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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405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류정한 리사 이지혜.
공연장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3월 말에 조지킬로 자첫하고 오늘로 자막했는데 아무리 지방 공연이 남은 공연이래도 본공 막공인데 좀 안 좋은 얘기를 쓰려니 기분이 좀 그렇다.

길게 쓰지도 않을 거면서 아쉽다는 얘기 잔뜩 일 수 있음을 미리니름하며.. 후기 시작!

이지혜 엠마 빼고 류정한과 리사는 이 배우들의 공연을 본 것 자체가 처음이었는데 여튼 처음 본 류정한배우에 대한 감상은 노래 정말 잘하고 존재감있는 배우구나였다.


앞에 쓴 감상이 이제 내 머릿속 류정한에 대한 이미지가 될 것 같다.

류지킬의 지킬 앤 하이드는 류지킬이라고 임의로 쓰고는 있지만 류하이드라고 쓰는 게 더 맞을 것 같은 인물이었는데 지킬과 하이드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야기들을 봤는데 전해듣는 거랑 보는 건 확실히 달랐다. 류지킬의 지킬은 실험 성공에 대한 야망도 넘치고 자존심도 강하고, 프라이드 높은 귀족 느낌이었고 실험을 성공시키고 싶은 의지가 원래부터 강하고, 자신의 비젼있고 가치있는 실험을 막는 영국 귀족들에 대해서 원망보다는 분노를 느낀 걸로 보였는데 고집과 성격은 있었지만 소심하고 학자, 선비 느낌이었던 조지킬과 달리 원래부터 분노도 크게 숨기지 않고 기질도 정말 강해보여서 지킬이 안 착해보이는 기분!!!!

그래서 실험 성공하고 하이드가 되는데 완전히 다른 인격이 나타났다기보다는 그래도 사회적인 학습과 규율 등에 눌려있던 본능이 리미트없이 해제되서 진짜 '자유'로워진 느낌이라 또 다른 나라기보다는 억눌려온 지킬의 '나'가 하이드로 보였고 어쩌면 지킬보다 하이드가 더 그 육체의 본성에 맞는 게 아닐까라는 마음까지 들었다.

특히 컨프론테이션에서는 지킬이 이미 눌러왔던 본능이 너무 많이 드러난 상태라 헨리일 때마저 하이드인 듯한 웃음소리와 표정과 눈빛이었고 더 광끼있기까지 해서 하이드 인 지킬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내가 얼마 전에 봤고, 보기 전에도 상상했던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하이드와는 진짜 다른 느낌이라 새롭고 멋지기는 했는데 나는  클리셰를 좋아하고 뻔한 감동코드를 좋아하는 편이라 개인적으로 그의 지킬, 헨리는 취향은 아니었다. 헨리와 하이드 사이의 구분이 모호하다보니 대비가 약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헨리일 때의 넘버가 하이드일 때처럼 뭔가 야심차게 소화되니, 신념있는 선량한 사람의 느낌이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서브남주 빙의하는 착한 남자 컴플렉스 캐릭터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그의 헨리 지킬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하이드일 때 피도 눈물도 없고 자유롭고 냉혈한 느낌이 사회적인 관습에 매이지 않은 날선 싸이코패스 느낌이라 류정한의 하이드가 정말 멋지고 좋았다.

로맨스적인 면에서 보자면 헨리 지킬일 때는 엠마만을 사랑을 하지만 그래도 아주 절절하지는 않아보였고, 사랑보다는 진짜 자신의 일과 연구 등이 먼저인 남자였는데 하이드일 때는 엠마는 물론이고 루시도 전혀 사랑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루시를 귀여워하고 그녀를 자극하고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듯은 했지만 그 기저의 감정이 사랑은 아닌 것 같았고 킬 더 루시에서 루시를 죽일 때도 그래서인지 지킬을 기다리고 자신을 떠나려는 루시에게 상처받기보다는 분노하고 그녀를 조롱하다 죽이는 느낌. 굳이 사랑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류정한의 헨리와 하이드 중에서는 하이드가 루시에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가진 것 같았어.

깨알같이 좀 설렜던 포인트는 레드렛(???이 맞나. 귀로는 그렇게 들렸는데...)에서 자신을 유혹하는 루시를 거절하고 명함을 건낼 때의 모습! 엄청 쑥맥같던 조지킬이 '이런 유혹에 넘어가면 안돼!'라는 식으로 주저주저하는 느낌이어서 좀 귀여웠다면 류지킬은 루시를 가지고 밀당을 하는 느낌. 성숙한 성인 남자, 엠마 전에도 왠지 연애는 꽤 했을 것 같고 여자도 별로 모르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기까지 했는데, 명함을 건네다가 루시가 손을 뻗으니까 살짝 자기쪽으로 당겼다가 다시 주면서 친구로서 연락하라는 걸 강조하는데 여유로운 표정과 그 손가락 놀림과 뭔가 여러가지가 봉은 커녕 잘못 낚이면 여자가 데이는 겉만 착한 나쁘고 위험한 남자여서 매력적이었다:)

하이드 얘기하다가 왜 여기로 이야기가 흘렀지...

여튼 그의 하이드는 눌려있던 본성이 폭발한 느낌인데 성량도 시원시원하게 넘버들을 질러주고, 그의 성량마저 하이드라는 캐릭터와 어울렸다. 하이드의 멋짐은 위선자들을 조롱할 때 참 좋았는데, 헨리일 때 속으로 참아왔던 조롱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센스있게 구사해서 장면 장면들이 생생했다. 특히 그 주교에게 불 붙이는 넘버에서 주교를 쓰러눕힌 뒤 술병을 처음에 고간 쯤에 놓고 흩뿌리는 등의 디테일이... 그때의 표정도 그렇고 비웃으러면 이렇게 비웃는 거야!라는 느낌이 좋았다. 멋있었음.


하이드는 워낙 좋았는데 지킬이 워낙 안 맞아서 류정한은 그의 시원스러운 넘버 소화에도 아마 다음 시즌 지킬에 그가 한다해도(...라지만 할까?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줏어듣기는 했는데) 굳이 찾아보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다.

노선이 취향이랑 안 맞아서ㅠㅠ

지혜 엠마는 걍 전에 봤을 때랑 큰 차이가 없어서 오늘도 노래 잘하고 예뻤다.로 끝내고... 이런 무성의함이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리사루시... 그녀에게서 나의 아쉬운 소리는 폭발할 건데.. 여기저기 뮤지컬 관련 커뮤에서 리사 별로라는 얘기는 참 많이 봤는데 진짜 좀 별로였다.

저번에 린아루시를 봤을 때 노래는 잘하는데 연기는 별로라고 썼는데 리사루시를 보는 내내 실시간으로 린아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짐.

린아는 노래 잘하고 표정이 하나여도 노선이라도 확실하고 생각이라도 알 수 있었는데 리사는 노래도 별로고, 연기도 소울리스도, 춤도 잘 못추는데 심지어 그걸 까방할 만큼 내 눈에 예쁘찌도 않아서 보다가 짜식할 4박자가 고루 갖춰지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다 맘에 안 차기도 쉽지 않은데ㅠㅠ 넘버 정음으로 안 올라가서 낮춰부르는데 심지어 낮춰부르면서도 고음 짜내서 불러서 루시 넘버들 진짜 다 좋은데 귀 따갑고 감동도 없고ㅠㅠ 고음도 안 되고 성량도 안 되는데 노래에 감성도 딱히 좋지 않아서 인 히즈 아이즈에서 지혜 엠마랑 주고받고 안 되니까 감동 노 감동. 저번에 그 넘버가 굉장히 좋았어서 오늘 공연보러 가기 전에 또 라이브로 듣는다고 기대했었는데..ㅠㅠ 그리고 노선...이랄게 없는 연기 같았다. 아무 생각없이 해맑은 게 아니라 레알 생각이 없이 연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지문에서 하라는 대로, 가사대로 표정짓고 몸 움직이는데 그것도 좀 잘하던가 뭔가 와닿는 게 하나도 없고.. 깊이가 전혀 없는 기분. 굉장히 나에게 별로고 별로고 별로라 사실 뭐라 쓸 말도 생각 안 났고, 그녀의 행동의 이유를 모르겠고,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개취로 반만 좋은 지킬과 되게 별로인 루시가 같이 있어서 오늘 공연은 엄청 재밌었던 저번에 비해 재밌기는 한데 1막은 그냥 그렇고 하이드 많이 나오는 2막 재밌었다..정도의 감상만 남았는데 게다가 서울 본공 총막공이라 그런 지 3층에서 봤는데도 너무너무너무 덕덕해서 힘들었다. 어느 공연이든 막공 특유의 분위기를 안 좋아해서 이 부분도 오늘의 관극에서 마이너스함을 더 마이너스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조지킬보다 류지킬과 하이드가 훨씬 더 위트있고 애드립도 개구지던데 웃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웃는데 민망..해서ㅠ 자첫자막을 막공으로 하지 않고 걍 페어든 본공이든 아무런 막공도 세미막도 아닌 평일 회차로 한 건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같은 3층인데 4월 5일 저녁에서는 숨막힘을 느꼈다ㅠㅠ

같이 본 지인이랑 한 이야기인데 함께 공연을 만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인 덕덕한 관객들과 배우들과의 교감 속에서 나는 그런 관객이 아니라 유리된 느낌..

(또 출현) 같이 본 지인은 자첫을 조지킬 린아루시 정은엠마로 해서 아예 다른 캐스팅으로 류지킬도 보자! 주중은 피곤하니 주말로 하자고 했고 루시랑 엠마에 아무런 개취가 없던 터라 마지막 티켓 오픈 때 류-안린아-안정은 주말 회차가 막공이길래 고민하다가 잡았는데 예전부터 해오던대로 막공은 피하면서 살자고 다시 한 번 마음 먹었다.

난 막공파는 아닌 것 같다ㅠㅠ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의 노선에 대한 나의 개취와 넘버소화가 힘들지 않을 때 지킬과 하이드 넘버의 쩌렁쩌렁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호. 아쉬운 부분은 앞의 부분들이 아쉬운 그런 공연이었다.

원래는 수원 공연을 갈까 고민하면서 조지킬로 1층 6열 쯤 표도 무통으로 잡아놨었는데 지방 때 막공이라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머더머더 때 찢어지는 고음이 너무 구린 앙상블과 뽕짝뽕짝한 오케를 블퀘보다 더 음향이 구리다는 곳에서 왕복 몇 시간을 감내하면서 볼 만큼 공연 자체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으니 하던 대로 다작 인생을 살자는 교훈을 얻고 표를 놓아서 돈이 세이브 되었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추가적으로 있기도 하다.

이렇게 나의 2015년 지킬은 빠이빠이일 듯.
다음 시즌이 올라올 때 다른 지킬로 한 번은 보게 될 것 같다.
그때까지는 안녕안녕히.

쓰려다가 빼먹에서 급 덧붙이는 뻘글.

절대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지킬=조승우/하이드=류정한으로 실황편집 영상같은 걸 특별 DVD같은 걸로 낸다면 꼭 돈주고 사서 보고 싶다.

하지만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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