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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719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밤공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정원영(피터) 전성우 (제이슨) 문진아 (아이비) 배두훈 이예은 전역산 송이주 백주희 배명숙 김려원 신윤정 방보용 문남권 이휴
공연장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진아아이비는 사랑. 내가 많이 아껴요. 진짜 많이 좋아합니다ㅠ
진아아이비는 불호가 가득했던 자첫 때도 정말 좋았는데 못 본 사이에 캐릭터가 더 단단해지고 어쩜 좋아짐.
제대로 사랑을 고백하는 법을 모르는 안쓰러운 소녀라니 취향 저격 당했다고 합니다.
진아아이비는 맷의 마음을 알고 있고 언뜻 어장관리처럼 보이지만 그 마음을 알기에 맷에게 상냥해서 안쓰럽기도 하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연극 연습실 뒤에서 올곧이 자신을 보며 웃는 맷의 시선을 고마워 하는 사랑받는 걸 고마움하는 소녀라 참 가엾다.

오히려 아이비를 좋아하지 않기에 제이슨은 누구에게나 하듯 편하게 다가가 아이비의 그림을 칭찬할 수 있었지만, 맷은 아이비를 정말 많이 좋아하기에 말 한 마디 쉽게 건넬 수 없어 그렇게 아이비의 뒤에서 바라보기만 했다는 게 참 안타깝다. 아이비가 제이슨에게 맘을 빼앗은 그런 찰나의 순간들에 맷이 용기를 냈다면 나디아가 아이비의 생일 파티를 망치는 그런 일에도 아이비가 맷의 진심을 오해해서 제이슨에게 맘이 쏠리지 않고 맷의 순수한 사랑에 마음을 열었을 것 같다. 맷이 아이비의 임신만 아니었다면 아웃팅을 하지 않았을 거라 난 믿는데, 맷의 입장에서 제이슨은 남자애인이 있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비를 유린하고 책임지지 않는 그런 놈이라 아웃팅을 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 그렇다고 맷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여러 이유로 꼬여버린 맷과 아이비의 관계가 참 안쓰럽다. 술에 취한 아이비를 밖에서 바람만 쐬도록 도와준 것에서도 맷이 아이비가 그토록 바라던 자신의 육체만을 원하는 남자가 아니라는 게 나타나는데 이전의 연애들 때문인지 전혀 자신에게 사심없이 대하는 제이슨에게 아이비는 더 특별함을 느끼고, 그래놓고 순수하게 다가가는 법을 몰라서 결국 몸으로 제이슨을 유혹하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함.

심지어 진짜 제이슨이 흔들렸다면 모를까. 생일파티 때는 몰라도 특히 원에서는 제이슨이 피터와 틀어진 상황에서 보통의 완벽한 세상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며 아이비를 안는 게 느껴져서 아이비와 제이슨 모두 안타까워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2막에서 캐비닛 앞에서 제이슨이 아이비에게 매일 널 사랑하기 위해 기도했다는 게 진짜 많이 와닿았는데, 내내 제이슨의 연락을 기다렸을 아이비도 너무 가엾다. 오늘 진짜 성우제이슨하고 진아아이비는 정말 너무 좋았다.

성우제이슨은 왜 좋았냐면, 뭔가 디테일이 추가되고 그런 건 아닌데 그냥 감정이 진짜 더 깊어져서 너무 좋았으니까!
노래도 자첫 때보다 깔끔하게 잘 올라가고, 저번 자첫 때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던 노선이 더 선명해져서 그때는 그런 게 아닐까라는 느낌으로 끼워맞췄던 제이슨의 마음이 선명하게 와닿았다.

부모님의 기대에 맞는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애썼지만, 그래도 어쩐지 마음 한 구석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던 제이슨은 피터를 만나고 비워졌던 한 조각을 찾았고, 겁이 나고 두려워서 사람들에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진짜 자신을 완전하게 하는 피터를 정말 사랑했다는 걸. 그래서 아웃팅 당했을 때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서 애써서 공들여 완성했던 세상이 무너져서 세상이 자신을 비난한다고 느껴질 때 제이슨이 기댈 곳은 오로지 피터 하나였다는 게 절절히 느껴졌다.

신부님에게 말한 갈 곳이 없다는 말은 세상이 인정해주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을 이야기한 거고, 그래서 모든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고해성사실에서 신부님에게 너는 죄가 없고 용서받을 수 있으며 행복할 수 있다는 위로를 받기 위한 마지막 희망으로 찾아간 거였는데 답은 그저 지금을 버티고 시간이 흐르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단언하는 신부님의 말에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마지막 희망이 무너져 절망에 빠진 게 너무 아팠다.

완벽한 세상에 대한 희망이 깨졌으니 자신을 완전하게 만들어준 피터와 함께 하는 것 만이 차선이자 진짜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나디아와 루카스가 아무리 위로했어도 우리의 관계는 변함없을 뿐 너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해주지는 않았으니까.) 유일한 동반자라 여겼던 피터는 결국 자신을 두고 홀로 서버려서 기댈 곳 하나 없고 광막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어린 남자애를 만나서 정말 안쓰러웠다.

아웃팅 전까지는 공개된 곳에서는 그렇게 피터의 스킨쉽을 피해놓고 약에 취하자 피터에게 매달리고, 약에 고통스러워 괴로워하다가도 피터를 보고 웃고 말고.. 사랑하지도 않는 아이비를 이성애의 세상, 편입되고 싶고 꿈꾸는 세상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기까지 하면서도 괴로움을 숨기지 못했던 못났지만 가여웠던 제이슨이 그렇게 약이 준 자기가 주인공인 세상에서는 피터를 숨기지 못하고 사랑하다 세상을 떠나버린 건, 그 순간 자체는 비극이지만 제이슨에게는 그래도 행복했을 한 찰나일 것 같았다.

자첫 때 피터가 신부님에게 용서한다는 말을 할 때 뭔 소리야라고 성질을 냈는데, 용서라는 이름으로 이해받고 싶었던 오늘의 성우제이슨을 보니 그렇게 간절히 제이슨이 바랐던 용서를, 진짜 용서와 이해를 해주지 않는 세상에 피터가 대신 해준 것이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성우제이슨과 진아아이비를 비롯해 빈 부분을 꼼꼼히 연기로 채운 배우들의 힘에 박수를. 

아.. 연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선생질에 가까운 생각이지만 예은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나디아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게 가끔 안타깝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연민을 가지고 있지만 나디아처럼 건강하지 못한 방식인 타인을 비난하기로 그걸 표출하는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게 안타깝달까.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악녀 역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미인인 건 현실감 없게 예뻐서 미인이 주는 거리감 때문에 그 악녀에게 감정이입을 막아 악녀들을 철저히 나쁜 존재이자 악인으로 도구화시키기 위해서인데, 베어는 나디아의 캐릭터가 강한데 예은배우가 연기도 잘해서 인물이 가진 안타까움으로도 가리지 못할 폭력성마저 한꺼번에 포용되고 이해당하는 게 개인적으로 매우 별로다.

진짜 선생질맞지만 그렇게 과하게 나디아에게 몰입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디아를 가여워는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디아라는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 한다거나 나디아의 유치하고 저열한 질투까지 감싸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일은 없기를. 내가 제이슨과 맷에게 진한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맷의 아웃팅과 제이슨이 아이비에게 한 행동들이 진짜 나쁜 짓인 게 맞기에 입이 쓴 것처럼, 아무리 속상하고 마음 아프고 힘들어도 남을 괴롭히는 것까지 합리화해주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극에서는 나디아의 비중이 좀 줄어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별적이고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는 부모님을 드러내는 존재로 제이슨의 쌍둥이지만 사랑 받지 못하는 못생긴 톰보이 나디아가 필요하긴 한데, 지금처럼 아이비에게 치졸하게 질투를 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된 상황은 오히려 잘난 형제에게 비교당하고, 스스로의 외모에 자신감없는 자존감 떨어지는 아이에 대한 공감을 넘어선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걸 까방할 만큼 성숙해지는 뭔가를 넣기에는 나디아는 주인공이 아니며, 주인공도 아닌 인물에게 그런 타당성을 일일이 부여하는 건 솔직히 과유불급이고 극의 전체 메시지를 강화하는데 별 도움이 안되는 헛짓거리라는 게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라 나디아의 현재 비중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임신 사실을 밝히고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비를 걱정해서 찾아다니는걸로 맷 때문에 아이비를 질투하고 열등감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 걱정할 줄 아는 착한 아이로 나디아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그건 그 전의 (내 기준) 악행에 비해서 너무 빈약한 쉴드고, 빈약하지 않을 만큼의 쉴드를 주기에는 주인공이 아니니 애초에 나디아가 너무 과하게 튀어나와있는 현재의 극 자체가 문제라는 게 또 다시 쓰게 되는 나의 결론이 되는 듯.

아무리 오늘의 공연이 좋았대도 이 공연은 정말 주인공에 비해 주변 인물들이 너무 강하고 그게 정말 끝까지 별로일 것 같다.
제발 힘 줄 곳 안 줄 곳 구분 좀 했음 좋겠다.
원작에서도 이렇게 인물이 다 존재감 쩔었다면 그건 원작도 문제고.
무조건 기승전연출로 까는 치졸한 짓은 안 하려고 노력할 건데 하여튼 지금 베어는 나에게 그렇다.

원영배우는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괜찮고 노선도 설득력 있지만 음색이 미치도록 안 맞아서 정말 많이 너무 매우 굉장히 힘들었다.
앞으로 피하게 될 듯ㅠㅠ
단호하고 자신의 생각이 단단한 피터가 제이슨과 대치하는 부분들이 좋았지만 음색이 안 맞으니 그런 부분들을 이해하다가도 한 번 씩 힘듬ㅠㅠ
원영핏 안녕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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