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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720 뮤지컬 위키드 밤공

by All's 2016. 7. 26.


캐스트 - 차지연 정선아 고은성 남경주 김영주 지혜근 이예은 이우종
공연장 -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이걸 보는 동안 그리고 보고 난 뒤의 내 마음은....
그동안 이 공연을 보고 온 지인들 왜 나에게 이거 겁나 우울하고 슬프다고 아무도 얘기 안 해준거죠??????ㅠㅠㅠㅠ

어쩌다보니 피예로랑 엘피가 둘이 꽁냥꽁냥해져요.라는 스포는 알고 보게 된 공연인데 공연 시작하고부터 끝날 때까지 너무 슬퍼서 목이 메여서 진짜 선아글린다가 세상 귀여울 때 빼면 내내 슬펐다.. 이거 너무 심도있게 슬퍼서 우울하다는 내 감상에 즐겁고 보고 나온 내 지인은 그거 좀 히틀러 풍자라는 말도 있대라며 상큼한 반응을 보여줬는데 나도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앞의 회려한 볼거리와 엘파바랑 글린다의 투닥꽁냥 및 각종 웃음 포인트를 즐겁게 받아들였으면 그렇게 행복하게 나올 수 있었을텐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ㅠㅠ

모두 가짜.. 모두 거짓ㅠㅠㅠㅠ

엘파바는 피예로랑 떠났고 내 바람 좀 섞어서 둘이는 서로 영원히 숨어살며 행복하면 좋겠지만, 결국 그 아이는 동물과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의 다름을 인정하며 각자 존중받고 사는 기본적인 세상을 지키고 싶었던 자신의 선을 버렸고, 그렇기에 진짜 선은 사라졌고, 글린다는 자신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거니까 모리블과 오즈의 거짓 연극에 동참해서 엘파바를 모함할 지언정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믿던 순수함을 잃고 거짓으로 가득찬 세상 속의 거짓의 수장이 되어버렸다.

네사로즈를 죽인 모리블을 감옥에 가뒀고 평생 가족을 꿈꿨으면서 자신의 친딸을 자신의 안위와 영광을 위해 이용하려다 못해 죽음으로 몰아버린 오즈를 자리에서 끌어내렸다고해서 글린다가 했고, 앞으로도 하게 될 위선은 진짜 선이 아니고 그 애는 그렇게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평생 말 못할 비밀을 안고 친구의 죽음을 바닥에 누르고 위선을 통한 평화나 지키는 삶을 살아야하는데 그게 너무 슬퍼서... 디파잉 그래피비도 끝나고 주변은 다 환호인데 나는 목이 메여서 울먹울먹했는데 포굿이랑 그 이후는 더 슬프고... 회전문 되는 오즈민들이 정말 많은 거 알지만 난 내 멘탈을 위해 오늘로 이번 시즌 위키드는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은..ㅜㅜ

피예로랑 엘파바... 둘다 사회적 지위나 실제의 선함, 아니면 타고난 아름다움 등 진짜를 잃거나 오해받은 채 숨어 살아야만 하겠지만, 심지의 자신의 생사여부조차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이 스스로를 숨기고 삭제한 삶을 살겠지만 걔네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피예로도 진짜 좋아한 건 엘파바면서 사람들 앞에서 그걸 제대로 솔직히 밝히지 않고 글린다의 트로피 남친 행세하면서 그녀를 찾는다는 핑계가 있었음에도 위선 속에 살았고, 엘파바도 원더풀하게 사랑받는 삶에 흔들렸으며 결국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걸 포기하고 개인의 행복을 선택했을 뿐이라지만 happily ever after의 가능성 그나마 가진 거 얘네밖에 없는 것 같다ㅜㅜ

예쁘게 태어나봤자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자신을 그렇게 태어나게 한 원흉이라 생각하는 엘파바에게 제대로 화도 내지 못한 채 의지했어야 했고, 나중에 갖게 된 권력으로 진짜 자신을 향한 게 아님을 애초부터 알았던 사랑을 붙들려다가 마술구두로 동정으로 그를 얽매는 것도 불가능하자 그를 죽일 뻔 해놓고도 결국 스스로의 잘못은 하나도 없는 듯 모든 책임을 엘파바에게 넘겨놓고 모리글과 오즈에게 이용당해 죽어버린 네사로즈, 글린다의 얕은 수로 행했던 동정심의 결과에 단호하게 책임지지 못하다 스스로의 모습을 잃고 기억마저 잃어버린 보크도, 앞서 말한 글린다, 오즈는 말해 무엇하고! 누구하나 떳떳할 인간 없으니 행복할 당위도 없다만 우울해서 누구라도 행복할거라는 희망을 갖고 싶다.

자신의 지위와 외모와 능력, 대의라는 걸 희생해서 사랑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라도 한 엘파바와 피예로의 성의가 그래도 갸륵해서 그런 맘이 들었다.

말은 이래저래 하지만 내내 우울한 건 아니고 선아글린다의 파퓰러에서의 영상보다 더 귀여운 잔망스러움이라거나, 그 전에 무도회장(에서 갈린다가 지팡이 받고 후회에 어쩔 줄 몰라하는 것부터 엘파바 들어와서 이상한 춤 추기 시작하다가 그거 까방하겠다고 그 우스꽝스러움을 갈린다의 사랑스러움으로 포장해 내놓기 전까지는 또 울었지만...) 엘파바가 갈린다의 미안함에서 비롯된 노력으로 처음으로 파티에서 진짜 파티를 겪게 되었을 때의 둘의 사랑스러움 같은 거에 웃기도 웃었다.

정선아 글린다는 오늘로 처음 본 배우인데 for good 이후로 그래도 행복을 믿던 소녀가 세상의 비겁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 갇히는 어른이 되는 비극을 사랑스러움과 함께 잘 보여줘서 좋았다. 연기도 노래도 잔망도 미모도 다 맘에 들었다.ㅎㅎ
앙큼상큼한 퀸카 느낌 제대로고 나빼샹 빙썅 타입은 굉장히 싫어하는 인물형인데 그런 타입이 자기 사람으로 생각하면 또 확 마음 주고 힝힝 거려도 신경쓰는 그런 면까지 진짜 잘 표현해서 맘에 확 들어왔다. 사실 다 필요없이 너무 귀여워서 좋았고... 애초에 내 취향 아닌 타입의 목소리인데 목소리랑 사람이 너무 러블리하고 큐트하니까 취향 파괴되는 기분ㅋㅋㅋ

차지연 엘파바는 인물이 무난하고 노래는 걱정을 엄청 한 거에 비하면 나쁘지는 않은데 노래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음향이 엄청 구린 상황인데 뭐랄까... 적당히 요령껏 마이크 힘을 잘 빌어서 해내고 있고, 정말 연기와 캐릭터는 그냥 무난한 것 같다. 배우가 해낸 장면 중에 무대 장악력이 가장 컸던 건 NO GOOD DEED였고, 개인적으로 베스트였던 순간은 피날레에서 저 하늘 위에 올라있는 글린다는 보고 짓는 애틋한 표정이 진짜 좋았다. 서툴고 투박하고 어떻게 보면 멍청하기도 한 순진한 인물이었고, 난 좀 개인적으로 나에게 그런 성향이 있어서.. 톡 까놓고 말하면 사회성이 부족해서 노력으로 개선 중인 사람이라 자기혐오적인 감정으로 엘파바 자체는 맘에 안 드는 인간형인데 또 그래서 마음을 알겠기는 하니까 찡했다. 하여간 내가 그 마음 알겠어, 싶은 것과 별개로 무난하다 이상의 극호 감상은 낼 수 없을 것 같긴 하다. 내가 차언니 진짜 많이 애정하지만 여튼 이번 인물은 나름 좋기는 하지만 딱 무난한 정도.

좀 기억에 남을 만한 인물 중에 고은성, 이예은, 김영주, 남경주 정도?
영주 모리블, 경주 오즈는 나쁘지 않았고, 이예은도 그러했다.
저렇게 예쁜 아이가 참 안 됐지ㅉㅉ하는 상황의 대상으로서 이예은은 충분히 귀엽고 예쁘기는 한데, 또 정선아가 워낙 반짝반짝하는 퀸카라 그런 평을 들을만큼 예쁜가?싶어지는데 그건 극에서 원하는 수준일 것 같기도 하다.

고은성은 적당히 귀염상에 키 크고 몸매가 딱히 나쁘지는 않아서 많이 킹카 느낌은 아니었지만 체격과 외모 다 총합해서 무대 위에 올라온 남배우 중에 제일 낫기는 해서 민우혁이면 좋겠지만 무난하다...라고 생각하면서 보다가 AS LONG AS YOU'RE MINE에서 셔츠로 감싸인 팔뚝이 나쁘지 않아 보이는 것과 별개로 섹슈얼 텐션이 크게 돋지 않아서 기왕이면 생김 자체가 정석 미남과인 민우혁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 더 몰입되지 않을까 했다.

고은성 개인으로 보면 동안의 얼굴이나 적당히 가볍고 산뜻한 이미지가 그리스 대니같은 필도 좀 나서 가볍고 심도없이 얕던 인물이 제대로 사랑도 못 해봤고, 용기도 제때 못 내서 고백도 엄청시리 늦게하고 글린다랑 오즈에 휘둘리기나 하다가 나중에나 개심하는 그런 거 잘 드러나는데 엘파바도 정선아랑도 같이 붙을 때 비쥬얼적으로 너무 연하에 어린 느낌이 강해서인지 케미가 그렇게 돋지는 않는다 느꼈는데, 이건 뭐 내 개인 감상일 수 있는 수준.

오피에서 봄에도 불구하고 음향이 총체적으로 구린데 앙상블들이 노래도 잘 못 하는 것 같다.
가뜩이나 청음이 안 좋아서 뭐라하는 지 잘 알아듣기도 힘든데 음향 버프든, 원래 잘들 하는 거든 성량 좋은 떼창이 귀에 오지 않으니 그게 오늘 공연에서 제일 아쉬웠다.

뭐 이러니 저러니 우울했니 어쩌니 찡찡거려도 무대 화려하고, 노래 좋고, 인물들 생생하고 스토리 제대로 각잡혀서 빈틈없는 극이라 돈 아깝지....않았다고 바로 지르기에는 음향이 너무 구리긴 한데 극 자체에 대한 감상은 좋았다.

그런데 오만데 이입 다 잘하고 진짜 생각할 필요없이 해피인 해피엔딩 좋아하는 사람인 나같은 사람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워낙 인기많은 극이라 오리지널, 내한, 라센으로 볼 사람 다 봤겠지만서도 나처럼 뒤늦게 자첫하는 사람이 위키드 보고 즐겁게 나온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로 풍자요소도 있는 사랑스러운 힐링극이라고 혼자 착각했다가 우울함 폭탄을 맞지는 않게 예매 페이지 시놉시스도 '오즈의 마법사를 좀 비튼 이야기입니다.'에서 1막 줄거리 정도는 알 수 있게 상세해졌으면 좋겠고.

하여간 참 좋은 극이었다.
위트있고 슬프지만 마음에 남는 게 아주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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