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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1024 연극 뷰티풀 선데이 낮공

by All's 2016. 3. 12.


캐스트 : 최지훈 (오정진), 김보정 (장은우), 김우혁 (이준석)
공연장 : 한양 레퍼토리 씨어터




직접 표를 사서 봤던 첫 연극 뷰티풀선데이. 과제때문에 별 생각없이 프리뷰 할인이 있어서 보러 간 2009년에 생각지도 못하게 따뜻하고 예쁘고 참 좋아서 늘 고맙게 예쁘게 기억했던 작품.
그때 참 좋았어서 혹시 덜 좋으면 어쩌지?하고 고민했는데 공연장에 들어가서 기억 속처럼 여전히 참으로 예쁜 무대를 보고 받았던 좋은 느낌만큼 오늘도 역시 좋았다.

뷰티풀 선데이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들 이해받지 못할, 혹은 이해받기 힘든 사랑을 하고 있다.
책방에서 만났던 유부남과 사랑을 이어가다 그가 아내의 병이 깊어 더는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며, 그렇지만 너를 사랑한다는 고백에 그를 떠났지만 여전히 사랑해서 밝은 웃음과 달리 처음 만난 예전 집 게이커플의 집에서 그들의 동거기념을 축하하며 함께할 만큼 깊이 외로운 은우도, 에이즈에 걸린 한 남자를 돌보며 그가 꿈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며 팔리지도 않은 준석이의 그림을 몰래 쌓아두고서 함께 살 미래를 꿈꾸는 정진도, 원래는 게이가 아닌 정진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는 걸 더는 견딜 수 없다며 3주년 기념일에 그를 떠날 결심을 밝히는 준석이도 누군가에게는 비난을 누군가에게는 몰이해를, 가끔은 스스로에게도 그 화살을 돌리게 될 때가 있는 한 구석이 아픈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은우는 처음 만난 준석이의 에이즈 고백에 그저 마음이 아파서 울고, 준석이는 그 여인의 웃음 뒤에 감춰진 쓸쓸함을 읽고 낯선 그녀를 위해 웃고, 결벽증에 의심병을 가진 정진은 은우의 떳떳할 수 없었던 사랑을 비난하지도 무시하지도 않고, 정진과 준석의 막막한 사랑을 보며 자신이 괜한 투정을 부렸다 자책하는 은우에게 더 힘들고 덜 힘든 건 없다며 그녀를 위로한다.
옛 연인 미스터빈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해 아내에게 과거의 불륜을 폭로하려던 은우의 한 순간의 흔들림이나 개인적인 배경으로 거슥한 이대 드립은 예전에도 지금도 조금 그렇지만 사랑해서 숨고 이별할 결심을 하는 은우도, 평생 준석이를 아껴주고 싶어서 아버지가 게이였던 상처를 넘어 어머니에게 준석이와의 관계를 밝히고 함께 살 결심을 하는 정진도, 정진이 좋아서 그를 떠나고 싶지 않아서 3년을 망설였음에도 결국 그를 놓아줄 마음을 굳혔던 준석이도. 방법도 방향도 달랐지만 모두 사랑해서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고 희생하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참 따뜻을 그들을 만날 수 있어서 나 역시 따뜻하고 참 좋았다.

오늘 배우들은 보정 배우를 빼면 다들 처음 만난 분들이었는데 좋은 캐스팅이었던 것 같다.
특히 정진역의 최지훈배우가 참 좋았다.

2009년에 장준휘 정진, 정선아 은우, 김영광 준석으로 보고 그때 준휘정진이 너무 좋았어서 혹시나 옛 캐스팅이 좋았는데하고 사후 앓이를 다시 할까 걱정했는데 까칠한 것 같지만 속깊고 아끼는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해서 자신을 누르는 정진을 참으로 잘 연기해주셔서 기뻤다. 보정배우는 엠나비 이후로 처음 만나는데 혼자 있을 때면 쾌활함의 가면을 놓고 공허한 마음을 풀어내고 마는 은우의 찰나를 기대보다 더 잘 보여주셨고, 그래서 좋았다. 준석 역할의 김우혁 배우는 아직 연기력 자체는 사실 미숙한 구석이 있는데 꾸밈없이 감성이 깨끗했다. 준석이는 에이즈에 걸렸는데도 밝게 웃고, 맑고 사랑스럽고, 티없이 깨끗한, 그렇지만 실은 은우처럼 쓸쓸하고 누구보다 스스로가 혐오스럽게 느끼기도 하는 비현실적인 인물이라 뭔가가 많이 덧씌워진 능숙함보다는 미숙할지라도 깨끗한 오늘의 우혁준석이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

첫 은우였던 선아은우가 다시 보고 싶으니까 혹시나 막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면 그때는 오늘 캐슷에 선아 배우로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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