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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123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by All's 2016. 3. 9.

 


캐스트 : 문성일 주진하 강민욱 성열석 구도균 박재범 나하연
공연장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스포가 있습니다.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을 봤어서 아무래도 원작을 놓고는 후기를 안 쓸 수가 없어서 그냥 비교하면서 쓰는 후기.

연극 바청은 보고 나서 당일에는 현신이가 봉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부분이 너무 낭만적이고 무책임해보여서 개취로 그 부분 때문에 매우 별로다. 그리고 아무리 자신이 불행해도 남을 상처입히는 행동도 혐오스러워서 봉수가 이레와 진하를 아웃팅 시킨 일도 너무 싫어서 전반적으로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두 부분이 아무래도 가해자들을 너무 감싸는 느낌이고 지나치게 희망적이라 싫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는 동안 그 생생함에 신경이 곤두설만큼 10대 청소년들의 살벌한 왕따 행각과 욕설의 현실성, 작품 전반에 흐르는 쎄하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각박한 현실을 살고 있는 청소년이자, 우리의 사회의 단면을 잘 느끼게 해준 것 같아서 점점 더 평과 극에 대한 감정이 좋아졌었고 블라인드를 뜯어내고 위에서 내려오거나 튀어나오는 무대의 공간 전환도 신선하고 인상 깊어서 감상이 좋게 바뀌었던 극이었다.

의도된 날섬과 풋풋함이 느껴졌고 그 느낌이 바짝 마른 나무껍질 같았던 극이었는데 까칠하고 까끌거리지만 나에게는 그게 참 좋았다.

그에 비해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이쇼와 쇼케에서 넘버를 미리 접하면서 인물들의 감정에 더 집중될 것 같고, 감성적인 느낌이겠다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연극에 비해 나이브한데 그 정도가 좀 예상보다 더 심해서 극의 메시지가 약해졌다.
연극과 뮤지컬의 큰 차이일 수 밖에 없는 노래, 넘버가 감성적이고 따뜻한 메시지를 기저에 깔고 가고, 특히나 이레와 현신, 지훈이의 삼중창은 가사도 조명도 따뜻한데 개별 넘버로는 좋지만 그런 따스한 감성들이 연극이 가지고 있던 독기를 너무 뺀 느낌이라 연극을 본 입장에서는 좀 심심함을 거둘 수가 없었음.

특히 연극에서는 현신이네 패거리의 왕따 및 괴롭힘, 지훈이 아버지의 진상짓 등이 진심 혐오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했기에 혐오스러운 현실이 더 와닿았고 (왜 너는 행복하냐고 이레와 지훈에 대한 자기의 악행을 합리화하기 전까지만) 봉수며 이레, 지훈이가 얼마나 힘들지 감정적으로 동화도 더 크게 됐는데, 뮤지컬은 그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이 약해서 보는 동안 감정 소비가 덜하다. 감정이 흔들리지 않으니 끝나고 난 뒤의 기분이 깔끔해서 뒤끝이 덜 나쁘다는 건 장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봉수를 괴롭히는 기태와 재범이의 행동이 크게 심하지가 않아서 봉수가 자기가 마대자루나 걸레같이 쓸모없이 느껴질만큼 끔찍한 괴롭힘에 시달린 걸까?라는 물음을 갖게 한다는 게 너무나 큰 함정. 뮤지컬이고 현신 이레 봉수의 대치 장면의 길이감이 더 늘어서 봉수가 자신이 왜 그렇게 남의 불행을 기원할 만큼 불행한 건지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밑밥이 부족해서 별로 임팩트가 덜하다. 차라리 뒤끝이 더 써도 상관없으니 연극만큼 강하고 나빠졌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뮤 바청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넘버가 대부분 메인 테마 3개를 돌려 만든 느낌이라 풍성하지는 않은데, 곡 자체는 좋고 서정적인 멜로디들이 특히나 지훈이와 이레의 감정 설명에는 큰 도움이 되었음.
역시 음악이라는 게 감성을 건드리는데 짧은 순간에도 큰 힘을 줄 수 있다는 걸 실감한 순간.

그리고 연극에 비해서 독기가 빠진 지금의 느낌이 극의 흥행 자체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연극 바청은 현실감있고 생생하다보니 나는 한 번 보고 힘들어서 회전문은 커녕 재관람도 못하고 자첫자막 했었는데 뮤는 그 만큼의 강한 임팩트는 아니지만 연극에서 느꼈던 메시지를 좀 더 편하게 보고 느낄 수 있었기에 다른 페어로 또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하고 생각이 들고, 남남 키스신을 도저히 못 볼 수준의 사람만 아니라면 주변에 추천도 가능할 것 같았다. 연극은 정말 좋았지만 감정소모가 크고 날서있다보니 함부로 추천하기에는 좀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으니까.ㅇㅇ

연기는 재범, 기태, 나은역 하시는 세 분, 원진, 도균, 하연 배우! 연극이랑 겹치는 배우들은 여전히 괜찮고(한 분은 사실 개취로는 안 맞는데 그냥 내 개취. 넘버 소화도 연기력도 다들 좋다고 생각한다. 1인 다역도 어색하지 않게 잘 소화 됨) 좋았다. 연극 때랑 정서를 비슷하게 잘 끌고가면서도 뮤라서 이질적인 것도 없이 잘 소화하시는 것 같아. 봉수/교장 역의 열석 배우도 무난하게 소화 잘 하시는 것 같고, 솔로 넘버 때 노래를 막 잘하시는 느낌은 아닌데 감정이 좋았다.

지훈,지훈 부 역할의 강민욱 배우는 지훈일 때는 되게되게 좋았다. 목소리도 눈빛도 짧게 나와도 확 몰입감이 있어서 좋아. 좋은데....지훈이 아빠일 때는 그냥 너 넘버 속처럼 무식하고 돈도 없고 교양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게 난제랄까. 구도균 배우가 연극에서 보여준 지훈이 아빠는 좀 코믹스럽기도 했지만 진짜 지훈이 아빠 진상이네.. 지훈이 집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걱정된다. 싶었는데 민욱배우의 지훈이 아빠는 교장실에서 담배피우겠다는 것 말고는 그냥 평범한 부모같았다. 내 아들 말고 상대방이 나쁜 애라고 매도하는 평범한 이 시대의 부모. 지훈일때는 엄청 좋으니까 지훈부일때 더 쓰레기 같아 지시면 참 좋을 듯.

이제 이레랑 현신이.
진하 이레와 성일현신은 쇼케이스랑 이쇼에서 넘버 시연하는 걸 몇 번 봐서 처음 보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감상이 길게 안 된다.
딱 극 자첫 전에 넘버 시연들 보면서 생각했던 만큼의 느낌이었는데 좋게 말하면 무난한 거고, 좀 차갑게 말하자면 크게 임팩트가 확 오지는 않는다.
넘버 자체는 노래들 미리 들으면서 느꼈던 건데 문성일이랑 진하 배우 목소리나 창법에 잘 맞아서 넘버 때는 둘 다 만족스럽고 좋다. 연기는 그냥 무난? 로딩이 덜 되었다 뭐 그런 느낌은 아니고 진짜 그냥 무난..하다는 기분이라 더 할 말이 없다ㅠ

뻘한 감상이 하나 있는데 성일현신이 이레나 다른 학생들 때릴 때ㅋㅋ 학교 짱이라는데 배우들 중에 하연 배우 제외하면 제일 말라서(치는 척 하는 거 소극장이라 잘 보이기도 하고) 쟤가 학교짱 맞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는 거? 진하 배우가 현신이고, 문성일이 이레라면 그게 비쥬얼적으로는 좀 더 현실감 있을 것 같다는 그런 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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