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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1224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by All's 2016. 3. 12.


캐스트 - 전동석 박은태 이혜경 이지수 이희정 홍경수 아역 오지환 김민솔
공연장 - 충무아트홀 대극장



저번에 동뉴로 보고 동은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동빅 한 달 사이에 노래가 더 좋아져서 좋았고 박은태배우를 실제 공연으로는 인생 처음 봤는데 어제는 본인 컨디션 100퍼센트가 아니라던데..... 노래를 대사처럼 치는데 너무나 유려하고 섬세하고 연기도 꼼꼼하고 되게 좋았다. 동은 목소리 합도 진짜 좋았다.

아 진짜... 은태배우 영상으로 듣던 것보다 노래가 너무 너무 섬세해사ㅠㅠ 하이노트는 쨍하기도 한데 목소리가 참 맑고 노래랑 연기랑 진짜 따로 또 같이 가는데 아주 취향인 타입은 아니라 덕통은 아닌데 진짜 잘한다는 게 계속 실시간으로 느껴졌고 박은태라는 배우 자체에 매우 많이 감탄했다.

저번 프랑켄 자첫 때 1막은 재밌고 2막은 지루했었는데 2막에서 괴물이 앙리가 되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드러나니 그거 보는 맛에 그래도 저번보다 훨씬 덜 지루했다. 괴물에게서 앙리가 보여지니까 빅터와 앙리의 관계나 감정선도 다르게 느껴지고 극 자체의 설득력도 좀 더 생겼다. 극의 스토리가 쫀쫀하지 않을 때는 확실히 배우의 역량이 극의 재미와 설득력을 담보해주는구나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2막이었다.

전에 봤을 때는 의미있게 귀에 담기지 않았던 대사들이 배우가 연기를 섬세하게 하고 과정을 잘 보여주니까 기억에 남고 좋았다. 까트린느와 다시 재회했을 때 머릿 속에 뭔가가 자꾸 혼란스럽다고 하는 게 아, 앙리의 자의식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과정이구나 했고. 괴물로서의 성장도 있겠지만 그렇게 인간 취급을 받던 옛 기억이 뒤섞이는 상황에서 넌 괴물이고 장난감이고 버림받은 존재라는 압박과 학대(?)를 받게 되면 현재 스스로의 존재 의미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인간 전체에 대한 회의와 분노로 이어질 수 있겠구나하는 설득력이 있었다. 난 괴물에서 자신이 태어난 게 아닌 창조된 인간, 그것이 아닌 피조물이라는 증거인 꿰메인 목의 상처를 뜯어내고 싶어 몸부림을 치는데 인간으로서의 기억이 점점 살아나면서 인간 미만의 존재로 핍박받고 이용당하고 버려지게 되는 것에서 오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혐오감이 생생하게 오고. 진짜 좋았다.

이미 빅터를 만났을 때는 앙리로서의 기억이 꽤나 돌아온 것 같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혐오가 생겼고, 실험에 실패함으로써 자신에게 이런 철저한 고독과 비참함을 선사한 빅터를 자신의 꿈, 신의 위치에서 끌어내리고 그를 하찮고 혐오스러운 인간도 아닌 존재로 끌어내려서 자신과 같은 고통으로 끌어가기 위해 복수한 느낌이었고ㅠ 이런 걸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행동이 다 설득력 있었다.

호숫가에서 처음 길 잃은 아이를 상냥하게 대하다가 그 아이가 목의 상처를 보고 그 만들어진 생명체가 아저씨냐고 알아보는 것에 이 작은 것도 결국 인간이 되겠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인간을 하나라도 더 없애버리겠다는 마음에 박힌 혐오의 발로로 아이를 밀어낸 것 같아서 단순한 인간 혐오로 느껴지지 않는 점도 좋았다.

한 소년의 이야기에서 넘어진 아이 빅터를 일으켜세웠던 앙리가 괴물이 되고 그냥 같은 아역을 쓴 거지만 빅터와 같은 얼굴의 아이를 인간이라는 걸 실감하고 호수에 밀어버리는 게 빅터를 인간 그 이상의 이상을 가진 자신의 꿈이자 신으로 믿고 보호하고 다독이고 격려하던 은앙이 괴물이 되어 돌아와 그를 신의 위치에서 끌어내리고 자신의 존재도 잊고 그저 혼자라는 것에 절망하며 고독한 죽음을 맡는 과정을 계획한다는 것과 오버랩되어서 이래저래 계속 좋았다. 은앙이 동빅을 대하는 게 자신의 새로운 이상과 꿈을 지키고 그러면서 보모적이라 빅터의 캐릭터 자체도 좀 더 다층적이 되어서 북극으로 빅터가 간 이유도 억지로 끼어맞출 수 있게 해준 점도 참 좋았다고 합니다. 그전까지는 도통... 강제 이해할 건덕지를 찾을 수 없었기에ㅠㅠ

은앙이 동빅을 대하는 건 자신의 꿈을 지키는 것이기도 했지만 야망꾼인 매드 사이언티스트지만 외롭고 애정결핍에 의존병도 좀 있는 듯한 동빅의 곁을 지켜주는 것으로 그가 절망해서 실험을 끝내지 않고 이어갈 수 있게 한 힘이 되게 한 것도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게 북극으로 빅터가 따라간 연결고리가 되어줬다.

동빅이 내가 전에 보고 시간이 지난 한 달 사이에 인물에 그 결을 넣은 건지 아니면 은앙 한정인지 모르겠는데 빅터가 어머니라는 존재로 상징되는 감정의 의지처에 집착하는 면이 어제 공연에서 새롭게 보였는데 그게 실험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이기도 하고 주변인의 죽음에 절망하는 요인으로도 느껴지고 근데 전에 봤던 빅터의 캐릭터성과 크게 엇나가지 않아서 너무 바뀌어서 꽁기하지 않을 정도라는 것도 좋았다.

내가 어제 본 동빅은 가장 사랑하고 의지했던 존재인 어머니가 죽게 되자 그 존재를 살리는 것, 생명을 초월하는 것에 집착이 시작되었고 그거와 동시에 자신에게 퍼주어진 저주를 벗어나 엄마가 죽은 뒤 다음 의지처가 된 누나 엘렌에게 집착하게 된 느낌이었다. 전에는 그런 느낌이 좀 있는 듯 싶어도 아주 강하지는 않았는데 앙리를 대하는 방식이나 기차신에서 추가된 애드립에서 그런 느낌이 강해졌다. 은앙리는 빅터에게 마음의 가장 큰 의지처지만 너무나 멀리 있던 앨렌보다는 거리가 가깝고, 자신의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하지만 집사라는 한계가 있던 룽게와 달리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같은 과학자이기도 했기에 여러 의미로 제 2의 보호자였고, 빅터의 그런 인간적 결함을 달래가면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적절히 가이드해가고 뒤를 봐주며 서로 서로 잘 지내왔던 것 같다는 상플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의미로 제2의 보호자였던 앙리의 머리로 만든 존재이니 룽게가 죽였을 때는 그를 앙리로 놓고 대우하느니 죽여없앨만 했겠지만, 엘렌도 죽고 줄리아도 죽고, 마음의 제2,3의 의지처를 몽땅 잃어버린 마당에는 앙리의 머리만 달고 있는 존재라 여길 지언정 그의 흔적을 갖고 있는 존재를 찾아가는데 집착할 수도 있겠다 북극으로 빅터가 향하는 것에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치면 그렇게 혼자 남지 않겠다고 부득불 찾아간 존재를 굳이 죽이겠다고 난리를 부리는 게 이상해질 수 있지만..... 실패한 실험의 존재적 증명이자 더 심연의 의지처였던 엘렌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었다는 스스로에 대한 암시였다고 자체 합의를 하고 넘어가고 싶고ㅠㅠ

다리를 다친 빅터의 손에 총을 맞은 뒤 괴물이 드디어 빅터에게 그를 창조주라고 하지 않고 빅터라고 이름을 부르며 자신이 앙리이자 괴물임을 알리자 그에게 앙리라고 되묻는 듯 말할 때 앙리를 찾았음에 기뻐하는 게 혼자가 아닐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 정도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는 곧 죽을 것이고 자기는 이 광막한 곳에 홀로 버려졌고 자신에게 저주를 내린 신을 이겨내지 못한 실패하고 외로운 존재로 끝나게 했다는 것에 절망해 이제 곧 죽을 마지막 의지처이자 실패한 이상의 결정체 그 자체를 끌어안고 그래 내가 바로 그 짓을 해낸 그 인간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다하고 울부짖으며 끝내는 뭐 그런 흐름이 설득력있고 좋았다.

정리를 하겠다고 쓰는 후기인데 왜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지ㅠㅠ 서글프고ㅠㅠ

혜경엘렌은 전에도 좋았고 이번에도 좋았고 에바는 여전히 별로... 사실 에바 캐릭터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냥 남자의 세계랑 넌 괴물이야가 여전히 길고 지루한게 문제인 것 같다.. 자체 인터.. 그래도 이제는 끝이 언제라는 걸 알고 들으니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는 게 재관람의 긍정적인 면이고ㅋㅋ

지수 줄리아/까뜨린느는 연기고 노래고 시하배우보다 미숙하고 성량도 약하기는 한데 배우 자체가 어리고 순둥순둥하게 생겨서 특히나 시하까뜨의 억센 느낌이 딱히 좋지 않았던 점에서는 배우 자체가 조금 더 취향이라 좋았다. 정동야행 때 은괴랑 듀엣이 너무 별로라 크게 걱정했는데 공연에서는 은괴가 밸런스도 잘 맞춰주고 본인도 성심껏 부르고 자체의 어린 생김이 철없고 순진함으로 보여서 까뜨의 행동 자체가 그냥 좀 더 편하게 이해되었다.

아니 근데 사실 다른 거 다 떠나서.. 동빅 은괴 누구랑 붙어있어도 좀 더 그림이 예뻐서 좋았기도 하다ㅠ 시하배우 참 예쁜데 키가 커서 그런가 뭔가 나에게는 동빅과 뉴괴 누구와도 그림이 좀 아쉬웠어서 줄리아로도 까뜨로도 남배우들하고 스킨쉽이 있을 때 뭔가 안기는 그림이 그려지는 게 보기에 좋았다.

다음 관극 동한으로 프랑켄은 막공주에 컷콜 허용해준다면 또 모를까 바이바이 할 것 같은데 이번에 은괴가 해준 것처럼 한앙 한괴도 좀 재미진 해석을 보여줘서 2막을 잘 견딜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어제는 꽤 즐거웠다.

24일 밤공 동은은 참 재밌었다.
동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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