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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1230 뮤지컬 베르테르

by All's 2016. 3. 12.




캐스트 - 조승우 이지혜 문종원 최나래 강성욱 이민재 김선혜 김보현 문슬아 이강 김순주 김경민 이용규 도율희 김용한 김지현 구준모 이선덕
공연장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조베르 뽕에 차 있음 주의. 지혜배우 얼빠 및 목소리빠 주의.

하반기에 돈을 너무 생각없이 쓴 지라 베르테르는 넘겨야지 했었는데 오슷도 나온다고 그러고 조나 엄이 더 나이들면 진짜 안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라고 쓰고 핑계라고 읽으면 됩니다) 조베르 봤는데 흑 진짜 난 취향이었고 너무 좋다ㅠ

원작 읽은 적은 없어도 줄거리는 알아서 베르테르가 권총자살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배 갑판이 열리고 하얀 옷을 입은 앙들이 해바라기를 들고 한 명씩 걸어나오는데 그게 베르테르의 장례식을 암시한다는 걸 알겠는데 그 장면이 무대부터 앙들의 움직임 하나하나 정말 '그림'같고 너무 예뻐서 진짜 처음부터 훅하고 치였다.
연극보다는 뮤지컬이 좋지만 연극적인 건 좋아하는데 굉장히 연극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참 예뻐서 시작부터 치였고.. 그리고 그렇게 전체적으로 화폭같이 예쁜 무대와 그림들 속에서 인물들의 감정은 용암처럼 일렁여서 정말 좋았다ㅠㅠ

그냥 조나 엄 중에 한 명으로 베르테르를 보는 걸 목적으로 한 거라 캐스팅을 전혀 고르지 못해서 누구도 선호하지는 않는 것 같으나 나는 좋아하는 지혜롯데에 표 잡고 보니 이 캐슷이구나 알았던 종원알베 성욱 카인즈 였는데 조베르 지혜롯데는 정말 좋고 종원알베 성욱 카인즈는 그냥 저냥 괜찮았다. 둘 다 노래를 더 잘했으면 or 목소리가 부드럽고 연기를 잘하면 참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했는데 감상에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고, 사실 조베르 노래에 아이 좋아하고 나왔으면서 노래 더 잘하는 두 배우의 노래에 문제 삼는 건 양심리스 인 것 같기도 하고ㅋㅋ

조는 연기보러 가는 거라고 해도 1막 중반까지는 오늘 목이 안 좋네. 역시 오빠가 하루라도 젊을 때 봐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극이 진행되고 콩깍지가 씌이기 시작하면서 발길을 뗄 수 없으면 부터는 갈성 자체 필터가 되고.. 2막부터는 진짜 노래가 좀 더 좋았던 것 같기도??

그치만 역시 조베르 연기가 너무 좋았다ㅠㅠ
나이가 나이인지라 역시 진짜 '젊어서' 자기의 사랑이며 감정이며 열정에 휘둘리는 느낌은 크게 받지 못했지만 자기 안에서 피어난 사랑이라는 감정에 스스로를 어쩌지 못해 자석산에 부딪쳐 산산히 부서져버리고마는 그 잔인하고 절절한 감정이 간질간질하게 나홀로 썸타던 망충하고 얼뜨기같던 시절의 풋풋함부터 차곡차곡 쌓여서 공기를 꽉 채워버린 느낌?
기왕에 팬들이 신작을 하길 열렬히 바라는 것도 같은데 조배우가 연극 해줬으면 좋겠다. 그거 내가 보게..라는 강한 열망을 안겨줬고ㅠㅠ
마지막 엔딩이 뭉클하기는 했지만 그런 큰 씬보다 그냥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좋았다.

호메로스의 책을 쌌던 롯데의 리본을 찬찬히 감아서 셔츠 주머니에 넣고 토닥이는 손짓이나, 알베르트와 롯데가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동안 온실 주변에 등지고 서 있을 때 꽃다발을 툭.. 떨굴 때라거나, 다만 지나치지 않게 자신을 맴돌아달라는 롯데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한 뒤 그녀와 키스를 나누고 무너지는 그녀를 바라볼 때의 눈빛같은 거? 지금도 그는 매우 친절해서 연극이면 너무나 친절해질 것 같지만 그래도 보고 싶다ㅠㅠ

그녀를 정말 제대로 성숙하게 사랑한 거라면 애초에 임자있는 거 알았을 때 떠나고 다시 돌아와서 엄한 사람 흔들어놓고 죽어버릴 바에야 그냥 떠나고 잊어줬어야 하지만 무너지는 롯데를 보고, 차마 잊을 자신은 없어서 그냥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서 그녀의 흔들림을 잠재워주고 싶었던 나름의 미친 순애..같은 걸 느꼈는데, 너무 자체 취향을 섞어버린 해석이 아닌가 싶지만 내 맘대로 느껴버려서 어쩔 수가ㅠㅠ 아름답지 못한 순정 성애자라 정말 좋았다ㅠㅠ

내가 둘을 각자 좋아하는 거랑은 별개로 조베르랑 지혜롯데가 목소리 합이 딱히 좋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오늘 조합으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게, 완전 좋다고 보고 나서 계속 신나게 해준 조베르에게 없어서 이건 진짜 아쉽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 젊음을 지혜롯데가 그냥 뿜어내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난 오늘 조합으로 보길 잘했다 싶다ㅠ 내가 지혜베으 목소리랑 웃는 얼굴을 너무나 좋아해서 웃으면서 소리만 내면 그저 좋아하는 게 좀 문제긴 한데.. 그걸 포함해서 오늘 만난 지혜롯데의 인물 자체도 나에게는 와닿고 좋았다. 그냥 사람 자체가 반짝반짝 빛나고 사랑스럽고 너무 좋아서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당기고, 그런 호의와 애정에 조금 과하게 보답해도 예쁜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사람!

사랑받는 것도 익숙하고 사랑을 주고 나누는 것도 익숙한 그 자체로 사랑받던 '롯데'라는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뒤로 하고 '알베르트 부인'이 되어버렸으니, 결혼 생활의 만족도와는 상관없이 나 자체로 완전하게 사랑받던 롯데이던 스스로를 무의식적으로 그리워하는 마음이 베르테르의 자신을 향한 비정상적인 열망에 흔들리게 한 원동력 같았고, 사랑하는 알베르트와 가정을 이루었으니 난 당연히 행복해야하는데 왜 다른 이에게 흔들리지는 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젊은' 그런 롯데의 감정의 흔들림이 나에게는 좋았다.

종원 알베랑 성욱 카인즈는 위에 쓴대로 그냥 감상에 무해한.. 둘 다 취향일 목소리와 생김은 아니고 성욱 카인즈는 연기를 좀 더 잘했으면 좋을 텐데 싶었지만 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극 자체는 연극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잔잔하고 (독백 진짜 오랜만에 들어봄ㅋㅋㅋ 옛날 극 감성) 음악도 아기자기한 실내악이라 막 꿀잼! 이런 느낌은 아닌데 오늘 공연장에서 느낀 감성이랑 여러 일렁이는 감정들이 정말 좋았다.

미술을 너무 몰라서 식견이 좁아서 생각나는 작가의 한계가 있는데 극을 보는데 마그리트의 그 유명한 그림이랑 고흐의 해바라기가 떠올랐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극이 보여주는 그림이 마그리트에서 해바라기로 물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극한으로 치닫는 감정의 울렁임 느끼는 걸 되게 좋아해서 고요한 가운데 울렁이는 그 감정들이 뭉클했다. 보길 잘했다ㅠ 매우 취향이었다.

막귀라 앙들이 잘하고 아니고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 자기들끼리 이것저것 꽁냥거리고 깨알같이 장면 꾸리는 게 이뻐보이고 커튼콜에 해바라기 들고 한명씩 퇴장하면서 잔망 떠는 것도 귀여운 걸 보니 좋기는 한 것 같다. 아기자기하게 나에게 사근사근하게 이쁘게 극을 꾸려줬으니 좋은 앙들인 걸로XD

커튼콜 때 조베르가 그 위로 올라가는 구조물에 손목베개하고 누웠다가 모로 돌아누워서 손인사하는데 객석에서 실시간으로 앓는 소리가 터졌고.. 그 중 한 명이 나였고... 덕분에 꽤 개운한 기분으로 극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ㅋㅋ

공연 좀 예전부터 볼 걸 그랬다ㅠㅠ
10년 전 조베르였다면 심지어 지금에서 젊음이 있을텐데 그걸 평생 못 볼 거라니 아쉽다 싶을 만큼 좋았다.

짝사랑하다가 권총자살하는 이야기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행복감을 느끼다니 앞 뒤 안 맞는다 싶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니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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