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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5

루리 - 긴긴밤 긴긴밤 책도 이제 읽었다. 뮤지컬이 원작의 이야기 자체도, 그 메시지도 잘 존중하여 만들어졌고, 가방을 통해 내 몫의 삶을 시각화한 것이 정말 깊은 고민 끝에 나왔겠구나, 바다를 발견한 치쿠가 거대한 고독까지 이해하게 된 것과 수없이 절벽에서 떨어져도 다시 올라간 부분은 혼자만의 빠른 달리기와 부서지는 아름다운 볼풀로 바꾼 건 소설 속의 광경과 다를 지라도 그만의 따스한 희망이리라 싶어져서 소설과 뮤지컬 모두에 대해 따스함이 마음에 차오른다. 앙가부/윔보 역 배우를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하여 젠더 프리 캐스팅까지 하는 재연이 온다면 아니면 치쿠역을 여성 배우가 해도 좋고. 여튼 그렇게 된다면 노든이 코뿔소들의 무리에 합류한 것이 아니라 아내와 가족을 이루었다는 것도 표현할 수 있으니 캐스팅적으로는 성비도.. 2024. 11. 15.
가스통 르루 - 오페라의 유령 오유 소설 다시 읽으면서 크리스틴이 '불쌍한 에릭..'이라고 할 때 진짜 벼락맞은 충격을 느낀 게, 소설에서는 에릭 묘사를 진짜 무섭게 해놓고 있었고 크리스틴이 가스라이팅이며 협박을 통해 압박 당하고 있는 걸 다 알고 있어서 당연히 신세 한탄이나 그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해도 되는 타이밍이고 실제로 크리스틴이 에릭을 두려워하고 있기도 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툭 흘러나온 진심이 '불쌍한 에릭'이라는 게 너무 충격적인 선량함이라 진짜 놀랍고 감동적이었다ㅠ 아무리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고 자신에게 압도적인 음악적 성취를 안겨준 음악의 천사여도 그의 맨 얼굴을 보고 혐오에 가까운 두려움을 얻게 될 정도로 추악한 형태이고, 그걸 들킨 뒤 크리스틴에게 어마어마하게 화를 내며 패악을 부렸는데.. 2022. 12. 14.
타라 웨스트오버 - 배움의 발견 배움의 발견을 드디어 다 읽었고.. 킬미나우에서 벼락치듯 데미안의 이 구절을 발견한 이후로 가족을 넘어 자신을 찾는 이야기를 만날 때 마음이 건드려지면 늘 그렇듯이 또 이 구절이 떠올랐다. 알을 깬 후련함이 아닌 알을 깨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되돌릴 수 없다는 것까지. 왜냐하면 나의 세계는 달라져버렸고 나는 '나'를 찾았으니까. 이전의 세계에 완전히 주저앉지도, 새로운 세상을 위해 알 껍데기를 두드리지도 않고 껍데기가 얇은 곳으로 비치는 빛만 흘끗거리고 있는 나를 돌아보고 있다. 꼭 완전한 단절은 아니어도 온전한 독립을 이루고 사랑받고 싶거나 착하다고 여겨지고 싶다는 이유로 작고 큰 부담감을 짊어지지 않는 삶을 만들면 많은 것이 달라질텐데 겁이 난다. 난 진짜 어른이 되.. 2022. 12. 14.
정세랑 - 보건교사 안은영 드라마 각색에 정세랑 작가가 함께 했다는 게 소설을 읽으니 특히 드러나지만 이야기 자체의 온도는 소설이 훨씬 잘 맞네. 이경미 감독의 색이 드라마에 굉장히 많이 들어갔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세계가 아예 바뀐 건 아닌데 이야기와 세계를 보여주려는 사람의 시선이 다른 게 굉장히 큰 차이로 다가왔다. 난 세계가 좀 더 따뜻하고 경쾌한 소설 쪽이 솔직히 좋다. 아마 드라마에서 안은영이 얻어낼 성장에 꽤 많은 부분 다다른 소설 속 은영의 단단함이 좋다.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을 견뎌내기에는 내가 요즘 너무 지쳤나봐. 드라마가 취향은 아니지만 재미있고 괜찮다고 생각했고 잘 만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을 읽고나니 설명이 지나치게 없고 힌트는 지나치게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도저히 드라마만 .. 2022. 12. 14.
최은영 - 밝은 밤 친구가 너무 잘 읽은 책이라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놓고 반납 연장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펼치고 그리고 다 읽었다. 엄마한테 선물 해야지. 소설가란 정말 너무 대단하고 멋진 이이다. 어떻게 한 세계 속의 인물들로 이 세상의 참 많은 나와 딸들과 엄마를 이리 그려내고 위로할 수 있는 건지. 세상의 모든 딸과 엄마라고 쓰려다가 모든 이라는 말은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넣어두지만 참 많은 이들을 그려주어서 그래서 고마웠다. 읽는 동안 처음에는 파친코를, 단순한 진심을, 그리고 눈단어도 떠올렸다. 눈단어는 로리가 누워서 엄마를, 엄마의 엄마를, 그리고 더 더 더 이전의 태초의 순간까지를 떠올리던 바로 그 장면을. 앨리슨 벡델의 당신 엄마 맞아를 마음의 후폭풍이 두려워 읽을 시도를 못 하고 있었는데 조.. 2022.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