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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41122 연극 사회의 기둥들 밤공

by All's 2016. 3. 9.

 

 

 

캐스트 - 박지일, 정재은, 정수영, 이석준, 우현주, 김주완, 이승주, 손진환, 유성주, 채윤서, 유연수, 한동규, 구혜령, 서정연, 백지원

공연장 - LG아트센터

 

+스포가 있습니다.

 

 

 

 

 

쟁쟁한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는 게 셀링 포인트였지만 인물이 너무 많아서 산만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거 없이, 오히려 기대보다 재밌게 잘 보고 나왔다.

시놉시스를 보고 좀 지루한 느낌의 부조리극으로 흘러가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유머도 적절하고(유머가 아닐 것 같은 부분인데 유머로 관객들이 느껴서 웃는 장면들도 더러 있는데 그게 거슬릴 수준은 아님) 등장 인물들이 쓸모없다 싶은 사람없이 이야기가 각각 다 살아있고 캐릭터가 잡혀있어서 좋았다.

 

배우들 연기는 솔직히 다 좋았어서 넘어가고. 부조리극보다는 개그가 가미된 사회고발극이라 재밌었다.

영사가 자신의 부와 명예,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15년의 세월 동안 속여왔던 걸 아들을 잃게 될 뻔한 위기 이후에 후회하고 개심하여 직접 진실을 밝히는 결말이 좀 너무 착하고 교훈적인 건 아닌가 싶은데, 100년도 더 전에 쓰여진 작품이 열린 결말이거나 영사가 끝까지 위선적인 삶을 유지하는 걸로 쓰였어도 이상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은 개취로는 아쉽지만 이상하지는 않았다.

 

자신들이 도덕적이고 착실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베로니크의 시민들이 가지는 도덕적 모범에 대한 자부심이 좁고 숨막히고 위선적인 세계의 전형이고, 그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시민으로 손꼽히는 영사가 사실은 자신의 평판과 회사를 위해 요한과 로나를 기만하고 자신의 죄를 뒤집어씌웠고 더욱이 더 큰 부를 위해서 부동산 불법 매입까지 하는 타락한 인간이라는 점이 점점 드러나는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스토리 구성이 쫀쫀하고 찰져서 개인적으로는 지루한 부분없이 잘 볼 수 있었다.

 

직사각형으로 하얗게 테두리 칠해진 사각의 틀의 무대, 창과 발코니마저 하얗고 반듯한 세계가 그 위선과 부조리가 드러날수록 점점 기울어가는 무대 디자인과 연출이 직설적이면서도 정말 적절한 연출이라고 느껴져서 그 부분이 제일 맘에 들었다. 공들여 만들어 놓은 위선적이고 도덕적인 삶이 서서히 기울어가고 있다는 게 시각적으로 보이고 이야기에서도 절정을 치달아갈수록 기울기가 가파라지니까 긴장감이 눈으로 와닿았다.

 

실제 원작 극본에서 예정되어 있는 연출일지 이번 광보 연출의 독창적인 연출일지 궁금한 부분이기도 한데 커튼콜 포함 전체 촬영 금지인 게 그런 무대적 연출 기법을 숨기기 위해서는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되었다.

 

새드 엔딩을 좋아하는 취향이라서 착한 결말이 개취로는 아쉽지만 오히려 그래서 찝찝함 없이 깔끔하게 보고 나오기 좋을 포인트라는 걸 빼면 요 근래 본 공연 중에 가장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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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윗 감상

 

쟁쟁한 김광보 연출과 연극 배우 15명이 함께 하는 이라는 카피와 137년을 넘어서는 시의성있는 이야기라는 부분이 끌려서 봤는데 말 그대로 좋은 시간이었다. 요즘 소설이든 영화든 공연이든, 그 매체들이 전하려는 메시지에 이미 내가 동의하고 있다면 굳이 그런 다른 방식들로 재소비하고 되새길 필요가 있는 걸까 혼자 뻘스러운 고민을 했었는데 사회의 기둥들을 보면서 그 안의 사회와 이야기에 답답해하고 조소하는 스스로를 느끼고, 희망적인 결말과 현실을 비교하면서 지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서 원래 메시지를 알고 있다고 해도 한 번 더 스스로 되새길 계기를 가지는 게 의미없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 장치로 한 이번 사회의 기둥들만의 독창적인 연출이 뻔하다고 해도 굉장히 맘에 들게 와닿아서 그 연출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기뻤기도 하고. 지금의 현실과 그런 현실을 되돌아보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위트있고도 오래 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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