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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4

가스통 르루 - 오페라의 유령 오유 소설 다시 읽으면서 크리스틴이 '불쌍한 에릭..'이라고 할 때 진짜 벼락맞은 충격을 느낀 게, 소설에서는 에릭 묘사를 진짜 무섭게 해놓고 있었고 크리스틴이 가스라이팅이며 협박을 통해 압박 당하고 있는 걸 다 알고 있어서 당연히 신세 한탄이나 그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해도 되는 타이밍이고 실제로 크리스틴이 에릭을 두려워하고 있기도 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툭 흘러나온 진심이 '불쌍한 에릭'이라는 게 너무 충격적인 선량함이라 진짜 놀랍고 감동적이었다ㅠ 아무리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고 자신에게 압도적인 음악적 성취를 안겨준 음악의 천사여도 그의 맨 얼굴을 보고 혐오에 가까운 두려움을 얻게 될 정도로 추악한 형태이고, 그걸 들킨 뒤 크리스틴에게 어마어마하게 화를 내며 패악을 부렸는데.. 2022. 12. 14.
타라 웨스트오버 - 배움의 발견 배움의 발견을 드디어 다 읽었고.. 킬미나우에서 벼락치듯 데미안의 이 구절을 발견한 이후로 가족을 넘어 자신을 찾는 이야기를 만날 때 마음이 건드려지면 늘 그렇듯이 또 이 구절이 떠올랐다. 알을 깬 후련함이 아닌 알을 깨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되돌릴 수 없다는 것까지. 왜냐하면 나의 세계는 달라져버렸고 나는 '나'를 찾았으니까. 이전의 세계에 완전히 주저앉지도, 새로운 세상을 위해 알 껍데기를 두드리지도 않고 껍데기가 얇은 곳으로 비치는 빛만 흘끗거리고 있는 나를 돌아보고 있다. 꼭 완전한 단절은 아니어도 온전한 독립을 이루고 사랑받고 싶거나 착하다고 여겨지고 싶다는 이유로 작고 큰 부담감을 짊어지지 않는 삶을 만들면 많은 것이 달라질텐데 겁이 난다. 난 진짜 어른이 되.. 2022. 12. 14.
정세랑 - 보건교사 안은영 드라마 각색에 정세랑 작가가 함께 했다는 게 소설을 읽으니 특히 드러나지만 이야기 자체의 온도는 소설이 훨씬 잘 맞네. 이경미 감독의 색이 드라마에 굉장히 많이 들어갔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세계가 아예 바뀐 건 아닌데 이야기와 세계를 보여주려는 사람의 시선이 다른 게 굉장히 큰 차이로 다가왔다. 난 세계가 좀 더 따뜻하고 경쾌한 소설 쪽이 솔직히 좋다. 아마 드라마에서 안은영이 얻어낼 성장에 꽤 많은 부분 다다른 소설 속 은영의 단단함이 좋다.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을 견뎌내기에는 내가 요즘 너무 지쳤나봐. 드라마가 취향은 아니지만 재미있고 괜찮다고 생각했고 잘 만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을 읽고나니 설명이 지나치게 없고 힌트는 지나치게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도저히 드라마만 .. 2022. 12. 14.
최은영 - 밝은 밤 친구가 너무 잘 읽은 책이라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놓고 반납 연장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펼치고 그리고 다 읽었다. 엄마한테 선물 해야지. 소설가란 정말 너무 대단하고 멋진 이이다. 어떻게 한 세계 속의 인물들로 이 세상의 참 많은 나와 딸들과 엄마를 이리 그려내고 위로할 수 있는 건지. 세상의 모든 딸과 엄마라고 쓰려다가 모든 이라는 말은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넣어두지만 참 많은 이들을 그려주어서 그래서 고마웠다. 읽는 동안 처음에는 파친코를, 단순한 진심을, 그리고 눈단어도 떠올렸다. 눈단어는 로리가 누워서 엄마를, 엄마의 엄마를, 그리고 더 더 더 이전의 태초의 순간까지를 떠올리던 바로 그 장면을. 앨리슨 벡델의 당신 엄마 맞아를 마음의 후폭풍이 두려워 읽을 시도를 못 하고 있었는데 조.. 2022.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