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박해수, 이율, 정영주, 전경수
공연장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스포가 있습니다.
원작 소설은 안 읽었고 어릴 때 프랑켄슈타인 영화는 본 적 있는데 큰 줄기는 비슷한데 결말과 사건의 순서 등은 좀 달랐어서 아 이렇게 다르네 하면서 보는 기분이 좀 있었다.
결론적으로 빅터가 크리처를 버린 거 자체는 똑같은데 영화에서는 빅터가 생명을 창조한 뒤에 기본적인 교육도 시켰고 버리기 전까지 아버지처럼 정말 크리처를 돌봤었는데 연극 프랑켄에서는 처음부터 그를 버렸고, 영화에서 빅터가 했던 교육의 역할을 드 라쎄가 다 가져간 부분이 버려졌다는 증오심을 더 불러일으키기에는 좋았던 것 같다.
영화에서 크리처의 뇌가 빅터의 선생님인 천재 교수의 뇌를 쓴 거라 크리처의 영민함이 설명되었던 느낌이 좀 있어서 그건 약간 아쉬웠다.
연극에서 창조 과정 이전의 상황이 너무 많이 생략되어 있는 건 크리처가 빅터를 넘어서서 죽은 생명의 창조주가 되는 결말부에 대한 설명과 힌트가 부족한 것 같아서 그것도 좀 아쉬웠다.
그 외에도 영화에서는 드 라쎄 일가에게 상처받고 빅터를 찾아온 크리처가 자기를 버린 원죄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짝을 만들어달라는 걸 빅터가 원래 거부해서 빅터의 약혼녀를 죽이고 이 여자를 자기 피앙세로 만들라 한 거 였는데(빅터는 자기 약혼녀를 살릴 마음으로 그녀를 다시 살림) 연극에서는 그 부분이 많이 달랐다.
빅터가 더 완벽한 여성 생명체 역시 창조해보고 싶고 크리처를 인생에서 치워내고 싶은 마음도 겸사겸사해서 실험을 했다가 환영받지 못한 비정상적인 개체의 증식을 우려해 원래의 약속을 저버리고 여성 생명체를 파괴하는 설정은 앞선 여동생과의 꿈 속의 대화로 그 심정적 배경이 된 두려움을 설명한다고 해도 좀 설득력이 부족해보이기는 했어. 그래도 연극적 결말을 위해서는 지금의 설정이 더 옳았다고 생각됨.
원작을 모르니 어느 게 원전에 가까운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다시 살아난 약혼녀가 흉측한 자기 모습에 충격을 받고 등불의 기름을 끼얹고 몸에 불을 붙여서 저택 안을 뛰어다니며 자살하던 장면이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원치 않은 부활이 생명체 자체에게도 폭력일 수 있다는 느낌이라 좀 좋았어서 그걸 눈으로 보지 못하는 건 아쉬운데 메시지도 전개도 다른 소재만 같은 다른 창조물인 연극 프랑켄에서 그게 없다고 이건 이상하다고 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나중에 보니 연극이 원작에 훨씬 가까운 이야기였음)
설정상으로 아쉬웠던 거는 위에 영화랑 비교하면서 쓴 빅터의 크리처 창조 과정에 대한 극적 설명이 많이 부족해서 빅터 쟤 왜 저래? 싶은 거랑 크리처는 빅터가 여성 창조물을 죽이고 결혼하기 전 사이 몇달 동안 어떻게 생명 창조를 이뤄냈나 그 두 부분 빼고는 딱히 없었다.
극의 진행과 스토리 전개는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잘 정돈된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았고, 수미상관적으로 만들어진 구조. 빅터가 크리처를 창조하고 도망치게 되는 도입부와 빅터를 부활시킨 크리처가 자신에게 빅터가 했던 듯 다가오는 빅터에게 대하는 결말부의 배치가 크리처가 말했듯 빅터가 자신의 죄를 뉘우칠때까지 끊임없이 반복될 죽음과 재생의 굴레를 시각적으로 잘 구현한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제일 좋았다.
무대적 연출을 눈을 흩날리게 표현하는 기법이나 그런 건 아름답고 좋았는데 뒤에 나무를 계속 위아래로 내렸다 올리는 거랑 무대 장치들에 비닐 둘둘 감아놓은 건 별로....
큰 암전없이 배우들이 세트를 옮기고 장면 전환을 하는 무대 전환 방식 좋아하는 편이긴한데 양 사이드에 배우들이 앉아있다거나 지나친 의자 활용은 취향은 아니었다.
배우들 연기는....흠...
다들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여배우들은 아가사 역할 맡은 분 빼면 전반적으로 좋았고 영주 배우랑 클라리스 역 맡으신 분, 엘리자베스 역 맡으신 분들이 제일 좋았다.
남배우들은 조연은 쏘쏘했고 후기가 너무 좋길래 오히려 기대하면 더 별로로 느껴질까봐 맘 비우고 본 해수배우는 정말 좋았고 이율은 전에 트유에서는 좋았는데 이번에는 많이 싸움.
빅터와의 최후의 결전...이라고 해야할까? 엘리자베스와 마담 프랑켄슈타인을 죽인 크리처가 퍼붓는 눈보라 속에서 태어났을 때 찬란했던 봄햇살 같았던 순간과 그 이후에 자신에게 닥친 차가운 삶의 슬픔을 몸으로 대사로 표현하던 때가 제일 좋았고 지금도 제일 아른거림.
이율 빅터는 표정같은 건 좋은데 대사를 치는 게 너무 안 맞아서. 정극 스타일 고전 스타일 연기를 하려고 하다가 잘못 방향이 잡혀서 국어책이 된 느낌?
표정 포함 눈빛은 좋았는데 대사치는 톤이 너무 들떠있고 어투가 말하듯이 하는 느낌이 아니라 연기하는 연기 느낌이라 아쉬웠다.
대충 호불호로 하면
스토리는 호
연기는 가감해서 호
무대 디자인은 호
연출 방식은 무감
정도?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고 호에 가깝지만 막 좋거나 하지는 않은 걸로...
(+) 이렇게 써놓고 아직까지 연극 프랑켄슈타인이 다시 보고 싶어서 앓고 있습니다... 세상사 참 모를 일... 2016.03.09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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