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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703 연극 모범생들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강기둥(김명준) 김슬기(박수환) 양승리(안종태) 강영석(서민영)
공연장 - 대학로 자유극장



명준이의 드라마가 강해지고 메시지가 간결했던 공연.
명준이가 좋은 의미로 도드라지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명준맘에게 승리종태를 강력 추천합니다.

승리종태 피지컬 덕분에 굉장히 위압적이라는 말을 듣고 완전 무서운 양아치 느낌 기대하고 봤는데 확실히 파워는 남다른데 되게 착하고 좋고 아이들을 순수하게 아끼는 좋은 형이여서 기대와 달랐지만 좋았다.
시험이 끝나고 화장실에서 수환이가 민영이에게 화를 내는 동안에 같이 화를 내면서도 허탈한 표정으로 세면대 앞에 서있는 명준이를 걱정하며 계속 살피고, 민영이에게 답안지를 또 보여달라는 명준이를 말리다가 그런 명준이에게 목을 졸렸는데도 잠시 후 손을 풀고 자신은 답안지가 정말 필요하다고 말하는 명준이의 얼굴을 툭하고 쓰다듬어 주는데 한 장면 한 장면 참 아이들을 참 걱정하고 아끼는 종태여서 찡했다.
한 살이라는 실제 나이차이보다 더 많이 성숙하고 다정한 종태라 그런 종태를 희생해서 위기를 모면하려할 때 기둥명준이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모멸감이 더 강해졌다.

반성문을 읽는 승리종태가 자신이 할 연기와 감정을 다 드러내면서도 그게 과하지 않아서 명준이를 도드라지게 만들어서 그런 명준이를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게 가능했기에 승리종태와 기둥명준 둘 다 참 멋졌다.

오늘은 유난히 명준이랑 수환이가 미리 작당을 하고 종태가 혼자 다 책임지도록 몰아갔다는 게 배팅장에서 많이 느껴졌는데, 교무실에서 고개를 잘 들지 못한 채 수그러든 명준이와 흘끔거리며 종태의 반응을 살피던 수환이의 대비가 반성문을 읽는 동안에도 쭉 이어졌다.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유려하게 종태를 편드는 척하고, 반성문 뒷장에 말을 잃은 종태에게 다시 읽을 것을 요구하는 수환이와 종태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앞만 보며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하는 명준이의 대비가 좋았고, 그 둘 사이에서 배신은 정말 생각지도 못해서 상처받은 승리종태도 참 안쓰러웠다.

승리종태가 참 좋은 사람이라 수환이의 비열함과 명준이의 비겁함이 도드라진 것 같다.

대훈-슬기 일때 느껴지는 수환이와 종태의 첨예한 대립이 더 취향이지만 이 극의 주인공이 명준이라는 점에서 좋은 의미로 자기 주장이 덜한 승리종태와 거기에 합을 맞출 때의 슬기수환이 명준이를 더 도드라지게 해주는 점이 계속 말하지만 참 좋았다. 그리고 오늘자로 내 15 모범생들 최애명준이는 기둥명준인 걸 확인했는데 그런 명준이가 도드라지는 게 어떻게 안 좋을 수 있겠냐며!!! ((둥명준맘))

처음 만난 영석민영도 그런 의미에서 본인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튀지않고 극에 깔끔하게 묻어나서 괜찮았다.
깔끔하게 잘생겨서(매우 중요) 모범생 느낌이 와닿는데, 무리한 해석없이 무난한 연기라 속얘기가 많아서 파헤치는 재미가 있는 민영이는 아니었지만, 어색한 구석도 없어서 극의 메시지를 보여주는데 무리가 없었다.
아직 신인이구나 싶은 느낌이 없는 건 아니고 평등과 질서를 손으로 표현하는 등의 디테일이 너무 친절하고 몇몇 부분은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만 어쨌든 무난하고 괜찮았다.
김하늘 시절 강하늘 느낌나서 어떻게 발전할 지 궁금해졌다. 다른 작품에서도 보게 되길!

15 모범생들 명준이들은 각자 매력있고 좋다고 해왔지만 오늘자로 난 15 최애 명준이로 기둥명준을 확정지었다ㅠㅠ 기둥명준만 보고 오면 야광봉을 소환하는데 어쩌 안 그럴 수가 있겠어!!

기둥명준 너무 좋음ㅠㅠ 동경의 대상이던 민영이가 시험지를 사는 그저 그런 존재라고느꼈을 때 기둥명준에게서 느껴지는 실망감과 분노와 허탈감이 뒤섞인 복잡하고 진득한 감정이 너무 좋다.
고등학교 때 그런 파국을 주고도 종태에게 끝까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며 남들과 다른 우월한 사람이 되길 열망하는 복합적인 인물인 기둥명준은 자칫하면 이해하기 힘들 노선인데, 그런 복합성은 물론, 극의 아주 초반임에도 민영이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자 롤모델이기도 했을 꿈의 세계가 무너진 절망감을 연기하고 있는 본인이 아니라 그런 명준이를 보기만 한 나에게까지 와닿게 만드는 그 힘이 정말 멋지다.

그런 이상향에 대한 갈구와 숭배적인 면이 어쩐지 탐미적인 느낌이 들어서 또 좋은데 자기조차도 공들여 그런 인물로 다시 빚어내고 싶지만, 세월이 흘러서 대기업 회계 실세가 되고 한정생산되는 볼펜을 사봤자 자신은 여전히 고등학교 때와 똑같은 처지임을 잘 알고 있고, 그게 평생의 컴플렉스일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인물이라 볼 때마다 감탄한다.
손에 기둥명준 표가 하나 더 남아 있어서 기쁘다ㅠ
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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