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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1128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낮공

by All's 2016. 3. 12.



캐스트 -  전성우 심형탁 김지현 양소민 김동현.
공연장 - 광림아트센터 BBCH홀
 


원작도 보고 보는 거라서 스포 낭낭할 후기 투척합니다.
그치만 줄거리 설명은 안 할 거라서 시놉시스를 투척함!

<예매 페이지 내 줄거리>
어느 날, 영국 런던에서 조금 떨어진 소도시 스윈던의 한 주택가에서 한밤중에 
개 한 마리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살해된 개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편부와 함께 사는 동네의 자폐증을 앓는 15세 소년 크리스토퍼. 
살해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크리스토퍼는 자기의 신상에 관련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자폐증을 앓는 열다섯 살 소년의 내면 세계를 그린 일종의 성장 드라마! 
특별한 소년의 예측불허 감동 스토리.

이 연극은 줄거리보고는 딱히 크게 끌리지 않을 내용이었는데 여기저기서 주워서 본 무대 이미지가 너무 근사해서 보고 싶었던 극이었다.








↑이런 거??

그런데 아브컨이 무대를 안 사왔다고 해서 허접하고 구릴까봐 연출 자체에 대한 걱정을 엄청했는데 물론 윗 수준의 퀄리티는 아니지만 적어도 영상과 무대 자체에서는 꽤나 보기에 허접하지 않을 만큼의 퀄리티가 나왔다. 연출 자체를 따지면 워낙 큰 걱정을 하기는 했고 김태형 연출과 잘 맞는 편이 아닌 입장에서 걱정보다 좋고 기대보다 이상이었다. 앞에 썼지만 적어도 무대와 영상의 조합에서 영상이 아름답게 잘 빠졌고 극 중 크리스토퍼의 꿈이 우주 비행사인데 그래서 등장하는 우주 장면 등이 무대 도구와 합쳐져서 구현 될 때 매우 아름다웠다. 영상의 사용이 적절하고 좋았다.
 
역시 앞에 쓴 말이지만 크리스토퍼가 우주의 팽창과 소멸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연출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포함해 촌스럽고 유치하지 않게 혹은 허접해보이지 않도록 고민하고 애쓴 흔적이 결과물로 보여지고 있고, 그 부분은 매우 호. 이게 8만 8천원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무대와 연출이냐고 하면 거기에는 딱히 할 말 없는데 우선 보기에 좋기는 했고 BBCH 그 큰 대극장이 휑해보이지 않게 돈을 들인 티는 내줘서 좋았다.
 
무대 안 사온 상태에서 진짜 애썼네 고생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는 취향에 부합하지는 않았고 불호에 가깝다.
 
원작 소설을 읽은 입장에서 원작을 극으로 각색한 부분, 대초의 극본 단위의 아쉬움이 너무나 큰데, 극 중 주인공이자 자폐아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크리스토퍼의 방백으로 처리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이 대사로 표현되어 있었다. 소설 속에서는 크리스토퍼의 머릿 속 생각이었던 걸 입으로 시시콜콜 말하고 있으니까 정신없고 인물이 오히려 붕 떴다.
 
크리스토퍼는 낯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낯선 사람과 말을 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아주 친밀한 부모마저 자신의 몸을 만지지 못하게 할 만큼 자기 세계가 확고하고 타인에 대한 벽이 견고한 인물인데, 그런 애가 많이 좋아했던 옆집 개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살해범을 잡아야되니까 낯선 사람들에게 말도 싫지만 말도 애써서 걸어보고, 그러다가 알고보니 자기 아빠가 범인이었고 죽었다던 엄마는 바람펴서 이혼한거라 아빠가 숨긴 거고 등등의 문제를 알게 되고 아빠를 피해서 엄마가 사는 런던으로 가겠어!!!하고 스윙던이라는 자신의 바운더리를 벗어나서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자기 딴에는 생사를 건 모험을 떠난 건데 크리스토퍼가 아무리 익숙한 타인일지라도 학교 선생님인 시오반선생님을 비롯한 낯선이에게 자기 말을 너무 많이 했다.
 
자폐아동이 모두 대화를 피하고 말수가 적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원작 속 크리스토퍼는 그런 부분을 일일이 말하지 않았고 그런 부분은 독백으로 처리했어야 하는데 아예 대사가 생략되거나 그냥 타인에게 말하는 걸로 처리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웰링턴의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된 뒤 엄마가 있는 곳일지라도 자폐아들에게 공포 그 자체인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할 만큼 아버지에게 깊은 불신과 크나큰 공포를 느꼈다는 걸 납득시키기에는... 그런 심리적 갈등과 고민의 깊이가 느껴지기에는 지금 크리스토퍼는 너무나 사회적인 성격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게 아쉬웠다.
 
그 연장선에서 특히나 런던에 도착한 뒤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지하철을 타게 되고 낯선 사람들로 가득 찼고, 시끄럽고 정신 없는 그 곳에서 너무나 두렵고 혼란스럽고 겁에 질린 크리스토퍼의 마음을 안무와 무대로만 처리한 점도 정말 너무 아쉬웠다. 책을 읽는 동안 한 번에 읽지 못하고 끊어 있었는데 그렇게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지하철 장면이었다. 낯선 것이 가득차서 통제할 수 없는 무서운 공간과 상황 속에서 느끼던 크리스토퍼의 공포가 너무나 생생히 다가왔었고, 그게 글로만 읽어도 가슴이 먹먹했는데 배우의 표정과 앙상블들이 여기저기 치이는 것처럼 애를 들고 돌리고 휘감고 날리고, 뒤에 영상 쏘고 귀 따갑게 긁는 소리 내고 그런 걸로 표현하기에는 그 막막함이 안 전해졌다.
 
아직 본 공연이 몇 개 안 되어서 비교할 게 뭐가 없는데 흡사 엘리자벳에서 마이어링에서 죽천들이 루돌프 데리고 돌리는 것처럼 크리스토퍼가 막 무대 위에서 방황하면서 뒤돌려지고 막 그러는데, 의도도 알겠고 애쓴 것도 알겠는데 그렇게 시각적으로만 할 필요없이 그렇게 큰 무대에서 지하철 승강장 벤치에 주저앉아서 귀를 막고 쪼그려앉은 크리스토퍼 주변으로 지하철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혼란스러움을 영상으로 휘번덕거리게 하면서 사람들이 막 주변을 감싸서 나돌아다니게 한 다음에, 크리스토퍼가 '나는 지하철을 가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눈 앞이 빙빙돌고 어쩌고 뭐 그런 얘기를 하는 걸로 처리했으면 훨씬 이 아이의 불안감과 공포가 와닿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앞에 써놨던 것처럼 이 극은 방백으로 할 부분을 대사로 써놓은 것도 별로인데 내 기준 방백으로든 대사로든 입밖으로 꺼내야 하는 부분은 또 말을 안 했다.
말을 안 할 거라면 앞 뒤 서사를 단단하게 챙겨서 바로 알 수 있게 해놓으면 또 배우들 표정과 몸짓 만으로도 전해질텐데 그건 또 아님.
올해 본 연극 중에서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을 진짜 근사하고 아름답게 연출한 연극이 있었어서 더 아쉬웠다.

바로 박근형 연출의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였다.

그 극 안에서 주인공 토미오 모리타가 히키코모리이고 사회적응 훈련을 하던 중에 너무 큰 봉변을 당해서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겠다고 상처받은 상황에서 정말 너무나도 좋아하는 프로레슬링 경기가 집 근처에서 하는 걸 알게 된 뒤 진짜 문 밖을 나서고 싶지 않은 공포와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한참을 나가지도 포기하지도 못하고 절망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은 사실 대사 한 마디 없이 소리와 연기와 조명과 무대 전환으로만 있었지만 그 전에 모리타가 어떤 부분이 두려울지 그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어야 했는 지 등을 쫀쫀하게 잘 짜놨기에 말이 없는 연출로도 그의 생각 하나 하나, 공포와 두려움과 고민이 다 전달되었고,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정말 한참을 이어지는대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는데 한밤개의 지하철씬은 조명이며 앙상블이며 주인공이며 뭐 하는 게 참 많은데도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그 직전에 아버지가 객석 좌블 중블 사이 통로에 서서 지하철 역의 크리스토퍼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처리한 부분이 있는데 그거 우측 사이드나 앞줄 사람들은 좌측 통로에서 아빠가 직접 서서 이야기한다는 거 알까 싶었다. 그냥 무대 사이드에 서서 했으면 좋겠어. 내가 널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나에게 이러는 거냐고 형탁 에드가 그렇게 크리스토퍼에게 억울해하다가 그래도 애가 걱정이 되어서 낯선 지하철에서 힘들 때 하나 둘 하나둘 박자를 세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라고 이야기 한 뒤 퇴장을 해야 하니까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 도중 계속 크리스토퍼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보던 게 개인적으로는 뭉클했고 그 섬세한 액팅이 좋았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오블 앞열 관객들은 그냥 테이프 틀어놓은 줄 알고 헐 그랬어?하고 모르고 지나칠 관객이 너무 많을 것 같다. 그렇게 객석 중간에서 한다고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으니까 걍 무대 사이드에 세우라고... 퇴장도 훨씬 짧고 편할텐데 이해불가.

아... 다시 돌아와서 지하철에서 크리스토퍼가 힘들어하는 부분.. 그래서 시각적으로 구현해서 전달이 충분히 될 만큼 잘 만들지 못할 거면 뻔할지라도 중간에 얼마나 그 부분이 고통스러운지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전달력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슷한 맥락으로 인물의 감정을 쌓아놓지 못해서 사건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전달 못하고 축소시킨 부분이 또 있는데 바로 자폐아이지만 서번트인지 물리와 수학을 잘하는 크리스토퍼가 아빠인 에드의 노력으로 특수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A레벨 수학을 배울 수 있는 등급이 되는 지 확인하는 레벨 등급 시험을 보지 못한다고 했을 때 절망하고 상처받는 부분의 처리였다.
 
각고의 노력과 고생끝에 원래 살던 스윙던에서 엄마가 이혼 후 같이 살고 있는 남자와 함께 사는 집에 간 크리스토퍼는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니까 자기는 엄마와 살거지만 다음 주에 있을 A레벨 수학시험을 보러 스윙던에 그때는 갔다와야 한다고 엄마에게 말한다. 당연히 엄마는 안 된다고 하고, 결국 학교에 전화해 내년으로 그 시험을 미룬다고 하는데 그때 크리스토퍼는 정말 너무나 절망한다. 자기는 특수학교에 다니지만 다른 친구들과 달리 똑똑하니까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꿈을 향해 가는 길 중 하나로 A레벨의 수학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그 시험을 보지 못한다는 건 꿈 자체의 과절과 똑같은 건데 그 시험이 크리스토퍼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없이 엄마한테 나 시험 보러 가야해요!하고 엄마가 안된다고 하니까 으아아아아아!!하고 절망하면 책 안 읽은 사람이 어떻게 그 절망감의 깊이를 알겠나 싶었다. 이해하는 이 있다면 내가 너무 관객의 이해도를 낮게 본 거지만, 일단 오늘 내가 본 감상으로는 그 아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말로 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앞에 쓴 두 부분을 포함해서 감정적 전달력이 떨어질 지라도 녹음된 나레이션을 몇 군데 넣어서 목소리로 들려줄 이야기들이 많이 생략된 것 같다는 게 이 극이 극본 자체로 아쉬운 부분인데 워낙 큰 골조라 바뀔 지 여부도 미지수임. 게다가 지금도 크리스토퍼 대사량이 어마어마한데 그런 개작 수준의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싶고ㅠㅠ
 
연기 얘기로 넘어가자면.. 이 극을 프리뷰부터 보게 만든 내 본진인 전성우의 크리스토퍼는 책을 읽고 혹시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순호 생각이 너무 날까봐 걱정했는데 그 부분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대신 열다섯살이라는 나이때문에 어리게 느껴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잡은 듯한 목소리 톤이 너무 높아서 그냥 톤 자체가 뜬 것처럼 느껴지는 게 있어서 그 부분이 시정될 것이 분명한 막공주쯤에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크리스토퍼 진짜 지킬에서 지킬보다 퇴장없이 극 내내 나오고 내내 말하는데, 주말에 성우배우 종일반 회차도 많던데 지금 톤으로는 그렇게 계속 연기하다가는 목 나갈 수 있을 듯. 그런 점에서 초반을 넘어서면 어떤 의미로든 조금은 침잠하는 인물이 될 것 같은데 그게 연기로도 더 취향일 것 같고 듣기에도 내가 편할 것 같으니 그때 쯤 다시 보고 싶다.
 
아 그리고 이건 성우토퍼 개인의 연기인지 연출의 디렉션인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제발 무조건 고쳤으면 좋겠는데! 크리스토퍼가 감정을 표출하는 액션 전에 약간의 휴지를 넣었으면 좋겠다. 배우 개인의 선택이든 연출의 디렉션이든... 말과 상황을 이해하고 생각할 시간적 흐름없이 바로바로 소리를 지르고 마지막에 아버지 에드가 등장하는 강아지 샌디를 보자마자 아빠에 대한 떨치지 못하 두려움에 고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거 없이 바로 손 뻗어서 강아지 안아드는 등의 액션은 인물 자체의 특성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크리스토퍼는 언제나 생각을 하고 그 판단을 통해 움직이는 조금 느리게 느끼는 아이인데 많은 부분 너무 즉각적이다. 그리고 나는 성우배우의 연기를 고민을 많이 한 섬세한 여기라 좋아하는데, 이번 캐릭터는 자폐아동의 특성 자체에 대한 이해가 덜 된 것 같이 느껴지는 게 바로 위의 부분이기도 해서 더 바뀌었으면 좋겠다.
 
여튼... 개인의 판단이든 연출의 디렉션이든 러닝타임 줄이고 싶어서 숨차게 달려가느라 그러는 거면 잡다한 앙상블들 개그씬들 빼고 대사 좀 넉넉하게 치게 해줬으면.
 
다른 배우들은 지현시오반은 괜찮았다. 근데 왜 괜찮냐면 이거 배우 낭비라서!
공연계 연극배우 중 나름 인지도도 있고 티켓 파워도 있는 지현배우를 굳이 이렇게 분량은 여자 역할 중에 제일 많지만 내레이터 정도 밖에 안 되는 인물로 써야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돈 많아요 아브컨? 차라리 극 중 인물 캐스팅 보드에는 더 뒤에 써져있지만 엄마 역할에 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감정적 동요도 많고 섬세한 깊이가 있어야 하는 연기는 엄마가 해야 하는데 양소민 주디,,, 양소민 엄마는 쩌렁쩌렁하고 몸매 좋고 눈물 잘 흘리지만 감정 연기의 깊이가 아쉬워서 별로였다. 심형탁 에드 겸 아빠는 그냥 내가 티비에서 보던 그의 연기의 연장선. 생각보다 발성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 연극은 마이크를 쓰는 거였기에 뭐 딕션이 나쁘지 않다 정도로 넘어가야할 듯. 그런데 블루칼라 역할이고 입이 거친 역인데 욕을 잘 못해서ㅋㅋㅋ 그 부분은 좀 아쉬웠다.
 
그 외에 앙상블 포함한 다른 조연이라지만 죄다 앙상블 비중인 배우들은 그냥 무난했고 한세라 배우는 데스트랩에서 보고 어머 안 맞아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안 맞았다.
 
한세라 배우가 안 맞는 것과 엮여서 멀티들로 만들어내는 극의 유머에 대해서 또 까고 넘어가자면, 극 자체의 유머코드와 내가 너무 맞지 않아서 힘들었다. 극 중에서 크리스토퍼는 애완쥐를 키우는데 그 애완쥐 토비를 런던에서 잃어버릴 뻔 함. 그래서 그 토비를 찾기 위해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서 뒤지고 있을 때 멀티들이 개그 치는 거 포함해서 그 씬과 연결되는 뒤의 애드립은 극혐 수준으로 안 맞고 유머 코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세라 배우는 연기 스타일이 데스트랩이랑 똑같은데 원캐인데 진짜 안 맞고 톡 까놓고 싫다. 웃기지 않고 그냥 신경질적으로 표현해도 될 부분도 개그치듯 표현하는 거 너무 별로야.
 
근데 가장 많이 별로인 건 결국 스윙던에 오게 된 크리스토퍼가 A레벨 승급을 위해 보는 수학 시험을 보는 장면인데 그 부분에서 시오반 선생님과 크리스토퍼가 무려 대화를 한다? 크리스토퍼가 문제를 푸는 방법을 설명하려고 하니까 시험 시작하고 직전에 그 아이를 달랬던 생각속의 인물 겸으로 무대 사이드에 서 있는 시오반 선생님이 관객들은 연극을 보러 와서 수학 문제 풀이를 듣고 싶지 않을 거야 라고 하고. 크리스토퍼는 에이 아닐텐데 이러고, 그러니까 시오반은 또 시험 문제 풀이는 본공연 때 하고 지금은 그냥 넘어가고 정 듣고 싶은 사람은 커튼콜이 끝나고 남아서 듣는 걸로 하자 하고 넘어가는데...
 
그런 식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는 연극이라고 알려주는 부분도 극 성격상 안 맞아서 너무 싫고 무슨 마지막에 이건 사실 크리스토퍼의 모험기를 다룬 연극이었습니다 같은 걸 연출이 혼자 관객들이 이런 것도 알까하고 지멋대로 깔아놓은 복선이면 이런 것도 알까가 아니라 그런 거 할 생각도 하지마라고 말하고 싶은 수준으로 싫었음.
 
어떤 사람들은 그럼 본공에서는 수학 문제 푸는 거 진짜 보여주려나 하는 것 같은데 글쎄...
본공에서는 본공연 기간 그딴 말을 빼고 커튼콜 끝난 뒤에 하자는 거 블라블라 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진짜 영상과 대사가 가미된 문제 풀이 장면이 있는 거면 그걸 굳이 프리뷰에서 안 할 이유가 없고 40프로 할인 받아서 보는 프리뷰 관객에게 그런 노고의 산물 안 보여주겠다는 거야 뭐야 하면서 욕하고 싶은데... 아 내가 욕하게 되고 상관없으니 지금 그 웃기지도 않고 기분 짜지는 대사 다 들어내고 영상 안 제작되어 있으면 영상팀에게 돈 더 줘서 제발 영상 만들어서 대사 외우게 하기 미안하면 내레이션 녹음해서 틀어줬으면.
 
지금 생각해도 핵 싫어서 짜증이 치밀어 올라ㅠㅠ
 
이렇게 까지 싫은 이유는 코드 자체가 안 맞는 것도 있지만 나에게 크리스토퍼가 남들이 수학풀이를 듣고 싶어할지 말지를 신경쓸 아이가 아니기에 유머 코드를 떠나서 캐붕이라서 싫었다. 타인이 몸에 닿는 것도 싫고 낯선이와 말하는 상황도 싫고 심지어 자기 머릿 속 생각인 상황인 자폐아가 남이 수학풀이를 듣고 싶을 지 말지 생각을 하겠냐고. 작품에 코드를 넣을 거면 인물 자체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할텐데 이런 캐붕 너무 싫다.
 
연기 얘기로 넘어간다 해놓고 싫은 부분 또 이야기하면..
난 앙상블을 이용해서 무대 공간을 연출하는 연출 방식을 안 좋아해서 원래는 평가의 부분에서 제외를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얘기해야겠다ㅠㅠ
 
이 극은 전체 무대의 배경을 스크린으로 쓰고 블럭처럼 조각나있는 집모양의 무대 장치도 일부러 하얗게 덮어서 거기에 영상을 쏘는 방식으로 무대 구현을 한, 무대 자체가 스크린인 상황이라 무대 장치 자체가 거의 없어. 앞서 말한 블럭 구조로 합체 해체가 용이한 여러 블럭들이 무대 위에 있고, 무대 좌우 양 끝에는 의자들이 놓여있는데 거기에 앙상블들이 되게 오래 앉아서 이것 저것 많이 한다. 해체 용이하다는 그 블럭들을 앙상블들이 으쌰으쌰 내내 옮기고 움직이면서 장면 전환, 무대 전환, 세트 전환을 함.
 
앙상블들이 몸을 합체해서 현금인출기 노릇도 하고, 선반 노릇도 하고, 캐비닛 노릇도 하고 무대가 스크린이라 뭘 올려놓기 뭐하니까 그렇게 배우들 혹사시켜서 안무로 표현하는 부분이 엄청 많은데, 문제는 난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무대와 세트를 스크린으로 쓰느라 그렇게 인물들로 애써서 채웠다는 거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거 그렇게 걔네가 움직이게 하지 말고 돈을 더 엄청 들여서 무대 옮기는 횟수 좀 1/10 이하로 줄였으면 좋겠는 게 솔직한 심정. 보기에 정신없는 데다가 사람이 몸으로 뭐 형상화하는 거.. 톡까놓고 말해서 배우들 애쓰는 거에 비해서 전달력도 많이 떨어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좌우에 앉아있는 것도 하는 거 많은 인물들이 너무 내내 양 쪽에 앉아 있으니까 존재감 쩔어서 별로 무시되지도 않는다. 무대 좌우에 액자 프레임처럼 좀 가려놓은 거 보면 지들도 그렇게 보이는 걸 의도하고 싶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안무를 갈아엎고 바닥에 뭘 깔아서 무대 세트 이동시킬수는 없으니 쓰잘데기 없이 앙상블 활용한 활용한 개그들 좀 줄여서 일단 등장 횟수부터 줄여서 의미없는 존재감 좀 줄여줬으면 좋겠다.
 
크리스토퍼 설명쟁이 인 책과 참 다른 각색이랑 무대 좌우에 앙상블들 앉아있는 연출 때문에 웨엔에서도 그렇게 해놨나 궁금한데 그런 거면 그런 거라면 난 이게 한국에서 올라와서가 아니라 그냥 이 작품 자체가 안 맞는 거라고 생각될 만큼 불호인 부분들임.
 
내가 김태형연출에 대해 늘 갖는 생각이 좋은 장면이 기깔나게 좋은데 의외로 미니멀리즘 없고 섬세함이 떨어지고 힘줄 곳 안 줄 곳 구분 못한다는 건데 그 모든 아쉬움이 폭발하는 작품이 바로 한밤개인 것 같다. 내가 김태형 연출의 작품을 두결한장, 모범생들(이건 두 시즌 봄), 카포네 트릴로지, 이번 한밤개 그래도 4개는 봤으니까 이제 총평을 해도 될 만큼은 본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ㅠㅠ
 
장면 자체를 힘줘서 뽑을 때 그 장면의 퀄리티는 맘에 들 때는 되게 좋다. 그래서 모범생들은 회전문도 돌았다. 하지만 진짜 강세의 부분에서 아직 연출력이 덜 여물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쓸모없는 장면에 힘준 적은 없다고 보지만 힘줘야 되는 장면들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사실 힘주는 부분에 과하게 힘주기도 한다. 모범생들 시작 안무 갈수록 길어지고 늘어지는 거랑 이번 시즌 모범생들 컨닝 사실 반애들이 알게 된 뒤에 가면으로 등장하는 거, 앵콜 공연에서 뒤에 의자 뭉탱이 쌓아놓는 거 등등) 이게 애초에 극에서 중요 장면이라고 나에게는 느껴지는 디테일들이 그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 시간이 흐른대도 김태형 연출의 연출적 취향이 가끔 좋은 몇 장면이 아니라 극 전체로 나와 일치될 날이 안 올 것 같다.
 
나는 박진영이라는 연예인이자 프로듀서를 안 좋아하지만 방금 전 재방송으로 본 케이팝스타 시즌5에서 박진영이 심사평으로 한 말은 공감이 가는데 '예술은 섬세해야 해요' 김태형 연출에게는 뭐랄까... 고민 많이 하고 머리 많이 써써 이런 저런 깔쌈하게 내놓는 가락은 있는 것 같은데 본인 자체가 감성이 좋고 섬세하게 인물이며 극을 파악하는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거나 덜 쌓였거나... 여튼 그런 것 같다.

내가 이 공연이 VIP 6만원 짜리 공연이면 내가 이렇게 불호를 쏟아냈을 지언정 그래도 볼만하다고 궁금하면 한 번 보라고 했을텐데 거의 9만원 주고 보기에는 솔직히 극 짜임이 섬세하지 못한 것 같다. 박진영 말대로 예술은 섬세해야 하는데 난 내가 원작책을 읽지 않았다면 1막 내내 자꾸 울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미싱링크가 내 기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아브컨은 소셜에 표를 늘 잘푸는 표를 파는 것에 의의를 두는 제작사니까 소셜이든 기클이든 뭐든 40퍼 이상 할인 풀리면 좋아하는 배우가 크리스토퍼이고 오래오래 보고 싶을 때 보기에는 아깝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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