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김용준 김찬호 강명주 견민성 박은석 강승호 안재영 이태구 최정우 황호진 김효성 임건혁
(+) 트위터 단상
내가 삼연 보았을 때랑 나도 공연도 같은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말랑말랑하던 그때의 나. 말랑말랑했던 그때의 히보. 조금 더 거리를 두고 공연을 보게 된 나. 거리감과 버석함이 생긴 히스토리 보이즈.
배우들이 뉴캐 기존캐 상관없이 매력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싫은 사람이 있지는 않은데 의도한 부분과 의도치 않은 부분이 만들어낸 끈끈함의 감소와 전달력의 감소는 조금 아쉽다. 보다보니 겉돌고 치열한 듯 각자가 보이는 게 이번 상연의 방향이구나 싶긴해서 개취의 영역이구나로 가기는 한다.
용준 헥터만 그런 건 아닐 것 같고. 헥테에 대해서 가지는 온정성, 혹은 합리화를 연출적으로 줄이려하나 극본적으로 극복이 안 되는 어떤 온기로 인해서 오는 부대낌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와서 사랑스러운 소년들을 보던 삼연 때와 다르게 아 저기 사는 셰필드의 학생들과 그리고 선생님들이 그렇게 인간의 군상이 보이니 감상이 좀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글쎄... 차게 보는 게 더 무겁고 힘들다고 해야하나. 잔인해 보이네. 모든 이들이 참.. 벌써 얘기할 단어는 아니지만 허정하다.
핫지씬에서 느낀 게 감동이 아니라 잔혹함이네. 문학이 패배자의 것이라도 위로를 주고 슬픈 누군가에게 손을 뻗어주기에 고맙다 여겼는데 과연 그것만으로 되는 걸까. 소용성을 이야기하려는 걸 떠나서 위로하려는 위로 자체의 힘에 대한 슬픔이 왔다.
배우에 대한 애정도를 떠나서 흠.. 배우들 대사 전달력이 전반적으로 좀 아쉬웠다. 대사 더듬는 거에 신경쓰는 타입 아니라 그게 아니라 정말 전반적인 전달력이 좀.. 1막 때 낯설어서 그런가 했는데 2막에도 그런 건 아무래도 배우들 딕션이 맘에 안 차서가 큰 듯.
남자선생님 세분 다... 캐릭터는 좋은데 대사 전달이 솔직히 아쉬웠다. 인물 잡은 방향들이 취향이라 아쉬움이 더 아쉽네. 속이 보이고 캐릭터가 생생하고 못나게 못난 부분들은 좋았다.
리피리피는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레이터이자 관찰자 그럼에도 학생이기도 한 모든 부분들이 좋았다. 오늘 극의 중심에 있던 인물. 홀로코스터 이야기때의 열기와 전반적인 상황을 관조하며 세상에 대한 메모를 할 때의 날카로움이 포스너라는 인물에 대해 가지는 그저 타인이지만 누군가의 아픔을 지켜볼 줄 아는 자가 가질 수 있는 거리감과 친근감의 경계에 선 듯한 부분 등으로 보이는 온기와 냉정 사이의 균형감각이 짜릿했다. 안재영이라는 배우의 균형감각에 늘 감탄했고 그러면서 보이는 온기와 그럼에도 무게을 잡아주는 명석함의 극치랄까. 우리 스크리피 저널리즘 극혐하면서 기자하는 거 참 아이러니의 극치인데 또 팩트를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자일 것도 같고요🥰
승호스너가 그리고 참 좋았다. 뭔가 다른 아이들과 정말 유리된 사이라는 게 그냥 그의 모든 부분의 삐걱거림에서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치열하게 동질감을 갈구하는데 그건 정말 어딘가 유리되어있다는 걸 강력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 같고.. 행복하지는 않지만 불행하지도 않다에서 불행하지도 않다 부분의 방점이 더 크다고 해야할까. 이 아이는 행복에 대해서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나 정말 고통 속을 헤매지만 또 망가진 듯한 현재에서 또 완전히 고통 속에만 있지는 않은 듯한 그 느낌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명주린톳쌤이 가지는 히스토리에 대한 날카로움이 선사하는 뾰족함은 린톳이라는 인물이 제목마저 히스토리 보이즈인 이 극에서 여성인물이 있고 그 인물이 멋있다는 것에서 오는 호불호에 대한 복잡한 심경 그 자체로 와서 계속 고민하게 해준 점이 좋았다. 히보가 완벽한 극이라고 생각하고 헥터의 문제마저 아이러니의 발생이라고 과몰입 쉴드를 치던 몇년 전의 나와 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사실 받아들이기 힘들었어를 더 앞에 꺼내게 된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고 배우가 달라서를 떠나서 린톳에 대한 입장도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그 입장에서 지금 린톳쌤의 날카롭게 벼린 뾰족함이 이렇게 지치고 날섰는데도 그 부분이 결국 어떤 양념이 되어 지나가고 마는 전체 극의 흐름을 보는게 참... 린톳이 있다고 해서 이 극이 성별적 이야기의 균형에 있어서는 정말 완벽할 수 없는 아주 마초적인 극이라는 게 다가온다. 남자들의 자기중심성과 몰이해심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치지않고 진절이 나서 생긴 듯한 명주린톳의 뾰족함이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상대하지 않고 지나려다가도 도저히 참지 못 해서 말하나 그것이 한명의 힘 만으로는 흐름을 바꾸지 못 하는 현실 그 자체 같아서 그게 참 슬프고 현실적이었다.
삼연 때 린톳과 럿지 사이에 흐르던 케미 같은 게 굉장히 줄어있어서 애매하게 그래도 럿지는.... 같은 희망을 남겼던 여지가 없다고 해야하나. 말을 하는 한명이라도 있는 건 중요하지만 동조해줄 파이 자체가 없는 성비의 잔혹함이 열렬히 드러났다. 부끄러울 이 세상의 남초성을 더 드러내 이전에 생성한 자체작인 변명을 축소한 걸로 다가왔다. 그래. 여캐 단 하나 있는데 그 여캐 멋진 걸로 우리 그래도 여캐 이렇게 멋있게 쓰고 있어요라고 변명하는 듯 하는 것보다 우리가 그럼에도 마초적이에요.하고 결함을 드러내는 게 차라리 솔직해서 좋았다. 보는 나도 변명해주려고 하지 않게 된달까.
남자들이 그렇게 많고 누르고 누르다가 낸 어떤 여성의 목소리에 진절머리까지 쉽게 낼 수 있는 세상에서 어느 정도 희망을 느끼며 여성이 조금은 행복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살 수는 없는 거야. 포기하자니 억울하고 늘 싸우자니 고통스러운 지친 날카로움. 그게 참 현실적이고 아팠다.
후기들에서 우리 애들 그래도 다 착하고 예쁘고라고 (((우리애들)))이라고 할 부분이 줄고 그 나이대 남자애들 면면 자체가 보인다고 보았었고 각오를 하긴 했는데 아 진짜 이제 우리애들은 아니고 오 소년들이더라ㅋㅋㅋ 그래서 다 내새끼라고 품던 때같은 사랑스러움을 못 느끼긴 했는데 그게 더 맞는 방향...? 맞다 아니다를 따지면 맞는 방향 같다. 전에는 사랑할 이유를 찾게 되었다면 오늘은 진짜 극을 본 감상을 전하게 되는데 히보와도 적정 거리를 둘 마음을 먹고 봤는데 극도 그럴 자세가 되어있을 뿐이고, 그런 면으로 봤을 때 이제 지금의 나는 이 극이 이제 아픈 거다.
차가워진 히스토리 보이즈는 아이들이 연극을 할 때 여성적인 제스춰를 덜 취하고 가슴 뽕을 만들지 않는 피씨함을 적용하면서 오히려 특별나게 똘똘한 남자들마저 그저 남자이기에 가지는 마초성과 남초 집단 특유의 분위기를 온기를 최대한 걷어내고 보여주는 것으로 변명의 여지가 줄었고 그래서 사회고발적인 면이 더 드러난다. 솔직한 현실의 군상을 보여주니 환상과 위로가 줄고 아프고 잔혹해졌지만, 그래서 그 안이 아닌 바깥에서 지켜보며 세상을 다시 보고, 아.. 여기서 만족하지 않아야한다라는 걸 깨닫게 된다. 완벽하지 않고 아이러니한 삶의 잔혹함이 다가온다. 행복하지는 않지만 불행하지도 않은 삶. 완벽하지 않기에 아프지만 계속 여지가 있는 과거 현재 미래의 이 세상. 세상에 완벽한 순간은 없다. 완벽한 존재도 없다. 수많은 터닝 포인트로 이루어진 삶. 모든 건 울렁이고 흔들리고 있다. 희망을 제시하지 않지만 절망을 주고 있지도 않구나.
승호스너에게서 받은 감상이 결국 결을 같이 가는 것 같다. 똑똑하고 가능성이 일렁이고 결국 입시에도 성공한 누구나 행복하다고 해도 좋을 순간에 있던 포스너가 북치는 소년 핫지를 낭송할 때도 글쎄.. 그 순간 헥터보다 더 큰 위로를 받지는 않은 것 같지만 묘한 일렁임만 일던 게 어윈은 망가졌다라고 표현한 현재의 포스너가 글쎄... 난 그 애가 조금 더 솔직해보여서 행복하지는 않지만 불행하지는 않다의 의미가 정말 크게 다가왔다. 사실은 포스너는 헥터의 아이이고 모든 걸 심장에 담고 있으니 행복할 거라고 난 내가 받고 싶은 위로를 그애에게 그동안 투영해왔는데 오늘은 그게 없었다.
포스너가 과연 행복했어야 할까. 주기적으로 신경쇠약에 시달릴 만큼 속이 들끓는 삶이 어떻게 문학을 간직한다고 행복할 수 있겠나. 하지만 겉은 아프고 마땅한 직업도 없고 인터넷상에서만 친구가 많아도 뭔가를 담고 있으니 그 사람은 행복할 거고 가치있다고 위로하는 걸 이야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행하지 않다는 게 주는 어떤 미완의 가능성이 중요한 거였다. 번듯한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아이들이 그래서 행복하냐고 불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아요.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재영스크립스와 승호스너가 완성해낸 균형감과 오묘함이 준 거리감이 온기없는 히보의 어떤 메시지의 완성 그 자체인 것 같다. 가정법으로 말하는 이유는... 한 번 보고 단정하기에는 삼연 때 그렇게 사랑한다고 잘 알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지금 보니 아주 다르게 다가온 것처럼 확정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ㅎㅎ
연강 히보는 초재연 다 재영스크립스가 있었으니 이 느낌이었을까. 이 차갑지만 사람이 있고, 아프지만 절망적이지 않은 느낌이 배우의 영향이 얼마나 있는 건지 가늠해보고 싶은데 현생...... 현생아..........아아아아..... 하. 진짜 어렵다.
아 근데... 마초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으로 오히려 피씨함을 획득하고 소년들에게 인간미가 아닌 인간성을 주는 건 좋은데 여성대상화를 줄이려고 하는 것처럼 사람 체격으로 놀리는 걸 웃음 포인트로 쓰는 것도 다음 상연에는 고민 좀 했으면.. 이번에 팀스랑 악타 통통하다고 놀리는 포인트들 넣은 거 그거는 솔직히 안 웃겼다. 연출 포함 제작진이 젠더 부분에 대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려고 한 것 같고 그 노력을 아주 좋게 봤는데 그렇다고 사람 체중으로 놀리는 걸 같이 까방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다음 과제로 씁시다.
....아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쓴다. 유종의 미까지 잘 가봅시다. 막공 일주일 남은 극치고 극이 좀 어수선하게 다가온 게 계속 좀 맘을 힘들게 한다. 애쓰고 있지 않다고 느낀 건 아닌데... 무대 위에서 다들 좀 더 긴장을 해주세요. 고민하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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