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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00122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by All's 2022. 11. 25.



캐스트 - 강필석 정원영

 

 


원래는 이렇게 자꾸 볼 생각이 아니었는데 야금야금 표가 늘고 있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후기.

지금까지 본 캐스팅들은 삼연부터 시작하면 앨빈 이석준, 김종구, 정동화, 정원영, 톰 고영빈, 조성윤, 강필석까지라 많이 본 거는 아닌데 취향이 일억이천 석고라 이번 시즌에 원래 석고만 보다가 지인분이 햇앨 좋아하셔서 간만에 햇살이도 볼까하고 봤는데 취향에 꼭 맞지는 않았지만 괜찮은 관극이었다.

석앨 기반의 해석을 거의 성경처럼 가지고 가고 있었어서 햇앨 보는데 너무 신기하더라. 필톰이 이번 시즌에 좀 달라지긴 했더라만 앨빈이 달라지니 오는 극의 느낌 차이가 워낙 커서 극을 아예 다시 본 느낌이라 처음에 성숙한 사람인 햇앨한테 낯가리느라 어 이게 다르네 저것도 다르네 하느라 시간들 좀 날린 게 자체적으로 아쉬울 정도로 새로운 경험이었음. 정원영 작기도 하고 동안인데다가 워낙 귀여운 얼굴이라 당연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선일 거라고 무의식이 땅땅 내려놨었는데 굉장히 어른스럽고 진중하고 또라이보다는 재치있는 사람이라 굉장히 놀랐고 이런 앨빈도 있을 수 있는 거구나 시야가 넓어졌다. 앨빈이 어리고 특이하다가 점점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원래 진지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니까 그 이야기들을 아이디어 삼아 작가가 된 톰에 그저 소재를 나눈 게 아니라 진짜 재능을 훔친 것처럼 느껴졌다. 이전까지는 그냥 앨빈의 특이한 말들을 소재로서 인식하여 가치를 발견해내고 이야기에 특별한 결을 추가한 톰이 충분히 작가적이라는 생각이 내 기본 감상이었는데 소재가 되는 말들을 얘기하는 말투가 얌전하니 앨빈이 그래도 쉽게 하는 말들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보니 톰이 더 나쁜놈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그 와중에 원영앨빈이 자기 소재 무단으로 쓴 톰을 전혀 원망하지 않고 그저 계속 그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비탄에 빠진 그를 구하기 위해서 내려온 것처럼 톰을 대하니까 어느 순간 아낌없이 주는 나무 생각이 나서 울컥 했다. 진짜 남은 거 하나 없이 다 톰에게 주고 그를 원망조차 안 하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아가페적이라 필톰이 4연보다 한층 치기어리고 연약해진 거랑 겹쳐지니 톰이 앨빈한테 정말 너무 많은 부분을 기댔고 앨빈은 퍼주기만 한 걸로 다가오니 맘이 그동안과 다른 방식으로 아프더라. 그동안 내가 앨빈이 안쓰러운 이유는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상실의 고통이 너무 커서 가슴이 언제나 뻥 뚫린 것 같던 그 애의 위태로움과 고독 그 자체였는데 많은 걸 주기만하고 받지 못한 존재로 앨빈이 안쓰러운 건 또다른 슬픔이었다. 그리고 앨빈에 대한 감상이 뒤집히니 거의 늘 톰의 마음이 되어서 천사같은 앨빈에게 위로받는 스탠스로 극을 봤는데 앨빈에게 마냥 기대기만 했던 토마스가 원망스럽게 느껴지더라. 햇앨은 등장부터 퇴장까지 오로지 톰을 다독이고 이끄는 것만이 목표처럼 씩씩하니까.. 아버지 송덕문 이야기하면서 속 꼭 붙잡고 애쓰는 그런 때가 아니면 아픈 티를 안 내고 계속 단단하려고 노력하니까 참.. 앨빈이 이렇게도 아팠겠구나 확 터지는 아버지 송덕문 때 마음이 찌르르했다ㅠ 원영앨빈 튼튼해서 더 안타까웠다 정말.

요정톰은 3연에 비해서는 4연에 더 차갑고 나쁘더니 5연은 굉장히 캐릭터가 발랄해져서 사실 처음에는 햇앨만큼 요정한테도 낯가렸다ㅋㅋㅋㅋㅋ 무려 나비 때까지도 낯가림ㅋㅋ 원래도 액팅이 많으시긴 했지만 그게 전에는 어릴 때 귀엽고 고등학생 쯤부터는 이미 성숙한 느낌이고 그랬는데 대학 진학 직전인 나비 내내 엄청 기운차니까 철없고 발랄한 정도가 더 길게 가서 톰이 오히려 좀 철부지처럼 느껴지더라. 전에는 필톰이 참 예민한 사람으로 다가왔었는데 거의 끝의 끝까지도 예민하고 성숙한 느낌보다는 어리숙하게 느껴지는 게 있었는데 그게 원영앨빈의 단단함과 섞이니 톰이 정말 앨빈한테 엄청나게 의지하고 많은 것을 바란 게 다가와서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얘는 앨빈을 챙겨줄 수가 없었겠구나의 상황이 신변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아직 성숙하지가 못해서 그런 걸로 느껴졌는데 그래서 보는 동안 내내 요정톰 앨빈한테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싶었던 개인적으로 독특한 기분을 느낌. 원래 내가 Normal을 참 좋아하는데 그게 좋은 방식은 아니지만 자기가 아끼는 친구를 지켜주고 싶어서 고군분투하는 톰을 보고 있으면 애틋해서였다. 보통 그쯤부터는 톰이 앨빈의 보호자 역할에 어느 정도 발 걸치고 있는 걸로 느껴지는데 나이도 같은 친구한테 똑같이 어린 중딩이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예뻐서ㅎㅎ 그런데 그게 햇앨이라서 그런 게 더 강화된 걸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normal에서도 굳이 보호자로 안 느껴지더라. 그러니 끝의 끝까지도 보호자는 햇앨이고 그 와중에 인디펜턴스 데이에서 오지마!까지 시전하는 톰을 보면 톰 너는 진짜 너무 했다로 극이 꽉 차더라ㅋㅋㅋㅋ 그래서 극 보는 동안은 솔직히 톰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 마음인가, 너무 나빠 너~어무 나빠 생각을 계속 했는데 찬찬히 다시 곱씹으니 사람이 소중한 관계에서 애정을 나눌 때도 이기적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표현이 캐릭터에 대한 과한 동정없이 진행된 걸로 정리가 되어서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너무 톰한테 친절했구나 나를 돌아봄. 그리고 this is it 부터는 그 어리고 철없던 톰이 갖은 애를 써서 결국 눈 속의 천사들을 완성해내는 걸로 앨빈을 이해하는 게 한쪽은 아이이고 한쪽은 어른이라 서로 너무나 아꼈고 사랑했어도 엇나가던 관계를 상대가 떠났음에도 놓지 않는 걸로 마지막 성숙을 이뤄낸 요정 톰의 노력이 기특하더라. 이제라도 어른이 되어서 다행이야.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이 들어서 내가 앨빈은 아니지만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의 성숙을 지켜보는 게 주는 위안을 받았고. 이전까지, 특히 최애 페어인 석고에서는 특히 거대하고 포근한 담요의 품처럼 다가왔던 솜이 아프지만 애틋한 성장 소설로 다가왔고 이렇게 솜을 다르게 보는 경험만으로도 좋았던 관극이었다.

쓰고보니 너무 노선만 썼다. 둘다 노래 잘함. 원영앨빈 춤을 잘 추는 것과 별개로 노선이 성숙해서인지 상체 움직임이 별로 없어서 의외로 뻣뻣해보임. 극의 리듬감이 그래서 막 발랄하지는 않다. 요정이 연기 리듬이 느려서 더 그래ㅋㅋㅋㅋㅋㅋㅋㅋ 발랄함과 성숙함의 조화보다는 의외로 무게있는 느낌을 기대하고 가면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좁을 것 같다.

로비에 왠 키 크고 연배있어보이는 외국인 남성 둘이 스태프처럼 보이는 분과 돌아다니시길래 원작자인가 했더니 오리지널 작가랑 작곡가 맞았다더라.
DVD 판권 계약 때문에 온 거면 좋겠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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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앨 기반의 해석을 거의 성경처럼 가지고 가고 있었어서 햇앨 보는데 너무 신기했다. 극을 아예 다시 본 느낌이라 처음에 낯가리느라 어 이게 다르네 저것도 다르네 하느라 시간들 좀 날린 게 자체적으로 아쉬울 정도ㅠ

햇앨 정말 귀엽게 생기셨으니까 너무 당연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선일 거라고 무의식이 땅땅 내려놨었는데 굉장히 어른스럽고 진중하고 또라이보다는 재치있는 사람이라 굉장히 놀랐고 이런 앨빈도 있을 수 있는 거구나 시야가 넓어졌다. 앨빈이 어리고 특이하다가 점점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원래 진지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니까 그 이야기들을 아이디어 삼아 작가가 된 톰에 그저 소재를 나눈 게 아니라 진짜 재능을 훔친 것처럼 느껴지고, 그런데 앨빈이 원망하지 않고 그저 계속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니까 아낌없이 주는 나무 생각이 나서 울컥 했다. 진짜 남은 거 하나 없이 다 톰에게 주고 그를 원망조차 안 하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아가페적이라 요톰이 4연보다 한층 치기어리고 연약해져서 앨빈한테 정말 너무 많은 부분을 기댔구나 다가왔다. 거의 늘 톰의 마음이 되어서 천사같은 앨빈에게 위로받는 스탠스로 극을 봤는데 단단하고 보호자같은 햇앨을 보니 어리고 여린 토마스가 그래서 앨빈에게 마냥 기대기만 했던 토마스가 나는 원망스럽게 느껴지는데 햇앨은 등장부터 퇴장까지 오로지 톰을 다독이고 이끄는 것만이 목표처럼 씩씩하니까.. 아버지 송덕문 이야기하면서 속 꼭 붙잡고 애쓰는 그런 때가 아니면 계속 단단하려고 노력하니까 참.. 앨빈이 이렇게도 아팠겠구나 마음이 찌르르했다ㅠ 겨울님하고도 얘기 나눈 거지만 토마스 힘들지 말고 아파하지 말고 잘 살라고 도닥이는 게 참.. 어떻게 지금도 그래 싶어서 맘이 참.. 토마스가 잘 살아서 앨빈이 더는 걱정이라도 안 했으면하는 마음이 이제 든다ㅠ 햇앨 안쓰러워ㅠ 튼튼해서 더 안타까웠다 정말.

요정톰은 3연에 비해서는 4연에 더 차갑더니 5연은 굉장히 사람이 발랄해져서 사실 처음에는 요정이랑도 의외롭게 낯가렸다ㅋㅋㅋㅋㅋ 나비 때까지 낯가린 듯ㅋㅋ 원래도 액팅이 많으시긴 했는데 어릴 때 귀엽고 고등학생 쯤부터는 덜 그랬는데 철없고 발랄한 정도가 더 길게 가서ㅋㅋㅋㅋ 그래서 거의 끝의 끝까지도 예민하고 성숙한 느낌보다는 어리숙하게 느껴지는 게 있었는데 그게 햇앨 단단함과 섞이니 톰이 정말 앨빈한테 엄청나게 의지하고 많은 것을 바란 게 다가와서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얘는 앨빈을 챙겨줄 수가 없었겠구나의 상황이 신변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아직 성숙하지가 못해서 그런 걸로 느껴졌는데 보는 동안에는 앨빈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싶었고 후기 쓰는 동안에도 너무 했다는 맘이 안 든 게 아니었는데 이제 찬찬히 다시 곱씹으니 사람이 소중한 관계에서 애정을 나눌 때도 이기적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표현이 캐릭터에 대한 과한 동정없이 진행된 걸로 정리가 되어서 찬찬히 다시 생각하니 나쁘지 않게 다가왔다. 한쪽은 아이이고 한쪽은 어른이라 서로 너무나 아꼈고 사랑했어도 엇나가던 관계를 상대가 떠났음에도 놓지 않는 걸로 마지막 성숙을 이뤄낸 요톰의 노력이 기특하달까. 이제라도 어른이 되어서 다행이야.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내가 앨빈은 아니지만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의 성숙을 지켜보는 게 주는 위안이 있었다. 거대하고 포근한 담요의 품처럼 다가왔던 솜이 아프지만 애틋한 성장 소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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