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강필석(레온) 이승준(닉) 김종구(피트) 정문성(닐, 존) 전익령(쏘냐) 강지원(발레리) 정운선(제인) 김지현(사라)
공연장 - 수현재씨어터
존이 종구배우라면 내 드림캐슷과 일치하는 캐슷이라 수현재 와서 캐슷보드 보고 좋을 수 밖에 없겠다 싶었지만 진짜 좋았다.
오늘의 공연이 특별하고 소중한 건, 서로 다른 배우가 그 인물들을 따로 맡아서 공연을 했는데, 그래서 그들이 왜 한 명이서 멀티를 소화했어야 했는 지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인물들이 연기했는데 쏘냐와 발레리. 제인과 사라가 같은 상황이자 다른 처지임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인물들에게도 그런 느낌을 받아서 스피킹 인 텅스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늘 전까지 그동안 스피킹을 세번 봤는데 쏘냐와 발레리가 자신의 남편과 부정을 저지른 대상에게서 남편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 받는 사람이라는 점을 처음 느낄 수 있었다.
레온의 부정에 자신의 자리가 떠밀린 듯 해 그를 떠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 했던 쏘냐는 제인을 통해 레온이 자신을 깊이 사랑함을 전해 듣고, 남편을 떠난 자신을 상상하면서 실행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비관하는 제인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존의 부정을 눈치챘고, 그의 외도의 상대 또한 은연 중에 알고 있던 발레리는 사라에 의해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전해 듣고 애써 지키고자 했던 자신의 자리에서 추락해버렸다는 게 둘이 원래 같은 인물이 연기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오늘 2막에서 가슴을 치고 갔다.
같은 상황에서 한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확인 받고 한 사람은 외면하고자 했던 배신의 흔적을 잡고.. 어쩐지 3막에서 마지막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지원발레리의 표정이 끝내 전화를 받지 않은 저 너머의 남편, 존을 알아차리고 그렇게 떠나버린 것 같아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레온이 피트와 존을 모두 만나는 의미를, 그렇게 떠나버린 발레리의 마지막과 쏘냐와 레온의 춤으로 마주하는 1막의 대비가 알려주는 듯 했는데, 존과 피트와 레온, 닉과 닐 모두 아내를 사랑하거나 사랑했지만, 이 중 길을 잃지 않은 고백을 한 사람은 오로지 레온과 닉 뿐이었다는 점에서 그랬다.
사랑을 지키지 못한 자인 피트와 존과 흔들리고 외도도 하고 고민도 하곤 하지만 결국 사랑을 이어나가는 존재인 레온이 대치한다는 게 1막 마지막 함께 안고 춤을 추는 레온과 쏘냐, 서로 외면하고 서있는 제인과 피트의 인물의 배치에서 느껴졌달까.
같은 맥락에서 닉과 닐이 2막에서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자신의 아내의 믿음을 얻은 자와 사랑하는 여인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았지나 끝내 그녀를 놓친 남자의 대비로 와닿았고 좋았다가 나빴다가 할지라도 아내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한 사람인 레온과 닉을 본공에서 한 배우가 연기한다는 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피트와 닐, 존은 모두 제인과 사라, 발레리를 사랑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기에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방식으로만 그녀를 대했다.
피트와 존은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 채 무작정 품으려 했고, 닐은 무작정 사랑을 쏟는 것으로 자신의 상대를 대했지는데 그들은 상처받고 싶어하지 않는 여린 자신의 사랑에게 그들을 아껴주기 위해 그렇게 행동했지만, 그 행위를 통해 그녀의 내면을 파고들어 이해하지는 못했기에 결국 자신의 진심을 전하지도 못했다.
그로 인해 스스로를 이해 받지도, 상대의 이야기도 깊이 담아보지 못했던 사라와 발레리, 제인은 그렇게 힘들어하고 아파하다 결국 사랑이 무너지는 비극이 생겨나고 말았다.
제인과 사라가 참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랑 받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고 자신이 아닌 타인의 감정과 행위에 스스로가 흔들리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둘은 같은 뿌리를 지닌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제인은 자신을 모두 맡기고 감싸주고 보호해주길 바라고, 사라는 체온과 시간을 함께 하지만 자신을 가지려고 하고 스스로를 주지 않아도 되는 관계를 바란다는 점은 다르지만. 피트가 자신을 떠나서, 닐의 끝나지 않은 사랑이 버거워서 잠 못 들고 힘들어하는 제인과 사라는 철저히 타인에 의해 휘둘리고 상처받는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처음으로 닐에게 사라가 그랬듯, 닐도 사라에게 특별한 사람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 받는 기분을 원하지만 진짜 자신을 통째로 삼키는 사랑을 주고 싶지 않은 사라에게 투명하고 거대한 연못같은 닐의 사랑이 자신을 덮쳐서 삼켜버릴 늪처럼 무서웠던 건 아닐까.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어느새 그의 청혼에 긍정의 대답을 해버릴 만큼 그의 투명한 사랑에 빠져 마음을 주고, 결국 상처 입게 될 게 진심으로 두렵게 만든 첫 사람이 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아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아이 같고 순수하기도 한 사라는 겁이 났기에 어린애처럼 닐의 사랑에서 도망쳤는데, 어른이라면 상처받았다면 떠나야지 왜 그러지 않냐며 닐을 비난하는 아이러니가 잔인하면서도 안쓰러웠다. 그걸 느낀 순간 왠지 사라가 마치 프로즌의 랄프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상처 입은 순간에서 자라지 못해서 망가져버린 존재라는 점이 같아 보여서 그랬다.
참으로 가엾지만 이들의 행동은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마는 잔인한 존재.
사랑하는 이와 파국을 맞는 제인과 사라와 발레리가 레온이 외도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쏘냐와, 닉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파울라와 다른 점은 제인과 발레리가 말하듯 신뢰하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점이기에 피트와 닐, 존이 레온과 닉처럼 좋은 점, 나쁜 점 거릴 것 없이 아내에게 모든 것을 터놓고 풀어놓아 스스로를 내보였더라도 쏘냐와 파울라처럼 그들을 믿고 흔들릴지라도 사랑을 이어갔을지는 확답할 수 없지만, 믿는 법을 잃은 자와 자신을 보이지 않는 이가 서로 사랑했을 때 서로 아무리 많이 사랑하고 사랑했을지라도 길 잃은 고백과 상처만을 나누게 된다는 걸 보여줘서 참 아픈 공연이었다.
그전 3번의 관극에서 늘 좋은 감상을 느꼈지만 이제야 이 극을 좀 제대로 본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하다.
자셋 때 고개 좌우로 움직이지 말라고 뒤에서 뭐라하는 기분 나쁜 일만 없었어도 스피킹 특공 전에 한 번은 더 봤을 텐데 아쉽다ㅠㅠ
뻘 감상도 쓰면ㅎㅎ 오늘 종구피트 전에 봤을 때보다 유난히 잘생겨서 쌩뚱맞게 설렜다.
진짜 뜬금없는 감상이지만 그동안 내가 종구배우 본 중에 오늘이 제일 잘생겼었음ㅋㅋ
게다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사랑을 준 문제있는 남편인 것 맞는데, 오늘 뭐랄까 제인한테 다정해서 피트가 진짜 제인을 사랑하기는 하는 구나 느껴지기도 해서 눈에 보이는 멋짐도가 더 올라간 듯?
난 종구피트+종구존 문성닐을 좋아해서 종구존을 못 본 게 아쉽지만 자첫 때보다 종구피트의 노선도 오늘 노선이 더 좋았어서 종구존 아니라 아쉬운 것도 상쇄되었다.(뭐 문성존도 오늘 좋았어서지만ㅋㅋ)
지현사라는 카포네 때문에 검게 염색한 게 더 딥하고 다크한 분위기 나는 것도, 그래서 작고 사랑스러운 운선제인과 비쥬얼적으로 대비되는 것도 엄청 좋았다ㅠㅠ 필석레온, 승준닉, 익령쏘냐, 지원발레리는 드림 캐슷이었으니 말해 무엇하고ㅎㅎ
금손따위 남의 일인데 무슨 운이 터졌는지 7열 중앙이라는 꿀자리에서 본 것도 좋고, 랜덤 선물 되게 사고 싶었는데 컨프롱했던 포토북인 것도 좋고 오늘 공연으로 스피킹 자막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스피킹 재연 올라오게 되면 이번 초연처럼 참 좋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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