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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716 연극 까사 발렌티나 낮공

by All's 2016. 7. 24.

 

캐스트 - 박정복 한세라 임종완 문성일 정재원 한두호 김결 정상훈 김난수
공연장 -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캐스팅 보듯 속 앞 이름은 사회적 이름 뒷 이름은 여장 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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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1962년 6월 뉴욕 캣츠킬의 주말.
대부분의 남자들은 가족들과 캣츠킬 산맥으로 무더위의 열기를 피하러 가지만
그 중에는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비밀스럽게 어디론가 향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게이도, 트렌스젠더도 아닌
'여장을 좋아하는 남자들(크로스 드레서)'라고 부른다.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슈발리에 데옹' 리조트에서
남자들은 브래지어를 차고, 드레스를 입고, 여자처럼 행동하며
자신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근심 걱정 없는 평온하고도 행복한 주말을 보낸다.

어느 날 그들의 모임이 정식 조직이 될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
대립이 벌어지고 각자 진정 원하는 나 자신의 모습에 대해 깨닫게 되는데...
'스스로 창조된 여인'들의 세계, 슈발리에 데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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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배우가 엄청 예쁘게 여장하고 나온다고 해서 보러갔다가 텍스트 매우 괜찮은데 연출과 극도로 막한 캐스팅(제작과 연출의 일부이기도 하지..) 하나 때문에 절대 자둘은 불가할 것 같은데 또 본진과 텍스트 생각하면 보고 싶기도 해서 고민되는 공연 까사 발렌티나 보고 온 후기.
지금 이 극은 텍스트가 정말 괜찮은데 쉽사리 추천할 수 없다.
저 위에 시놉시스만 보고 생각한 것보다 텍스트 굉장히 괜찮은데 정말 그럴 수가 없다.

1) 연출이 태업함
2) 엘리아노라는 2막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엘리아노가 말도 못하게 연기를 못함.

2번에 쓴 엘리아노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냐면.. 혹시 2015년 트루 웨스트 본 분들이 있다면 아실텐데 그때 트웨 엄마들만큼 강력하다. 하 대단해.
아 그렇지만 문제는 그 분만이 아니시고 1번이 가장 크고 2번은 1번에 포함되는 영역이라고도 생각한다.

결론은 연출이랑 제작사가 좋은 텍스트 가져와서 막 만들었음.ㅇㅇ

관극 전에 여혐 대사가 있다고 해서 고민 했었고, 실제 관극을 하면서 아 저기 얘기구나 싶었는데 그런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대사들도 시대를 생각한 결과로는 잘 지나갔는데 연출이 너무 하는 게 없어서 하.. 게다가 이게 또 무슨 마가 꼈는 지 2층식 고정 무대로 무대는 그대로 놓고 그 무대에서 배우들이 본인 연기로 태업하는 연출을 하드캐리하려고 애쓰는데 최근 스위니 때 탈덕의 위기를 겪었던 지라 또 그런 걸 보고나니 이제 고정식 n층 무대에 트라우마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캐스팅 보드만 봐도 알겠지만 등장인물이 굉장히 많고 그 인물 각각이 등장 시간에는 차이가 있을 지언정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난 이렇게 여러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극본을 연출할 때는 단순히 인물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각 인물에게 연출적으로 강약을 실어주어서 관객이 집중할 타이밍을 주거나,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면 과감하게 쳐내거나 둘 중에 하나는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연출은 그저 리조트 세트 내에서 배우들을 툭툭 던져놓고, 극본에 있는대로 모든 인물들을 등장 순서에 맞게 나열한 뒤 알아서 배우들 보고 주목시키라고 방생을 해놨다.

그 방목된 배우들 중에 판사의 딸인 엘리아노 외에 모든 배우들이 무난하거나 좋다고 느낄 수 있을만큼 본인의 인물에 대한 기본, 혹은 기본 이상의 힘을 보여주지만 연출 자체에서 각 인물이 주목받아야 할 때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않으니 극 전체의 집중력이 약하고,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순간인데 그게 티가 안 난다. 그렇게 고저없이 극이 진행되니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고 몰입할 수가 없고, 그 결과 웃음이 터지기에는 슬픈 상황에도 웃거나 떠들거나 하는 머글 관객들이 나오는데, 보통은 표가 잘 안 나가서 초대가 많아서 그런 가봐 하겠지만 이 극은 그저 초대가 많아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극에서 웃을 때와 아닐 때의 무드를 구분해주지 않고 다 펼쳐놓은 게 제일 주요한 원인. 고정식 무대에서 대부분 밝혀놨다가 한 공간에만 집중시키거나 배우들 이동시켜야할 때 좀 핀조명 쓰는 식으로 연출이 되어 있는데 그럴 거면 조명을 더 적극적으로 써야할텐데 좌우 상하에 인물들이 다 있을 때도 있는데 그냥 다 밝기도 하고 진짜 옷 갈아 입어야해서 다른 곳 보게 하려는 용도 이상의 적극적 쓰임이 없고, 배우들이 그저 자기 혼자 연기하게 한 구석에 방치된 순간도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나같이 관극에 익숙한 층은 조명이 태업한다.라는 생각을 하며 알아서 이것 저것 보지만 일반 관객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어디에 두고 어떤 무드에 젖기에는 절대 쉽지 않을 상태. 잡담소리 짜증은 나는데 잡담을 하면 안 되는 시기와 유머 포인트라서 깔깔깔 웃고 즐길 수 있을 시점을 구분하지 않는 연출의 문제가 워낙 크니 비매너는 비매너고 집중하지 못하는 거 이해가 된다.

이 극에서 제일 반전이라면 반전에 가까운 부분이 있는데 명망높고 모두의 신임을 받는 판사/에이미가 그냥 크로스드레서가 아니라 동성애자라는 거다. 갈등의 단초가 되는 건 신여성회라는 단체를 설립해 공식적인 활동을 펴고 싶은 크로스드레서 잡지 발간인이자 운동가 샬롯이 신여성회라는 크로스드레서(=CD) 권익 보호 단체를 설립할 때 회원들의 실명과 주소를 공개해야 정식단체가 되니 그렇게 하자고 하는 것. 이걸로 의견이 분분하다가 사태가 심각해진 건 여장 커밍아웃과 더불어 CD가 게이와 같은 거라고 보는 사람들때문에 우리에 대한 편견이 커지는 거라면서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진술서도 받자고 하는 부분인데 'CD와 동성애자의 선긋기를 하자니! 그런 차별과 편견은 옳지 않다. 너는 뭐 그렇게 당당할 수 만 있어?', '크로스 드레서 동료가 생기기 전에 날 오래도록 감싸준 건 동성애자들인데 그들을 배신하기 싫다.', '나는 사회적인 명망이 있는 사람이고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 커밍아웃 못 하겠네요' 등등의 이유로 인물들이 갈등하는데, 그 중에서 판사/에이미는 동성애자이기도 하다는 걸 샬롯이 알게 되고, 그걸 이용해 에이미를 협박하려고 하다가 사고가 생기고 진짜 쑥대밭이 되고 크로스 드레서의 에덴 동산에서 축복은 사라진다.

뭐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지만 워낙 그에 대한 복선을 워낙 일찍 깔아놓았기때문에 관객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도 있고, 극의 앞 뒤 맥락에서 이해 안 될 구석은 하나도 없는데, 문제는 그 모든 사건과 인물들이 이게 더 중요하다는 표지없이 그저 뚝 떨궈져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극 자체의 서사는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는데 정작 극을 보는 입장에서는 전과 결이 너무 갑툭튀가 되고, 쌩둥맞게 전환되는 분위기와 인물들의 싸움에 아무리 배우들이고 전문적인 메이크업을 받아서 기본 이상의 비쥬얼을 갖춘 인물들이 여장을 하고 다니는 거라 그렇게 막 깨지는 않다 싶어도 눈 앞에서 보면 낯설 크로스 드레서들이 무더기로 나와서 일반 관객들은 몰입이 힘들 상황에서 서사에 푹 빠질 수가 없고 심지어 인터미션도 있어 머글들 집중력은 고이고이 나빌레라.

인터미션 진짜 왜 있는 지 모르겠다. 식탁 빼고 의자 여기저기 널부러 놓는 거 말고 무대도 딱히 바뀌지 않는데 왜죠?? 배우들 대사 자체에 중언부언하는 부분 줄여서 인터없이 2시간 안에 끝내는 게 차라리 나을 듯.

난 원래 닫힌 결말을 선호하는 편이라 열린 결말로 끝이 나는 극일 때 연출 대충하는 거 정말 너무 싫어하는데 이 극은 굉장히 열린 결말 같지만 메시지는 닫혀있는 것에 가까운 극인데 연출이 태업해서 급 끝나는 거 같아서 공연만 딱 보고 나와서 열린 결말이 아닌 의도된 메시지를 바로 느끼고 아 이런 얘기구나 하기에는 좀 기분이 어이없을 정도로 막 던져놓은 상황이다. 정말 꾸준히 아브컨 극 나랑 안 맞아....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싶어지게 한 공연.

아브컨은 극 자체를 잡아오는 안목은 있는 것 같은데 왜 연출에 이렇게 공을 안 들이는 건지 모르겠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으니 극 제작 단계에서 연출이 잡은 방향성을 가장 크게 밀고 나가야하고 제작사에서 너무 이러쿵저러쿵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는 편인데 그래도 제작사에서 상연될 극의 흥행을 위해 퀄리티의 관리에 대한 중간 모니터링 정도는 좀 해야하는 거 아닌가? 원래도 아브컨 있어보이는 소재 들고 나와서 머글극 수준으로 가볍게 대충 만들어 내놓는 거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 극은 그 정도가 내가 그동안 본 것 중에 제일 심함.

컴퍼니 연극과 정극 구분할 마음은 없는데 좀 더 정극적인 문법론으로 만들어야 하는 작품을 컴퍼니 극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빈약하게 그려내는 게 아브컨이 싫은 지점이고 이 극이 그것의 절정이다. 배우들은 텍스트를 보고 자기들이 이해하고 만난 걸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을 따라가기만 하기에는 이 극은 담고 있는 함의가 좀 더 깊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을 각 지점에 맞게 돋보이게 해줄 수 있을 연출적 액션이 너무나 없다. 지금 이렇게 대충 연출해야 할 만큼 무게감의 극이 아닌 것 같은데 아브컨에서는 현재의 연출 태업이 빚어낸 배우 하드케리로도 한 번에 캐치하기 힘들 메시지 미전달 상태가 맘에 드신다면 그냥 난 이 제작사하고는 안 맞는 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 극본은 맘에 들고 배우들도 너무너무 좋은데 연출의 성의와 아무리 짧게 나와도 굉장히 중요할 인물을 대충 띡 끼워넣어서 관객이 그나마 갖고 있던 극에 대한 집중력을 무한대로 흩어놓는 거에 짜증나 더 안 볼 생각을 하니 아쉽고 화가 난다.

다른 배우들은 7월부터인가 6월 말부터인가 공연했고, 이 날의 조지/발렌티나인 박정복배우와 마이클/글로리아 문성일은 다른 공연들을 하던게 있어서 최근에 투입 된 건데 아직 극에 투입된 초반이라 대사가 입에 덜 묻은 부분이 조금 있어서 몇 번 대사 씹어서 이 사람들이! 싶기는 했지만 관극을 다 하고 나면 인물 해석과 연기 디테일이 진짜 나무랄데없이 참 좋았다. 새로 투입된 인물들이 이럴 지인데 계속 하던 사람들은 당연히 기본 가락이 있고ㅠㅠ 한세라 리타는 원래 엄청 피하는 배우인데 다른 인물들에 비해 인물의 깊이가 없어서 문제지만 그래서 못 볼 정도는 아니었다. 심지어 더블 캐스트인 정연리타의 평은 아주 좋기까지 하다. 오늘 본 배우중에 나머지 배우들은 박정복, 문성일 포함해서 이미 본 배우 아닌 배우 다 섞여 있었는데 빈말 아니고 엘리아노 빼고 진짜 다들 맘에 들었다.

좋았던 순서 등으로 말하자면...

성일글로리아 진짜 좋다.. 글로리아라는 인물, 젠더로도 성적취향에 대해서 어느 한 쪽에 모두 속해있기도 하고 그 경계선이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바로 서 있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인데 그걸 참으로 잘 잡아냈고 그게 진짜 근사함ㅠ 나는 아직 뭘로 딱 정의할 수 없지만 그게 뭐 어때서 라는 꼿꼿함이 너무 좋았고, 극 중에서 우리 모두는 흑과 백이 아니라 회색일 뿐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게 정말 글로리아다.

여장남자라기보다는 그냥 글로리아.

여자옷을 입을 때 그 옷을 빛나게 하는 최고의 모습을 위해 곧은 자세와 도도한 손짓을 보이는 인물 같았달까. 그녀의 성적 취향이 바이인지 게이인지 스트레이트인지 극에서 명확히 짚어내지 않는데 보는 내 입장에서도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전작 킬미나우에서 라우디가 라우디이기에 근사했듯이 글로리아는 글로리아고, 내가 어디에 속해있다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존재와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집중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게 그저 진짜 대단하고 부러울 따름인 멋진 사람이다. 남자와 여자를 가르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를 그 스스로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인터뷰에서 여성적인 행동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했다는 게 새삼 떠오르고 좋았다.

성일배우의 필모 따라가다가 모범생들로 연기력 좀 더 좋아졌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에 '이 배우가 가진 그릇 내에서 이정도까지 할 수 있구나.'하고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릇 자체를 더 크게 보지 않을 때 가장 잘해냈다고 생각한 게 트루웨스트의 오스틴이었고, 킬미나우를 보면서 한 단계 배우 자체의 연기 그릇이 커졌다고 느껴졌는데 글로리아는 라우디만큼 중요한 인물은 아니지만 라우디 이후의 그릇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물 해석도 풀어내는 방식도 진짜 좋았다. 대사는 더는 씹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회차가 늘어갈수록 그건 해결 당연히 되겠지!

[참고로 위에 잠시 언급한 인터뷰는 이거(http://newsculture.heraldcorp.com/sub_read.html?uid=83797§ion=sc158)]

잘생기고 연기 잘한다고 소문은 자자하던데 나는 본 적이 없었던 박정복 배우를 이 극으로 처음 만났는데 이 쪽도 참 좋았다.

조지와 발렌티나, 그리고 조지의 아내 리타를 보면서 영화 대니쉬걸이 참으로 많이 떠올랐는데 대니쉬걸 속 릴리를 조지와 발렌티나가 본다면 어떤 마음일까라는 궁금증이 일만큼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인물을 잘 만들어와서 좋았다. 대니쉬걸 속 남녀주인공의 관계와 까사 발렌티나 속 조지/발렌티나와 리타의 관계는 겹치면서도 굉장히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데, 단적으로 조지는 발렌티나로 옷을 갈아입으려고 할 때 결혼 반지를 뺀다. 그 부분이 극 초반인데도 나는 쎄했는데 연출이 그거를 크게 주목시키지 않아서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극이 끝나고 나니 중요한 시그널 맞는 것 같아서 또 짜증이 났...지만 인물 얘기로 돌아갑니다.

조지는 발렌티나의 남성적인 모습. 그는 리타와 결혼했고, 여자 옷을 입은 발렌티나라는 내면의 여성은 조지와 발렌티나를 엄격하게 구분한다. 어느 정도냐면 리타와 조지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발렌티나는 조지에게 이렇게 하라고 했죠~하는 식으로 하고, 이 사람은 모든 행동 속에서 조지와 발렌티나를 구분하는데 다른 캐스팅은 어떨지 모르지만 박정복의 인물은 실체가 발렌티나인데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리타를 사랑하는, 그리고 리타에게 사랑받는 남자 조지를 억지로 붙들어놓고 나는 평범한 사람인 부분도 있다고 자기세뇌하는 것 같은 사람이었고, 그게 엄청나게 재수없으면서도 비극적이고 참 좋았어서 이분도 한 번 더 보고 싶긴 한데 연출... 연출 왜죠?(무한반복)

크게 중요하게 생각지 않아서 문성일 박정복만 맞춘 건데, 미란다의 임종완배우도 참 괜찮았다. 마이클의 권유로 슈발리에 데옹에 처음 오게 된 신입 CD인데 예쁨도와 싱크로 등까지 포함해서 유일 미란다의 평이 제일 좋은데 난 임종완도 괜찮았다. 이 배우는 그가 케이블 데이트 매칭 프로그램에 오당잠 시절에 나와서 뮤지컬 배우인 킹카~!같은 걸 했다는 걸 떠나서 내가 이 사람으로 오당잠을 봤기에 나에게는 닥터리였고, 렛미인에서 간만에 다시 만나서 반가웠던 사람인데 얼굴이 좀 독특하게 생겨서인가 무난하게 이것저것 잘 해내고 신체적 스펙도 좋은 거에 비해서 필모가 잘 안 풀리네 싶었는데, 조나단/미란다를 꽤 잘 해내서 개인적으로 혼자 뿌듯하기도 했다.

노래가 나쁜 배우가 아니지만 노래할 때보다도 난 이 배우의 말하는 목소리를 참 좋아해서 일단 귀가 즐거웠고, 키가 꽤나 크고 체격도 좋고 몸도 좋아서 메이크오버 완료한 미란다와 조나단의 아름다움의 차이가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게 눈요기적으로는 아쉬울 수 있지만서도, 또 미란다는 뉴비이기도 하고, 크로스드레서가 꼭 아름다워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 부분도 나쁘지 않았다.

숨겨둔 욕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까 꿈에 부풀어서 왔고, 그 날의 몇 시간은 천국에 있듯이 행복했다가 샬롯과의 대립 이후 판단력을 잃고 흔들리던 에이미가 함께 춤을 추다 키스를 하자 놀라서 그를 때린 뒤, 그날 밤이 쑥대밭이 되자 낙원은 없다는 절망에 다시 남자 옷을 입고 마는 아주 중요한 캐릭터인데 미란다의 중요성에 비해 연출적으로도 극적으로도 챙겨주는 게 없는데 알아서 잘 하신다. 하여간 고르지도 않고 보게 된 예상치 못하게 참 좋았던 분 정상훈 테리와 이 사람 종완미란다였다.

쓰다보면 배우들은 거의 다 좋은 얘기 쓸 것 같은데.. 더 되새기기가 싫으니 재원배시 참 뭉클하고 좋았다는 것과 함께 배우 칭찬은 그만.

참 좋았다 - 박정복 문성일 임종완 김결 정재원 정상훈
그냥 저냥하다 - 한세라 안두호
이 사람을 캐스팅한 제작사랑 연출 반성해 - 김난수

로 배우 평은 정리.

엘리아노.. 엘리아노에 대해서 나 진짜 할 말 많다. 할 말 너무 많아.
위에 썼지 전 시즌 트웨 엄마 같이 충격적으로 못한다는 말.
근데 그 분들보다 더 못하는데 이 역할을 더 중요하다.
아 진짜...엘리아노... 이렇게 아무나 써야하는 극적 장치가 아닌 것 같은데 참ㅋㅋㅋㅋ

엘리아노는 판사의 딸이고, 아버지가 미란다에게 키스를 하고 얻어맞아서 코뼈가 부러져 병원에 실려가자 아버지를 퇴원시키면서 슈발리에 데옹에 아버지 짐을 찾으러 와서 그들에게 당신들이 얼마나 이기적인 줄 아냐고 분위기를 환기시기고 가는 인물인데... 지금 엘리아노는 그런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전해지지 않고 아주 안 좋은 의미로 이물질 적으로 기능함. 갑자기 튀어나와서 욕만하고 나가는 사람으로 보임. 메시지 없이 뭐 이런 이상한 애가 다 있어?하고 느껴짐. 근데 이건 정말 배우가 역량이 없어서 그렇다.

슈발리에 데옹은 크로스드레서들이 그 곳이 천국같다고 느끼는 것 만큼 비현실적인 세상이다. 차마 일상에서 꺼내놓을 수도 없는 여자옷을 입고 싶은 욕망을 펼쳐놓으면서 비난받지 않을 뿐더러 그런 사람들과 서로를 위로하고, 게다가 크로스드레서인 남편을 이해하며 리조트 운영을 함께하는 시스젠더 여성인 리타가 존재하기까지 한다. 가족들에게 크로스드레서인 걸 들켰든, 들키지 않았든 일상에서는 꺼내놓을 수도 없는 사람들의 판타지 속 공간. 그렇게 크로스 드레서들을 우쭈쭈해주는 낙원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또 동성애자는 우리와 달리 성적으로 문란하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니 어쩌니하면서 자기들끼리 기다 아니다 싸우기도 하고, '우리 속에 동성애자가 있었다!!;!라는 걸로 난리가 나고 쑥대밭이 될 수 있는 거다. 그렇게 CD와 동성애자(사실 여기서 말하는 건 게이지.)를 구분짓는 것으로 대판 싸움이 난 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그들에게는 그게 제일 심각한 문제인 듯 하다가 엘리아노가 등장하는 순간 크로스드레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의 아픔까지 튀어나오면서 그들이 그렇게 쉽게 이해받고 용서받을 수 있는 무결한 존재가 아니고 그 전에 CD와 게이 사이에 선을 그어야하니마니 하던 게 얼마나 어이없는 짓이었는지가 분명해진다. 그렇게 이야기 자체를 확장시키는 매우 중요한 순간을 만들어내야 하는 인물이 바로 엘리아노다.

그전까지 둘다 사회에서 배척받는 존재인데도 CD가 낫네 게이가 낫네하고 누가 더 낫니 아니니 하면서 싸우는 걸로 편견과 차별이 이렇게 소수자들 사이에도 있네요.하는 수준의 이야기였다면 엘리아노의 등장으로 크로스 드레서는 우열을 판단하는 존재가 아닌 판단받는 존재로 다시 세계가 뒤집히게 된다. 그렇게 이전의 모든 사건들이 영화 맨 인 블랙에서 고양이 목에 달린 방울 속에 우주가 있던 게 주던 충격처럼 압축되고 작아지면서 그 자체로 편견과 차별이 이렇게나 쓸데없고 어이없는 겁니다.하고 메시지가 확장되는 건데 그렇게 중요한 순간을 만드는 인물이 5분 남짓한 등장시간에 본인의 존재를 소거하고 싶게 만들 수준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에 의해서 이루어지다니.... 아니 사실 연기력이라는 말을 해주는 것도 문제. 수준이 진짜 입시생 수준이다.

내가 학생 공연도 몇 번 봤는데 이건 대학교 전공생이 아니라 고등학교 입시생 중에서도 못 하는 수준의 애가 나와서 진짜 미치도록 대사를 못 치는데 그렇게 너무 못하는 수준이라 엘리아노가 전해야하는 중요한 말들이 도저히 와닿을 수가 없다. 뭐라하는 지 듣기가 싫고 어서 나가줬으면 싶은데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겠냐며!! 공연 다 보고 나와서 차근차근 인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짧게 나오니 뭐가 중요하겠어 수준으로 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이따위로 아무한테나 맡긴 제작사 무슨 생각이세요??라고 화가 날만큼 역대급 망 캐스팅.

이 극에서 글로리아가 아주 촌스럽게 여장을 하고 나온 미란다가 부끄러워서 도망치려고 하자 메이크오버를 해주겠다며 여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뒷담화를 하겠지만 남자들은 이런 걸 수리하고 고쳐줘야 직성이 풀리죠라는 대사와 더불어 하필 아들도 아니고 딸이 나와서 인물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나가니 이거 또 여자한테 나쁜 역할 시킨다!!하는 식으로 극의 텍스트에 여혐이 묻어있다고 기분나쁨을 느끼시는 분들도 후기 검색해보니 있으신 것 같은데...

난 위의 부분들이 여혐이 묻은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앞 부분은 난 글로리아를 무결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 생각하고 뒷 부분은 배우가 연기를 드럽게 못해서 그렇게 역할 자체가 오해받는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가 바지 입는 걸로 취향이 왜 그러니 할 지언정 감옥에 가지는 않을 시대에서 가족이 크로스드레서일 때 가장 트라우마에 가깝게 상처받을 수 있을 존재가 아버지가 크로스드레서인 딸이기 때문에 난 판사/에이미의 가족 중에서도 딸이 나온 게 절대 이상하지 않다.

리타와 조지가 재혼 가정이었고, 엘리아노도 이혼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가족 중에서 상처를 받는 건 배우자와 자녀 다 그럴 수 있지만 그게 두고두고 트라우마가 될 수 있으면서 가족을 버리지 못할 가능성이 제일 큰 건 자녀다.

배우자는 사회적, 종교적 통념이나 편견으로 이혼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헤어짐이 쉽지 않을지라도 남으로 시작해 가족이 된 것이기에 다시 헤어지면 남남이 되지만, 자녀는 바로 그 아버지에게 피로 연결된 파생된 존재이고, 그 중에서 아들은 아내가 크로스드레서일까봐 트라우마가 생길 가능성은 솔까 거의 없지만 딸은 남편이 크로스드레서일까봐 두려워서 배우자를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해 파경을 맞을 존재가 될 수 있다. 내가 탄생한 가족이 나에게 상처를 줄 때 새롭게 만든 가정이 또 상처를 줄까봐 두려울 수 있는 포지션은 상황상 딸 밖에 없는 것이기에 엘리아노의 분노와 위치는 장치적으로 타당하다. 크로스 드레서와 게이의 우열을 나누던 세계를 뒤집어서 그들도 그렇게 동정받기만 해야하는 존재는 아니야라고 환기시켜야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아들이 튀어나와서 '나도 아버지처럼 그런 성향이 있을까봐 두려워요ㅠ'라고 하게 하면 이상하잖아. 아직 자신의 내면을 드러낼지 말지 고민하는 조나단같은 사람이 또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고ㅋㅋ 그러니 엘리아노의 등장과 그녀의 아버지와 크로스 드레서에 대한 분노는 극 중 장치로 너무나 당연하고 또 엄청 중요한데 그 중요성을 절대 전달할 수 있을 능력치가 아닌 배우에게 맡겨서 인물을 사족같이 느끼게 하다니 진짜 이딴 마인드로 극 올리는 거 텍스트에 실례인 수준이다. 극을 보는 순간 동안은 너무 못하는 거에 충격받아서 아 못한다 진짜 못한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할수록 진짜 너무하다.

이 극 한 번 밖에 안 봐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거 좀 그럴 수 있지만 일단 내가 오늘 본 극 속에서 완전무결한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가장 깨어있는 존재같은 글로리아도 농담처럼 스쳐가는 대사라도 시스젠더 여성에 대해서 걔네는 뒤에서 뭐라하지만 남자는 안 그러지!라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적어도 생물학적인 성이 남자이고, 마이클로서는 그렇게 주류 사회에 속해있기도 한 태생적 한계를 가진 인물이고, 조지의 이해자같은 리타는 조지라는 근사한 남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꿈같은 환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을 철저하게 배격하는 발렌티나를 알면서도 무시하려다 결국 파국을 맞게 된다. 그런 면에서 엘리아노는 악역처럼 기능할 것 같지만 악역이 아니다. 그저 원하는 옷을 가끔 숨겨둔 장소에서 입는 아버지와 아버지와 같은 성향의 크로스드레서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비난을 퍼붓는 이해심없고 편견에 쩌는 나쁜 일반인 중 한 사람이라고 욕 먹어야하는 인물이 아니란 말이다.

아직 깨어있지 않은 세상 속에서 아버지의 비밀과 그 표출로 인해 자신의 안정적인 삶이 깨질 것이 두려운 그녀의 마음은 그녀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다. 가족을 정말 사랑한다면, 아버지가 딸로서 정말 날 아끼는 거라면 나를 위해서 그 욕망을 버리면 모든 게 끝인데 그러지 않는 게 얼마나 원망스럽겠나. 크로스드레싱이 범죄는 아니지만 극 중 시대는 그걸 범죄자 취급을 하는 시대이고, 일반적인 인식이 그런데 왜 가족을 위해서 그런 짓을 하는 건지 원망스럽고 속상하고 상처받은 그녀가 이해받을 수 없는 이기적인 존재일까?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속에 담고 있던 비난을 퍼붇는 행위 자체는 나쁠지라도 엘리아노는 그냥 가해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 그녀 입장에서는 부모의 이기심에 상처받은 피해자다. 크로스드레싱이 범죄 취급을 받는 세상이고, 동성애자도 그런 취급을 받는 세상,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세상이 동성애자인 판사가 그걸 숨기기 위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가졌고, 크로스 드레싱을 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그것을 하기에 그게 들켜서 아버지와 그의 자식인 자신이 비난받이 두려운 엘리아노를 태어나게 한 세상 자체가 나쁜 거고, 엘리아노는 바로 그 지점을 보여줘야하는 인물이다.

그녀가 나쁜 사람이고 이해심이 부족해서 문제인게 아니라는 걸 짧은 순간에도 보여주게 해서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크로스 드레서와 동성애자에서 사회 그 자체로 뻗어나가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되어줘야하는 너무나 중요한 인물을 그 함의를 가진 대사를 제대로 듣지도 못하게 만들 수준의 배우에게 던져놓는 걸로 극에게 죄짓고 있는 게 지금 까사 발렌티나의 상태이다.

모든 인물은 저마다의 대의와 한계와 문제점을 가진 아이러니의 연속인 극에서 가장 아이러니의 극한에 서있고 그 자체로 메시지를 만드는 인물을 그냥 연기 되게 못하네라며 자체 인터나 만들게 해서 극 전체의 메시지를 흩어놓다니. 다른 건 몰라도 극에서 캐스팅 만큼 과유불급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정말 그 평소의 신념을 백배천배 강화시켜준다. 배역에 넘치는 연기력의 배우를 보면 제작사가 돈이 많나? 배우는 시놉 사기를 당했나 안타까울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배역을 소화해내지 못 하는 미흡한 실력의 사람을 끼워서 완성도를 떨궈서 극이 불쌍해지고 그걸 봐야하는 관객이 안쓰러워지는 것보다는 훨씬 해피엔딩이지 않나.

그렇잖아도 연출 자체도 하는 거 없이 배우한테 기댈거면 배우는 기깔나게 캐스팅해서 호불호 갈리는 건 있어도 적어도 제 맡은 바는 무조건 해낼 수 있게 해야지. 그냥 좋은 텍스트를 실제로 공연으로 올리기만 한다고 다가 아닌데 극을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면서 아브컨 하는 짓 아주 말과 거리가 멀다. 그 극이 가진 메시지를 제대로 전할 수 있을 기본은 갖추고들 올리라고. 쫌. 생각할수록 극 텍스트가 좋아서 너무 아깝다.

대체 당신이 원한다는 평범한 삶이 뭐냐고 말하는 리타에게 당신이 떠나면 내가 사라진다고 눈물 지었던 남자옷을 입고 있던 조지가 자신의 방에서 옷을 벗으니 안에는 여성 슬립을 입고 있고, 화장대 속 거울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결말을 보며 일단 보고 나와서는 열린 결말 노취야라고 생각했는데 텍스트를 되짚어보니 이 극은 모든 사람들이 진실할 수 없고, 그 거짓 속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기는 차별과 편견이 가득한 세상이 문제라는 궁극적이고 올곧은 메시지가 있는 극인데 극 자체만 보면 그걸 알 수가 없고 끝나고 한참 이게 이런 의미일거야 고민해야 알 수 있다. 아 진짜 아브컨 소재 좋은 극 가지고 와서 선점 겸 독점해놓고 계속 막 만드는 거 너무 싫다.

극이 제작사에 아깝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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