으로 표현되는데 그래서 오히려 그들의 작은 한숨, 괜찮다는 한 마디, 씁쓸한 미소, 흔들리는 눈빛들이 더 크고 강하데 와닿았다. 트와일라와 제이크는 조이를, 라우디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돌보었어야 하는 사람들이라 누군가에게 온전히 지킴받지 못 하는 고독과 외로움이 있다는 게 그런 작은 몸짓들과 목소리로 내 맘을 파고들어와서 보는 동안 그렇게나 눈물이 났다. 뭐.. 당연한 거겠지만 핫라우디.. 표현 진짜.. 그렇게 더 외롭고 쓸쓸해지면 제 가슴이 너무 미어지고요ㅠ 조이와의 두번째 공원씬에서 조이가 왕인 세상을 만들어준 제이크의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였고라고 이야기하면서 순간 감정조절이 안 될 만큼 슬퍼져서 틱이 오던 부분이랑, 소설을 쓰면서 기뻐하는 제이크를 소파에 앉은 채로 보면서 조이에게 들은 적이 없는 이야기라고 말하며 역시 또 모르는 게 있었다는 듯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 것 등을 포함해서 더 깊어진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초연 때도 진짜 말도 못하게 좋다고 생각했는데ㅠㅠ 초연 때 제이크가 이야기를 읽어주길 기다리며 너무 설레고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서 틱이 오니까 그걸 쳐내면서도 두근거리며 기뻐하는 라우디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아프지만 사랑스럽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아이가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사랑스러운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겪지 못 하고 누구에게도 온전히 보호받지 못 했던 그 아이가 기대했던 사랑의 경험도 못한 채 제이크를 다독이게 되는 흐름이 가슴 아프지만 따뜻하기도 하고, 라우디는 참 좋은 아이야라고 스스로가 좀 위로하며 애써 사랑스러움만을 취하려고 노력한 게 있었는데.. 자신만의 힘으로는 제이크를 돌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제이크가 자신을 지켜주고 돌봐준 것처럼 제이크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강박적으로 라우디에게 일을 시키는 미니조이로 인해 제이크의 병증이 강조되고 그 심각성이 더욱더 강하게 와닿는 오늘의 공연에서는 라우디가 스터디 가의 고용인으로서 해야하는 일들이 차갑게 느껴지고 무겁게 다가오는 게 너무나 컸고, 그가 그 집의 일원이기도 하다는 것보다 필연적인 부외자라는 게 너무나 크게 와닿았어서 작은 사랑마저 결국 느끼지 못 하고 또다시 제이크를 보다듬는 라우디의 모습에 그저 눈물이 났다. 마지막 제이크의 방에서도.. 다들 어떤 결심과 이별에 눈물짓는 와중에 아주 명확하게 상황을 다 알게 되기 전 임에도 느껴지는 공기로 인해 거대한 슬픔을 예감하며 스스로의 얼굴을 제어하기도 힘든데 그 와중에도 트와일라에게 다가가 반쯤은 얼이 빠져서 그녀의 등을 토닥이는 모습도 너무나 쓸쓸해서.. 기대지 않고, 감싸주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온전하지 못한 서로의 품을 느낄 라우디와 트와일라의 미래도 새삼 걱정이 되고..

오늘 공연은 여러모로 되새길수록 아프고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는 말을 하게 되는 건 이런 식으로 다들 가지고 갈 마음의 빈 구석이 너무나 잘 보였기 때문이겠지. 아픔 뒤에 홀로선 한 성장한 사람이 아니라 기댈 곳 조차 잃은 아픈 이들이 모여있었다.

고통 뒤에 반드시 빛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않았기에 너무나 아프지만, 그럼에도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어떤 씁쓸한 숭고함이 느껴졌다. 나는 그저 아프겠지만 당신을 위해... 당신들을 위해...

오늘 왜 이렇게 아프지만 그들의 선택에 마냥 반기를 들 수 없었나했는데 이거였구나. 그저 다른 이를 위해 아픔 속에 뛰어드는 그들이 나에게 감동적이었나보다. 그들의 미래는 불투명하게 느껴지고, 그들의 이후 삶이 아플 것이라는 게 너무나 명백해보여도 그럼에도 자신을 갉아먹을 슬픔을 끌어안는 그들이 너무나 대단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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