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스트
앨런 튜링 역 - 이승주
미카엘 로스 외 역 - 최정우
======================================
[시놉시스]
1952년 1월, 도둑이 들었다며 경찰서를 찾아온 한 남자.
수사관 로스는 그의 말 속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과거의 흔적을 발결한다.
그 남자의 이름은 앨런 튜링.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
평생 침묵해왔던 질문과 비밀이
그의 입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앨런 튜링이라는 과학자를 소재로 한 연극으로, 이건 스포가 될 것도 아니니 말하자면 앨런 튜링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에니그마라는 암호 체계로 인해 우위를 선점하고 있던 독일을 상대로 열세에 처했던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암호 해독기를 만들어 낸 것과 그리고 실제 게이였다는 걸 알고 보는 게 좋을 이야기였다.
객석이 4면으로 이루어진 4각형의 무대 안에 가장 중심 세트는 동그랗고 큰 테이블이고(나중에 앨런 튜닝이 발명한 기계가 되기도 해요) 사이드에 각각 체스판, 협탁 등등이 놓여져있고 배우들이 그걸 오가면서 연기하는데 위치에 따라 내가 못 보는 게 늘어나는 걸 싫어해서 프로시니엄 무대를 훨씬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 극은 앨런이 기계 크리스토퍼와 함께 달리는 장면만을 위해서라도 4면 무대인 게 맞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4면의 무대를 객석 안쪽, 바깥 쪽, 각 구역 별 통로까지 사용하여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흐리는 순간들도 좋았다. 강연 씬과 재판 씬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강의실이 되어 재판정이 되고 맞은 편에 보이는 관객들이 강의를 듣는 학생이고 재판 참관인이 되어 눈에 들어와서 신유청 연출이 공간을 참 잘 쓰는 연출가라는 걸 새삼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4면 객석 사이사이에 통로로 배우들이 들고 나는데 처음에 이승주가 가운 입고 걸어나와서 독백으로 시작하는 거 너무 엠나비 생각나더라 심지어 초반 대사 '이건 저의 이야기입니다'가 있어ㅋㅋ 이거 진심 너무 반칙 아닌가ㅋㅋㅋㅋ
대략 초반 30분 정도를 앨런이 하는 모든 자기 맘대로의 말들과 행동을 귀여워하면서 내 안의 루키즘을 뼈아프게 깨닫다가 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져서 끝끝내 정말 슬펐다. 처음과 마지막 등퇴장 통로와 가까운 쪽에 앉아있었어서 마지막 장면에서 사과를 물고 걸어나가는 앨런의 얼굴이 보였는데 좋고 그래서 슬펐어.
이승주가 살아서 끝을 맞는 공연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 엠나비 생각을 엄청나게 했는데 같은 방식의 마지막일지라도 그래도 르네와 다르게 앨런은 재판장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은 자신의 진술에 느꼈다는 긍지의 순간을 갖고 있으니 달랐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자신을 부정하든, 인정하였으나 세상이 부정하든.. 견디고 살아내기 힘든 것이 같은데 나 혼자 그래도 다행이길 바라는 게 무슨 소용일까 싶어지기도 했다.
(+) 안 죽는 공연 필모 챙기던 초반에 이미 봤었네ㅋㅋㅋ 유리동물원! 사라진 거지 죽은 건 아니잖아...ㅎㅎ
앨런 튜링 역의 배우는 원 롤만 연기하고, 다른 배우는 형사인 로스, 튜링의 암호 해독 동료였던 슈, 앨런이 파트너? 머레이 등 멀티롤을 연기하는데 존재가 인정받지 않는 인물은 오히려 한 명의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고, 그를 둘러싼 세상 속에서 결국 균열없이, 혹은 균열 사이를 적당히 침묵하고 타협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멀티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 익숙하다면 익숙한 장치이지만 보는 동안 그 자체로 맘에 닿아서 좋았다.
멀티롤을 연기한 최정우배우를 직전에 본 게 엠나비 송 릴링이었고 그때 가장 최근 시즌의 라이선스 엠 버터플라이의 송 릴링인 무엇도 아닌 경계 그 자체인 존재로 다가오게 연기를 잘 해서 좋았는데(처음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봤을 때 락우드로도 데이킨으로도 무감했던 거에 비하면 참 꾸준히 연기 잘 늘고 있네) 이 날의 그는 그 무엇보다도 보통의, 평범한 존재라서 앨런이 축복받았다고 했나, 다행이라고 했나.. 로스일 때 앨런과의 전화 통화에서 딸의 첫 덧셈 성공을 이야기했을 때 말한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게 인물들을 연기했다. 머레이조차도 적어도 세상에 적당히 묻어가며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어. 앨런과의 행위는 그저 돈이 필요해서 그에게 착취 당했을 뿐이라고 증언하며 본인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무혐의를 받는 게 당연해 보였어. 그는 세상이 요구하는 걸 굳이 거스르지 않고 그저 자기 방식대로 적응하며 살았을 뿐이니까.
그렇게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들과 교차되는 승주앨런이, 기계와 사람의 생각이 다를 것이 없음을 생각할 수 있는 이가 끊임없이 존재를 부정당하고, 존재로서도 그의 삶의 업적으로도 침묵과 부정을 강요당하는 걸 보는 게 무겁고 아프고 슬펐다.
극 속에서 앨런이 부르는 디즈니 백설공주를 좋아해서 거기에 나온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나도 디즈니 버전 백설공주 좋아해서 극 안에서 끝까지 부르지 않았음에도 머리 속에서 그가 부르다 만 곡의 가사가 자동완성이 되어서 더 슬펐네. '언젠가 꿈 속의 그 날이 온다면 나의 왕자님 다시 만나 언제까지나 행복하리'인데.. 앨런의 꿈 속의 그 날은, 그가 말한 기계 역시 생각할 수 있는가가 정말 현실로 와닿는, 2000년보다도 몇 십년의 시간이 흘러버린 시간에도 먼 것만 같더라. 앨런이, 그가 하는 사랑을 가진 이들이, 꼭 그것이 아니어도 좀 덜 다수인 이들이 그저 무심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깜박이고 지나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튀지 않고 그거대로 당연하는 세상. 앨런이 통화하는 로스에게 '나는 기계인가요 사람인가요' 소리치는 씬이 있고 그때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는데 그와 같은 존재가 필요할 때는 쓸모있는 기계고, 일이 끝나면 간수가 힘든 사람이 되는 세상까지 그대로라는 걸 알려주는 끝이라 그랬어.
소소한 감상으로는, 승주앨런 자켓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사이, 체스를 두다가 슈와 만나는 씬 정도였나? 재킷 목 깃이 덜 접힌 부분이 있는데 한참을 그렇게 계속 연기하셔서 엠나비 때도 헬가가 다 입혀주는데도 옷 정돈 잘 못 하시더니 여전하시구나하면서 혼자 추억 회상하고 있었는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잠시 팔을 뻗고 있고, 그걸 바라보며 서있던 씬에서 그 순간 그 손수건이 권총처럼 보여서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마 그런 착시를 의도하고 지정된 안무일 것 같은데 손끝이 야무지지 못 함과 연기로서의 몸짓의 완성도 사이의 간극이 좀 과하게 좋았네. 노력으로 피어나는 거잖아 그런 건.
(+) SNS 감상
이승주가 가운 입고 걸어나와서 독백으로 시작하는 거 너무 엠나비 생각 나잖아요ㅋㅋㅋ '이건 저의 이야기입니다' 하잖아요. 이거 진심 너무 반칙 아닌가요ㅋㅋㅋㅋㅋ
대략 초반 30분 정도를 앨런이 하는 모든 자기 맘대로의 말들과 행동을 귀여워하면서 내 안의 루키즘을 뼈아프게 깨닫다가 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져서 끝끝내 정말 슬퍼졌다. 처음과 마지막 등퇴장 통로와 가까운 쪽에 앉아있었어서 사과를 물고 걸어나가는 앨런의 얼굴이 보였는데 좋고 그래서 슬프다.
이승주가 살아서 끝을 맞는 공연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 엠나비 생각을 엄청나게 했는데 같은 방식의 마지막일지라도 그래도 르네와 다르게 앨런은 재판장에서 자신의 진술에 느꼈다는 긍지의 순간을 갖고 있으니 달랐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자신을 부정하든, 인정하였으나 세상이 부정하든.. 견디고 살아내기 힘든 것이 같은데 나 혼자 그래도 다행이길 바라는 게 무슨 소용일까 싶어지네.
(+) 이거 당장 필모 챙기던 초반에 이미 봤었다 ㅋㅋㅋ 유리동물원! 사라진 거지 죽은 건 아니잖아...ㅎㅎ
존재가 인정받지 않는 인물은 오히려 한 명의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고, 그를 둘러싼 세상 속에서 결국 균열없이, 혹은 균열 사이를 적당히 침묵하고 타협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멀티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 익숙하다면 익숙한 장치이지만 보는 동안 그 자체로 맘에 닿아서 좋았다.
정우배우를 이전에 본 게 엠나비 송 릴링이었고 그 무엇도 아닌 경계 그 자체인 존재로 다가와서 좋았는데 오늘의 그는 그 무엇보다도 보통의, 평범한 존재라서 앨런이 축복받았다고 했나, 다행이라고 했나.. 로스일 때 딸의 첫 덧셈 성공을 이야기했을 때 말한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게 인물들을 연기해서 참 좋았다. 머레이조차도 적어도 세상에 적당히 묻어가며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무혐의를 받는 게 당연해 보였어. 그는 세상이 요구하는 걸 굳이 거스르지 않고 그저 자기 방식대로 적응하며 살았을 뿐이니까.
그렇게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들과 교차되는 승주앨런이, 기계와 사람의 생각이 다를 것이 없음을 생각할 수 있는 이가 끊임없이 존재를 부정당하고, 존재로서도 그의 삶의 업적으로도 침묵과 부정을 강요당하는 걸 보는 게 무겁고 아프고 슬펐다.
극 속에서 앨런이 부르는 백설공주 속 노래를 좋아해서 극 안에서 끝까지 부르지 않았음에도 머리 속에서 자동완성이 되어서 더 슬펐다. '언젠가 꿈 속의 그 날이 온다면 나의 왕자님 다시 만나 언제까지나 행복하리' 앨런의 꿈 속의 그 날은, 그가 말한 기계 역시 생각할 수 있는가가 정말 현실로 와닿는, 2000년보다도 몇 십년의 시간이 흘러버린 시간에도 먼 것만 같다. 앨런이, 그가 하는 사랑을 가진 이들이, 꼭 그것이 아니어도 좀 덜 다수인 이들이 그저 무심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깜박이고 지나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튀지 않고 그거대로 당연하는 세상. 앨런이 통화하는 로스에게 나는 기계인가요 사람인가요 소리쳤을 때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는데 그와 같은 존재가 필요할 때는 쓸모있는 기계고, 일이 끝나면 간수가 힘든 사람이 되는 세상까지 그대로라서 슬프다. 슬퍼..ㅠ
위치에 따라 내가 못 보는 게 늘어나는 걸 싫어해서 프로시니엄 무대를 훨씬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 극은 앨런이 기계 크리스토퍼와 함께 달리는 장면만을 위해서라도 4면 무대인 게 맞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4면의 무대를 객석 안쪽, 바깥 쪽, 각 구역 별 통로까지 사용하여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흐리는 순간들도 좋았다. 강연 씬과 재판 씬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강의실이 되어 재판정이 되고 맞은 편에 보이는 관객들이 강의를 듣는 학생이고 재판 참관인이 되어 눈에 들어왔다. 공간을 참 잘 쓰는 연출가라는 걸 새삼 느꼈어.
승주앨런 자켓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사이, 체스를 두다가 슈와 만나는 씬 정도였나? 재킷 목 깃이 덜 접힌 부분이 있는데 한참을 그렇게 계속 연기하셔서 엠나비 때도 헬가가 다 입혀주는데도 옷 정돈 잘 못 하시더니 여전하시구나하면서 혼자 추억 회상하고 있었는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잠시 팔을 뻗고 있고, 그걸 바라보며 서있던 씬에서 그 순간 그 손수건이 권총처럼 보여서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마 그런 착시를 의도하고 지정된 안무일 것 같은데 손끝이 야무지지 못 함과 연기로서의 몸짓의 완성도 사이의 간극이 좀 과하게 좋았네. 노력으로 피어나는 거잖아 그런 건.
'공연 >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60215 뮤지컬 킹키부츠 낮공 (0) | 2026.02.20 |
|---|---|
| 20260213 뮤지컬 렌트 (0) | 2026.02.14 |
| 20260210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0) | 2026.02.11 |
| 20260201 뮤지컬 팬레터 낮공 (0) | 2026.02.04 |
| 20260127 뮤지컬 트레이스 유 (0) | 2026.01.28 |
| 20260120 뮤지컬 팬레터 (0) | 2026.01.21 |
| 20260117 뮤지컬 판 밤공 (0) | 2026.01.19 |
| 20260113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0) | 2026.01.14 |
| 20260111 뮤지컬 비틀쥬스 낮공 (0) | 2026.01.12 |
| 20260108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0) | 2026.01.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