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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40824 연극 유리동물원

by All's 2016. 3. 9.

 

 

 

캐스트 - 김성녀 정운선 이승주 심완준

공연장 - 명동예술극장

 

 

 

고전 연극이 한 번 쯤 보고 싶기도 하고 엠나비에서 좋게봤던 이승주 배우도 나오고 예전에 명동예술극장에서 했던 love love love 도 꽤 좋게 봤어서 보고 왔다.

 

중간중간 웃음이 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보는 내내 왠지 내 상황같고 지금 우리시대의 아픔 같아서 맘이 안 좋고 울컥했다.

일부러 한국 정서에 맞게 캐릭터의 설정 등을 조금씩 손 본 구석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각색이 나쁘지 않게 잘 된 것 같았다.

 

화려한 과거에 매달려 사는 부모님 시대, 그런 부모의 이루지 못한 꿈의 실현체가 되어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진한 자식들에 대한 억지 기대와 무조건적인 밀어붙임, 그에 대해서 바깥 세상에서 숨어서 조용하고 아름다운 유리 세상에 매달리는 것으로 무겁고 엉망진창인 생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잠들지 못하고 영화 속으로, 방랑의 삶으로 도피하는 자식들.

1930년대 미국이 배경이지만 2010년대 대한민국과 다르지 않은 삶과 아픔이 있었다.

아만다에게서 나의 부모님이. 톰과 로라에게서 내 모습이 보여서 보는 내내 답답하고 속상하고 많이 슬펐다.

 

뻘하지만 집안을 못 견디겠을 때마다 영화관으로 도망치는 톰의 모습이 힘들고 사는 게 지치면 연뮤 관극 포함해서 각종 덕질로 도피하는 내 모습이 약간 겹쳐보여서 아만다가 어떻게 매일 영화를 보니!라고 할 때 울컥 했고, 하지만 무책임하다 할지라도 엄마와 누나의 곁을 떠난 톰이 아니라 짐에게 조언을 가장한 모욕을 당하고도 집안 쇼파에 누워서 허무해할 뿐인 로라가 지금의 나인 것 같아서 그게 제일 마음이 무거워진 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약혼녀가 있으면서도 로라에게 마음이 있는 듯 수작을 건 것보다, 조언해준답시고 세상 밖으로 나가라는 둥 넌 지금 열등감이 너무 깊어서 문제라고 그 날 하루 로라를 제대로 본 짐이 내뱉는 말들이 짐이 나쁜 사람으로 느껴지게 했다.

사람은 누구나 만족스럽지 않은 인생의 부분을 바꾸고 싶고 어디가 문제인지도 알지만 그걸 극복해내기가 너무나 힘들어서 고통받는 건데 짐이나 아만다는 사랑해서 하는 말이든, 그냥 쉽게 하는 말이든, 힘든 사람의 내면 속까지 들어가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해서 타인을 상처입히고 특히나 아만다는 스스로도 상처입게 되는 그 악순환의 굴레가 너무 현실적이라 마음이 아팠다.

 

배우 넷의 연기는 난 다 좋았는데 역할 때문인지 톰과 로라가 더 마음을 울렸고 정운선 배우는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 또 보고 싶기도 하다.

고전 작품은 보고 싶은데 너무 옛스럽지 않은 문법이길 원했어서 지금의 유리동물원은 꽤 만족스러운 관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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