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16 뮤지컬 고스트 베이커리 낮공
캐스트
순희 역 - 박지연
유령 역 - 전성우
영수 역 - 윤철주
나상모 역 - 진상현
순영 역 - 도율희
앙상블 - 김지욱 장희원 김상민 곽수민
스윙 - 유건우 김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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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1969년 서울, 최고의 제과점을 만들겠다는 목표 외에는
우정도, 연애도 그 어떤 것에도 관심 없는 '순희'.
빵과 과자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크지만,
사람과 마음을 다루는 일에는 한없이 서툰 탓에
일하는 과자점에서도 해고당하고 만다.
전 재산을 털어, 동네에 오랫동안 비어 있던
허름한 가게를 덜컥 계약하는데, 그곳엔 순희만큼이나
고집 세고 집요한 옛 주인 '유령'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유령은 순희가 자신의 공간을 차지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그녀를 내쫓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그녀를 겁주고 괴롭히는데....
결국, 둘은 갖은 신경전과 쟁탈전 끝에 동업을 하기로 결정한다.
과연 '순희'와 '유령'의 수상한 동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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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고스트 베이커리 너무 잘 봤고 그게 믿어지지 않는다ㅠ 윌 애런슨 음악이야 늘 좋아해도 변희석 음감 이슈로 안 보고 패스한 일 테노레 제외하고 박천휘 작가 극 볼 때면 번점도 어햎은 아름답기는 해도 순간에 붙들려 결국 성장하지 못 하는, 놓아주지 못 하는 이야기가 눈물 지으면서도 이게 과연 좋은 메시지인가에 대해서는 맘이 아팠고, 유머 포인트의 언피씨함이나 인간 중심적 사고 등도 괴로웠고 심지어 번역으로 참여한 2017년 엠나비도 그의 언피씨함에 지긋지긋함을 느꼈어서 그냥 좋아하는 음악 듣고 좋아하는 배우들 보는 거 겸사겸사 좋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본 건데 과거의 자신의 작품들이 아름다운 감성이긴하나 순간에 붙들린 채 나아가지 못 하는 게 궁극적으로 좋은 메시지는 아닐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나아가는 이야기도 필요함에 대한 깊은 고민과 자기 역시 이젠 나아가는 이들을 위한 작품을 쓰고 싶다는 대답을 너무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라 너무 좋다ㅠ
사실 연강홀에서 왈츠 선율로 윌 특유의 음악으로 극이 열리는 순간 번점 재연을 봤던 그 때로 돌아가 버려서 아 나 이 극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생각했는데 이상한 동업자 리프라이즈려나? 앙순희 케이크 완성하고 앙리가 눈 내린다고 장난치기 시작하고 그렇게 둘이 결국 왈츠를 추는 그 씬에서 이건 인우와 태희의 그 왈츠잖아 싶은데 심지어 너무 아름다워서.. 진짜 그냥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고 그렇게 번점의 아름다움이 있는 극이 영원히 서로만을 사랑하느라 오히려 현재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 끝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부족함도 깨닫고 그렇기에 이별을 결심하고 인정하며 미련을 버리고, 상실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나의 생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존재들을 그린다는 게 너무너무 행복했고 기뻤다. 순희와 앙리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장점을 모르고 부족함만을 생각하던 영수가 곁에서 기다리는 마음 또한 소중함을 깨닫고 많은 걸 눈치 채고도 그저 순희의 옆에 곱게 서는 것도, 열등감에 자신의 진짜 열정과 꿈을 잊고 살았던 상모가 자기처럼 후회하지 말라는 앙리의 말에 잊고 살던 열정을 깨닫고 최고의 베이커라는 결과가 아니라 빵을 만들며 자신이 행복했던 그 마음을 깨닫게 된 것도 너무 좋았어ㅠㅠ
순희랑 앙리가 둘다 서로의 취향이나 상황을 존중하지 않고 자기만의 아집이 있던 존재들인데 함께 빵을 만들고 가게를 꾸리면서 나만의 고집을 버리고 자신들이 만든 빵을 먹을 사람들, 그리고 함께 그 빵을 만드는 서로에 대해 이해해가면서 서로를 사랑하게 되기에 결국 앙리는 떠날 수 있게 되고 순희는 사람들과 오히려 어울릴 수 있게 되고, 그리고 세상과 사람들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둘이 자기만의 세상이 너무 강해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방식이 다른 거지 같은 결의 사람들이었는데 둘다 서로로 인해 자신의 아집을 알게 되고 앙리는 원한을, 순희는 불신을 벗고 다른 방향이지만 상처에 얽메여있지 않고 자유로운 나로 온전해졌다는 게 너무 따뜻하고 좋았어ㅠㅠ 순희의 옷과 머리 스타일이 바뀌는 게 세상의 기준에 자기를 맞추어가는 타협이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를 지나치게 고집하지 않게 되어감을 표현하는 걸로 느껴질만큼 극이 너무 좋았다ㅠ
철주 근데 노래도 연기도 엄청 늘었네? 그래서 엄청 잘하냐고 하면 역시 아직 신인 티가 나는 건 맞지만 특유의 맑고 예쁜 기운이랑 꾸밈없이 열심히 연기하고 노래하는 태도 자체가 어리고 순진하지만 세상을 진심으로 대하는 영수랑 너무 잘 어울려서 되게 잘 봄ㅎㅎ 내가 뭐라고 괜히 기특하네ㅋㅋ
와 그리고 전성우와 윤철주가 번갈아 혹은 같이 등장하는 무대의 안구 복지가 너무 너무 행복했다. 어쩜 둘다 그렇게 다르게 예쁘고 그래요 지연도 너무너무 예쁘니까 얼빠는 무대에 예쁜 사람이 마를 새가 없어서 계속 흐뭇해하면서 행복했다고 합니다ㅋㅋ 예쁜 게 최고야!!!
그리고 앙리 역할이 얼굴은 젊어도 몇 십년 째 가게 못 떠나는 할아버지라면 할아버지니까 약간 어르신 말투를 써야하고 겁주는 넘버들도 있으니 성우가 평소 무대 때처럼 톤을 일부러 실제 목소리보다 높이지 않고 본인 저음 그대로 대사를 하는데 그게 또 너무 듣기 좋고 젊은이 외양으로 은근 할아버지 고집으로 순희 대하고 있었는데 순희에게 온전히 마음이 열리면서 죽었을 때 그때처럼 청년이 되어버리는 그게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좋았어ㅠ 능숙한 베이커고 뭐든 많이 알던 자신만만 앙리가 스스로도 서툰 사랑의 감정 앞에 서툴러지고 조심스러워지는 그 순간이 너무 예뻤다ㅠㅠ
그리고 지연순희 진짜 너무 귀엽고.... 너무 잘하잖아ㅠ 순희가 꿈 많고 열정 있는 건 좋아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고 막무가내인 면이 있다가 점점 더 사람과 세상을 알게 되어가는 변모를 너무 잘 보여주잖아요ㅠ 그리고 유머 포인트를 순희가 많이 갖고 가야하는데 그것도 너무 잘 살리고 영수와 앙리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와 앙리와의 시간들과 순간에 설레고 행복한 마음을 가득 보여주는 것도 너무 잘해서 로맨스 사랑러가.... 진짜 너무 행복했다ㅠㅠ 좀 더 일찍 입덕해서 맘마미아 지연소피를 봤어야 하는데 하고 실시간으로 행복해서 아쉬웠잖아ㅠㅠ
고스트 베이커리 근데 솔직히 보기 전에는 앙상블도 있고 그래도 가격 많이 비싸다 생각했는데 공연 보는데 무대 장치 전환이 꽤 많고 세트 퀄리티도 괜찮아서 아 무대에 공들이느라 제작비가 들었겠구나 생각 들고 초연이어도 라이브 오케 아닌 극들도 있는데 라이브 오케이기도 해서 부담 안 되는 가격은 솔직히 아니지만 극 퀄리티에 만족해서 가격도 납득 됐다. 세트 퀄리티 생각하면 나중에 오히려 홍아센 대극장 정도로 키워서 올 생각도 하면 하겠네 싶었어. 구상모과자점이랑 순희베이커리 왔다갔다하던 첫 씬도 신기했고 가게 매장 부분과 주방 부분이 앞뒤로 넣고 빼며 전환 되는 거며 순희네 집 부엌 세트도 나오게 되고 연강홀 공간이 저렇게 계속 넣고 빼는 세트가 가능할 정도가 가능했다니하고 신기했다. 좌우 세트 넣고 빼는 정도면 몰라도 무대를 통으로 넣고 빼던데 고민도 품도 많이 들었겠다 싶고 예전 시대 배경 색감 내면서 또 적절히 예쁘기도 해서 좋았어.
상현배우 2018 번점 3연 이후에 되게 오랜만에 뵌건데 여전히 좋더라.. 나상모가 마냥 나쁘기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적절하게 잘 심어두셔서 마지막에 그의 반성과 초심 회복이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오게 너무 잘 전해주셨다ㅠ 줄거리가 아무리 그래도 그걸 소화하는 건 다른 문제인데 참 잘하셔ㅠ
율희배우도 참 잘하시더라 솔직히 다른 극들에서 뵌 거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는데 지연순희보다 본체가 어리실텐데도 동생 걱정 가득한 언니의 마음이 너무 그대로 전해져서 본체 나이들이 오히려 반대일 부분이 안 느껴졌어 그냥 대사 톤 자체가 좋기도 했다ㅎㅎ 노래야 뭐 운명의 세 여신인데!
앙리랑 순희랑 둘다 자기 세계 확실하고 고집쟁이인 거 둘다 살아서 만났으면 천생연분...까지 생각하다가 그러기에는 앙리 안 죽었으면 나이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걸 깨닫기ㅠ 걍 이렇게 서로 스치고 성장 시킨 순간을 나누었기에 아름다운 사이인 걸로!
세상에 꼭 나아가는 이야기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난 역시 성장하는 이야기가 좋아ㅠ 고베 너무 따뜻하고 예쁜 성장 이야기라서 행복하다ㅠ