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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120 뮤지컬 레베카 낮공

by All's 2016. 3. 12.



캐스트 - 류정한 차지연 송상은 최민철 최민철 한지연 허정규.
공연장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레베카 재밌게 잘 보고 나왔는데 그냥 진짜 딱 재밌었네하고 끝이라 뭘 길게 쓰고 싶어도 못 쓸 것 같다.

줄거리를 미리 알고 갔는데 레베카 병 말고는 다 알고 갔는데도 보는데 재미는 있었다.
음악도 좋아서 오슷도 사옴!
처음 시작할 때 어 액자식 구성이네 했는데 마지막 결말까지 갈 때 도덕적 결벽이 좀 있는 편이라 그런데 결국 살인자인 건 맞는데 다리 좀 저는 거 빼면 저렇게 지네들끼리 행복해도 되는 걸까 삐뚜름한 맘도 들었는데 뭐 그런 개인적인 꼬임을 넘길 수 있을 만큼 보기에 재미는 있어서 좋았다. 이해 안 되는 캐릭터 없고 곡 좋고 무대랑 안무 등도 성의있고 재밌는데 같은 작곡가 같은 극작가에 중요한 조연들이 겹쳐서 그런 건지 저건 밀크인가? 저건 내춤싶인가? 혼자 엘리자벳 지뢰를 밟게 되는 참신한적인 측면의 아쉬움이 있는데 그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재밌었어서 관대한 듯ㅋㅋㅋ

그런데 막 취향저격이라 회전문 돌거나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차라리 여주인공이 레베카였으면 그랬을 것 같은데 감정적 파고가 그렇게 큰 극이 아니었다.

그치만 차댄... 차댄이 정말 너무 좋았음ㅠㅠ
하필 요즘 두도시가 너무 보고 싶어서 창비에서 내놓은 완역본 읽는 중이었는데 거기서 묘사한 미스 프로스트를 더 집착적으로 어둡게 비튼 느낌? 나 여고괴담 시리즈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여고괴담2의 분위기를 끼얹으면 그게 오늘 본 차댄에게서 느껴졌는데 너무나 취향저격이었다ㅠㅠ

「로리 씨는 프로스 양이 질투가 매우 심한 것을 알았지만, 이즈음에는 그녀의 특이한 봉사 이면에, 잃어버린 청춘과, 가지지 못한 아름다움과, 자신들이 획득하는 행운을 누리지 못한 기량과, 자신들의 우울한 삶에는 결코 비치지 않던 밝은 희망에, 순수한 사랑과 연모를 위해, 스스로를 기꺼이 노예로 묶어두는 이타적인 생물들-여성들 사이에서만 발견되는-중 하나가 살고 있음도 알고 있었다.」

이 부분 묘사가 영원한 생명에서 훅하고 밀려왔다ㅠㅠ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나의 레베카에 대한 떨치지 못한 집착으로 그녀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그 순정이 너무 좋았다.

줄리앙 대령의 취조 아닌 취조 중에 막심과 잭 파벨에게 비웃음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그녀에 대해서 주절거린다고 격분할 때 그 크고 위압적이던 여자가 자신의 소중한 레베카를 뭣도 모르는 것들이 입방아 찢는 것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것들이 그녀를 건드리는 것에 대한 분노와 애처로움과 막 그런 게 섞여서 확 터트리고 속절없이 속살을 드러내는데 내가 같이 맘이 훅 무너졌다.

막심과 이히의 통화 내용을 알고 어떻게 그녀가 자신에게 비밀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나에 상처받는데 눈물날 것 같았다.

이 극이 막심과 이히가 아니라 조금 더 댄버스 부인 중심이고 넘버라도 하나 더 있었으면...
아니 그냥 레베카가 상상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배역이 등장해서 그녀 하나를 놓고 사람들의 시선이 교차하는 회상 장면 같은 거라도 있는 그런 극이었으면 회전문 돌았을 것 같다.

차댄 노래는 음역대가 딱 맞는 것 같지 않고 중간에는 낮춰부르는 부분도 있나 싶었는데 이걸 레베카2라고 하는 건가? 그 가장 무도회 뒤에 레베카 방에서 부르는 롱 레베카에서는 나름 난 만족할 만큼 좋았다. 언니가 열심히 질러주었고, 난 만족했습니다. 발코니 돌아가기 전에 이히 몰아붙이기 시작하면서 쭉 이어지는데 차톧을 보고 싶다는 강력한 열망에 사로잡히는 에너지였다. 올뉴 엘리 올 때 진짜 여자 죽음 해주면 안 되나. 차톧 옥톧 갑시다. 넘나 좋을 것 같아ㅠㅠ...는 딴 얘기 고만하고,

하여간 차댄 캐릭터가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넘나 좋았던 차댄 다음으로 좋았던 건 류막심!
진짜 류막심 되게 멋있었다:Q.....
호텔 로비 첫 등장부터 멋있는데 그 뒤에 입고 나오는 옷이며 코트며 다 막 잘 어울리고 보트 보관소에서 레베카 흉내 낼 때는 얼굴에 전등 비추는 그 짤 같은 거 생각나고 심지어 오블 1열이라 눈도 너무 정면으로 마주쳐서 더 무서웠지만 그거 빼면 머리 스타일도 이쁘고 예민하고 날선 귀족 중년 신사.... 진짜 좋았다.
노래는 제일 높은 음에서는 조금 플랫이 되나 싶기는 한데 막귀라 뭐 사실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에이 몰라.... 목소리도 좋고..... 수트핏... 히스테릭한 중년 귀족미로 뭐 그런 거 다 넘어갈 수 있다.

미남 파벨은 노래나 연기나 딱히 맘에 드는 건 아닌데 뭐 나쁘지도 않았다.
껄렁거리는 질 나쁜 제비 같았는데 음흉하고 비뚜름하면서 의뭉스러운 인간 쓰레기 느낌 쭉 느껴져서 첫 만남 때도 그렇고 공판 뒤에 이히 어깨에 손 올리고 할 때도 힉 저리가 싫어 하는 기분인 거 보면 연기를 잘하고 있는 거겠지? 레베카랑 파벨이 같은 피가 섞였는데 파벨이 저렇게 혐오스럽고 뱀같다면 레베카도 얼굴은 천사에 속은 그런 인물이었겠네 자체 납득도 하게 해주고 설득력있었다.

다른 조연 캐슷들은 뭐 나쁠 거 없었고.... 제일 아쉬운 게 나름 소극장 여배들 중에 이뻐하던 송이히라 그게 오늘의 아쉬움이다ㅠㅠ

해맑고 단단하고 믿음 강한 젊은 아가씨 캐릭터 자체야 나쁠 것 없고 연기도 크게 나쁘지 않게 곧잘 한다 싶었는데 원래 좋아하던 목소리고 귀여워하는 애정으로 이쁘다 이쁘다하고 넘겨주기에는 성량이 대극장 사이즈가 아니었다ㅠㅠ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갔는데 롱 레베카에서 삼댄 중 출력 자체는 제일 적을 것 같은 차댄이란 소리 겹칠 때 진짜 하나도 안 들려서ㅠㅠ
그리고 개인 넘버 부를 때 레베카 뤠베카라고 하는 것도 거슬리고ㅠㅠ레베카로는 상은을 더 만나지 않아야 할 것 같아.
류막심이랑 둘이 꽁냥대는 건 귀엽고 연기도 좋고 사실 송이히 자체는 참 좋았는데 노래가 너무 아쉬웠어서 안녕안녕안녕.

뭐 더 쓸 얘기를 못 찾겠어 오피 아닌 오블 1열 자리 후기?

예당 오페라 극장은 자첫이었고 워낙 뷰가 멀다고 해서 눈도 안 좋은 편이라 걱정 많이 했는데 오피랑 1열 사이도 그렇게 안 멀고 무대랑 오피석 자체도 가까워서 2층에서 이히랑 댄버스랑 이것저것 할 때랑 절벽 갔을 때 정도 아니면 오츠카 안 들고 맨눈으로 잘 봤다.
내가 좌안 우안 0.6 0.7 인 난시인임을 감안할 때 눈 별로 안 나쁜 사람이면 맨눈으로 쭉 봐도 될 것 같다.
오피랑 1열이 일직선이기는 한데 배우들 아이레벨이 살짝 위니까 대부분의 장면은 고개를 살짝 쳐들게 되어서 머리도 크게 눈에 안 거슬림!
스모그 테러가 미약하게 있지만 오피 중블 관객에게만 엄청 심할 것 같고 내쪽으로는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다.
오피 오블 젤 사이드 좌석이 오블 1열 통로에서 4,5번째 정도에서 끊기는 것 같으니 통로에서 3번째 까지는 가격대비 나쁘지 않을 자리 일 것 같다.

아... 진짜 아쉬운 점 하나 생각났다.
이히는 옷이 너무 없는 것 같다ㅠ
가장 무도회 때 드레스도 안 이쁜데 심지어 다른 옷들은 결혼 후에도 내내 하녀이고 칙칙하고....
적어도 2막 칼날송 이후부터는 애가 당당해졌으니 이쁜 옷 좀 입혀도 되지 않나.
남캐들 쩔어주는 옷들하고 너무 비교되잖아ㅠㅠ
이히 옷 좀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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