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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1103 뮤지컬 팬레터

by All's 2016. 11. 4.


캐스트 - 문성일 이규형 고훈정 김히어라 양승리 손유동 권동호
공연장 - 이해랑예술극장


(+) 트윗 감상 옮김


몇 개 보지 못했지만, 작가와 팬, 뮤즈, 다중인격을 다룬 극 중에 손에 꼽게 섬세하게 만들어진 극이고, 기대를 많이 하지 않으면서도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정말 괜찮았다. 누군가의 팬이자, 뮤즈이자, 작가이기도 한 세훈의 다정하기도, 잔혹하기도한 애정의 복합성이 히카루와의 공존과 분리, 그리고 합일을 향해 그려지는 정도가 지나치지 않고 또 너무 단순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그 안에서 무언갈 잃어내려고 하면 한 없이 읽어낼 수 있지만 그냥 흘러가는대로 느끼기만 해도 되는 작품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딱 그랬던 극이었고, 그렇기에 많은 생각을 하기에는 고단한 마음이었는데 극에 빠질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다. 좁지않고 반원형에 가까운 이해랑의 무대 속에서 공간을 채우기 위해 쓰이는 조명과 위 아래 좌우로 움직이는 세트의 이동이 간혹 과하다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 자체에 과도하게 붙여진 구석이 없기에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넘버고 기대 이상이었는데 넘버를 들려주는 배우들의 목소리 합이 좋아서 또 좋았다. 특히 성일세훈과 히어라히카루, 규형해진의 목소리 합이 너무 좋았는데 다른 듯 닮았고, 따로인 듯 하나인 세훈과 해진, 히카루처럼 세 배우들이 비쥬얼적으로 닮은 구석이 있으신데 목소리가 제각기 다르면서 또 잘 어우러지는 게 너무 좋았다. 그들의 생김, 목소리, 그리고 그려내는 인물들 모두 각자인 듯 서로이고, 알아봐주길 바라는 나의 마음과 목소리를 그저 느낄 수 있는 존재들 그 자체인 듯하여 참으로 아름다웠다. 세훈이 해진이 히카루를 알아보길 바라면서도 그의 유일한 이해자이자 뮤즈가 되어 그와 궁극의 이야기를 완성하길 바라듯, 자신의 생을 이어줄 계기가 될 그녀를 잃고 싶지 않고 자신을 남겨줄 이야기를 완성하고자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했으나, 사실 자신을 지켜보는 세훈의 다정한 눈빛 역시 마주 보고 싶어했고 그 아이의 이야기, 자신과 그 아이의 이야기 역시 지켜내고 싶어했던 해진이 서로 너무 닮아있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또 아팠다. 너무 늦게 보게 된 지라 더 보지 못할 것이 아쉽지만, 못 보고 보내지 않는 게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다음에 올라올 것이 기대되고, 그때는 좀 더 많이 볼 수 있을 여건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일배우가 자신의 예쁜 목소리, 휘청이는 여림을 이렇게 힘껏 내보낼 수 있는 작품을 얼마만에 보는 건지ㅠ 인물도 극 자체도, 성일배우 연기도 맘에 들고 춤도 추는데 노래까지 부르는 작품 진짜 너무 너무 너무 오랜만이라 감격스러웠다ㅠ 연극도 좋지만 뮤지컬도 진짜 제발 꼭꼭 해주셨으면 좋겠고ㅠㅠ 해쥬셔서 고맙고ㅠㅠㅠ 내년 가을에 재연 올라온다던데 그때 하신다면 지금보다 진짜 꼭 더 보고 싶다ㅜ 그때는 중앙에 가서 오늘 못 본 표정들도 다 봐야지ㅠㅠ 규형배우는 나의 독재자에서 한 번 보고 극으로 만난 건 처음이었는데 노래도 너무 잘하시고, 목소리도 좋고, 말 한 마디, 표정 하나하나가 속에 열정과 슬픔을 감추고 있는 개화기 지식인, 개화기 문인 그 자체여서 너무나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히어라 히카루.. 워낙 눈에 띄는 외모셔서 초연 살리 때 인상 깊었는데 노래를 이렇게 잘하셨던가 새삼 감탄했다. 그리고 히어라배우의 히카루 역시 참 좋았다. 세훈이면서 세훈이 아닌 존재. 세훈이 해진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만큼 그 안의 무서운 욕망 그 자체로 일렁이고 움직여야하는 생동감 넘치는 존재 그 자체가 날아다니는 것 같아 너무나 너무나 그녀의 히카루가 좋았다. 히카루의 사랑마저 의심하는 세훈과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잔인하게 빛나는 그녀의 대비가 참으로 근사했다. 오늘 히어라 배우의 연기와 노래 둘 다 좋았지만,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히어라배우의 앞으로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더 좋은 길들이 그대의 앞에 펼쳐지길 바랍니다.

여러가지 매력을 가진 배우지만, 난 성일배우가 표현하는 채워줄 수 없을 것 같은 결핍이 너무나 좋다. 세훈이 누구도 날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히카루마저 그렇게 말할 때, 그때의 성일세훈의 눈빛과 목소리 떨리는 손 끝. 세상의 그 누구도 날 온전히 사랑해줄 것이라고 믿지 못해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자기 안에 그려낸 존재인 히카루의 사랑마저 의심하는 그 결핍. 해진은 물론 그녀의 마음에도 들고 싶어 휘청이는 그 연약함이 너무나 가엾어서 가슴이 무너졌고, 그걸 그려내 내가 느낄 수 있게 해준 문성일이라는 배우가 또 그만큼 고마웠다. 꿈에 그리던 문인들, 히카루라는 이름 뒤에 받은 작품에 대한 세간의 찬사, 그 모든 것에 아이처럼 기뻐하면서도 불안에 흔들리는 연약함이 참으로 애틋하고 또 애틋했다. 예술가와 팬, 뮤즈를 그리는 작품을 보면서 또 한 번 내가 참 아끼는 배우가 나에게 왜 특별한 지 확인한다는 게 극 속 칠인회 문인들이 순수한 문학을 통해 무엇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것과 또 닿지9 않았나 싶기도 하다. 완벽한 작품이라고는 못 하겠지만 참으로 좋아질, 그리고 지금도 꽤나 괜찮은 창작극을 좋은 사람들을 통해 만날 수 있어서 기뻤고 기쁘다. 김탱연출 뮤지컬 본 중에 가장 안 싸운 극이라 너무나 긍정적이고... 그렇지만 조명과 세트 이동 부분은 꼭ㅋㅋㅋ 다음에 올라올 때 수정되었으면ㅋㅋㅋ 다른 건 몰라도 진짜 세훈이 계단 위에서 이동하는 거 꼭 고쳐졌으면 좋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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