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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902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by All's 2016. 9. 19.

 

 

 

캐스트 - 김준수 박은태 김태한 구원영 진태화

공연장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스포는 2막 스포입니다.

1막에서도 줄거리 전개 상 알고 봐야 좀 이해가 될 부분도 있는데 1막 설명하기 귀찮아서 일단 시놉시스 던지고 후기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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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촉망 받는 화가 '배질'은 런던 사교계에 새롭게 등장한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에게 초상화를 그려준다. '배질'은 초상화를 그리면서 자신의 열정과 예술혼을 쏟아 부어 걸작을 탄생시킨다.

뛰어난 언변과 지성을 소유한 '헨리'는 '도리안'을 통해 완벽한 외모와 착한 심성을 모두 갖춘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인류학적 연구를 시작하게 되고, '헨리'의 영향으로 불멸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커진 '도리안'은 결국 자신의 영혼과 초상화를 맞바꾸며 영원한 아름다움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극단 여배우 '시빌'과의 짧은 로맨스도 비극으로 끝나고 점점 타락의 길로 빠진 그는 어느 순간 처음과 달리 흉측하게 변하고 있는 자신의 초상화를 발견하게 된다.

'헨리'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그가 예상했던 방향과 다르게 시간이 흐르면서 보여지는 '도리안'의 행동에 당혹함을 느끼게 되는데...

 

출처 - 공연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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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과 2막 중에는 1막이 낫고 2막은 인내심 시험할만큼 지루하고 원작이랑 몇 가지 사건 순서랑 마지막 모션 바꾼 게 아주 별로다.

극 자체는 그냥 범작이고 연출은 내가 인더하이츠를 안 봐서 모르겠어서 그거 제끼면 최근 올라온 이지나 작품들 중 3개 이상의 극을 봤다면 예상 가능한 이지나식 연출 중에서 크게 못 한 건 아니나 잘했다고도 못할 수준. 조명 엄청 쓰고 무대 앞 뒤로 지나치게 왔다갔다하는데 춤이 많은데 전문 무용단원 있는 서예단 작품이 아닐 때 늘 그렇듯이 앙상블들이 춤 소화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조명이랑 어우러지는 몇 순간 빼면 지루하다.

 

난 이지나 최근작 기준 본인 스타일대로 한 것 중에 제일 구렸던 걸로 더데빌을 꼽는데 더데빌보다는 낫고 라카지랑 비슷한 수준인데 유머코드나 스크린 쓰는게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기존에 올렸던 극들이 제일 커봤자 토월이나 블퀘 삼카홀인데(삼전홀인가 하여간 2층짜리 극장) 극장이 그거보다 너무 커서 생각보다 무대 장치도 후지지는 않으나 해오던 사이즈에 비해 너무 넓어서 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영상은 정말 많이 쓰는데 미적으로 좋다 싶을 부분은 몇 번만이고 대부분 과유불급이라 그저 시도를 높이 사는 마음. 공개된 뮤직비디오 장면들이 꽤 많이 나오고 그게 아니여도 영상을 쓰는 부분 자체가 워낙 많은데 체코 가서 뭘 많이 찍어온 게 이렇게 쓰려고 그랬구나 보다보면 확 알만큼인데 위에도 썼지만 그래서 잘썼냐고 한다면 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아니다에 한 표.

 

넘버는 내 기준 무난했다. 취향인 사람이 있을까 싶게 별로인 것도 없지만 넘버들 너무 좋다고 느낄만큼 확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노래를 많이 부르거나 주요 넘버를 부르는 사람 중에 제대로 소화 중인 게 박은태 정도이기도 해서... 홍서영은 제작 발표회 때보다 살이 많이 빠져서 팔뚝이 꽤 가늘어졌던데 그래서인지 숨이 좀 딸렸다. 최재웅은 고음이 많이 아팠고, 플랫이 잦은데 넘버 스타일과 본인 음역대가 안 맞아서인 것 같고, 그러다보니 특유의 창법의 단점이 너무 두드러진다. 그리고 이쯤 되면 캐스팅 보드에 본인들 이름이 올라가는게 맞지 않나 싶을 역할을 받고 있는 앙상블이 아니라 조연 수준의 비중을 가진 2명이 있는데.. 배우 급 차별하는 거 나쁘지만 앙상블 수준의 연기와 노래인데 분량이 너무 많아서 듣다 질리고 지친다. 한 분은 라카지에서 꽤 좋게 생각했던 배우였는데 왜 그런 지 모를... 내 컨디션이 나쁜 건지 음향이 나쁜 건지...

 

연기는 박은태와 최재웅은 나쁘지 않음. 홍서영은 순간순간 되게 못 하고 대부분의 장면은 신인이구나 싶은 수준으로 못 한다. 그런데 고백하건데.. 홍서영 진짜 너무 예뻐서.... 내가 연기에 대해서 엄청나게 후하게 넘어간 게 있다ㅋㅋㅋ

 

실제 생김은 공연 상세 페이지 프로필 아니라 제작발표회처럼 생겼고 그 사진보다 예쁘지는 않고 딱 그 사진 만큼인데 그때보다 살을 열심히 뺀 건지 아니면 사진이 불어보인 건지 실물은 좀 더 늘씬하고 키는 크고, 얼굴은 예쁘고.. 그래서 정말 좋았다ㅠㅠ 나란 쉬운 얼빠... 연기 지금 너무 못 하지만 하다보면 로딩되어서 연기 늘지 궁금한데 내가 이 극을 더 보고 싶지 않다는 게 안타까울만큼 예뻤다. 차기작 뭘까... 예쁜 여자 너무 좋아ㅠㅠㅠㅠ

 

1막에서는 씨빌이고 2막에서는 샬롯이라는 자기 동생 역할로 1인 2역 하는데 그래서 1막에서는 안경쓰고 모자쓴 앙상블 하나가 동생 역할을 한다. 같이 부르는 듀엣이 꽤 맘에 들지만 노래와 연기가 미세하게 그 앙상블이 좀 더 낫다는 게 좀 안타까운데 노래 내용 중에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우리 서로 같아지겠지(=샬롯 너 지금 안 예쁘고 선머슴 같지만 '나(=씨빌)'처럼 예뻐질거야.'하는 걸로 2막에 1인 2역인 거에 대한 떡밥을 뿌리기도 한다. 1막에 대한 스포를 좀 더 하자면 연기도 잘하고 아름다운 나의 사랑이라고 도리안이 헨리에게 씨빌을 자랑했었는데 사랑의 찬란함에 취해 연기 따위 의미없어져서 발연기한 씨빌에게 화가 나서 너따위는 내가 사랑한 그 여인이 아니고, 너의 어리석은 사랑이 내가 사랑한 사람을 죽였다!하고 도리안이 떠나는 걸로 씨빌이 충격받아서 자살하는 게 1막이다. 그렇기 때문에 1막에서 씨빌과 샬롯의 듀엣곡에 '언젠가 우리 같아지겠지.'와 같은 떡밥을 깔고 2막에 등장시키게 된 것. 원작에서는 동생이 남자라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데 2막의 구성상 그렇게 바꿨고 난 그게 아주 맘에 안 들지만 그건 따로 좀 더 자세히 써야할 부분.

 

일단 1막 안에서는 그 부분에서 도리안이 씨빌은 천재 여배우예요~하는 거에 헨리가 콩깍지가 껴서 그렇겠거니 정도로 넘기는데 그때 도리안이 그녀의 연기가 어쩌구저쩌구하면서 찬양하는 대화 정도는 좀 추가해서 도리안과 헨리가 씨빌 보러갔을 때 씨빌이 발연기 하는 게 원래 그런 애가 아니라는 뉘앙스를 줘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게 없어서 아쉬운 정도가 1막이었는데...

 

위에 쓴 거 정도로 아 이런 장면은 좀 더 넣지 하고 1막은 그냥 지나갔다가 나는 2막에서 엄청나게 극과 싸우게 되었고..

배질과 도리안이 동성애적인 관계를 가짐을 암시해서? 그건 그냥 왜 저런 식으로 바꿔놨지 정도였지만 전체 개작된 구성이 나에게 너무 별로였다ㅠㅠ

 

그런 의미로 제대로 스포일 2막 내용 이제 시작.

그리고 한 번 밖에 안 읽어서 기억이 잘못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내 기억 속 구성과 달라서 메시지 거지같아 졌다고 느끼는 부분 원작 스포도 시작.

 

공연 올라온다했을 때 궁금해서 읽어본 원작에서는 씨빌의 동생은 남자고, 2막에서 죽는 순서는 1. 배질, 2. 씨빌의 남동생임. 3.도리안은 씨빌과 닮은 아름다운 안 여자아이를 알게 되지만 그 애를 그냥 보내고 헨리에게 자비를 베풀었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헨리는 도리안이 배질을 죽인 걸 모른다. 씨빌의 남동생의 죽음도 도리안이 안 늙은 걸로 자기를 속인 걸 안 뒤 그를 죽이기 위해 숨어들었다가 사냥 중이던 도리안의 친구의 실수로 죽게 된다.

 

씨빌의 남동생으로 인해 씨빌과 자신이 연인 관계였고, 그녀의 자살에 자신이 관련있다는 게 알려질까봐 떨던 도리안은 그렇게 위기를 넘기고 난 뒤에 '오 이게 타락한 나에게 하늘이 주는 기회인가.'라고 자기멋대로 생각하고 제딴에는 '이제 사람들 유혹해서 나만 행복하고 남들은 타락시키는 짓 안 해야지. 그럼 내 초상화가 돌아오고 내 영혼이 정화될 지 모른다.'라는 희망에 씨빌과 닮은 여자애를 데리고 놀지 않았다고 헨리에게 자랑하는데, 젊었을 때 쾌락주의와 아름다움은 도덕에 앞선다는 이야기로 도리안이 멋대로 살게 만든 정신적 지주였던 헨리가 지도 나이먹었다고 '에이 아직도 그러고 사나.'하는 식으로 바꾼 삶의 가치관을 말하자 도리안이 충격을 받고 집에 가서 너무나 추해져서 숨겨놨던 초상화가 조금도 다시 아름다워지지 않은 것을 견딜 수 없어서 초상화를 찢는데 그 순간 자기 자신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다음날 집사는 너무나 아름다은 도리안의 초상화와 신원을 알 수 없는 추한 시신을 치우며 소설은 끝난다.

 

극에서는 씨빌의 동생이 여동생이 샬롯이라는 인물로 바뀌었고, 샬롯이 언니의 복수를 하겠다고 밤길 걷는 도리안 목에 칼 들이대는데 '20년 전에 언니 버려서 자살하게 만든 그 사람이 나라기에는 내가 너무 젊지 않아?'한 걸로 속아서 안 죽인 뒤에 헨리를 찾아가는데(원작과 달리 헨리가 언니가 죽기 전 러시아로 떠났던 샬롯을 죄책감에 후원했고 20년 만에 그애가 돌아온 상황.) 그 뒤에 둘이 함께 도리안도 참석하는 무도회를 가는데, 시빌과 닮은 샬롯을 보고 도리안이 흥미를 가져서 샬롯이 그를 유혹해서 발코니에서 단둘이 있다가 샬롯이 도리안 죽이려다가 지가 발코니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런 뒤에 배질에게 도리안이 '그애가 날 죽이려 했지만 난 나쁜 짓 안 했으니 내가 참 선했죠?'이러는 거에 배질이 실망에 실망을 더는 못 참고 떠나려다가 '나를 초상화에 낚여서 이렇게 파멸시켜놓고 니가 날 떠나!!!'하고 분노하는 도리안 손에 죽는다.

 

이 다음은 원작에서도 그런 건데 도리안에게 약점잡힌 화학자가 배질의 시체를 흔적도 없이 처리한 뒤에 자살하는데 이 뒤가 또 원작과 다르다. 죄책감을 못 이기고 헨리에게 배질이 실종된 게 아니라 죽은 거라고 밝히는 편지를 남겨서 헨리가 거기에 충격 받아서 도리안 찾아가고, 도리안의 변한 초상화를 보면서 아름다움이 가지는 완전성에 대한 내 실험은 실패했다며 도리안을 비난하며 떠나고, 도리안은 자기의 삶을 유지한 기반인 쾌락주의와 자신의 아름다움을 부정하는 헨리의 비난에 상처받은 뒤 이제 아름다운 나 없어하고 슬퍼하며 자기 목을 스스로 그어서 죽고 초상화는 아름다워진다.

 

등장인물 한명이라도 줄이고 여주라고 뽑아놓은 홍서영 인물 비중 2막에도 좀 나오게 해주려고 동생 여동생으로 바꾸고 씨빌과 닮은 사람과 동생 한 배역이 1인 2역 하도록 한 이유는 알겠는데 그건 그거고 죽는 순서랑 헨리에게 버림받는 방식과 마지막 죽음의 방식은 원작의 메시지를 위해서라면 절대 바꿨으면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2막 보는 내내 기분이 안 좋았다.

 

위에 말한 대로 순서와 결말이 바뀌면서 자기 반성의 기회를 '1. 씨빌을 버려 자살하게 함', '2. 배질 살해한 뒤 자백하지 않음', '3. 씨빌 남동생의 등장에도 이전의 악행들을 후회하거나 자백하지 않음.' 으로 3번이나 주어진 속죄의 기회를 놓쳤던 구성이 무너졌다. 도리안이 아름다우나 미숙한 젊음에 파묻혀 타락하는 사이에 그를 그렇게 만들 계기를 줘놓고 세월의 흐름을 겪으며 젊고 호기에 찼던 과거와 달리 성숙해져서 과거를 반성하는 헨리를 보고 모든 것이 잘못 되었음을 깨닫고도 영혼이 타락했고 씻을 수 없다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초상화를 없애려다가 세상에서 도리안이라는 존재가 실종되어 버렸던 원작의 메시지도 그렇게 사라졌다. 영원히 세상에 진짜 도리안 그레이는 사라지고 아름다웠던 그의 허상만 남는 것으로 젊음과 아름다움에 집착하여 아픔을 겪으며 성숙해지지 않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건지 비꼬던 원작의 결말은 굿바이.

 

현재 2막의 스토리 라인은 샬롯이 너무 일찍 죽어서 속죄랍시고 도리안이 씨빌을 닮은 아름다운 처녀를 그냥 둔 행동의 의미는 없어졌고, 그에게 갈 수 있었던 속죄의 기회들은 그냥 타락의 강화 케이스나 되었고, 헨리에게 직접적으로 비난받은 뒤 상처받은 도리안이 자기 목을 그어버렸기 때문에 한순간 헨리의 실험에 말려들어서 잘못된 이상에 사로잡혔다가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쌍한 사람 도리안 그레이의 이야기 정도가 되어버렸다.

 

주인공이 나쁘고 용서받지 못할 파렴치한이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는 걸까? 지금 구성을 짠 게 연출일지 극작가일지 둘의 합작일 지 모르겠는데 극작가가 꾸렸거나 진심으로 동의한 거면 작가가 도리안 그레이가 자신의 최애 소설이라고 인터뷰도 했던데 최애 소설의 메시지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지금의 도리안 그레이의 결말에 진정으로 만족하냐고 묻고 싶다.

 

2막 구성도 진행도 지루하고 넘버도 1막에 비해 내 취향적으로는 별로인데, 이야기도 내 기준 이도 저도 아닌 주인공 불쌍하다 동정해라. 정도로 끝나서 원작 소설보고 그다지 이야기 자체에 호감이 아니었음에도 짜증이 난다. 원작을 둔 창작물이 꼭 원작과 같은 결말과 메시지를 가져야 하는 법은 없다만 내 기준 결말이 너무 별로다. 배질이랑 도리안의 관계를 동성애적으로 직접적으로 풀어낸 부분도 싫었는데 그 부분은 오스카 와일드가 원래 동성애적 타락도 넣으려했으나 당시 논란이 커서 없앤 것이라 넣은 것 자체가 싫은 건 아니었다. 도리안과 배질의 관계의 설정과 위에 적은 대로 배질의 죽음의 순서의 문제 등으로 배질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게 싫은 건데 그 무엇보다 도리안이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타락했다가 아픔을 겪은 가엾은 사람이 된 전체적인 결말 개작이 제일 내 기준 별로인 거니 그 얘기 위에 한 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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