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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1123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by All's 2016. 3. 12.


캐스트 - 이정열(베르사미) 정상윤(김수혁) 이석준(오경필) 이기섭(남성식) 임철수(정우진)
공연장 -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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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23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 방아쇠를 당기게 한 힘, 진실. 방아쇠를 당기게 하고 결국 스스로의 영혼을 갉아먹게 하는 잔인함의 무게가 오래 남을 것 같다. 오늘 제싸를 보면서 그렇게도 힘들었던 건 먹먹하고 베르사미의 아버지가 친동생에게 칼을 꽂고 수혁이 경필과 우진을 향해 총을 쏘게 되는 그 비극의 끝없는 이어짐과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공포. 그리고 그 공포심의 결과로 찌르고 총을 쏘아 살아남은 자는 스스로가 갉아먹혀 파괴되는 비극의 끝없는 굴레가 눈 앞에서 계속 쉼없이 이어져서였던 것 같다. 수혁의 말이 자꾸 맴돈다. 조선말만 잘하는 당신이 뭘 아냐고 베르사미에게 했던 말.

형우가 사랑하는 동생을 찌르게 하고 수혁이 그토록 따르던 경필과 귀애하던 우진을 쏘게 하고 헌병들이 총알을 뺀 총을 허공에 쏘는 수혁을 향해 총을 쏘게 만든 진실. 그 두 말이 묶여서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건 이 극 속 인물들에게 국한된 비극이 아님을 무섭게 호통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아무리 한 핏줄이라도 두려움 앞에서 살기 위해 잔인해지는 두려움의 무서움. 두려움의 폭력성과 잔인함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도 충분히 될 수 있지만 분단국이라는 현실 속 나의 나라. 나의 민족. 그리고 나에게 무엇보다 가깝게 존재하고 흐르고 있을 공포와 두려움이 숨통을 조였던 것 같다. 철도 없고 생각도 없던 어린 시절에는 서로 다르게 살다가 합치는 거 너무 힘든 일이고 나에게는 우리나라인 나의 우리나라 남한 쪽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게 싫어서 통일 꼭 해야하나.. 그냥 각자 살면 안 되나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느낀 내 안의 두려움과 공포같은 걸 이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통일이라는 게 이루어져야하는 거구나. 철저히 이기적이고 나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되어야하는 거구나 절감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에게 칼을 꽂고 총을 쏜 뒤 결국 스스로의 정신이 갉아먹힌 형우와 수혁과 성식.. 그리고 그렇게 될 헌병대들... 그런 끝없는 고통의 사슬이 그냥 극 속에 존재하는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리고 그런 국가적 현실을 떠나서, 두려움과 공포 앞에서 스스로를 잃고 상황에 조종당하는 비극 또한 덜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극한의 공포라는 게 꼭 전쟁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에게 혹은 세상에 잔인해진 뒤 자신이 망가지는 일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적인 비극이기도 하니까.

멘탈이 너무 탈탈 털리는 느낌이라 아무 말도 못 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풀고 잠들 수 있어서 다행이다. 참 좋았던 배우 하나하나의 연기며 이런 저런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는데 그런 걸 풀만큼은 아니라도 그냥 느낌만 남고 제대로 생각을 정리 못해서 나중에 내가 느낀 나의 그때 감상을 되새길 수 없어 아쉬울 순간이 하나 줄어서 그래도 기쁘다. 내가 용기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나에게는 정말 너무나 좋았으니 기립을 했을텐데 그러지는 못했다.

커튼콜 찍다말고 그냥 모두를 한 명 한 명 바라보며 울컥한 마음을 담아 감사의 박수를 날리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내가 느꼈던 꽉 찬 감동의 공기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할만큼 좋았던 오늘의 공연을 만들어준 배우들에게 닿았기를.

뻘한 감상이지만 보는 동안 마치 대명과 제싸라는 시간과 공간에 갇힌 죄수가 된 것 같았다. 불쾌했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압박감이 전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는ㅇㅇ 시공간 체감에서도 엠나비 지뢰를 밟는 나는 정말 노답...

이건 정말 안 잊어버리고 싶어서ㅇㅇ 제싸 무대 참 좋았다. 특히 추모양의 구조물을 이용해서 조명으로 남과북. 중립국. 경필 베르사미 수혁의 자리를 가르는 부분에서 속으로 우와하고 탄성을. 굳이 왜 일부러 빛이 투과할 수 없는 철골 구조물을 천장에 달아놨을까 했는데 그 절묘한 공간감이 정말 근사했다. 공연 시작 전에 관객석 주변 벽에도 조명으로 군복의 그 얼룩같은 무늬를 감싸도록 되어있어서 되게 섬세하다.라고 생각했는데 무대와 조명이 하나로 유기적으로 엮인 그런 부분이 눈 어두운 나에게까지 확 와닿게 잘 짜여져 있어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베르사미가 아버지의 거제 수용소 이야기를 회상할 때 천장에 매달려 있던 봉들이 내려와서 어느새 감옥을 형상화한 것도 자연스럽고 근사했고ㅇㅇ 감정에 눌려서 꼼꼼히 볼 수 없었지만 메시지가 명확하면서도 억지스럽지않은 연출이어서 좋았다. 아쉬운 점이라기에는 잘 된 부분인데... 아쉬운 건 장면 건 연결이 진짜 참 쫀쫀하고.. 그래서 암전이 거의 없고.. 쉴 틈이 없어서 더욱 멘탈 브레이킹이 가속화 된 것 같다는 거?😂 토네이도에 휩쓸린 듯한 관극이었다고 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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