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조승우, 린아, 이지혜
공연장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돈은 없고 지킬은 궁금하고 조지킬 다시는 안 한다길래 산쥬들고 3층에서 봤다.
지킬 앤 하이드는 원작 소설도 보지 않았고, 그냥 큰 설정만 알고 있는데 천재 의사인 지킬이 자신의 몸에 실험을 해서 하이드라는 숨겨졌던 인격이 나타나서 문제가 생김 수준으로 알고 있었다. 오히려 너무 유명하니까 아무도 기본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아서 백지로 있으려면 백지가 가능한데 그게 내 상태였다.
그래서 처음에 시작할 때 아버지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실험을 하고 싶어하는 인간적이고.. 뭐랄까, 교양있는 지킬의 태도가 신념과 인간미가 같이 느껴져서 '저렇게 선량한 사람이 마음 속에 악을 품고 있었구나. 그래서 그 사이의 반전이 정말 클 수 밖에 없었겠구나.' 싶었다.
내가 그런 느낌을 받았던 건 조승우의 지킬이 진짜 내면의 악을 모르고 선량하게 신념을 가지고 살던, 사랑과 연민이 같이 있는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헨리는 천재 특유의 자기 중심성이 있기는 하지만 엠마나 어터슨,아버지 등의 자신의 사람들에게는 다정하고 순수하게 사랑하고, 거리의 여자인 루시를 진심으로 동정하고 연민할만큼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조지킬은 사랑과 연민의 경계가 분명해보였는데 그의 안에서 엠마에게 느낀 건 사랑. 루시에게 느낀 건 완연히 연민과 조금의 욕정 정도. 집에 찾아온 루시를 치료해주고 키스하게 될 때도 진짜 사랑을 느껴서라기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려서+루시의 감정에 동화된 것 같았다. 진짜 사랑은 엠마라고 여긴 이유는 약혼식 날 엠마를 바라볼 때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것도 있었지만 실험실에 들어와 힘들어하는 엠마를 등 뒤에서 지켜볼 때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가지 못해서 괴로워하던 모습과 그녀에게 떠나지 말고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고 할 때의 간절함이 하이드에게 죽임을 당하게 될까봐 루시에게 돈을 주며 도망가라고 하는 것과 대비가 극명하게 되어서인데, 정말 사랑했고 중요한 사람이었다면 물론 목숨 살리는 게 중요할지라도 그 사람이 내 안의 큰 부분이니 차마 그렇게 쿨하게 떠나라고 못할 것도 같고, 엠마와 루시를 대할 때의 분위기가 워낙 달랐다. 대신 하이드가 방식이 폭력적이고 형태가 집착과 소유욕이지만 그래도 루시를 좋아는 했달까? 엠마와 루시에 대한 감정만큼은 하이드의 감정과 지킬의 감정이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같은 사람 안의 두 인격이지만 각자의 사랑은 달랐달지!
그 맥락에서 한 사람 몸인데 누구한테는 스토킹 당하고 누구한테는 짝사랑을 퍼붓는 루시가 '야 이 해맑은 바보야!'싶을 만큼 가여워서 린아의 표정이 하나라 연기는 진짜 영 아무 느낌 없는데 상황이 불쌍해서 감정이입이 되게 한다는 건 참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헨리의 루시에 대한 감정이 정말 순수하게 연민으로 보였는데 지킬이 루시에게 당신이 나의 어두운 시절의 빛이였다고 하는 부분.
조지킬은 캐릭터가 분명하고 해석의 여지를 따로 두지 않은 연기라서 다른 대사들이며 노래도 다 잘 이해가 갔고, 자첫이지만 진짜 깔끔하게 감정도 와 닿았는데 어터슨이 편지 읽을 때 그 부분 만큼은 전혀 진짜 하나도 이해 안 되었다. 해맑은 린아 루시가 처음 선의를 보인 지킬에게 혼자 금사빠로 워낙 깊이 빠져있고, 하이드를 안 사랑하니 하이드가 그런 루시를 죽일까봐 도망치게 하려고 편지를 쓴 것 같은데... 사랑은 전혀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어느 시점에서 힘든 시절동안 루시가 그의 빛이였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었고 하이드가 루시랑 있을 때 적어도 루시랑 있는 시간 동안 살인은 안 하고, 엠마에게는 풀지 못했던 욕정을 풀어서라는 건가..라고 생각은 해봤지만 뭔가 얼개가 약하게 느껴졌었기에 그런 생각은 기각했는데 여러 후기와 설명을 보고 하이드로 인해서 힘들었던 지킬에게 여전히 자신을 선량한 헨리로 보고 아껴주는 루시가 헨리인 자신을 지키고 인식할 수 있게 해주기에 빛 같은 존재였다는 설명에 이해가 되었다.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는 해석과 노선은 사바사라고 할 수 없게, 여지가 없는 인물 설정과 그걸 잘 표현한 깔끔한 연기를 보여줬고 아무래도 자첫이다보니 그래서 좋았다. 진짜 맘에 들었었다. 하도 조지킬이 대단하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하고, 노래는 몰라도 연기는 진짜 좋다는 이야기를 지인한테도 듣다 보니 연기가 생각보다 별로면 진짜 재미없을 거라는 생각에 시간과 돈들여서 간 공연에서 재미를 못 느끼면 스스로가 너무 불쌍할까봐 무의식이 깍지를 낀 게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데 조지킬 연기가 정말 좋았다.
조승우의 드라마는 보지 않아서 드라마 연기는 어떨 지 모르지만, 스크린에서 봤던 조승우는 참 조근조근하게 대사를 치는 사람이라 극 연기를 할 때 나한테 와닿을까 싶었는데 공연에서의 조승우는 카메라 연기와는 다른 연기 스타일이면서, 스크린에서 좋게 봤던 느낌처럼 그 특유의 조근조근함을 깔끔하고 알찬 소리로 전달하는 대사 처리를 해서 좋았다. 아무리 산쥬가 있다고 해도 눈도 나쁜 편이고 3층이라서 표정 연기는 잘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 대사가 정말 중요했는데 대사를 취향에 맞게 쳐서 거기서 진짜 만족도 90점 넘게 깔고 갔다. 게다가 생각보다 몸도 잘 써서 뻣뻣해서 현타 오는 것도 없었다.
노래는... 조승우 지킬 예전보다 노래 영 별로라는 소리는 하도 많이 들어서 노래에 대해서는 1도 기대를 안 했는데 소리도 나름 시원시원하고 발성도 깔끔해서 듣기 좋았다. 하이라이트 부분 등에서 하이노트를 더 쨍하게 질러주면 좋았겠다 싶지만 넘버를 대사처럼 소화하는 능력이 참 좋아서 상쇄되었다. 단적으로 제일 좋았던 건 그래서 사골사골해도 지금 이 순간! 뒷골목 주점 레드렛을 갔다온 뒤 헐벗은 여자들의 공연에 즐거움을 느끼고 루시에게 연민과 매력을 같이 느끼고 나니 그런 스스로가 위선적인 영국 귀족들과 뭐가 다른 인간인가 싶어서 번뇌했지만, 그 순간 자기 안에도 존재하는 악을 느끼고 내 안에도 악이 있으니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기로 마음 먹은 감정선이 말이 아니라 노래에서도 마치 말처럼 그대로 끌고 들어가졌다. 노래랑 연기를 따로 하는 걸 갈라콘서트 등에서 노래만 부를 때 아니면 싫어하는데,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실험을 하기로 마음 먹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되새기고, 두려움을 점점 떨쳐내고, 확신을 마음에 챙겨넣으려는 마음 속 생각이 노래이자 대사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처럼 느껴지고 그러다보니 노래가 짱짱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도 지킬의 마음이 와닿아서 조승우의 '지금 이 순간'에서는 지킬에게 연민과 안타까움이 같이 느낄 수 있었다. 극 중 인물한테 연민에 기반한 감정 동화 되는 걸 좋아해서 좋았다.
쓰다보니 지킬일 때 위주로만 너무 쓴 거 같은데... 하이드 일 때 연기가 별로라던가 뭐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내가 헨리가 좋은 것 같다. 원래 주인공한테 이입 안 하는 편인데 조승우의 지킬은 착한 찌질이라 맘이 간다. 하이드는 머리를 안 묶어서만은 아니고 진짜 헨리랑은 분위기며 인상이 달라서 다른 사람인양 느껴지고, 위선적인 귀족들 비웃으면서 살인을 할 때 이유모를 섹시함이 느껴진다 정도로의 감상만 드는데 이건 너무 헨리 쪽에 내가 감정 이입이 몰빵되서 그런 것 같다. 걍 헨리가 좋은 걸로 대충 마무리.
앞에 조승우는 이렇게나 길게 써놯는데 나머지 캐릭터랑 전체 극 이야기는 이에 비해 심히 부실함. 내가 뭐 볼 때 전체를 잘 보는 능력이 없어서 아무래도 이런 분량의 불균형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한 번에 다 잘 보는 능력을 가지고 싶다. 여튼 빈약할 분량 예고하고 쓰고 싶은 건 린아 루시랑 이지혜 엠마, 극 전체의 재미랑 넘버에 대한 호불호, 앙상블이랑 오케랑 무대 얘기 약간.
린아 루시는 노래 잘하고 연기는 별로고 예뻐!라고 이야기 들었고 지혜 엠마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보고 난 감상은 린아는 노래 잘하고 연기는 별로고 개인적으로 쏘냐보다는 예쁘지만 크게 예쁘게 느껴지지는 않음. 이지혜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예뻐, 연기 맘에 들고 노래하는 목소리 예뻐서 좋다. 이렇게 두 느낌.
드디어 자첫을 했으니 그동안 전혀 안 읽었던 지킬 후기들을 읽어봤는데 린아 루시에 대해서 해맑고 밝은 애라는 이야기를 봤는데 오늘 본 느낌이 딱 그랬다. 뭔가 깊이있는 감정 연기를 해내기에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 한 가지이기도 했지만 캐릭터 자체가 그렇게 깊숙한 한이나 정서를 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 거리의 여자로 전락해서 노래와 몸을 파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했는데 지킬이라는 신사의 선의에 들뜨고, 그래서 그에게 빠져들고, 그가 내 인생을 바꿔주지 않을까라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꿈꾸는 해맑은 아이? 둘은 물론 다른 캐릭터지만 전에 봤던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 생각이 났다. 페뷔스한테 빠져드는 에스메랄다를 보면서 '이 지집애야 그 놈은 똥차야! 약혼녀와 너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똥차새끼라고! 걔는 널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왜 니 혼자 사랑하고 난리야!! 이 바보같은 지집애야!!'라는 맘스터치를 느꼈는데 린아 루시한테도 비슷한 마음이 조금 들었다. 이름은 루시가 루시(빛)인데 루시가 지킬을 자신의 어둡고 막막한 인생의 빛이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가 떠나라는 편지를 받고 '아 짝사랑이었구나... 역시 아니네... 그래도 힘내서 살아봐야지!!'하고 새 인생을 노래하다가 하이드한테 걸려서 떠나지도 못하고 자기 안 좋아한다는 이유로 살해당해서 불쌍했다. 진짜 딴 생각없이 머릿 속이 그대로 보이는 순수한 사람이라.. 다른 건 몰라도 순수하기는 진짜 순수해서 '저런 애가 괜히 지킬이랑 하이드 눈에 띄여서 명이 짧아지는 구나.'싶어 맘이 아프더라. '죄 진 것도 없는데 왜 죽나요ㅠㅠ 마음을 안 받아준 게 죽을 죄인가ㅠㅠ 주교며 이 놈 저 놈들은 아동성애자에 위선자이기라도 하지...ㅠㅠ'라는 생각이 연쇄적으로 들었다. 어차피 조금도 해피가 아닌 공연이고 파국에 치달아가는 과정을 위해 아무 죄없는 여캐 죽는 거 엄청 흔한 일이지만 역시 속상하고 그렇더라. 여튼 린아 루시가 여러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고민이 깊은 연기가 아니라서 내용 전달은 깔끔했다.
그리고 연기는 걍 평면적이어도 노래를 시원시원하게 잘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음색도 맘에 들었다. 이삭앤지연이랑 상미린아 시절에 꽤 기교 많이 부려가며 불렀던 스타일로 기억하는데 고음도 쭉쭉 뻗고 루시 넘버들이 곡이 참 좋던데 노래가 안 아쉬우니 듣는 맛이 채워졌다. 나처럼 먼데서 볼 거면 린아루시가 참 좋은 선택이 맞는 게 몸매 좋고 노래 잘하니 멀리서도 보기 좋고 듣기 좋다.
이지혜 엠마.. 난 엠마도 이지혜도 오늘 다 좋았어. 왠지 난 오늘 본 캐릭터들을 사랑에 있어서 다 순정파들로 해석하고 있는데 조지킬이랑 지혜엠마랑 같이 서 있어도, 각자 상대 얘기를 해도 그 기분이 들어버려서 어쩔 수 없다. 대극장 공연 잘 안 보는 편이라 이지혜도 처음 봤는데 예쁘고 노래 잘해서 진짜 맘에 들었다. 난 얼빠라 예쁘니까 우선 나오자마자 와 하고 호감 생성했는데 목소리도 예쁘고, 노래도 잘하더라. 그리고 노선도 나랑 맞았다.
헨리를 정말 사랑하는 젊고 신념있는 귀족 아가씨!
지혜 엠마는 귀엽고 기특하고 좋았다.
스트라이더에게 아버지가 자신을 옥죄는 삶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택한 길을 가겠다는 나름 반항적인 이야기를 하길래 '아빠한테 반항하느라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미국놈이라고 따돌리는 헨리랑 결혼하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뻔 했는데 약혼식 지각한 헨리를 볼 때 얼굴이 화사해지는 걸 보면서 아버지가 선택한 사람이랑 결혼해서 온실 속 화초처럼 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만 헨리를 정말 사랑해서 그와 결혼하고, 그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있는 아가씨임을 알 수 있었다. 기능적으로는 그냥 뻔한 마리아, 뻔한 성녀이기는 하지만 변해버린 헨리가 무섭고 이해가 안 되고 원망스러우면서도, 헨리에게 당신을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엠마가 헨리한테 감정이입 엄청 몰빵한 나에게는 감동적인 여인이었다. 특히나 마지막 결혼식장에서 자신의 목을 꺾으려는 하이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 안의 헨리를 불러낼 때, 진짜 헨리에 대한 믿음이 느껴져서 순정로맨스 좋아하는 입장에서 취향 저격당했다.
클리셰는 옳다. 클리셰는 사랑.
앞에 쓴대로 이제 전체 공연에 대한 감상과 음향, 무대,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올라온 지 10년이 된 공연이지만 이 공연 전혀 안 보고 영상 하나 안 찾아본 지킬에 청순한 뇌로서 지킬을 처음 본 소감은...
'왜 인기 있는 지 알 것 같아! 노래도 좋고 이야기도 재밌고 잉여 장면도 없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잘 봤어.'이다.
(개취의 영역이지만)재미 되게 없는데 이상하게 참 인기 많은 공연이라고 생각했던 올 뉴 모차르트랑은 달랐다. 올 뉴 모촤에서 좋았던 건 '나는 나는 음악', '황금별', '내 운명 피하고 싶다'를 라이브로 들었는데 노래가 쩔어!라는 느낌과 이안 애기 모촤가 미치도록 귀여웠다는 것 밖에 없었어서 지킬 앤 하이드도 노래만 좋고 이야기는 재미없어서 보는 동안 딴 생각이 극심하게 드는 그런 공연일까봐 걱정했는데 지킬 앤 하이드는 이야기 자체가 재밌었다.
전개도 스피디하고 갈등 구조 명확하고, 고음 좍쫙 뻗는 넘버들 쉴 틈 없이 몰아치고! 지금 가격에서 등급별로 가격 2만원씩만 빼면 지인들한테 되게 재밌었으니까 너도 봐 너도 봐 하고 영업했을 그런 재미난 공연! 이야기로서의 지킬은 참 좋았고 넘버도 호호. 넘버는 버릴 구석 없이 다 좋았다. 반골 기질이 있어서 남들 좋다면 괜히 싫다고 유치하게 어깃장 놓는 면이 있는데 와일드혼 넘버가 다 이런 스타일이라면 난 그냥 와일드 혼 넘버는 반골 기질 없이 좋아할란다. 넘버가 드라마틱하고 좋더라.
이제 아쉬운 거 풀어야지. 이야기는 재밌고 잘 보고 나오기는 했는데..., 내 자리가 무대랑 너무 멀어서 꼬장 부리는 게 아니라 기왕에 재밌는 공연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긴 하다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처럼 큰 공연장에 맞는 극은 아니었다. 좀 작은 공연이라고 오케스트라 못 쓰는 것도 아니고, 넘버들 중요하긴 하다만 무대도 뭐 굳이 좌우로 왔다갔다 일부러 해서 그렇지 굳이 넓은 필요 없을 동선이던데(주요 장면은 죄다 가운데서 하니까) 오디가 돈 벌려고 큰 공연장에 억지로 박아놨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무대 장치 전환이 가능한 극장 특성 그런 거 다 떠나서 그냥 크기 자체로만 생각하면 세종M씨어터나 동숭홀 정도의 크기에서 배우들 표정 잘 보이게 올리면 딱 좋을 것 같은 공연인데 극의 성질에 비해 너무 큰 공연장에서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죄다 오글이나 망원경 장착하고 볼 것도 아니고, 컨프론테이션 같은 장면은 사이드에서 보면 진짜 한 쪽 얼굴밖에 안 보일 텐데 공연 온전히 잘 느낄 수 없을 사람이 너무 많은 크기의 공연장에 올라와 있었다, 뭐 이 공연이 토월, 세종엠 그런 곳에 올라왔다면 좌석이 연일 매진이 되어도 한 회 배우들 개런티도 감당이 안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만.. (좌석 수 적은 만큼 표값이 올라가면 그건 그거대로 공포ㄷㄷㄷ) 여튼 무대는 쓸데없이 넓었다. 공연 이야기 크기에 안 맞는 공연장에 좌석 더 받으려고 억지로 들어가서 좌우로 이것저것 많이 세워놓은 게 마치 여보셔 삼연 같았다.
이제 진짜 최고로 별로였던 거 얘기할 건데 그건 바로 오케스트라와 앙상블.
두도시 삼연 오케스트라와 음향도 나쁘지 않게 들을 만큼 막귀인 내 귀에도 이번 오케와 앙상블은 별로여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별로다! 앙상블에서 무감과 실망은 느껴봤어도 짜증은 느낀 적 없는데 이번에는 진짜 짜증을 느꼈다.
우와... 진심 이렇게 구린 떼창 인생 처음이야.
역대급으로 못하는 앙상블이라는 얘기 듣고 각오하고 간 건데 진짜 못해도 너무 못하더라. 특히 머더 머더 때 와 ... 귀 찢어지는 줄 알았다. 머더 머더 넘버 자체는 엄청 취향인데 앙상블들 하나같이 솔로 넘버에서는 염소 시전에 음 떨어지고, 떼창하면 여앙들 찢어지는 하이노트만 들릴만큼 앙상블들 소리 밸런스도 조율 안 되어 있고.... 두도시 삼연 앙상블로 머더를 다시 듣고 싶었다ㅠㅠ 노래는 진짜 좋던데 진짜 어떻게 앙상블 다들 그렇게 별로일 수 있는 지 의문.
그리고 오케스트라... 내가 그래도 다른 넘버들은 몰라도 음악회든 티비 방송이든 지금 이 순간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때 들은 반주는 뽕짝같지 않았는데 이건 뭐 레알 뽕짝 반주. 분명히 악보대로 악기 조율해서 연주하는 걸텐데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한 여러 넘버에서 지극히 뽕짝의 삘을 받았다, 트로트같은 별로인 음악의 느낌이 나다니!라는 뮤넘버 부심을 부리려는 게 아니라 반주가 너무 노래방 반주 같고 뽕삘나서 장르가 파괴되어서 별로였다, 배우들 목소리 사라지고 반주만 조금씩 남을 때 너무 소리가 구리니까 몰입이 사라져버릴 수준. 심지어 커튼콜 때.... 노래는 안 부르고 넘버 메들리로 오케가 연주하는데 배우들이 제발 노래를 불러주길 바랬다. 킬과 하이드가 죽고 암전이 될 때까지만 해도 난 울먹이고 있었는데 여운이 폭발해서 감격의 박수를 쳐야하는 커튼콜 타임에 귀가 괴로워서 짜게 식었다ㅠㅠ 원래는 영화 크레딧 보는 기분으로 커튼콜 배우들 인사하고 나가고 난 뒤에 엠알이든 오케든 노래 다 끝날 때까지 느긋하게 듣고 나가는 편인데 빨리 걸음을 옮겨서 내 귀를 반주에서 해방시키고 싶었다. 이런 오케 레알 처음인데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자첫인 지킬 앤 하이드는 별로인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재밌고 좋았고, 다음 공연이 올라온다면 그 때는 1층 좋은 자리에서 한 번 더 보고 싶다,
지킬 재밌었다.
(덧) 보면서 들었던 생각
그냥 워낙 흔한 구성일수도 있는데 지킬 앤 하이드 보고 나니까 작년에 본 살리에르가 생각났다,
살리에르 뭔가 지킬 앤 하이드의 대단한 열화 카피였던 듯! 루시랑 엠마 듀엣보는데 미치도록 구렸던 카트리나랑 살리 부인(이름이 생각안나ㅠㅠ) 넘버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도대체 존재의 이유를 모르겠는 장면이었는데 살리에르 전체 구성이 왠지 지킬이랑 겹치더라. 내년에 살리 재연 올라온다는데 살리는 좀 좋아질 수 있으려나.. 구린데 매력도 있는 진짜 이상한 공연이었는데 좋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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